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 : 2023년 3월 26 ~27일

-.코스 : 마스부치댐-구름다리-칠중폭포-도오마에고개-샘터-복지산-우에노고개-시로이토온천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고 여행의 질이 결정된다.
자주국방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 내듯이 나의 건강은 나와 가족의 버팀목이 되어 주기에 새벽 어스름에 일어나 운동에 나선다.
환절기의 서늘함이 움직임을 통제하고 있는 정적 속의 도시는 비 바람과 추위를 막아 주는 안식처가 되어 줄 뿐 이념과는 전혀 상관없이 평화롭기만 하다.


단짠의 조식에서 이국임을 절실하게 체감을 하지만 점점 가족화가 되어 가고 있는 팀이라서 만남의 장소가 되었고 친인척을 만난 듯이 살갑게만 느껴지는 아침이다.
오늘도 어김없는 내리고 있는 비와 비 예보에 산행이 염려스럽긴 하나 이 또한 여행의 과정이니 자연의 순리에 의탁하여 어떡하던지 즐겁게 즐겨 주는 것만이 본전을 뽑는 것이다.


어젯밤 슈퍼를 순회하면서 까지 맥주를 싹쓸이하여 마셨던 것이 눈 떠보니 제로"맥주 여서 흥겨워 했던게 멋쩍어 졌지만 다행히도 제로 칼로리로 밝혀지면서 밤늦도록 떠들었던 초뺑이들을 구제해 준다.


어제와 달리 짧은 이동이 컨디션을 그대로 유지시켜 주었고 저수지 둑방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은 방류된 물고기처럼 생동감이 있다.


산하에 듬성듬성 버짐처럼 퍼져가는 푸르름은 꽃처럼 어여쁘다.

 


산정호수에는 하늘이 반영되어 하늘과 땅이 맞닿은 듯이 산하가 수면 속으로 깊숙하게 내려 앉았고 우리는 비가 오기 전에 개미가 줄을 지어 이동하 듯 다리를 건넌다.


도로를 따르다가 이정표에서 산길로 들어 간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왜 이곳에 와 있는지 무엇을 성취하고자 이 산을 오르고 있는지는 중요지 않고 그냥 이 순간들을 오롯이 느끼고 즐겨 내 것으로 만들어 나가는 게 오늘에 할 일이다.


물이 쏟아져 내리는 계곡을 끼고 산행을 이어간다.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안내도에 7중 폭포쯤이라 여겨 지는 지점이다.


촉촉하게 젖은 산길에서 숲과 계곡의 상큼함이 기분을 좋게 하지만 체내에 축척 된 알콜을 분해하질 못하고 있는 몸은 살려는 자구책으로 땀을 쏟아내고 있으면서도 어서 빨리 신선한 것으로 치환해 주길 재촉하고 있다. 
질주마처럼 내달리면서 팔딱거리는 심장의 박동에다가 노폐물들을 모두 배출 시켜 버리고 싶어도 목적지도 모르고 긴 줄을 앞지를 자신도 없다.

 

차라리 빠른 포기에 안정감을 찾는다.
어차피 선두는 무의미해졌고 우리끼리 어울려 가며 산책을 하듯이 사브작 사브작 뒤를 따른다.  

 

흐름이 늘어지고 있다 보니 노곤함을 떨쳐내기 위한 나 때란 도깨비 난장이 펼쳐지면서 신기방통한 사설들로 흥행몰이를 하며 자신을 부각 시키고 있다.
각자의 허풍과 풍미가 다양한 재료가 되어 취향에 맞게 골라 먹든 비빔밥처럼 썩어서 먹든지 적당한 타임을 잡아서 사설만 살짝 보태면 산중에는 꽃망울 터지듯이 웃음꽃이 터진다.
한가지 한 방향에만 집중하게 만드는게 여행이고 그 일부가 되어 준 이 산행은 두부의 간수처럼 우리들을 저절로 뭉쳐 들게 하고 있다.



우리네 남도의 섬들과 유사한 자연 식생에 동백나무 숲이 우거져서 더욱 짙어진 숲 속에서는 떨어진 붉은 동백꽃이 청사초롱처럼 길을 밝히고 있다.


숲을 벗어나면서 갈림길을 만난다.
여울에 물고기 몰려 들듯 몽딱거려 졌고 안내도를 보면서도 눈만 깜빡 거리고 있는데 그 안에서 대포 같은 카메라를 쥔 올챙이가 포착된다.
말만 산에서의 사제간이지 챙김이 없으니 이러다가 지금 유지 하고 있는 계 마저도 깨지게 생겼다.


넘버를 단 산악 마라토너 들이 지나가고 물이 냇물처럼 쏟아 지고 있는 샘터에 이른다.
계곡물소리를 떨쳐 냈지만 아직은 올라야 할 고도가 많이 남아 있다는 증표이기도 하다.
구름이 산허리에 걸렸는지 비가 비치기 시작하고 때마침 무인대피소에 들어 서지만 우리가 디밀고 들어갈 자리는 당연히 없다.
야외 탁자를 급조하여 도시락을 펼친다.
숙취가 주 원인이지만 이번 일본 여행을 시작하고 4번째의 도시락이라서 이젠 쳐다 보기만 해도 토악질이 나오려고 해도 살려면 먹어 줘야 만 한다.
그나마 함께한 친구들이 위안이 되고 곁들인 소주가 미각을 마취 시켜 놓아 겨우 밥알만은 삼킨다.


키 작은 관목들로 고도를 상당히 올려 놓았음이 증명되고 산비탈에 구름이 걷히면서 천지개벽을 한 것처럼 반짝 이벤트가 펼쳐진다.
흐린 유리창에 낀 수증기를 쓱 닦아 창밖 풍경을 보았을 뿐인 찰나의 순간 이였지만 우리는 복지산의 모든 것을 보아 버렸다.  


하얀 구름의 덧칠 하나로 아름다운 풍경화가 그려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정상은 인증장소 밖에는 안 된다.
일본의 후지산이 달랐고 알프스의 산군들이 그랬듯이 산세야 어디든 그만의 특성이 있기 마련인지라 우린 이곳에서 각자의 느낌만을 챙겨 가면 되는 거다.
고산지대와 다름이 없어 관목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조릿대가 잔디밭처럼 넓게 펼쳐져 있고 두더지가 굴을 파헤쳐 놓았듯이 등로가 이리저리 뻗쳐 나간다.


정상은 내려 가라고 있는 곳이다.
일행들은 빨치산처럼 숲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고 우리들만이 벌쭉하니 남아 신단을 기웃거리다가 뒤를 쫒는다.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하산 길은 편안함을 안겨 주어 언제나 즐겁다.
살포시 건네는 말 한마디에도 까르륵거리고 깊은 공감대를 형성해 가는 하산길이다.


어라 아무리 비가 내린 후라고는 하지만 등산로가 질척거리고 미끄러워서 도저히 두 발로는 지탱하기가 힘들다.
전에도 구중산이 이러해서 애를 먹었었는데 해빙기의 이곳은 올 곳이 못 됨이 증명되고 있다.
어쨌든 간 다른 환경을 체험해간다는 의미 만은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나뭇가지와 밧줄을 부여 잡고 갈지자로 어설픈 발걸음을 옮겨 간다.


도저히 안되어 숲으로 뛰어 들어 내달린다.
등산은 고통을 감내하며 등산 그 자체에서 기쁨을 맛볼 수 있어야 한다는데 이건 질이 다르다.


언제 도착하는지 아니 어디엔가에 도착 할지 알지 못하는 깊은 심연에 빠졌을 때의 긴장감과 흥분에 자가도취 되어 임도에 내려선다.
일행들이 하나 둘 모여 들면서 신바람 나는 노래로 살풀이를 하며 신발과 바지에 엉겨 붙어 있는 질퍽거림을 떨쳐 낸다.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이다.


산 아래 온천 마을이 동화 속 인양 펼쳐지고 있다.
저 평화로움이 자연스럽게 우리들을 다시금 뭉치게 만들어 이국에서의 끈끈한 동지애를 나눈다.
안개도 걷히고 산길도 좋아졌다.
비가 안 온 것만으로도 감사했었지만 그 심술에는 반항하고 싶어 진다.


폭포다.
비가 더해져서 그런지 제법 웅장하다.
마지막 포인트이자 이 산행지의 핫플레이스 라서 저 마다의 멋찐 인생샷으로 갈무리한다.


벚꽃이 화사한 봄날에 아름다운 추억의 나들이다.

 

 

 


 
온천욕으로 심신을 정화시켜 숙소로 돌아 온다.
식사가 입맛에 맞지도 않았지만 주군의 주도하에 이색체험을 삼아서 근처 식당에서 석식을 하기로 했는데 웨이팅만 2시간이란다.
일단 대기 예약을 걸어 놓고 우동집에서 허기를 달랜 후 슈퍼 들러서 소주와 생수를 구입하여 병 갈이를 하며 만찬의 준비를 한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지만 가이드의 중재로 성대한 만찬을 즐기면서 모두가 유쾌한 자리가 되어 주었고 한가족화가 되어 간다.   
환경과 인종이 다른 이국이 우리들을 더욱 밀착시켜 놓은 마지막 밤이 이렇게 깊어가고 있다.

 

 

 


 
오늘이란 말이 싱그러운 꽃처럼 풋풋하고 생동감을 안겨 주는 귀국의 날이다.
쇼핑과 자유시간이 주어 졌지만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스렁 거리는 하이에나처럼 가계를 찾아 헤메이다가 10시의 오픈과 동시에 벚나무 아래에서 캔을 깐다.
어째 여행이 술로 시작하여 도시락만 주구장창 까다가 술로 마무리를 짓는 것만 같다.


출국 수속과 동시에 객실은 주점이 된다.
여행 내내 마냥 내달려 온 우리 주당 들에게는 멍 때림의 시간이 필요한데 여행코드를 술로 맞추고 있으니 염려 스럽지만 이 또한 오늘만큼은 받아 들이고 그냥 즐기자.
여행을 주관하는 노회장님까지 동참하여 자리는 더욱 흥겨워지고 있고 나는 단기 기억상실증에 자꾸만 오버함을 스스로가 느껴가고 있다.


후회는 말자 미련도 갖지 말자.

지금 중요한 것은 이 좋은 사람들과 이 순간을 즐기는 것이다.
사람을 만나는 목적은 갈등이 아니라 삶의 에너지를 얻기 위함이고 행복은 누가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단지 내 가슴속에서 누리는 것이라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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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 : 2023년 3월.24~25일

-.코스 : 아시지역-유자쿠공원-후코지 절-소가와 주장절리-오카성터-성하마을 다케타-분고다케타역

 

벚꽃들이 팝콘처럼 한꺼번에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고 이에 뒤질 새라 노란 개나리와 진달래가 마구 피어나고 있는 이 화려한 이 봄날에 일본 벚꽃 개화 시즌에 맞춘 트레킹을 나선다.
이 무순 부조화인지….
그 동안에 존심을 버린 굴욕의 외교가 계획되었던 여행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고 어제에 이어 구질구질 하게 내리고 있는 비로 인해 그냥 선술집에나 주저 앉아서 막걸리 잔을 기울이면서 시류에 편승해 버렸음 싶다. 
한 인간이 이토록 싫어질 수 있다는 게 놀랍다.
마음이 이러하니 억지 소 끌려가 듯한 지루한 이동 속에서 몸과 마음은 지쳐만 가고 겨우 미팅 시간을 맞춰 부산항에 도착을 한다. 


여행사와의 익숙한 절차에 이미 마음이 들뜬 친구들은 도시락을 챙겨 한 켠에서 소풍을 즐기고 있고 늘어진 승선 절차는 우리를 난민으로 전락시켜 놓고는 완전하게 순치를 시켜 놓고 서야 카멜리라호의 승선을 허락한다.


빗줄기가 선창을 무늬 유리로 만들어 놓고 행동반경을 선실 내로만 제한하여 우리들의 밀착도를 높여 준다.
여행 가방들은 24시 마트가 되어 주류 조달은 충분하고 선내의 자판기는 프랜차이 점으로 수시 이용이 가능하니 공인된 주당들의 천국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도 가족화가 되어 다인 룸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파도에 통통거리던 진동이 어머님이 들려 주는 자장가와 토닥거려 주는 약손이 되었던지 안내방송이 모닝벨이 된다.
불편한 다인 룸에서도 깊은 숙면을 했으니 어제의 흥겨웠던 자리는 그 시간과 공간의 가치를 충분히 해 낸 것 같고 모두들 숙취 없는 모습에서 안도감이 든다.
선내의 욕탕에서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도시락으로 조식을 먹는다.   
일정상 어쩔 수 없다 해도 너무 열악한 여행 스케줄에 나 자신 마저도 점점 초라해져 가고 있는 느낌만은 어쩔 수가 없다.


배는 일본의 하카타항에 접안을 했고 입국 수속 후 배정된 2호차에 올라 오쿠분고 올레트레킹 장소로 이동한다.

 


가이드는 부산에서부터 그대로 순간이동을 하여 친근감이 있고 차창으로 비친 후쿠오카공항과 일본 도시의 풍경은 옛 기억들을 되살려 놓기에 충분하다.
날씨마저 그대로 옮겨 온 듯 우중충한 날씨에 벚꽃 핀 풍경들이 활동사진인 것 마냥 몽환적으로 흘러 가고 있고 긴 이동거리는 거주지에서 부산항으로 이동했던 것만큼의 지루함을 동반하고 있다.


고속도를 빠져 나오고도 한참이나 국도변을 달려 12시를 넘기고서야 간이역인 JR 아사지역 앞에 정차를 한다.
어제 부산까지의 이동에서부터 지금 것의 여정들이 강제이주를 당한 듯한 이질감은 있지만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


다행히도 비는 그쳤고 시골의 상쾌한 공기는 차 안에서 구겨진 육신을 다리미질하여 트레킹에 최적화 상태로 만들어 놓아서 경주마처럼 질주 본능을 자극한다.
역시나 도시락 하나씩을  받아 들고 오늘의 할당량을 채우기 위한 노동자들처럼 올레길을 향해 길게 줄을 잇는다.


제주도의 올레길을 완주했고 대한민국 국토 종주를 어어 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런 길은 지도를 보지 않고서도 찾아 갈수 있을 만큼 매우 익숙하다.


허수아비와 같은 인형이 사람을 끌어 모을 뿐인 지극히 올레길 스럽다.

유자쿠공원에 들어 선다.
새싹이 돋아나는 생동감으로 들떠 있는 우리들을 잔잔한 호수가 어린양들을 지켜 보고 있는 듯 가만 가만히 보듬어 주고 있는 한적한 시골 공원이다.
이곳이 현지인들에게는 어떤 의미를 가진들 우리들은 소풍 나 온 도보꾼들이라서 삼삼오오 모여 여유로운 점심 자리가 된다.
빤한 도시락이니 나눠 먹을 음식이야 없고 한 순 배씩 돌아가는 술잔 속에다 새봄의 생동감을 희석시켜 들이키니 세상이 다 내 것이 되었다.
세상 뭐 별거 있겠는가?
춘삼월의 호시절과 마주 하면서 경치에 취하고 한잔 술에 취하고 사람에 취했으니 이 어찌 아니 즐겁겠는가?  


동백꽃 잎 떨어져 붉어진 길을 불과한 얼굴들이 걷고 있다.
이 좋은 날, 이 모든 순간 순간 들을 내 자신만의 행복으로 채워 가는 길이다.   
유채꽃도 덩달아 따라서 웃다가 황달이 걸려 버렸고 우린 눈물 찔끔 나게 웃다가 하늘이 노래 진다.

점점 트레킹에 익숙해지며 우리도 단순해져 간다.

 

화장실과 쉼터가 발길을 멈추게 하고 솜털처럼 하얀 벚꽃나무가 우리들을 모여 들게 만든다.
전망대라 하여 갔더니 주차장만 보여 되돌아 왔는데 다녀 왔던 사람들은 유명한 후코지 절을 지나쳐 왔다며 다시 다녀 오라 하지만 오직 걷고 즐기는게 목적인 우리에겐 해당 사항이 없다.

너울진 산하가 푸르다. 
새파란 새순이 돋고 야생화들이 마구 피어나는 화려한 봄날은 국경을 구분하지 않지만 이렇게 푸르디 푸른 산하가 심신을 참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길은 농로로 이어져 가면서 농산물 보호 철책이 우리를 격리 시키고 있다.


노란 닥나무 꽃들이 무리 지어 피어 났고 노란 유체와 하얀 벚꽃들로 산하는 총천연색으로 그려진 유채화다.


앗차, 뭔가가 칼날처럼 심장을 파고들며 경고음을 내고 있다.
이곳을 추진 할 때는 참수리 5형제 였는데 운봉님이 애사로 빠져서 완전체가 되지 못하다 보니 커다란 카메라로 자기 몸무게만큼을 감당해야 할 올챙이님을 방치하고 말았다. 
허니문여행 와서 이별여행이 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밀착도를 더 높여야겠지만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지니 자꾸만 엇박자를 내어 여의치가 않다.


바위를 휩쓸며 흘러 내리는 물줄기가 제법 거세다.
소가와 주상절리 라는데 개천만 같아서 천엽장소로 딱 이다.


오카 성터로 올라 가면서 하늘금은 눈높이와 같아지고 고산지대의 파노라마 같은 전경들이 펼쳐진다.


새 생명들로 제 각각의 색감을 달리하면서 파도처럼 출렁거리는 숲은 자연의 경이로움이다.


하얀 벚꽃길 아래에 걷고 있는 사람들이 신선이듯 하느작거리고 있고 각자의 성지를 찾아 흩어지니 나 또한 독립군이 되어 성터를 탐익한다.


완벽한 봄의 그림이다.
온갖 색감들이 현혹하여 저절로 빨려 든다.


다행스럽게도 앞선 일행과도 합류하여 성터를 내려 오는데 성터 지킴이가 입장료를 내라며 불러 들인다.
우리나라는 없는 후문입장료를 받고 있는 징수 시스템에 놀랍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입장료를 내지 않는 사람을 골라 내는 능력에서는 장인정신이 느껴진다.


2개의 터널을 지나 성하마을로 내려선다.
도로를 따라서 곧장 내려 가면 JR분고 분고다케다역에 도착을 할 것만 같은데도 올레는 마을 길로 안내를 하고 있다.


아하 이런 배려심이 있었구나.
마을의 구석구석을 휘어 돌면서 진정한 일본의 전통마을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참 아담하고 조용한 마을이라서 선술집에서 사케나 한잔 했으면 했던 마음이 어떻게 통했던지 주군이 댓병을 사 들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오늘 밤에는 저 술로 이국에서의 첫날 밤을 맞이할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참 좋아지는 마무리다.


분비지 않은 역은 간결함이 있고 우리는 산뜻하게 규슈올레를 마무리 짓고 또 얼마나 이동을 할지도 모를 버스에 오른다.

숙소에 일전에 묵었던 곳이지만 음식은 단짠으로 영 입맛이 아니고 샤케도 토가 나올 정도여서 차마 목 넘김을 하지 못한 채로 밖을 기웃거리다가는 엄 동생의 비좁은 룸을 대여하여 일본에서의 첫날밤을 지세 운다.
행복하게 사는 게 행복이다.
지금처럼 걸을 수 있을 때 열심히 다니고 즐길 수 있을 때 마음껏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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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영취산 진달래 마중 산행 **

-.일자 : 2023년 3월 20일

-.코스 : 돌고개-가마봉-진례산-가마봉-진달래군락지-돌고개(6km / 2시간 30분)

 

메말랐던 동토에 한꺼번에 무더기로 피어 난 매화와 노란 산수유가 이미 축제를 숙주로 삼고 사람들을 끌어 들이며 한눈을 못 팔게 만들고 있다.
수양버들 늘어진 가지에 푸르스레하게 물이 오르고 뒷산의 진달래는 하루가 다르게 꽃잎을 피워내면서 봄의 전령사를 자처 했지만 여리디 여린 저 몸짓이 그저 애처롭기만 하다.
아니 되겠다, 저러다 삐쳐서 지 풀에 꽃잎을 다 떨구어 버릴지 모르니 나 라도 살포시 다가 가 외롭지만은 않게 해 줘야겠다.
길가에 노란 개나리꽃이 눈길을 끄는 이 때쯤에 꼭 찾게 되는 게 여수 영취산 이다.
야근 후 선잠에서 깨어 이순신대교를 넘어 가는데 미세먼지가 세상을 뿌옇게 만들어 놓은 회색의 도시가 바다를 삼켰고 들어 선 여천공단은 그 원흉이 되어 버린 듯 한다.
뭐야 이거..
주차장을 꽉 메운 차들이 다 산객들은 아닐 테이고 아마도 공단 증설로 인한 것 같은데 주차 공간이 없다.


언제나 팍팍한 포장로다.
꽃잎과도 같은 새싹은 연약한 생명체의 부활이고 임도에서 올려 다 본 산비탈은 붉어져 있어 이미 화려한 봄날은 와 있었다.


부유한 미세먼지 속에서도 어슴새벽의 여명처럼 블그스럼하게 존재를 드러내고 있는 가마봉능선을 가만 가만 바라다 보며 봄맞이를 한다.
미세먼지의 부유로 화사함이 없어서 오래 눈길을 주지 못한 게 아쉽지만 건들면 톡 터지는 봉숭아씨 마냥 또 한꺼번에 피어 나는 게 봄꽃들이라서 조금만 더 따스한 햇살에 맡겨 두기로 한다


공기에 담긴 봄 기온이 땀을 나게 한다.

.
가마봉에서의 영취산으로 이어진 올망졸망한 능선이 제법 암릉미가 있다.


생명체가 없는 메마른 능선을 따라 정상에 올라 섰지만 거대한 공단과 굴뚝에서 뿜어져 나온 연기가 대기로 퍼져 나가면서 이 지경이 된듯한 느낌만 받는다.


가마봉으로 되돌아 나와 전망데크를 산상의 카페로 세팅하여 커피로 꽃 향기를 대신하여 엉켰던 잡다 헸던 생각들을 아지랑이처럼 날려 보내고 잠시의 멍 때림은 몸과 마음에 쉬는 시간이 되어 준다.


진달래 군락지로 내려 간다.


정체된 공기 속에서 향내가 진동을 한다.
천연의 향기가 기분을 참 좋게 만드는 마법을 부려 무더기로 피어 난 진달래꽃잎을 바라보며 그저 헤실거린다.


꽃 터널을 통과하자 비밀의 문을 통과 한 듯 꽃 잔치가 펼쳐지고 있고 꽃과 향에 취해 환각 상태로 임도에 내려선다.


진달래와 벚꽃 그리고 푸른 새싹들까지 합세한 오만가지 색체들이 뒤섞여서 비현실적인 세계로 인도 되어 가는 듯하다.


참 좋은 봄날이다. 아름다운 풍경이다.


비록 막 개화를 하기 시작했지만 새로운 계절이 시작되는 현장에 있다는 이 자체에 만족한다.
아마도 일정상으로 또 찾지는 못할 듯 하여 더 애착이 가는 짧은 산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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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양 매화마을 축제장 - 구례 산수유 축제장 **

-.일자 : 2023년 3월 16일

-.코스 : 매화마을 -쫓비산 -매화마을(7.4km / 2시간 23분)

 

 

== 광양 매화축제장 봄의 화려한 부활 ==

계절이 바뀌어 가듯 인생도 자연의 순환에는 순응할 수 밖에 없어 또 한번의 인연 단절에서 인생무상을 느끼지만 잡초 같은 질긴 생명력으로 이 세상을 살아 나가야만 한다.
언제나처럼 사는 사람은 살아 가게끔 되어 있다.
비바람 이야 피해 갈수 없다 쳐도 신나게 사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고 했으니 이왕이면 재미지게 살아가자.

 


계절은 한겨울을 지나 파릇한 새싹들이 돋아 나면서 생명력으로 충만하고 온갖 꽃들이 피어나 봄의 축제가 시작되었다.
지역에서는 매화축제와 산수유 축제가 시작되었고 매화꽃은 벌써 절정에 이르렀다는 전갈이니 마음은 짧은 봄꽃 만큼이나 조급해진다.
일찍 서둘었것만 일방통행의 운영은 잠깐의 결정 기회를 앗아 갔고 빙빙 돌다가 겨우 틈새에다 주차를 하고서야 몸은 자유로워 졌다.
이른 시간임에도 몰려 든 상춘객들이 4년만에 열린다는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 주고 있다. 


봄의 싱그러움, 봄의 화려한 색체가 참 어여쁘다.
거목은 함박지게 피워낸 꽃으로 인하여 화려하게 부활을 하였고 도화지 마냥 하얀 꽃밭에 홍매와 노란 희어리가 포인트를 넣어 완벽한 축제장을 만들어 놓았다.


보이는 모든 풍경들이 그림 이라서 여기 저기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정체가 되고 길이 휘어져도 나 또한 이와 다름이 없으니 짜증 낼 것도 없다. 
모든 게 화보로 갈무리 되어 간다.


쫓비산에는 올라 가야 되는데 발걸음이 떼어 지지가 않는다.
천둥소리만 요란했던 봄비가 발걸음 마다에 피워 올렸던 먼지를 촉촉하게 적셔 놓아서 등로는 푹신해 졌고 상큼한 숲의 기운과 아침의 서늘한 공기가 쫓비산 산행의 질을 높여 준다.
희어리가 청사초롱마냥 매달려 등로를 화사하게 했고 연분홍의 진달래가 햇살에 투영되어 농염 해져 있어 앙다물고 있는 꽃 몽우리 조차도 봄의 소품이 되었다.


이맘때만 찾는 변방의 쫓비산은 듬직한 정상석으로 이름값 하고 있고 섬진강줄기와 지리산 그리고 형제봉과 구제봉을 조망하는 조망권의 확보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전망대에서 섬진강을 내려 다 본다.
전국이 가뭄으로 목말라 하고 있어도 태곳적부터 유유히 흐르고 있는 우리고장의 젖줄이다.


올랐던 길을 거슬러 내려와 산등성이에서 매화마을을 내려다 본다.
매화꽃이 더 흐드러지게 피어났고 기화요초의 무릉도원 같은 비현실적인 풍경에 탄성이 절로 나오는 축제의 현장이다.


대나무 숲의 푸르름도 좋고 초가집이며 장독대도 정겹지만 어지간히도 사진을 찍어 대고 있으면서도 정작 가슴에는 담아 놓은 게 없으니 휴대폰을 호주머니에 넣고 눈으로 보고 가슴속 에다 기록을 해 간다.


눈처럼 소복하게 덮인 백 매화 사이에서 물감처럼 번진 홍 매화의 색체가 더욱 매혹적이다.
매화꽃 아래 펼쳐진 탁자에서 탁배기 한잔하는 신선 놀음은 운전 때문에 포기하고 온갖 먹거리의 유혹들을 떨쳐내면서 매화마을의 축제장을 빠져 나온다.

 

== 노랗꽃 잔치 구례 산수유 축제장 ==

 
지독한 차량 정체다.
전국의 산악회들이 모두 매화마을을 향해 모여 든 듯 연신 밀려 들고 있어 차량들의 정체가 나의 일인 냥 걱정이 앞서지만 역방향인 만큼 막힘 없이 섬진강을 거슬러 오르며 산수유마을로 향한다.
광양은 꼭 매화마을이 아니더라도 섬진강가와 산자락에는 피어난 꽃들로 울긋불긋 꽃대궐 차린 동네다.
곧 매화꽃의 뒤를 이어 받아 벚꽃과 배꽃으로 하얗게 다시금 뒤덮이면서 도로가 또 한번의 몸살을 앓을 터이지만 이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강줄기다.
오늘도 구례의 맛집을 찾아 헤매지만 언제나 처럼 실패다.
차라리 노란 산수유꽃의 사열을 받고 들어간 산동의 산수유축제장이 나을 뻔했다.


도로가 넓어 우려했었던 차 막힘이 없이 축제장에 주차를 하고 살랑거리는 봄바람을 맞으며 산수유축제장 누빈다.
아무것도 없을 것만 같은 무 생명체에서 이렇게나 한 순간에 세상을 노랗게 물들여 놓았는지 자연의 경이로움이다.
우리나라 축제장에 먹거리와 노래가 빠질 수는 없지만 여긴 전국의 품바 경연장 마냥 품바공연장이 많기도 한데 아무래도 유튜브가 한몫 한 것 같다.


여기저기 온통 노란 산수유가 산동마을을 흥청거리게 만든다.
어딜 보아도 그림이다.
사방팔방 둘러 봐도 온통 노란색뿐이다.

아직 바람은 차지만 기어코 봄은 왔고 나는 또 가슴 떨린 이 설렘에 잠시 방황의 시간을 가져 가면서 계절에 적응을 해 나갈 것이다.
오늘만은 자중을 하고 귀가를 서두른다.

**쫓비산 봄맞이 산행**

-.일자 : 2023년 03월 8일

-.코스 : 매화마을-섬진강변-관동마을-갈미봉-쫓비산-매화마을(12km / 3시간 20분)

 

꽃샘추위에 꽃잎까지 희생을 시켜 가면서 피워 낸 매화꽃이 겨울을 밀어 내더니 산비탈에 연분홍의 진달래가 봄기운을 지펴 그 온기로 생강꽃과 희어리를 데리고 왔고 가만 지켜 보던 바람이 봄의 향기를 퍼뜨린다.
느슨해진 세포 사이에 설렘이 스며 드면서 몸은 발정 난 소처럼 들썩거린다.
봄의 축제에 초청장을 받지는 못했지만 SNS에 올라 오고 있는 매화마을 축제장의 리허설에는 참관쯤은 해줘야 될 듯 하다.
더구나 매화마을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는 쫓비산 과는 인연을 잇대어 놓았기에 그냥 있을 수 만은 없다.
축제기간도 아니고 이른 아침 임에도 성급하게 피어난 꽃들처럼 상춘객들이 많기도 하다.
홍매화가 물감이 번지듯이 울긋불긋한 매화꽃들을 피워 내고는 있지만 아직 산골짜기를 눈처럼 새하얗게 덮여 버리기에는 미미한 상태라서 쫓비산을 먼저 다녀 오기로 한다.

 


포근한 봄 날씨와 사방 쥐 죽은 듯 한 고요함이 주는 비현실성이 거울처럼 잔잔한 섬진강 물에 반영된 산하를 풍경화로 갈무리 시킨다.
밀몰이 거품을 데리고 강을 거슬러 가며 긴 꼬리를 만들고 있는 성진강변은 코리아둘레길을 걷고 있는 나 로선 매우 익숙한 풍경이다.


관동마을 길을 벗어나 과수원을 따라 오른다.
매화가 양지바른 곳에는 함박지게 꽃을 피워 냈어도 푸르스름하게 물이 오른 나뭇가지들 에는 꽃 눈만이 탱글탱글하여 아직은 때가 아님을 알고 있는 듯하다.
세상풍파를 겪어 보지 않고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새싹들도 이렇게나 세상의 이치를 아는데 빨리 산정에 오르려는 성급한 나만이 세월을 버텨 내지 못하고 있는 몸을 한탄 한다.
몸은 이젠 조그마한 변화에도 민감해져 있어 조금만 다른 행동을 하게 되면 거부 반응부터 보이고 있다.
지 살려는 자구책이라서 잘 달래서 사용해야 될 일이 아니다.


그 동안에 산을 너무 등한시 했다.
오름길은 벅차다.
트레킹의 편안함에 익숙해져 있는 발은 신발 과의 결탁으로 발가락 볼모로 잡았고 조금만 참으면 자유를 주겠다는 협상도 먹혀 들지 않는다.
이 대단한 저항력에 나의 육신은 무너져 간다. 

상춘객처럼 즐기자고 와서는 고통 속에서 산길을 걷는다.
정맥 산행이 한창일 때는 이 곳이 꽂길 이였는데 지금은 도전이 되어 가고 있다.


쫓비산의 정상석이 의연하다.
널따란 전망대를 뒷 마당으로 두고 있어 허허벌판에 신도시가 생겨 버린 것처럼 생소해 졌지만 당당함이 좋다.
참 잘생겼다.
평일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 줘서 보람이 있다.


사람들은 매화꽃들 사이를 수정을 하는 벌처럼 연신 오가고 있지만 완전 개화 때까지는 일주일을 더 있어야 될 듯싶다.
그래도 이미 이곳은 봄날이다.
모래부터 매화축제가 열린다고 하는데 한적한 날 다시금 찾아 와야겠다.
그 땐 해도 조금은 더 길어 질 것이고 꽃들도 더 피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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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해랑길 2차(서해랑길 역코스 85코스) **

-.일자 : 2023년 2월 24일

-.서해랑길 85코스 : 평택항 - 신영2리마을회관-평택호예술공원- 평택국제대교-노양마을회관(22.3km)

5박 6일의 마지막 날이 열렸다.
시내권이라 모처럼만에 숙소 옆의 식당에서 조식을 챙겨 먹는데 역시나 주군은 깨작거리고만 있어 먹어야만 하는 나로써는 도무지 이해 할수가 없다.


택시를 호출하여 평택항 마린센터에서 신영리까지 순간이동을 하여 필수코스 하나를 찍는다.


이동 중 차창으로 보아 온 개발현장들과 마을을 밀어내고 들녘을 메우고 있는 현장들은 한북정맥시 뭉개어져 버린 마루금을 연상하게 만든다.
더구나 나의 두루누비앱은 태업 중이라서 진행 방향도 모른 채 일행들을 따라 가며 시린 손을 부지런히 움직여 살살 달래어 인공호흡을 시켜 봐도 회생의 기미가 없다.


덩그런 버스정류장에는 버스는 운행하고 있는지 왜 공사현장과 논 뿐인 이런 곳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지 조차 의문시 되어 서해랑길의 의미는 점점 축소되고 있고 이젠 거리 좁히기에만 급급하다.


주군의 친구가 위문 차 찾아 온다고 하여 장수마을로 접선 장소를 잡는데 이러한 논길을 더듬고 오니 한참이 지나서야 만남이 이루어 지고 정보원의 접속 마냥 순간적 만남이다.


여기서 해안가로 붙는 평택호관광단지를 잘라 먹기로 하고 논길을 질러 간다.
빈 논에는 뒤늦은 볏짚 수확을 하고 있고 낱알을 주워 먹고 있는 기러기들은 살이 통통하게 올라 쫓아봐도 뒤뚱거릴 뿐이다.
여기도 저기도 온통 공사현장들이다.
갓길이 없는 비좁은 도로에 연신 오고 가는 트럭들은 위협적이지 못해 무섭다.


서해랑길인 가신리에서야 트럭 들에서 벗어나 몸의 자유로움을 얻었다.
앞에 길게 뻗은 다릿발이 KTX 철로인 것 같은데 열차는 하나도 다니지 않고 있고 우리들도 인적 하나 없는 일직선의 농로를 따라 간다.


바람을 피해 농기계 진입로에 앉아 쉰다.
들녘에서는 풍겨오는 고향의 내음이고 모처럼 몰빵 총무님이 준비한 영양갱도 오물거리면서 편안함을 만끽한다.
그러고 보면 해파랑길때는 편의점이 간이주점이 되고 앉은 자리가 술자리가 되었었는데 우리들도 참 많이 변해 있다.


대안리 마을에서 산길을 올라 간다.
야산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정자를 보이면서 공원화가 되어 무척이나 편안한 산길이 이어진다.


사람들의 통행도 잦고 운동시설들과 함께 마안산에는 정상석도 있다.


맨발로도 등산이 가능한 소나무 울창한 숲길이 평지처럼 이어 진다.


대안 3리로 내려서자 체험마을 같은 시설들과 화장실까지 갖춰져 있어 이곳의 정체를 모르겠다.


아지랑이 피어 오를 것만 같은 진입로와 논길을 지나 아산호를 마주한다.


푸른 호수에 오리 두둥실 떠있는 그림 같은 풍경 속에서 우리들도 마지막이 주는 안도감으로 소풍 나온 것처럼 기분이 업 된다.
자전거길과 데크가 이어지고 평택국제대교가 조망된다.


건너다 본 마지막 구간의 노양리에는 식당이 없을 것 같은 불안감은 있으나 호반을 따라 평택국제대교에 올라서고 1.35km의 다리는 화성방조제를 떠 울릴 만큼의 체감이다.


역시나 길가에는 폐선들과 폐 상가만이 있어 예상은 빗나가질 않았고 빈 낚시터를 지나 정자에서 최종 마무리를 짓는다.
모두들 참 잘들 해냈고 멋찌다.
그런데 선전을 했으면서도 긴장이 풀려버려 햇살을 찾아 패잔병처럼 축 늘어지고들 있어 복귀의 최종 임무수행에 오점이 될까 우려 된다.
무엇 보다도 이곳에서 김하사님과 접속하기로 했기에 주변 정보가 완전 부재인 생태에서는 말 한마디가 서로를 자극을 할 수가 있기에 관망을 하다가 택시를 호출 하지만 외지 라서 배차가 되지 않고 있고 J의 버스 조회로 팽성읍으로 이동하여 늦은 점심을 먹으며 김하사님을 기다린다.


우리만을 위해 달려 와 준 참 고마운 인연이다.
꽤재재한 우리와는 달리 반짝반짝 빛이 나는 구세주다.

 

중마동으로 모두가 이동하여 모임에 합류하여 흥겨운 자리가 이어지지만 우리들만의 마무리가 좀 아쉽다.  

개인택시 12700
조식 부폐 J 찬조 
충남식당 65000
여산휴게소 24000
비앤나 27500
김하사(지원) 100000

-.일자 : 2023년 2월 23일

-.서해랑길 87코스 : 궁평항정류장 - 화성방조제 - 매향리평화생태공원-기아자동차-이화리버스정류장 (18.1km)
-.서해랑길 86 코스 : 이화리버스정류장 - 남양방조제 - 수도사-신당근린공원-평택항(14.1km)

 

===서해랑길 87코스 : 궁평항정류장 - 화성방조제 - 매향리평화생태공원-기아자동차-이화리버스정류장 (18.1km)===

알람이 없어도 잠에서 깨어나 레온 빛이 반짝이는 숙소를 나선다.

 

궁평항낙조길의 테크에 눈처럼 하얗게 서리가 끼어 미끄럽고 우리들의 발 도장을 남기며 서해랑길안내판에 이른다.
이미 어젯밤에 조식을 할 곳이 없음은 확인을 하였지만 붉을 밝히고 있는 편의점 마저도 그냥 지나쳐 가버린 친구들을 바라도 보면서 9.8km의 기나긴 화성방조제를 어이 거닐지 걱정이 앞선다.
괜히 먹거리를 샀다가는 조식을 안 먹는다는 주군과의 심적 갈등만을 남길 것 같아 주변만 서성이다가 뒤를 따른다.



우정교에서부터 배수관문이 이어진다.
방조제는 직선화 되었고 화성방조제준공기념탑을 지나고 태양열발전소를 비켜나면서 일출이 시작된다.
지평선에서 한번 또 구름 층을 뚫고 다시 한번 해가 뜨더니 선홍 빛의 둥그런 해가 떠올라 화성호에 길게 꼬리를 드리우며 세상을 밝힌다.
서해랑길을 걸으면서 시화방조제에서의 일몰과 함께 지금의 일출로 서해안의 하루를 완벽하게 그려 냈고 우리는 오늘도 변함없이 걷는다.


다들 참 자~알도 걷는다.
그래 걷고 걷다 보면 끝이 나오겠지.


이른 아침의 방조제는 안개 속에 끝을 감추어 아득하기만 하고 푸르른 소나무 가로수가 삭막함을 덜어 줄뿐이다.
서해 바다에 어슴푸레 보이는 배는 곧 뻘에 갇혀 버릴 듯 위태롭고 화성호에 두둥실 떠 있는 새떼들 만이 자유로워 보이는 직선의 길이다. 

 
오토캠핑장과 함께 호수는 습지로 변하고 우측 바다에는 매화 2리 어촌계 방파제가 나온다.
무언가 편의시설이 있을 거란 희망을 걸었었는데 화장실만은 있다.


아직 중간지점 밖에 안 온 것 같다.
이 간척지만 완공되면 대한민국 국민의 식량을 다 해결할 수도 있을 만큼의 자연에 대한 위대한 도전만 같다.


도롯가에 표시된 숫자로 거리를 가늠해 가는 것도 무의미하고 앞에 보이는 야구장의 조명탑이 우리의 목표가 된다.
이 길이 서해랑길 87코스와 경기둘레길화성 47코스다. 여름이면 다들 죽었다.


방조제의 끝자락인 매향리에 한식뷔페집이 있어 우리들이 독차지를 하고 조식을 하는데 아침운동을 빡세게 해서 부족한 반찬이지만 모든 것들이 맛나다.
역시 먹으니 힘이 나고 반주는 흥을 돋구어 놓아서 스트레칭을 하듯 방파제를 걸으면서 경직되었던 근육들을 풀어준다.


좌측으로는 막타호 같이 우뚝한 매향리평화역사관의 건물이 조망 되고 우측으로는 썰물이 빠져 나간 광활한 갯벌이 펼쳐지고 있다.
간간히 군 초소가 나오지만 감시카메라가 대신하고 있는 듯 하고 매향리 갯벌 습지보호지역 때문인지 갯뻘에는 사람은 고사하고 짱뚱어 하나가 보이지 않고 있다.


미세먼지가 형체를 삼켜 버린 당진공업단지를 저 멀리에 두고서 매향리생태공원으로 들어간다.
미공군포격장을 상징하듯 전투기들이 전시되어 있고 평화공원을 거닐고 있는 사람들은 한없이 평화로워 보인다.


김하사님에게 내일의 픽업을 재확인하고 야구장을 지나 기아자동차진입로로 들어간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방조제가 있다면 우리는 육지를 잘라먹는 신공이 있어 농로로 휘어진 서해랑길을 직선화시켜 매향4리에서 띨부리길 도로와 접속하는데 어째 별다른 성과는 없는듯하다.


이제는 이 도로 만을 쭉 따라 가야만 한다.
봄볕 같은 햇살을 받으며 지루하게 이어진 도로는 양지바른 곳에서 조는 병아리 마냥 우리들은 노근하게 만들고 있고 5일차에 걸친 서행길에서 모두가 지쳐간다.
물집 때문에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 몰빵은 건들면 터질 수가 있으니 접근 금지이고 말수가 줄어 들어 표정을 알 수 없는 J도 자기만의 극복을 하고 있으니 새처럼 날렵한 주군과 함께 앞서 나간다.


볼 것도 없는 단순한 길인지라 모로 가도 되기에 기아자동차의 건물을 지나 남항만로에 접한다. 비좁은 인도를 세월을 담고 있는 가로수가 차지했고 수많은 탁송 차들로 자동차의 도시가 시각화 된다.


통행자가 적어서 그런지 보행자신호임에도 주변을 살펴 도로를 건너 해파랑길을 종료시킨다.


걸은 자 즐겨라.
마침 점심때도 되었고 기력 보충에 적합한 낚지탕으로 넉셔리한 점심을 먹는다.
아무런 걱정 없이 이렇게 걷고 먹고 즐기는 게 뚜벅이의 행복이지만 자꾸만 누추해져 가고 있는 몰골만은 어찌할 수가 없다.

 

 

 

 

 


===서해랑길 86 코스 : 이화리버스정류장 - 남양방조제 - 수도사-신당근린공원-평택항(14.1km)===

이화리 로터리에서 86코스를 이어간다.
아산만의 뻘밭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이제부터는 화성시를 넘어 평택시 구역이 된다.
남항방조제의 뚝방이 거칠어서 내려선 방조제가 바람막이가 되어 차가운 해풍과 한잔 술에 출렁거리던 기분도 가라앉혀 주는데 갑작스런 온도변화는 서해랑길회로에 오류를 발생시킨다.
지도를 뒤집 놓아 왔던 길도 되돌아 갔다가 공장을 앞에 두고 도로의 위험구간을 따른다.

 


우측에 남양호가 있고 가스와 석유 등의 저장시설울타리를 따라 간다.
남양호를 가르는 남양대교에는 차량들이 개미떼처럼 줄을 이어가고 있어 산업의 역동성이 엿보이고 국가시설인지 붙어 있는 경고성문구가 좀 거시기 하지만 조용한 호반 길이다.


좀 쉬었다가 가자.
날이 좀 따스해 졌으니 우리의 주특기였던 눕기 신공을 J에게 펼쳐 시범을 보여 준다.


원정삼거리에서 남양대교를 넘어 온 포승항남로와 만나서 도로를 따라 간다.


필수 코스를 찍기 위해서는 도로에서 수도사로 방향을 틀어야만 하는데 거리 단축이 세 사람을 낚아챘고 모두의 수락 하에 나 홀로 원정리 마을을 통해 수도사로 향한다.
그러치,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는 돌려 놓지 않았다.
원효대사가 해골 물의 깨달음을 얻었다는 원효사에는 원효대사깨달음체험관 등이 있지만 난 걸으면서 세상의 이치를 다 터득했기에 수도사를 뒤로하고 군 울타리를 따라 마을로 내려가면서 감시카메라에서부터 벗어 난다.


나 홀로 산행이다.
뒤를 따라 잡기 위해서 서해랑의 표지기를 놓치지 않게 신경 쓰면서 속보로 거리를 좁혀 간다.


지구촌교회를 지나고 저 치킨집쯤에서는 기다리고 있으려나? 이 사람들이 그럴 리가 없다.


원정초등하교를 찍고 포승읍내를 직통으로 통과한다.


평택항을 좌표로 찍어 포승국가산업지는 사다리 타기를 하듯 블럭들을 꺾고 꺾어서 따라 간다.


혹시나 하여 스치는 호텔들의 위치를 저장하고 스산 해져가는 바람 속에서 신당근린공원에 들어서니 일행이 기다리고 있다.
오래 기다렸을 미안함과 이들의 틈바구니에서 발걸음을 늦춰 주었던 J의 고마움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자그마한 언덕빼기를 올라 평택항홍보관앞을 지난다.


서해안고속도로가 조망 되면서 평택항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음을 시각화 시켰고 도로에 내려 와 공단지대를 따라 평택항동부두 5정문과 마주한다.
나 포스코평택철강유통기지 이거 아직은 반가워 해도 되지......


평택항마린센터을 앞에 두고서 스탬프를 찍고 주변을 살펴 보는데 숙소는 고사하고 택시조차 호출하기가 어려운 조건이다.
해거름의 차가운 날씨는 우리의 행동과 사고를 제한시켜 놓았고 결국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주군이 장소를 제시하고 J가 택시를 호출하여 포승읍에 아지트를 잡는다.


서해랑길 5박 6일의 마지막 밤이다.
시내권이라 룸은 한층 업그레이드 되었고 먹거리는 많아 졌지만 체력은 바닥이다.
석식을 겸해 술잔을 부딪히며 여지 것 잘해 왔다는 자축을 하고 룸으로 옮겨 우리들의 사설이 반복되고 있는 밤의 연속이다. 

점심(부성뷔폐) J 찬조 36000
이화회집 99000
택시 9000
호텔나폴리 140000
한뚝수육국밥포승점 88000
코리아세븐평택 21300
노랑통닭 21500


** 서해랑길 2차(서해랑길 역코스 89코스, 88코스) **

-.일자 : 2023년 2월 22일

-.서해랑 89 코스 : 남동보건진료소 - 동주염전-상상전망대-탄도항-전곡항18.6km)
-.서해랑 88 코스 : 전곡항 - 제부교차로-공생염전-백미항-궁평항정류장(17.6 km)

 

===서해랑 89 코스 : 남동보건진료소 - 동주염전-상상전망대-탄도항-전곡항18.6km)===

새벽잠이 없는 나잇대가 되었다.
하릴없이 룸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약속시간에 맞춰 숙소를 나서는데 이곳에는 차량통행은 많으나 택시가 없어 어제 타고 온 개인택시를 호출하여 놓고는 재 입실을 하여 몸을 녹인다.


몰빵의 잘라먹기 신공으로 대부황금로를 따라서 농로로 갈아타고 월정암 직전에서 택시에서 내리니 필수코스 하나가 빨갛게 찍혔다.
서해랑길을 잘라 먹기는 했어도 참 기분 좋은 출발이다.


앞에 거대한 낚시터의 반짝이는 전광판에 홀려 무심코 진행하다가 핀잔만 듣고 되돌아 나와 동주염전안내판을 보고 길을 바로 잡아간다.
나에 대한 J의 신뢰도는 급 바닥을 찍어 두 사람만을 바짝 따르고 있다.


포도밭들이 이어지고 있고 서해랑길은 마을로 휘어 돌겠금 안내되어 있으니 직선을 선호하는 우리는 대부황금로로 나와 식당을 찾아 든다.
지도를 보면 이 도로가 방아머리해변에서부터 쭉 이어져 오고 있었는데 우리만 모르쇠이다.


김치찌개는 의외로 맛깔 나고 선선한 주인장부부가 기분을 참 좋게 한다.


도로의 차들을 조심하란 당부까지 했는데 갓길이 없는 도로는 길에 뛰쳐 나온 강아지마냥 우리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대선방조제에서 서해랑길과 합쳐지고 비로서 차 들의 위협에서 벗어난다.


서해의 갯벌은 모텔과 펜션 단지들을 만들어 놓아 화려해졌지만 이른 시간의 고느적함이 마을을 차분하게 맞이하게 하였고 낙엽 깔린 임도가 재빨리 이끈다.


서해랑길이 도로와 나란히 하니 당연스레 이중화가 되었고 J는 아주 당연스럽다는 듯 두 사람에게 붙어 버리고 나 홀로 산길을 향해 올라 간다.


거칠 긴 해도 아늑함이 있는 산길을 걸으며 숲의 싱그러움과 상쾌함으로 샤워를 하여 상상전망돼로 이어진 도로에 내려서는데 이처럼 단독 된 화장실은 처음이지 싶다.


샹들리에를 메달아 놓은 듯 화려한 전망돼다.
뭘 산속에 다 이렇게나 정성을 들여 놓았는지 내 라도 찾아 줘서 다행스럽다.


이 길은 서해랑길 89코스와 경기둘레길 49코스가 함께하고 있고 경기도청소년수련원 때문인지 등로가 아주 좋다.


팔효정에 올라 바다와 간척지 방향의 도로를 살펴봐도 일행은 잡히질 않는다.


불도방조제삼거리에서 전화를 해 일행의 위치를 파악한 뒤 거리를 좁히기 위한 발걸음을 뚝방에 팔랑개비 날개 회전하듯이 속도를 높인다.


갓길이 없는 도로가 위험해 편안함에 타협하지 않고 작은 산을 올라 횟집 상가 단지에 내려서고 펜션에서 도로를 벗어나 억새가 무성한 간척지로 들어간다.


옆으로 카라반 등이 같이 하더니 거대한 탠트촌과 마주한다.
어쨌든 가 이것들은 도시의 답답증이 만들어 낸 자연스런 현상들이지 싶다.


대부광산퇴적암층의 안내판이 길을 안내하고 있다.
암석 채취 도중 공룡발자국과 식물화석 등이 발견되어 문화재로 지정한 것 같은데 절개지 안의 깊은 호수가 오금을 절이게 만든다.


건너편의 전망대에 일행이 보이고 계단을 올라 비로서 일체화가 된다.
조망이 좋아 갈 길이 쫙 그려 진다.
탄도항과 함께 제부도가 조망 되며 풍력발전기와 운행을 하지 않는 해상케이블카가 바다에 걸려 있고 제부도유원지의 바닷길로 이동하는 차량들이 햇살에 반짝거린다.
서해랑길의 완벽한 그림이다.
J는 나와의 합류를 위해서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억지 걸음을 했다며 두 사람이 성토하는데 난 이뻐 죽겠다.
나를 믿어준 사람이 있어 어떤 시련들도 견뎌 낼 수가 있을 것만 같다.


전곡항에 접안 된 요트를 바라다 보면서 쭉 뻗은 탄조방조제를 따라 간다.


안산시 대부도에서 이제부터는 화성시 구간이 되고 전곡항입구인 전곡항교차로에서 지난했던 89코스를 종료시킨다.

 

 

 

 



===서해랑 88 코스 : 전곡항 - 제부교차로-공생염전-백미항-궁평항정류장(17.6 km)===

 


전곡항으로 이어진 데크가 사람 홀리기에 딱 인데 몰빵이 둘러 세워 왕복 2km의 알바를 면했어도 케이블카정류장만은 여전히 눈에 밟힌다.


요트가 육지에 올라 와 있고 스스럼 없이 산업단지의 도로를 따르고 있고 두루누비는 해안가를 가리키며 연신 경고음을 내고 있어도 건물에 막혀서 이 도로를 한참을 따른 후에야 울타리가 쳐진 해안가와 접한다.


해풍이 우리를 생선 말리듯 말리고 있다.
햇살을 수건으로 가려 봐도 넥워머를 뒤집어써도 피부를 사정없이 파고들고 차가운 바람은 여전하다.


수문에서 흘러 나온 물이 서해의 너른 갯벌을 뱀처럼 기어 가고 있다.
축구장이 있는 공원이 쉼터가 되어 생리현상을 해결하고 몰빵의 발 상태를 점검하여 필수 경유지 하나를 찍는다.


도로가 해안을 가르면서 전곡해양일반산업단지가 나란히 하여 마냥 걷기만 하는 단순한 길이다.
공단의 끝자락에 음식점이 있어 우럭매운탕으로 아점을 하여 전력을 보강시키고 상가가 밀집한 제부도유원지 입구로 들어 간다.
상가를 가로 질러 해안가로 붙어버려서 제부도 신비의길 진입로를 확인 하지 못한 게 아쉽다.


철이 비수기여서 그런지 규모가 제법 큰 가계들 마저 문을 닫고 있어 쉼을 할 곳이 없기에 급한 주군이 나무를 엄폐물 삼아 찔끔거리다 주인장의 호된 질책에 옷에다 오줌 저리지 않을까 싶다.


뚝방이 지루하게 이어진다.
갯벌에 길이 열러 사람들이 생명체가 되었다.
갯벌이 자연 그대로의 식량자원의 보고라고 하는데 자연보호 때문인지 여지 것 새떼 말고는 사람을 본적이 없었다.


해변은 둑방이 일렬로 줄을 세워 대화조차도 단절시켜 놓아 마냥 걸으면서 오늘에 할당된 거리만을 단축시켜 가고 있다.
바다를 바라다 보고 걷고는 있지만 모든 것들을 단색으로 바꾸어 놓은 생경하고 반복된 풍경의 연속성에 감성도 감흥도 사라져가고 얼른 끝내고 술이나 한잔 할 생각만이 간절하다.
새우양식장을 정리하는 손길이 있을 뿐 폐 건물들은 삭막함을 더한다.


길은 염전과 뚝방으로 2중화 되어 한결 여유가 생겼고 염전의 끝자락에 낚시터가 걸린다.
잠시 농로로 이끌어 눈의 피로감을 덜어 주고는 초소를 지나 신작로와 같은 방파제를 따라간다.


서해의 석양은 갯벌을 번들거리게 만들어 더욱 더 막막함을 안긴다.  


우리나라 갯벌이 캐나다 동부 연안과 미국 동부해안 그리고 북해 연안, 아마존강유역과 더불어서 세계 5대 갯벌 이란다.


한맥중공업공장 옆의 갯벌에 배가 푹 박혀 있고 배달의 민족처럼 오토바이들이 즐비하게 주차되어 있다.


공장의 끝자락에서 백미리어촌체험마을로 휘돌아 가는 길을 물을 막은 간척지의 뚝방처럼 직선화 시켜서 농로를 따른다.
어차피 연이어서 서해랑길을 이어오고 있는 우리로선 특별한 의미도 없고 무엇보다도 이곳에는 필수코스가 없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농로다.
꿩처럼 숲으로 숨어들어 가고 새떼처럼 농로를 가로질러 궁평유원지로 들어간다.


햇살은 힘을 잃었고 밀물을 친구 삼아 따라 온 해풍이 몸을 움츠려 들게 만든다.
궁평해수욕장의 모래사장이 물결에 출렁이고 궁평해송길에 체험 형 예술품이 바람에 흔들린다.


일단을 모텔 하나는 찾았는데 길은 궁평항으로 이어져 궁평항 낙조테크를 건넌다.
길게 뻗은 궁평항방파제로 해가 기울고 있지만 형체를 잃어 해넘이는 볼품이 없고 궁평항어촌체험마을앞에서 88코스를 종결 짓는다.


주변에 숙소가 없다.
별수 없이 궁평유원지로 발길을 되돌려서 숙소를 잡고 먹거리를 찾아 주변을 어슬렁거리지만 다시금 다리를 넘어야만 하여 순발력을 발휘하여 배달 음식과 슈퍼에서 주류를 조달 한다.
주인장이 석양이 아름답다고 자랑하는 숙소는 안식처가 되어 줄 뿐이고 우리는 어제도 오늘도 걸었던 것처럼 또 지난날들을 어제의 일처럼 주억 거리며 하루를 마감하고 있다.
몰빵이 물집이 번져 피로 얼룩졌지만 우리들은 꺾이지 않는 정신력이 있으니 어떡하든 길은 쭉 이어 갈 것이다.

조식(김치찜) 깜상찬조 64000
점심(우럭매운탕) 주군찬조 76000
비치파크 80000
대성슈퍼 39500
백년족발 78000



** 서해랑길 2차(서해랑길 역코스 91코스, 90코스) **

-.일자 : 2023년 2월 21일

-.서해랑 91 코스 : 대부도관광안내소-북망산-구봉도낙조전망대-해솔길캠핑장-바다낚시터입구(15 km)
-.서해랑 90 코스 : 바다낚서터입구-홍성리선착장-홍성리마을회관-홀곶갯벌체험장-남동진료보건소(16 km)

 


===서해랑 91 코스 : 대부도관광안내소-북망산-구봉도낙조전망대-해솔길캠핑장-바다낚시터입구(15 km)===
어제 방아머리에서 92코스를 찍고 숙소를 찾느라 이탈했었던 동춘서커스성설공연장까지의 경로를 잇지를 않고 숙소에서 곧바로 서해랑길에 접속하기로 하여 자그마한 산정인 북망산에 올라 선다.


구봉도가 방파제처럼 바다로 길게 이어져 있고 어제 지나왔던 시화방조재가 선을 쭉 그어 오이도를 이으며 인천의 연수구가 조망되는 전망대다.

펜션이 있는 해안가는 눈이 내렸던 것처럼 하얗게 덮여 있어 어제의 추위 강도를 보여주고 있고 허공에 휘날리는 입김이 현재의 온도를 짐작하게 한다.
펜션들과 소나무 숲길을 지난다. 

일몰이 예쁘다는 구봉도는 휘돌아서 다시금 되돌아 와야만 하기에 필수코스 중 하나를 희생시켜서 구봉도를 싹뚝 짤라 먹기로 한다.
노을이아름다운펜션이 그 기준점이 되었고 도로를 따라 올라 해송길로 접어 든다.

 

숲길은 편안하고 정상부에 송전탑과 함께 건립기념비와 정자가 있는데 아직 우리에겐 쉼이 필요치가 않다.  

더 이상의 헤맴을 방지하고자 바짝 긴장하고 있음에도 이곳의 이정표와 표지기들은 경기둘레길과 대부해솔길등 등으로 헷갈림이 많다.


과수원이 있는 임도를 따라 캠핑장을 지난다.
주변을 살펴봐도 쌩뚱 맞은 개발현장뿐이고 요즘 금리도 오르고 집값도 폭락을 하여 노숙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생긴 현상이지 싶다.


도로를 나와 1차선 만큼이나 넓은 인도를 따라 간다.
간간히 바다가 보일 뿐인 지루한 도로지만 어제의 칼바람이 잠잠하니 우리들의 밀착도는 좋아졌다.
참 잘들 걷는다.
튼실해 보이는 몰빵은 발에 물집이 잡혀 따끔거린다고 하면서도 잘 리딩을 하고 있고 끝까지 완주해 보겠다는 J의 해맑은 모습과 새 다리 주군의 날렵함 까지 최상의 도도꾼들 모습이다.
이를 지켜 보는 나 만이 내면의 고통을 겪고 있으면서도 안 그런 척 묵묵히 따르고 있다.


썰물이 빠져 나간 바다는 해안에 하얀 얼음을 남겨 놓았고 이 위협적인 풍경에 우리들은 감히 겉옷을 벗지 못한 채로 속보를 하고 있으니 몸 속에서는 땀이 흐른다.


잠깐 해변으로 휘어 도는 서해랑길은 직선화 시켜 그냥 도로만을 따른다.
두루누비 앱이 주는 순기능과 함께 역기능의 효과다.


앞에 아일랜드 CC의 리조트건물이 좌표가 되었고 독도바다낚시터 앞에 안내판이 있다.
눈을 뜨자 말자 조식도 먹지 않고 출발을 하였고 쉼 한번을 하지 않은 채로 순식간에 한 코스를 끝내 버렸으니 이젠 좀 쉬었다 가자.
몰빵의 물집 점검과 더불어 쉼을 하면서 90코스를 자연스레 그려 본다.

 



===서해랑 90 코스 : 바다낚서터입구-홍성리선착장-홍성리마을회관-홀곶갯벌체험장-남동진료보건소(16 km)===
설마 했었는데 직진의 도로를 벗어 난 서해랑길은 착실하게 본분을 지켜 나겠다는 듯이 골프장으로 방향을 틀어 갯골을 끌어 들이고 어심낚시터를 지난다.
간만의 차이로 지평선처럼 펼쳐진 갯벌로 인하여 푸른 바다에서 대어를 꿈 꾸는 낚시꾼들을 낚아채고 있는 낚시터가 별나게도 많다.

 

 

 


아니 왜 산으로 올라가?


양지바른 쉼터에서 사탕으로 당분을 보충하면서 골프장을 내려다 본다.
그린에서 노니는 사람들이 부럽기는 하지만 몸으로 체험하며 함께 추억을 만들어가는 뚜벅이의 가치만 한 것은 없을 것 같다.


철탑이 있는105.9m의 태산 같은 큰산에 올랐다.
양탄자처럼 푹신한 등로는 산에 오른 댓가로 상큼함을 선사하여 도로를 따르면서 경직되었던 근육을 풀어 준다.


앞에 선제대교를 두고 개의 경계를 받으면서 홍성리선착장의 도로에 내려선다. 
장사를 할까 싶었던 매점의 특전사출신 주인장은 의뢰로 의외로 순수하고 이곳에서 여러 촬영들을 했었고 현재 방영중인 빨간풍선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했다고 전한다.
라면과 총각김치의 조합에 특별 주문 해왔다는 막걸리까지 더해져 의외의 특별식 인데 면류를 극도로 혐오하는 주군만은 햇반을 깰짝거리고 있다.
술이 술술 넘어간다.
왜 그랬을까? 주인장의 특별 써비스인 막걸리 잔을 받기 위해 컵에 따라 놓았던 소주를 병에 다시금 부었다가 십자포화를 받아 회생이 불가하다.


기분도 좋아졌겠다 해안으로 휘어 도는 서해랑길을 직선화 시켜서 그냥 도로를 따라 홍성리마을회관까지 간다.


해안을 끼고 이쁜 마을들이 형성되어 있고 카페가 공사중인 곳에서 서해랑길이 막히고 해변을 걸어 다시금 마을로 붙는다.
우리와 같은 사람들을 이해 못하겠다는 마을사람들의 대화 속에서는 서해랑과 경기둘레길에 제법 많은 도보꾼들이 도전하고 있음이 증명된다.


수시로 나타나는 포도밭이 포도의 고장 대부도를 말해주고 있다.


해안가로 접하면서 열린 가계는 영업 전이고 많은 가계들이 폐업을 하고 있어 우리의 생리 욕구를 해소할 데가 없다.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은 듯도 하여 안타까움이 들지만 폐업된 건물은 차가운 해풍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 준다.
바닷바람이 엄청 차갑다. 강남 간 제비가 봄을 데리고 오려면 장장 멀었다.


해안가를 마냥 걷는다.
거대한 캠팡장은 썰렁하고 갯벌은 무한정으로 펼쳐져 있다.


모래가 하얀 굴 껍데기로 대체되어 끝없이 이어진다.
뭐든 입에 먼저 넣고 감별을 해보는 몰빵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고 더불어 굴을 까 먹었는데 이게 잘못되었는지 배가 꼬인다.
비브리오 패혈증이면 큰일 나는데 배출을 할 곳이 없다.
비치캠핑장의 화장실은 울타리가 쳐진 채 외부인출입을 금지하고 있고 고래숲체험장에서 생리현상을 해결을 하고 나니 오름 길이 가뿐하다.


농로가 서해랑길의 완충지대가 되었고 포도밭을 지나고 대남초등학교 2.2km의 이정표를 따라서 다시금 해변에 닿는다.


서해안의 갯벌을 따라서 대부도고랫부리습지구역이 이어지고 있다.
갓길도 없는데 도로가 공사 중이라 덤프가 연신 통행하고 있어 엄청스레 위험하다. 
도로 경계 블록에 올라 껑충껑충 뛰어서 습지보호구역전망대 올라 팔딱거리고 있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대남초등하교를 지나 대부남동보건진료소에서 90구간을 종결한다.

 


마을은 형성되어 있는데도 숙소가 없어 난감함에 정자의 쉼터가 쉼을 허락하지 않는다.
참으로 난감하다.
우리에겐 최악이다.
마을 주민에게 물어 봐도 신통한 답은 없고 면에 나가면 있을 거란 애매한 말에다가 희망을 걸고 어차피 걸어 가야 할 89구간을 좁혀 간다.
몰빵의 물집이 점점 심해져 걸음걸이에 엇박자를 내고 있어 지켜보고 있는 우리가 더 안쓰럽고 무엇보다도 불확실성이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그나마 내일의 서해랑길을 조금이나마 좁혀 가고 있는 게 다행스럽긴 한데 전원주택단지를 지나면서 펼쳐진 대부동과 대부도펜션시티의 건물은 우리의 희망을 꺾어 놓는다.


더 이상 진행했다 가는 우리의 단합과 전력에도 무진장 손실이 생길 것임을 직감하고 서해랑길 경로를 이탈하여 브라보야구장을 가로 지른다.
역시나 대부동에는 숙소가 없다.
날씨는 더 추워지고 있고 택시를 타고 순간이동을 한다.
다시금 정리를 하면서 지도를 보니 어젯밤에 방아머리해변을 지나면서 앞에 보였던 모텔들이고 이 도로를 휘어 도느라 하루 종일 걸었던 셈이다.


숙소는 안식처가 되어 안정감을 되찾았고 겸하고 있는 식당에서 화합주로 재 결집을 다져 숙소로 자릴 옮긴다.
숙취가 더해갈수록 우리의 영웅담들이 재방 되고 있는 대부도에서의 밤이다.
몰빵이 우리들의 양말까지 모조리 빨아 히터에 말려 놓고는 또 다른 내일을 꿈꾼다.

택시 7300
선재대교 매점 (라면) 50000
엠모텔 100000
황태구이 제육쌈밥 92000

** 서해랑길 2차(서해랑길 역코스 93코스, 92코스) **

-.일자 : 2023년 2월 20일

-.서해랑 93 코스 : 남동체육공원 -소래포구- 월곶포구-배곧생명공운- 해수체험장(14.5 km)
-.서해랑 92 코스 : 해수체험장 - 오이도빨간등대-시화호 - 대부도관광안내소(15.8 km)

 

===서해랑 93 코스 : 남동체육공원 -소래포구- 월곶포구-배곧생명공운- 해수체험장(14.5 km) ===
걷고 먹고 자는 일개미와 같은 단순한 일상이 모처럼만에 긴 숙면을 가져다 주었고 또 오늘도 마냥 걸어야만 하니 먹어 줘야 하여 모텔 주변을 탐색한다.
국밥을 시켜 놓고 두 사람을 호출했지만 어째 뒷통수가 쌩 한 느낌에 혼술로 마음을 다스리는데 소래포구여서 인지 쉰 새벽녘 임에도 손님들 탁자에는 술병들이 즐비하여 동질화가 되어 간다.


택시에 올라 어제 종결 지점이었던 남동체육관을 패스하고 필수경유지인 누리공원을 선택했지만 역시나 작전은 실패이고 오늘도 요령을 피운 결과만 체감한다.
어제 못지 않게 쌀쌀한 날씨가 대뇌에 혈류의 흐름마저 방해를 하여 상황판단이 원활하지 못했던 듯도 하다.

낯선 거리와 생경스런 풍경 속에서 두루누비가 현 위치를 잡아 주어 서해랑길을 이어 간다.
어찌 되었든 간 필수 경유지는 모조리 찍고 있어 미션은 잘 완료하고 있으니 이건 요령보다는 국토 종주의 경험 속에서 나 온 순발력이라고 하고 싶다. 
뭐든 한번 하기가 어려운 법이니 습관으로나 이어지지나 않길 바래본다. 

폐 염전이 공원으로 변신을 한 소래습지생태공원내를 휘어 도는 트랙을 가로 질러서 다시금 필수경유지를 하나를 통과하고 소금 밭과 소래습지생태공원전시관을 지난다.
이곳은 하루쯤 머물면서 즐겨도 좋을 공원이다.

 

외계로 빨려 들어 갈듯한 시커먼 갯골이 바다를 연결 짓고 습지공원주차장을 지나 영동고속도로 지하터널이 소래포구를 잇는다.

 


굶은 고양이 마냥 비릿한 냄새에 바로 달려 들어 난전과 마찬가지인 포장마차에서 새콤달콤한 회에 짜릿한 소주를 희석 시켜 흡입한다.
고속도로를 내달리는 차량의 쿵쾅거리는 소음이 점차로 음악이 되고 알코올의 주입에 추위에도 익숙해 졌지만 혼미한 정신에 또다시 먹거리를 사 들고 소래포구를 빠져 나온다.
그나마 이 소래포구가 화재 이후에 새 단장을 하여 예전만한 인간미가 넘치는 정감이 없어서 다행스럽다.

 


해오름광장에 꽂개와 새우가 대표격으로 당당하게 나섰는데 시커멓게 펼쳐진 갯골에는 생명체 하나가 감지되지 않아서 늪에 빨려 들어 갈듯한 공포감이 몰려 든다.

여긴 어디?
우린 지금 이렇게 서해랑 93코스의 해오름길을 걷고 있다.

여지 것 산과 도심지를 헤쳐 나오면서 이런 서해바다와 갯벌을 그리며 진행을 해 왔는데 막상 마주한 해변은 이벤트 없이 조용히 다가와 속삭일 뿐이고 바람 만이 객들을 시기하여 밀쳐 내고 있다.

해넘이 다리를 건너면서 행정구역은 인천에서 시흥으로 바뀌었고 배곧이한울공원길로 갈아 탄다.


배곧의 갯벌을 곧게 가로 지르고 있는 군자대교가 성장한 우리의 경제규모를 대변한 듯 하고 드넓은 배곧한울공원은 방목을 하듯 우리들을 자유 분망하게 만들어 놓아서 제 각각의 방법과 생각대로 길을 이어가고 있다.

배가 드나드는 곳이란 이 배곧에 시커멓게 펼쳐진 단순한 뻘밭이 햇살에 번들거리고만 있어도 자연은 거대한 아파트군락지와의 삭막함을 완충시켜 주고 있다.

예전에 군 초소도 예쁜 쉼터로 꾸며 놓았고 베토벤분수 등의 조형물 들은 나에겐 다음 여행지로 낙점을 찍게 만든다.
요즘은 아파트들이 쑥쑥 자라고 있다고 하는데 주군은 고리형태인 아파트를 보며 이식 하듯이 옮겨 놓을 수 있는 신 공법이라 헛소리를 하고 있다.

배곧한울공원에 카페가 있지만 더 중한 서해랑길 스탬프안내판이 우릴 이끈다.
공원지역만을 따라 왔음에도 바람의 시기에 서로간 변변한 대화 조차도 없이 걸어서 93코스 한 구간을 크리어 하고 동물들이 본능적으로 은폐물을 찾듯 바람을 피해 공원의 숲 속으로 스며든다.

 

 

 

 

===서해랑 92 코스 : 해수체험장 - 오이도빨간등대-시화호 - 대부도관광안내소(15.8 km)===


곧바로 92코스의 시작이다.


가녀린 억새는 흔들림 마 저도 없이 의연하지만 우리들은 옷깃을 사정없이 파고 드는 바람에 내몰려 양지바른 곳을 찾아 들어서 둥지를 튼 새처럼 옹기종기 웅크리고 앉아 소래포구에서 사온 튀김으로 간식을 한다.
마냥 걷기만 하는 단순한 테마 길에서 이런 분위기도 썩 괜찮다.


공원이 끝나고 공단 지대로 바뀌면서 도로와 차량들로 산만하게 만들어 안전 확보 차 한 사람씩 뚝방으로 올라 갔으나 모두다 강풍에 저격 되고 큼직한 몰빵만이 꿋꿋하게 버텨 내고 있다.

안되겠다 밥 묵고 가자.
추위로 경직되었던 몸에 따스한 칼국수 국물과 서해 뻘낙지의 조합은 절로 술잔을 부딪히게 만든다.
이렇게 지돈 주고 하는 경험들은 다 추억이 될 것이니 다들 잘들 먹고 잘 걸어보자.

평소 하지 않는 넥워머까지 뒤집어쓰고 오이도를 곁눈질하면서 진행한다.
칼바람은 이미 우리들의 대오를 흩트려 놓고 대화를 단절시켜 놓았기에 오롯이 나 홀로 걷는 서해랑길이 된다.
즐비한 음식점들의 호객행위는 춤추는 풍선 마냥 쉴 틈이 없이 움직이면서 사람들을 낚아채고 있고 모처럼 출렁이고 있는 서해바다의 항구에 묶여 있는 배들은 팔랑개비처럼 마구 흔들거려서 위태롭다.
흙탕물이 하얀 파도를 뱉어내는 수평선 같은 바다의 끝에는 흐릿한 영종도가 그려 지고 있다.

아! 저 빨간 등대가 이 오이도의 명물이구나.
셀카 하나 찍는데도 바람에 밀려 몸이 휘청거린다.

이런 유명 관광지를 스쳐 지나가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가 없고 함상전망대의 화장실이 우리들을 재집결 시켜서 서로의 상태를 점검 한다.

우리는 이 무한한 자연의 에너지 앞에서는 미미한 존재뿐임을 확인하며 서해랑길을 가고 있고 오이도기념공원의 오이도 박물관을 지나 쭉 뻗은 도로와 마주한다.

시화방조제가 아득하다. 길다.
이런걸 매울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실천한 인간은 위대하다. 조금 전 미약한 인간임을 자인한 걸 취소한다.


순풍 이길 원했는데 우리들 중 누가 하나의 간절함이 덜했던지 몰아치는 맞바람을 뚫고 나가는 에너지의 비효율성에 몸은 지쳐 간다.

시화방조제중간휴게소라고는 하지만 편의시설 없이 낚싯배의 선착장 역할이고 파도처럼 밀려 드는 하얀 너울은 배들을 모조리 침몰 시킬 것만 같다.


뛴다.
소통의 부재로 앞에서는 더 뛴다.
꼭 마라톤전쟁에서 그리스의 승리를 전하는 군인처럼 쉬지도 않고 달리고 또 달리고들 있다.

넌저리가 나는 시화호 방조제는 조력발전소를 지나 시화나래전망대가 완충지대가 되어 주었고 지나 온 길을 되돌리며 저 긴 곳을 걸어서 지나 왔다는 자찬의 기회도 부여한다.
이것이 진짜 제대로 된 커피 한잔의 여유다.


시래나래휴게소를 지나자 서해의 일몰이 시작된다.

홍시처럼 둥근 해가 수면으로 잠겨 들자마자 사위는 어둠에 묻혀 버리고 활주로의 유도등처럼 쭉 이어진 가로등 불빛이 기나긴 도로를 대신한다.



푸르스름이 남아 있는 하늘에 영종도의 어느 메쯤에서 피어 오른 하얀 연기가 붓질을 하며 등대처럼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차라리 지쳐 가고 있는 우리에겐 지금처럼 보이지 않는 막연함이 다행이다.
종점을 향해서 마냥 걸어야 하는 침묵의 움직임 속에서도 오늘 하루를 마감한 뒤 두 다리 쭉 펼 수 있는 숙소를 염려한다.
대부도공원의 대부도안내소에서 스탬프를 찍는다.
이젠 화성시로 넘어 왔고 대부도 방아머리먹거리타운이 있어 불을 밝힌 음식점들도 많다.
몰빵이 대부도호텔마리나를 아지트로 낙점했는데 다른 곳도 알아 보잔 의견에 우리들의 암담한 행보가 시작 된다.
아마도 주변 환경이 숙소쯤은 쉽게 잡을 수 있는 분위기였겠지만 나오지 않은 숙소를 찾아 도로를 헤매고 있는 그 심리적인 압박감 속에서 숙소의 어풀마저도 지우고야 말았다는 J의 말에 격하게 동감한다.
이런 미지에서 검증 되지 않은 정보로 섣부른 판단은 묵시적인 집단 린치에는 밀려 오는 자책과 외로움뿐이니 자중하고 또 명심에 명심을 할지어다.


결국 경로를 이탈하였고 더 이상을 진행한다는 건 무모 하여 되돌아서 산기슭에다 숙소를 잡았지만 주변의 식당들은 폐점 시간이 너무 일러서 겨우 석식을 해결하고 2차를 숙소로 옮긴다.

병천토속순대 44000
택시비 4500
택시비 11900
소래포구 회 J찬조
안주,튀김,풀빵 25000
오이도손칼국수 53000
시화호 커피 20100
모텔(꿈의궁정) 90000
바르미백합칼국수 150000
세븐일레븐대부도점 9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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