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퇴근 후 상경 버스에 올라 쪽잠으로 하루를 버티어 볼 요량이었는데 역시나 나의 습성을 개무시한 바램 이였다. 일찍 들이 닥친 장마와 딸의 남친 소개에 대한 걱정을 한아름씩 안고 도착한 서울은 햇살 만 쨍쨍하여 모든 게 기우였음이 증명 된다. 집사람은 상봉으로 나는 관악산 산행을 위해 사당으로 잠시 이별을 하여 아이들의 퇴근과 함께 상봉하기로 한다. 그나마 전철이 같은 노선 이라서 길눈이 어두운 아내를 위해선 다행스럽다.
사당은 유동 인구로 역동적이고 젊음의 생기가 넘쳐나고 있어 아직은 성장의 동력을 유지하고 있는듯하다. 밥은 먹고 나 하자며 주위를 살피다가 여차하면 반주를 곁들이기 위해 찾아 든 해장국집은 내용물이 매탕이라서 식욕을 끌어 들이지를 못한다.
장수 막걸리 한 병을 챙겨 넣고 햇볕을 튕겨 내고 있는 주택단지를 빠져나 와 숲에 들어서야 몸과 영원의 자유로움을 다시 찾는다. 정상은 중력을 거슬러 올라야 하고 하산은 물이 흐르듯 내려가야 하는 이 단순한 몸짓에서 정신의 이완이 찾아 들고 근육의 경직이 되려 생동감을 안기는 산행 길이다.
무기력을 볼모로 잡고 있는 식곤증을 이겨내기 위한 안간힘이 시작된다. 달아 오른 몸의 열기를 빼내려는 자구책으로 호흡은 거칠어지고 있고 풀가동 된 냉각 시스템은 연신 땀을 빼내며 옷을 적시고 있다.
제발 이 염천하에서 무모한 짓을 그만 두어 달라며 흘려 내리고 있는 땀은 눈으로 파고들면서 시야를 흐리게 한다. 이런 자기와의 싸움이 등산의 묘미다. 남하고 경쟁이 스트레스를 가져다 줄지언정 자기극복의 이 과정 속은 내성을 기르고 경쟁력을 키워 나가는 성장의 시간이다. 나는 물 한 모금도 쉬이 허락 치 않고 쉼도 없이 몰아치는 스파라타식에서 나르시즘을 느끼고 무아의 경계를 즐긴다.
숲을 벗어나며 사막의 한증막을 경험하고 신기루처럼 회색 도시가 펼쳐지길 반복하고 있다. 분명 이 산은 도시 속의 오아시스다. 태양과 가까워져 머리는 더 뜨거워지고 있고 땀도 어지간히 흘러 이젠 염전 처럼 증발을 하며 옷에서는 허연 염분이 베어 난다.
정상의 기상관측대 돔이 피니쉬 라인이 되어 막바지 힘을 쥐어 짜게 만들고 있고 마라톤에서의 사점을 넘기었 듯 바위들을 사뿐하게 올라 정상에 선다.
햇볕에 빨래를 말리듯이 정상의 바위에 올라 버티어 보지만 상한 수박처럼 저절로 땀이 줄줄 흘러 내리고 있어 사물이 흐릿하다. 정상석과는 인증 대면을 하고 그늘로 피신을 한다.
아이스크림에 음료수까지 짊어 지고 올라 온 상인을 보자니 침투습격을 하는 것 마냥 단독 군장으로 올랐음에도 오뉴월의 땡칠이처럼 헉헉거리고 있는 내의 몰골이 한심스러워 자릴 피해 연주대전망대에 내려 선다.
전망이 트이는 바위에 앉아 산하를 굽어 본다. 천천히 왔어도 쉼 없이 정상에 올라 아직은 건재함을 확인 했다. 늘 푸른 산하이고 도시는 여전히 회색이다. 이토록 짧은 시간만으로도 완벽하게 도시를 탈출하여 자연 속에서 알딸딸한 일탈의 맛에 취한다.
어쩔까? 이왕에 왔으니 쬠 긴 코스를 택할까? 아서라, 오늘이 첫 입성이고 이이들 과의 만남도 중하니 이쯤에서 하산을 하자..... 긴 계단은 우리나라 산의 상징성이 되었고 청정의 계곡들은 더위를 식혀 주고 청량함을 안겨 주는 휴식의 공간으로 사람들을 끌어 들인다.
물에 땀을 씻어 내고 산책로를 따라 서울대입구역에서 산행을 종료한다. 완벽한 마무리 이지만 산행의 끝과 동시에 지하철을 탑승하여 몸에 베인 땀에 신경이 쓰이는데 그나마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 입어서 다행이다.
가뿐하게 산행을 마친 산행의 성취감에 가족의 완전체가 나의 감성 리미트를 해제 시켜 놓았다. 함께 먹는 고기는 천하일미로 맛나기만 하고 술은 술술 넘어 간다.
경양식에 와인을 곁들인 모임은 삼겹살에 소주로 다져진 나의 식성에는 맞지가 않아서 귀가 후에 컵라면과 소주로 허기증을 달랬더니 속이 거북하여 밥알이 넘어 가질 않는다.
문경까지의 장거리 이동인 만큼 컨디션을 잘 관리했어야 했는데 버스 안에서 물만 들이키다가 눈을 뜨니 옛 문경새재휴게소다. 백두대간시가 스멀스멀 떠오르지만 능선의 난이도는 당연히 휘발이 되었고 산동무 와의 눈치 게임을 하는 사이에 사람들이 반쯤 이나 내려 버린다. 뭐 남하고 경쟁할 일 있나?
과거에 억매이지 말고 심플하게 살자는 자기합리화로 정신을 재무장하여 20여분을 되돌아 나와 문경세재의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햇볕이 쨍쨍한 오후의 정점으로 내달리고 있는 시각이다. 주차장은 넉넉하게 크고 상가들이 즐비하여 산행 후 뒤풀이 장소는 걱정이 없겠다.
관광객들이 나서 긴 이른 시간인지 상가들은 이제 막 매대를 펼치고 있고 산객들의 흐름에 합류하여 조령 1관문을 넘어선다.
주흘산과 조령산의 계곡을 따라서 산책로와 문경 관문이 설치 되어 있어 있어 산책으로도 제격이다. 우린 여기서 주흘산을 한 바퀴 휘어 도는 원점 회귀 코스다.
문경의 주산 이지만 산길은 거칠어 워밍업을 하듯이 천천히 걸으며 여궁폭포에 올라 선다.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했던 전설에다가 여인의 하반신과 같다 하여 여심폭포라 한다는데 페미니스트들은 이런 건 왜 시비를 안 거는지 모르겠다.
계류를 따라서 올라 가고 있어 간간히 불어 오는 바람에 실려온 냉기에 신선함을 전달된다. 내달리는 장거리 코스를 포기한 대신 자연스레 산행팀이 만들어 지고 유쾌상쾌한 대화 속의 산길이 참 좋다. 해국사가 관문처럼 버티고 있고 차량도 보인다. 많이 참았다. 이쯤이면 중간은 올라 온 것 같고 일을 했으니 새참이나 먹고 가자.
이정표를 따라 여기서 우측으로 꺾어서 능선을 따라야만 하는데 다리에서 서성이던 사람들이 해국사로 갔다가 되돌아 나오고들 있다.
계곡을 벗어난 등로는 육산으로 부드러워졌고 고된 오름짓에 육신이 젖어 든다. 안되겠다. 우리들도 쉴랑께 방 좀 빼주세요. 요즘은 세입자가 대세 인지라 선행 팀을 밀어내고 쉼을 하는데 대궐약수가 지척이고 거목 아래에는 쉼터도 있다. 힘 좀 쓸 거라고 간식과 물을 충분하게 주입했는데 밥 먹고 가진다.
식탁에는 뷔페가 펼쳐지고 우린 식탐을 주저하지 않는다. 직접 잡은 생선들과 온갖 야채들 그리고 공수해 온 문어 숙회와 다양한 종류의 주류가 겸비된 산정의 잔치상이다.
좀 더 먹고 싶을 때 숟가락을 놓아야 하고 적당할 때 멈추어야 하는데 과잉 충전이 되어서 계단이 버겁다. 한 계단을 오를 때 마다 쌕쌕 거리는 숨소리가 새어 나가는 것만 같다. 정작 경사도는 계단을 설치하지 않아도 될 것 같고 간벌은 답답증은 해소 했지만 혈세의 낭비로만 비춰진다.
능선은 편안하고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 준다. 정상의 주봉은 모두에게 인증의 장소가 되고 있고 조금 벗어난 조망터에서는 문경 시내가 내려다 보이며 굵직한 산군들이 펼쳐 진다. 그냥 그 자체로도 싱그러운 젊은 처자들은 우리들의 시선도 아랑곳 하지 않고 온갖 포즈로 사진을 찍어 대고 있는데 필름카메라의 신중성은 없다.
되돌아 나와 영봉으로 향한다. 나무의 녹음과 바닥을 초록으로 물들인 가는사초의 싱그러움이 심신을 정화시켜 주고 있다. 펼쳐진 산군들 중에서 월악산이 쬐금 아는 척을 할 뿐 다 첫대면인 듯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고 있으니 나 또한 쌩까고 영봉에 올라 선다. 요즘 어딜 가나 100대 명산의 인증으로 정상이 북적이고 있지만 어쨌든가 산에 올라 건강들을 챙겨 가니 보건복지부에서는 국민건강증진 상을 줘도 될 좋은 현상이다. 서늘함이 기분을 참 좋게 한다. 짠 소금이 단맛을 더 잘 느끼게 해 주듯이 흘리는 땀방울이 있어 산행에 의미가 더해 진다. 시작했으면 성취할 때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하고 정상에 올랐으면 내려 와야 한다. 내가 여길 언제 몇 번쯤 왔더라? 어느 때처럼 오늘 산행도 모든 걸 반납하고 첫 산행 마냥 설렘으로 다시 다가 올련지는 또 모를 일이다.
별반 오른 것도 없었던 것 같은데 내림길이 급경사다. 붙잡아 둘 수 없는 게 세월이고 되돌릴 수 없는 게 청춘이라서 무릎에는 통증이 전달되며 욱신거리고 발은 툭툭 돌부리를 걷어차길 반복하고 있는 위험신호가 몸을 더 경직되게 한다. 계곡이 마중 나와 문경새재로 이끈다. 빗물에 씻겨 나간 거친 등로와 유실되어 길을 감춰 버린 미로가 경로이탈 경고음을 내고 있다.
비탈에 너덜지역은 쌓아 놓은 돌탑으로 연꽃을 피워 냈는데 꽃밭서들 너덜지대다.
임도를 따라 조령 2관문으로 내려선다. 물고기 노닐고 있는 웅덩이에 발을 담그자 차가운 냉기가 정신을 바짝 들게 한다. 영남을 가르는 2관문이다.
문경새재도립공원으로 이제부터는 관광 모드로 전환 시켜서 새재길을 따라 내려 간다. 낙락장송이 그늘을 만들고 개천이 흐르고 폭포수가 떨어지고 있는 유토피아의 그림 속에 속세의 주막까지 있다. 공원을 거닐고 있는 사람들이 근심걱정 하나 없어 보이는 모습이다. 이 평화로움을 내 안의 평안함이 있기 때문이 란 길동무의 말을 가만 되새김질 해본다.
주막에서 막걸리 한 컵 얻어 마시고 떡고물 잔뜩 묻힌 인절미를 오물거리면서 조령 원터를 지나고 셋트장을 스쳐 조령 1관문을 빠져 나온다.
이동거리를 감안한 이른 저녁을 겸한 뒷풀이가 또 나의 절제력을 무장해제 시켜 오늘도 이미지 쇄신에는 실폐를 했지만 삶에 삶의 에너지원은 챙기지 않았을까 싶다. 건강도 인간관계도 준비된 자들만이 즐길 수 있다. 자기관리에 좀 더 충실하자….
*** 푸르름이 짙어 가는 유월의 백운산 *** -.일자 : 2023년 6월 12일 -.코스 : 진틀-신선대-상봉-억불봉헬기장-노랭이봉-동동마을(12.1km / 4시간 40분)
씨앗이 바람에 실려서 어디 메쯤에서 정착을 하듯이 일상의 안주가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려서 산행은 잊혀져 간다. 어쩌랴 이것도 자연의 순리인 만큼 순응을 하여야겠지마는 나도 한때는 이란 밑바닥의 자존심이 백운산으로 내몬다. 배낭에 김밥 한 줄에 과일 조금 넣고 나서는 단출한 산행 길이다. 새소리만이 들려 오는 인적 없는 동동마을 회관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진틀행 버스에 올랐는데 잔액 부족이란 경고음이 나를 황당하게 만든다. 만원은 쓸모가 없는 고액권이었음을 확인만 시킬 뿐이고 식은땀을 찔찔 흘리면서 휴대폰의 어플 만을 뒤적거리고 있는데 손님이 태그를 하여 준다. 어차피 산행의 동행은 어려운 조합이지만 진틀에서 내리자 마자 쑥스러움에 앞서 간다. 천 5백원 때문에 꽤나 속 끓임을 헤었던지 아랫배가 거북하다. 어라 화장실에 왜 휴지가 없는 겨? 뿡뿡거리는 생리현상을 추진력으로 삼아 그냥 올라 간다. 푸른 숲과 물소리에 나의 조급증과 황당함이 희석되어 다소 안정을 찾아 가고 있고 묵직한 발걸음에서 점점 산행에 몰입이 되어 가고 있다.. 우거진 숲은 햇볕을 가렸고 뒤쫓아 들어 온 햇살에 나뭇잎의 엽록소는 놀라 새파래져서 속살까지 다 보여주고 있다. 나는 민망함에 오래 처다 볼 수가 없어 너덜길만을 더듬으면서 구술 땀을 흘린다. 계류에 땀을 씻고 목을 축여 시들어 가고 있는 육신을 상추처럼 싱싱하게 되살려서 진틀삼거리에 올라선다. 아무 소리도 없는 적막함 속에서 경쟁으로 팽팽했었던 긴장에서 풀려 난다. 평화로운 잠깐의 멍 때림에서 물을 보충하지 않고 그냥 올라서고 있다. 갑자기 찾아 든 갈증이 갈등을 만든다. 진틀사거리까지 되돌아 내려가기에는 다리가 정신을 볼모로 붙잡아 놓고 허락하지 않는다. 몸은 재생을 핑계로 자꾸만 갈증을 부추기고 과체중까지는 부담할 수 없다는 다리는 이러다간 다 죽게 생겼다며 협상을 꾀하고 있지만 오르는 것이 숙명인 것 마냥 꾸역꾸역 올라 간다. 어느새 몰입이 되었나 사방이 고요하고 잡념이 사라져 있다. 어제 효도를 한답시고 찾았던 어머니와의 작은 불화가 내내 마음에 쓰였는데 역시나 산은 치료제가 되어 준 명약이다. 집에 먼지가 쌓이지 않게 쓸고 닦 듯 마음의 찌꺼기들을 말끔하게 청소를 해주고 있다.
신선봉은 오르지 않기로 한다. 바위가 돌출되어 거칠었던 등로는 실개천이 자연스럽게 바다로 흘러 가듯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고 구름이 스멀스멀 밀려들면서 회색의 어둠 속에는 비가 섞여 있는듯하다. 등로상에다 한 무더기씩 싸질러 놓은 짐승의 배설물들이 세력을 과시한 것 같아 볼썽 사나웠는데 콩 자루를 쏟아 버린 듯한 염소 똥은 정상을 확실하게 자기 영역으로 만들어 놓았다. 저 짐승은 꼭 사람들과의 접점을 만들 놓고는 매번 고지 탈환에 전면전을 불사하고 있다. 하얀 구름을 일으키고 있는 백운산만이 불변하다. 구름이 휘몰아 치며 푸르른 산하를 감추고 땅이 융기한 것 마냥 공룡의 등 같은 톱날 능선이 압도적인 변화무쌍한 자연의 역동성 앞에서 나 만이 절대자로 우뚝 선다. 태초에 천지창조처럼 사방 고요함 속에서 귓전에 날벌레의 날개 음이 파고 들면서 땀이 접착제가 되어 본의 아니게 살생이 자행되고 있다. 지들이 선점을 했다고 사생결단으로 드는 데는 어떻게 당해 낼 재간이 없다. 이만 내려 가야겠다.
숲이 우거져 계절은 이렇게나 쉽게 오가는 듯 하는데 난 산행이 버거워 한번도 계절을 따라 잡지 못했다. 가는사초가 산중 초원을 만들어 놓았다. 녹색은 신이 인간이 준 선물이라 는데 내 몸과 영원이 자연에 순응을 해가면서 편안함을 느낀다. 이 길을 친구와 함께 걸었으면 느낌이 달라 졌을까? 행복이 배가 될까? 이런 저런 생각이 없이 단순하게 걷고 있는 지금의 멍 때림이 난 좋다. 나의 생각까지도 잊어져 가고 있는 온전한 집중이 나의 영혼을 맑게 치유해 주는 듯하다. 이렇게 백운산의 주 능선 길은 나에게 있어 치유의 길이 된다.
복원되어 그늘이 지고 있는 이 숲도 내적으로는 성장통을 겪고 있겠지......
비탈을 내려 와 수련관으로 하산하는 노랭이재에서 식수로 잠시 갈등이 생긴다. 장마가 져도 또 가뭄에도 꿋꿋하게 뿌리를 내리고 잎을 틔우는 나무를 닮아 보고자 햇볕에 몸을 맡겨 놓고 노랭이봉에 올라 선다. 정상석은 세상 풍파에도 의연한데 육신은 재생을 요구하고 쏟아지는 땀 조차도 수습을 못하여 그늘을 찾아 곧바로 하산을 한다. 감자를 수확한다는 어머님의 전화다. 어제 못다한 집수리로 고민하던 차에 꼬 텔레파시가 통한 것처럼 이 지점에서 전화가 온다. 오늘은 산행의 뿌듯함 에다 수확의 기쁨까지 덤으로 누리게 생겼다.
휴대폰의 시간이 변하지 않고 있으니 2시간 시차를 그대로 유지 시켜 놓기로 한다. 잠자리는 현지 시간으로 기상은 우리나라 시간을 그대로 유지 하여서 하루를 길게 활용 할 셈이다. 새벽잠이 없어 지고 있기도 하지만 생체 시간은 어김없이 6시에 깨어났고 이곳 현지 시각인 4시의 깜깜한 밤에 운동에 나선다. 밤은 휴식과 회복의 시간이나 어디 든 돌출 행동을 하는 이들은 있기 마련인지라 불 켜진 선술집이 시끌벅쩍하여 슬쩍 한자리 끼여 들고 싶다.
사파 호수는 새벽운동을 하기에 안성 맞춤이다. 날이 밝아 오면서 호수에 사파의 레온 빛이 잠겨 들고 도시는 다시금 부활을 하고 있다.
수영장을 확인해 볼 겸해 호텔의 옥상에 올라 판사판산을 올려다 본다. 위풍당당한 모습보단 우리네 산맥처럼 친근한 산릉이 햇살을 받고 한창 치장 중이다.
조식을 어제와 달리 호텔에서 하는데 로비와는 이웃하고 있기에 석식을 옆 식당에서 할 수 밖에 없었던 게 이해가 가고 뷔페식의 일상적인 조식은 쌀국수가 해장이 된다. 테라스에서 판시판산을 바라다 보면서 한 럭서리한 식사다.
햇살이 짱짱한데 우산과 비옷을 챙기 란 단체 알림에 작은 배낭이 동원 되고 자연스레 이슬이가 한 귀퉁이를 차지 한다.
호텔에서 걸어서 사파스테이션으로 이동하면서 사파와 첫날밤 여흥을 즐겼던 가계가 자연스레 화재에 오른다. 사파광장과 함께 이정표 역할을 하는 곳이고 사파산을 등반이 아닌 관광을 위한 출발지가 되는 곳이지만 이른 시간이라 북적임은 없다.
모노레일을 타고 케이블카정류장까지 이동한다. 모두가 여행의 들뜬 기분에 화색이 돌고 활기가 있어 스치는 주변의 풍경들 마다에 감정을 실으며 들떠들 있다.
썬월드케이블카역은 넓은 공원을 정원으로 두고 있고 붉은 장미와 함께 온갖 꽃들이 피어나 화려게 치장을 하였다. 결국 이 매력적인 유혹에 빠져 길을 잃어 버린 일행들 때문에 한참의 시간을 허비하고서야 케이블카에 오르는데 결국은 이것이 전체적인 시간을 잡아 먹는 원인이 되었고 순종했던 우리만 멋쩍었다.
기다리는 동안에 가이드의 여기에도 눈이 온다며 자랑스레 설명에는 고산지대가 다 그렇치 했는데 눈을 볼 수 없는 베트남인 만큼 쫌 오버액션을 해줄 걸 그랬었나 싶다.
판시판 산 케이블카는 총 길이 6282m이고 고도 차는 1410m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다고 하며 세상에서 가장 큰 고도 차의 케이블카로 20분이면 산 하나를 등반해 버린다.
케이블카 실내는 소음 마저도 흡수한 적막함속에서 다랭이논이 그림처럼 흘러가고 푸르른 산림이 양탄자처럼 깔리면서 자연의 활동사진을 보여 주고 있고 공중에 떠 있는 나는 나만의 다큐멘터리를 완성해 가고 있다.
오만 형태의 바위들은 사천왕문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악한 자들을 걸려 내는 듯하더니 안개로 덮이어 가면서 고산지대의 기온변화를 느끼게 되고 비로서 3대가 덕을 쌓아야 만이 맑은 하늘의 판시판 산 정상을 본다는 걸 실감한다.
식당과 상점을 겸하고 있는 케이블카 정류장에서 맥주라며 캔과 팝콘을 샀는데 에너지음료라 주당들인 우린 또 헛물만 켰다.
판시판 광장에서 600계단을 올라야만 판시판산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데 이곳에는 친절하게도 트림이 운행되고 있어 돈만 있으면 못 오를 곳이 없는 세상이다.
바람에 구름이 휘날리고 우리들도 흩어 진다.
이 높은 산을 어떻게 올라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어떻게 느끼고 무엇을 챙겨 가느냐가 중요하다. 재화와 맞바꿔 너무 쉽게 3천고지대를 올라 와 버려서 찐한 감동은 없지만 회갑여행이란 테마가 있어 추억 남기기에 바쁘다.
빗물이 모여 들듯 흩어졌던 친구들이 다시금 뭉쳐서 정상주를 부딪치면서 만수무강과 앞날에 풍파 없이 편안함만이 있길 기원해 본다. 비록 우리들의 말은 통하지 않아도 사이버 제사의 시대가 도래 하였듯이 염원만은 통하지 않았을까?
항상 정상에서의 머묾 은 짧기 마련이다. 증명만 남기고 사라져 버린 일행을 따라 잡아 트랩 승차장에 왔지만 아래에 펼쳐진 풍광을 보고 있자니 그냥 내려 가 버릴 수가 없다.
불교가 대부분인 베트남의 종교 문화가 산상 아래에 쫙 펼쳐져 있어 판시판산의 곳곳을 두루 살펴 보고자 가이드의 허락을 받고 걸어서 내려 간다.
사찰과 대형 불상 등에서 강한 불교문화의 색체를 몸으로 알아가면서 점심 장소인 케이블카정류장에 도착했지만 썰렁한 공간에서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게 감지 된다.
순간 이동을 할 수도 없고 케이블카에 올라도 고스란히 20여분을 허공에서 떠 있어야만 하는데 먼저 내려 간 부인들이 구걸을 하고 있는 사진 전송은 무능한 남편들을 향한 무언의 시위다. 그런다고 달라 질 것도 하나 없을뿐더러 자기들의 주장이 관철될 리가 없음은 여지것 갈아온 세월에서 느끼고 있을 것이다.
뷔페로 운영되고 있는 식당에는 결혼식장의 피로연처럼 북적이고 있어도 정신 없는 주취자가 집에 잘도 찾아 들듯 함께 모여 뒤 늦은 점심을 한다. 뭐야 이거...... 영업 종료를 예고라도 하는 듯이 정전이 반복되고 있는데도 태평 하기만 이 사람들은......
소수 부족의 전통 마을인 깟깟마을을 가기 위해 이동한다. 피부를 파고드는 햇살이 따갑고 온도는 급등하고 있어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면서 베트남을 제대로 체감한다. 아따 겁나 더운 디 예약된 승합차는 오질 않고 오리 때처럼 한쪽으로 내몰려서 고개만 빼꼼이 내민 채 오고 가는 차들만 쫓고 있다.
깟깟마을은 숙소를 지나쳐 한참을 내려가서 있다. 무엇 때문에 입장료를 받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전통 마을은 온통 가게들 뿐이고 전통의상 중에서도 고산지대라 그런지 유독 털이 많은 것에 눈길이 갈 뿐이다. 어젯밤 취중에서는 모두가 전통의상체험을 하자고 했지만 막상 반납 시스템도 그렇고 잘못 체험했다가 는 온열질환에다가 세탁비까지 추가하게 생겼다.
그나마도 내림 길이 다행스러울 뿐이고 그닥 느낌이 없는 마을을 내려와 물레방아광장에서야 다리 쉼이 허락된다. 뭐지 이 무 감정은...... 할일 없이 무리 지어 다니고 있는 우리들이 되러 몇몇 보이지 않는 원주민에겐 길거리 퍼포먼스 하듯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꼴이다. 물레방아도 멈춘 강가의 카페에서 냉커피 한잔 마시는 것이 낭만이다.
제대로 된 코스나 인원 통제가 없다 보니 사람들의 불만은 치솟는 기온만큼이나 급격하게 올라 갔고 이동 차량에 분산 탑승하면서야 소란은 사라진다.
함종산은 사파의 중심지에 있어 골목 안에서 입장권을 끊고 바로 사람이 회수하는 참 비효율적인 시스템이지만 이 또한 이들만의 삶의 방식이라 생각하자.
동네 공원에 산책길을 조성한 듯한 손길이 느껴지는 곳이다.
갑자기 쏟아지는 빗줄기를 권주가 삼아서 정자에서 술 한잔 기울이고 있자니 언제 그랬냐 싶게 뚝 그치고 길을 내어 준다.
소공원 산책 하듯 어렵지 않게 전망대에 올라 선다.
사파 호수가 중심원이 되어서 사파 시내가 모두 조망권에 있고 올랐던 판사판 산은 아직도 구름에 덮여 있다. 프랑스인들의 휴양지였다는 이 도시는 이젠 어델 봐도 살가운데 이젠 사파와도 헤어질 결심을 할 때가 되었음을 암시라도 하는 듯 다시금 우중충해진 날씨가 발걸음을 체촉하게 한다.
암만 그래도 그렇지 몰빵과 나의 의식은 끝나지가 않았다. 정상주이지만 이별을 생각하자니 지금은 쓰다.
호텔로 자유 하산을 하여 몰빵과 호텔 수영장에서 망중함을 즐긴다. 3천 미터의 판시판산을 올랐다가 소수 민족 깟깟 마을과 함롱산 트레킹까지 마치고도 시간이 남아서 이렇게 판시판 산을 바라 보면서 수영을 하고 있으니 참 세상 편해 졌고 여행이 호사스럽다.
대 인원이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다. 구름에 덮인 판시판산이 조망되는 산장과 같은 분위기 속에서 석식을 한다.
여행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성취감으로 한껏 고조 된 분위기와 아쉬움의 교차가 자꾸만 술잔을 비우게 만들고 총무님의 무제한의 맥주 제공은 우리들의 감정 리미트를 해제 시켜 놓은 마냥 흥겨운 자리다.
과열되고 있는 분위기는 뒤를 이은 여행 스케줄인 맛사지가 휴식과 함께 안전거리를 유지하게 만들어 준다.
가이드는 마사지호객으로 용돈 벌이에 나서서 우리들만이 거리로 나 온다. 화려한 레온 싸인에 가려진 가난의 그림자가 마음을 아리게 만들지만 이 또한 이들 만이 감내해 내야 할 몫이기에 애써 외면 할 수 밖에 없다.
무 정보 상태에서의 가이드 말은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여 친구들의 기피 식품인 송어회가 제물이 되었고 베트남 주가 곁들어져서 우리들 만의 흥겨운 자리는 계속된다.
가로등 불빛에 빗줄기가 비친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만이 볼 수 있다는 판시판 산에 오르고 여행 일정을 다 마칠 때까지 참아 준 게 그저 고맙기만 하다. 분위기 좋고 술 맛 좋지만 체력이 떨어지면 만사가 귀찮고 의욕마저 떨어지기 마련인 지라 남아 있는 여정에 사용할 에너지는 남겨 둬야만 한다. 지척인 거리를 전기차로 이동하여 재화로 시간을 바꿨다. 오늘이 지금의 이 순간들이 또 우리들과 내 인생의 이야기 거리가 되어 줄 것이다. 세월은 가는 것이 아니라 오는 것이니만큼 즐길 수 있을 때 마음껏 즐기자.
봄 꽃들의 개화가 빨랐고 비와 냉해로 꽃 상태가 좋지 않으니 천상의 화원인 세석평전의 철쭉산행 마저도 취소 될 인원이었다가 다행스럽게도 출발을 한다. 나 또한 뒤 늦은 신청이었고 장거리라서 홀산을 계산에 넣고 있었는데 친구의 깜짝 출현으로 오늘 산행이 또 어떻게 마무리 될지 기대와 우려가 함께하고 있다. 가로수의 녹음이 짙게 드리워진 국도변을 달려 수려한 풍광과 수량이 풍부하여 웅장 하기만 한 지리산과 마주 하니 한 동안 찾지 못했음은 이 두려움 때문 이였음을 자인 할 수 밖에 없다. 남에게 잘 보이기 보단 그 동안에 자의든 타의든 간에 산악회에 끼쳤던 나의 이미지 쇄신을 하고자 다짐을 하였는데 의리상 음료를 구입하기 위해 상가에 들어 간다. 새벽부터 아지트를 잡고 있다는 무늬 산님들이 권하는 막걸리와 닭구이에서 이미 결심은 형체를 잃었어도 이들의 정은 내내 가슴을 따습게 만든다. 햇살 가득한 밖에 나오니 밝음에 바퀴벌레가 자취를 감추듯 아무도 없다.
만만치 않은 남부 능선의 거리가 주는 중압감 때문에 점심 만을 챙겨 넣었던 배낭에는 유리병의 무게가 더해지고 후미를 따라 잡기 위한 오버 페이스를 하고 있다. 경쾌하게 들려 오는 물소리가 서서히 심신의 안정을 가져다 준다. 하얀 물살이 억만겁이 흐르는 시간 동안 다듬는다 한들 변함이 없어 보이는 집채만한 바위들이 계곡을 지키고 있다. 나 역시도 미미한 존재로써 지리산을 꽤나 탐하였었지만 흔적 조차도 없이 세월 속에 삭신만 삭아 가고 있다. 점차로 지리산은 소심했던 나의 사고 영역을 확장시켜 놓았고 지리에 빨려 들어 가면서 자연과 일체화가 되어 가고 있다. 단체 산행이다 보니 뚜벅이 걸음을 걸었음에도 일행과 자연스럽게 합류가 되고 이런 저런 사설 속에 융화되어 가면서 북해도교를 건너 각자 도생의 산행이 시작된다.
전망대에서 삼신봉으로 이어진 남부 능선을 가늠해 보지만 어이 가야 할지 걱정만이 앞서서 갈 뿐이다.
나뭇잎이 싱그러운 연 초록으로 바뀌었고 연달래가 피어나 곱다. 아직은 봄의 기운이 지리산에 머물면서 계절과 막짱을 뜨고 있지만 낙화한 꽃잎의 애처로움이 자연의 순환을 말하고 있어 마음이 조급하다.
오름길의 버거움에서 마음을 비워서 남부 능선과 접하고부터는 연달래와 함께 하는 산보가 된다.
지리산 산행의 최대 장점은 풍부한 식수에 있어 계곡과 같은 물줄기는 세석산장의 식수장까지 어어 지고 있다.
세석평전의 광활함 에서 자연의 위대함이 전해져 와 가슴 먹먹함 에 한참을 바라다 본다. 왜 이런 산을 곁에 두고서 해외 산을 탐하고 있는지 반성도 된다. 우리네 연령대 뿐일 줄 알았던 산행은 활기 왕성한 젊은이 들이 채우고 있고 활력이 넘치는 에너지에서 세셕평전의 복원지처럼 무한한 성장성이 느껴진다.
한 켠에서 점심과 음료를 곁들이면서 간을 키워 놓았다. 주어진 시간 상 촛대봉은 절대가 다녀 올 대상이 안 되는데도 친구가 이왕에 여기까지 왔는데 로 이끌고 있다.
뭐 하산 이야 어떻게 되든 오르니 좋다. 자연의 복원에 세석평천의 철쭉 명성은 사라져 가고 있지만 이를 대체 한 숲이 우거지고 습지에는 동이나물이 노랗게 꽃을 피워 내 화원을 만들어 놓았다.
천왕봉과 반야봉이 구름에 덥혀 있어도 그 위상 만은 변함이 없어 주 능선의 종주 욕심과 마음 홀림에서 머묾이 지속되고 뒤늦게 올라 온 총무님은 보험이 된다. 다들 흔적 남기는데 시간 관념이 없다. 이러다가 다 함께 공멸 하게 생겼지만 친구가 있어 차마 발길을 내딛지 못하고 이젠 후미에 합류 될 수 밖에 없다.
되짚어 내려가며 거림 갈림길에 도착을 하고 숲이 조망을 삼키면서 우릴 가두고 있다.
철쭉이 새싹으로 바꾸어 가고 연초록은 짙은 녹음으로 햇살을 가려 준다.
흐르는 땀방울에 노폐물이 빠져 나가며 신선한 공기에 심신이 정화 되어 가고 있는 적막한 산길 이다.
음양샘을 지나 대성골 갈림길을 내어 주고는 등로가 거칠어 지고 땅 만을 쳐다 보면서 간다. 길들여 지지 않아 자연스럽지만 과속은 안전사고의 지름길인지라 숲 속에 갇혀 시간개념이 없는 게 더 빠른 하산 방법 인지도 모른다. 모두가 이제 사 남부 능선의 지루함을 자각하기 시작했지만 트이는 조망 조차도 없으니 이곳에서는 걷는 게 유일한 방법이 된다.
고요함이 우리를 밀착 시키고 있다. 정리 된 조릿대는 흙의 유실을 막아 산길를 부드럽게 만들었고 주렁주렁 꽃을 맺은 금낭화가 지친 마음에 위로가 된다. 더뎌 후미를 따라 잡았다. 아마도 상황판단을 잘못하여 이 코스로 들어선 회원님 들인 듯 한데 악전고투에 지쳐 있어 걸음은 더 늦어 지고 있고 이미 1시간 30을 오버해 버린 상태지만 이 또한 뚜렷한 방법이 없다.
삼신봉에서 회장님이 기다리고 있다가 올라 서자 말자 다그친다. 푸른 초원처럼 펼쳐진 수려한 풍광에서는 아직 눈도 때지 못했다. 어쩌라고 배째라고 하고 싶어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나 역시도 진행을 했더라면 그랬을 것이고 이미 촛대봉에서 일행을 재촉했다가 눈총을 받았었다. 수용하여 뛰다 싶이 청학동계곡을 내려 와 알탕 대신 땀으로 몸을 젖 신다. 산골이 깊어 해가 늬엇해 진 때이다. 주체측 에서 안내한 거리는 14km에 6시간을 주었지만 꼬박 18km로 촛대봉을 다녀 온 거리를 감안하더라도 이건 잘못 된 안내였다. 나야 탐방의 경험에 이미 거리를 감안해 놓았었지만 이 사람들은 먼 잘못인가? 어쨌든가 이미지 쇄신은 오늘도 실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