**해남 두륜산 산행 **
-.일자 : 2023년 11월 12일
-.코스 : 쇄노재-위봉-두륜산-가련봉-노승봉-오심재-북미륵암-대흥사-주차장(11.4km / 4시간 36분)
짧은 가을인 만큼 나의 산행 일정도 무척이나 바쁘다.
월출산을 다녀 온지가 불과 3일전인데도 입동을 지나면서 찬바람이 쌩쌩 불어 와 단풍에 대한 기대치를 내려 놓게 만든다.
차창으로 절로 눈길이 가는 남도의 산들이 펼쳐진다.
순한 해난 사람들과는 달리 산은 톱니 와도 같은 바위들이 월출산에서부터 치솟아 땅끝인 달마산까지 이어 지고 있고 근육질의 주작산을 스쳐지나 쇄노재에 도착한다.
도로 확장공사로 인한 주유소의 운명을 걱정하는 쓸데 없었던 걱정이 임도를 따라 올라 가다가 마주한 등산객 안전을 위한 출입금지 판에서 나의 산행결행여부로 바뀐다.
이미 버스는 떠나 버렸을 터이고 별다른 대응책도 없으니 결론도 빠르다.
세월은 통행의 흔적을 지워가고 있다.
앞선 단체 산행팀이 나의 펄떡거리고 있는 새가슴을 진정시켜 주긴 하나 속도감이 확 떨어졌고 슬랩구간을 만나며 조망이 트인다.
다도해와 섬들이 펼쳐지며 완도대교가 완도를 잇고 달마산은 땅끝을 향해 흐르고 있다.
신발의 접지력이 두 다리를 온전하게 지탱해주고 창갈이를 해 놓아 믿음이 간다.
한두 사람을 추월하다 보니 길잡이가 되어 있고 밧줄이 메어진 슬랩 구간들이 나타나면서 출입금지를 시킨 원인을 확인 한다.
공깃돌을 올려 놓은듯한 투구봉의 전경에 자꾸만 쳐다보게 되고 쉼표가 되어 준다.
몹시도 바람이 불어 와 모자의 조절 끈을 바짝 조여 사그락 거리는 산죽밭을 지나 올라 선 위봉은 숲에 묻히고 표지석도 없다.
위봉까지가 출입금지였으니 이제 부턴 몸과 정신이 조금은 자유로워 질것이고 등로의 까칠함도 덜할 것이다.
투구봉 갈림길에서 투구봉을 놓아주고 두륜산으로 향한다.
오름길도 끝나 신체의 자유를 찾았다고 여겼는데 아직은 아닌듯하다.
두륜산이 펼쳐지면서 최고봉인 가련봉과 두륜산이 한눈에 들어 오고 땅끝기맥은 안테나가 있는 도솔봉을 향해 이어져가며 세를 죽이지 않고 있다.
삭풍이 몰아치고 있어도 산비탈은 초록이고 편안한 숲길을 걸으며 에너지소비를 최소로 하여 땅끝기맥에 접속한다.
여전히 바람을 거세게 몰아치고 있어 몸의 뻣뻣함에서 암릉의 밧줄을 타는데 위험함이 감지 되고 발판과 슬링이 걸린 바위 오름은 차가운 냉기에 순발력을 잃어 바위에 엉기다 시피 하여 올라 위험구간을 탈출한다.
이젠 스릴을 즐기는 게 아니라 미션 수행이 되어 가고 있음을 부정할 수가 없다.
정규등로라 사람들이 많아졌고 구름다리를 지나 두륜산에 선다.
구름다리의 조연이 있어서 인지 이곳은 최고봉이 아님에도 세자책봉이 되어 당당하게 가련봉과 노승봉을 거닐고 있다.
건너다 본 가련봉과 노승봉은 바위꽃을 피웠는데 꿀을 찾아 든 것처럼 ㅅ람들이 모여 있고 긴 계단이 연결하고 있다.
구름다리로 되돌아 나와 만일재로 향한다.
사람들의 정체와 지체로 다리쉼은 되는데 도대체가 왜 산에 왔는지 조차도 의문시 되어 머리와 가슴은 더 팔딱 인다.
만일재에는 가장자리로 파고들어 바람을 피하고 햇살을 찾아 들어 식사들을 하고 있는데 난장 에다가 비닐돔 등으로 난민촌을 연상케 한다.
이미 잎새를 날려 버린 억새가 바다를 망중함하고 있는 만일재를 벗어나 가련봉을 향해 오른다.
지 정체가 오늘이 휴일 임을 자각하게 말해주는데 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는 게 놀랍다.
해적 같은 바닷 바람의 강도가 모자를 채 가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 철저하게 단속하여 가련봉에 올랐으나 사람 틈새를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어 정상 인증은 포기한다.
단풍을 보러 와서 바람만 맞았다.
산 아래에 보이는 산사만이 온실처럼 평온해 보인다.
머리가 띵할 정도의 강한 바람에 잔뜩 움츠려 들어 폭 좁은 계단을 조심조심 올라 노승봉에 올랐으나 이 또한 웨이팅이 길어 그냥 내려 선다.
아직 산하는 퍼른 데도 체감은 북풍이 몰아치는 겨울이라서 쉴래야 쉴 수도 없다.
내림길은 점심때가 되어 가면서 교차하는 사람들도 적어져 걷기는 수월한 데 젖은 등로가 시껍하게 만든다.
흔들리지 않은 흔들바위에서 대흥사를 조망하고 오심재에 내려 와 산님들의 한 켠에서 점심을 먹는데 손이 시려 젓가락질이 어설프다.
오늘 바람이 세력 과시를 하려고 몰려 들었는지 산비탈에 까지도 복병을 숨겨 놓아서 겉옷까지 꺼내 입고 북미륵암으로 향한다.
둘레길은 북미륵암으로 안내하고 돌길은 다듬고 데크를 설치하여 수평을 유지하였고 천년수 길과 합류하면서 시멘트 임도가 된다.
대흥사까지 2km가까이를 급경사의 이 임도를 따르게 되는데 북미륵암에서 곧바로 내려섰으면 무릅팍이 나가는 이런 시멘트길을 조금은 줄일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바람이 빗질을 하여 단풍을 모조리 떨어 뜨려 버렸는지 이건 단풍이 든 것도 아니고 안든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의 길을 따라 대흥사로 흘러 들어간다.
대웅전의 불사가 한양의 궁궐을 능가할 정도로 웅장하다.
노송의 은행나무에 노란 은행잎 몇 장 남아 있어도 고즈넉한 산사의 풍경을 완성하는 데는 더없이 좋다.
유서 깊은 천년고찰이자 마지막 단풍을 보러 오는 인파로 사람이 단풍잎보다 많아 보인다.
찻길 옆으로 물소리길 등 산책로를 만들어 놓아 사색과 힐링의 숲이 되어 준다.
어쩌다 보니 버스를 놓치고 상가지역을 지나 주차장까지 내려와 버렸다.
또....
옛 기억 상의 고정관념 때문인데 자책한 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축제는 끝났지만 국화 향이 가득한 해남미남축제장의 국화를 보았으니 헛걸음은 아닌 셈이다.
다시금 물소리길을 거슬러 올라 버스 주차장에 도착하니 아직도 여유시간이 많아 뒷풀이로 단풍 산행의 미련을 떨쳐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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