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자 : 2023년 10월 21일
-. 이동 : 중마동-여수공항-제주공항-성산포
-. 코스 : 오백장군과까마귀휴게소-윗세오름-어리목
야근 후 곧바로 여수공항으로 내달린다.
와우
여수 공항이 언제부터 이렇게 분비고 있었는지 주차장이 꽉 차 있어 주차공간이 없다.
모바일티켓으로 간단한 검색을 걸친 후 탑승한 비행기는 울 동네의 광양항과 우주항공의 메카인 나라도 그리고 거문도 등의 섬들을 지나면서 지리 공부를
하고는 금새 제주공항에 착륙을 한다.
이렇게 술기운 없이도 간편하게 제주도 땅을 밟을 수도 있다.
▲ 광양컨테이너부두
▲ 나로도
▲ 거문도
▲ 이건 훗날 물가 비교로 남겨 놓는다.
렌터카의 출고도 키오스크로 간단하게 렌트 하여 모든 게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데 한라산 영실을 찾아 가는 길목에서 발목이 잡혀 다시금 시내로 내려가고 있어 시간을 잡아 먹어 버렸다.
우리에겐 절대적으로 시간이 필요한데 영실입구에서 부터는 차량이 정체다.
산행하기에 최적인 지금의 단풍철에 교대근무자까지 주말을 택했으니 정체의 주범으로써 감내해야만 한다.
영실휴게소에서 차가 빠져 나와야만 그 댓수만큼 출입을 시켜 줘 근 30여분을 허비하고서야 들머리인 오백장군휴게소에 도착한다.
그나마 2.5km의 거리를 차로 올라 왔고 영실 통제 시간이 14시라 다행이다.
뭣들 해....
빨랑 빨랑 가야만 오늘 할당량을 소화시키고 저녁에 만찬을 여유롭게 즐길 수가 있다.
제주도의 푸른숲이 아니더라도 어찌 되었건 올해의 단풍은 기대치를 낮춰야만 될 것 같다.
조용한 숲 속에서 노루가 먹이활동을 하고 있고 우린 각자의 페이스대로 워밍업을 해 간다.
제주도답게 몹시도 바람이 불고 있어도 햇살만은 따갑다.
낭만은 바닷가에 통창이 있는 따뜻한 곳에서 차를 마실 때나 생기는 것이지 이렇게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는 난장 속에서는 내 몸 건사하기 바쁘다.
우리들은 공수부대가 투입돼 듯 한라산에 급파가 되었지만 처음부터의 전력 손실로 각개전투로 올라 간다.
점차로 몰입도가 높아져 가면서 팝콘처럼 요동치던 격한 감정이 사라지고 풍경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펼쳐진 평원을 따라서 서귀포시가 아지트를 틀고 있고 끝자락에 해안선이 바다를 경계 짓는다.
오색의 단풍을 기대했는데 색이 바랜 자주색이 한라산을 채색하여 흑백 화면만 같지만 원근감이 시선을 붙잡는다.
그래도 이렇게 영실기암과 병풍바위의 완벽한 모습을 보는 것은 차가운 기운이 안개와 구름을 밀어 내 준 덕이다.
고사목지대를 지나고 오름길의 기세가 꺾이는 숲 속을 빠져 나오자 한라산이 수평선에서 떠오른 해님처럼 백록담이 쑥 나타 나는데 장관이다.
한라산에 흰사슴이 노니는 것 마냥 하얀 상고대까지 듬성듬성 뒤집어 쓰고 있어 신비롭기까지 하다.
이 모습을 보려고 물 건너 온 것이나 다름이 없다.
아무것도 마음에 꺼리낌 없이 마주 하는 이순간이 행복감이다.
흩어져 있었던 회원들도 모여 원팀이 되었고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공감대를 형성해 간다.
고원지대의 평원에 하얀 눈이 덧씌워진 장관은 아니더라도 파란하늘 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평지에 카펫처럼 깔려 있는 테크를 따라 간다.
윗세족은오름이 노루샘을 젖줄을 만들어 놓아 사슴처럼 목 축임을 하고 윗세오름으로 들어간다.
야외는 춥기도 하지만 대피소가 잘 되어 있어 따스한 온기 속에서 김밥과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는다.
아주 오래 전에는 이 대피소에서도 컵라면을 팔았지만 지금은 이곳에서 컵라면을 먹는 것은 한라산 산행에서의 미션 수행과 다름없다.
산장에서는 고기와 라면은 신의 한 수라 챙겨 오지 않으면 죽지 않을 만큼의 고문에 시달려야만 한다.
여기서 차량 회수를 위한 선택을 하여야 한다.
어제 야근을 했음에도 운전을 하고 있는 종인씨에게 독박을 씌운다는 건 너무 가혹하고 우리에겐 아직 미 답지인 어리목이 남아 있다.
우린 매 순간 선택을 해야만 하고 이 선택이 잘 헸는지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가 없겠지만 지금은 공동운명체로 결론 짓는다.
산상고원이 눈 아래 펼쳐져 있고 파란 하늘 위에 윗세족오름은 한없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라산만이 보여 주는 풍광은 우리를 들뜨게 하고 평지 와도 같은 등로상에서 소풍 나온 듯 여유롭기만 하다.
구름이 단풍을 지워가지만 가을의 싱숭생숭 함을 탓하고 있는 듯 하얀 억새의 깃털이 하늘거린다.
범죄현장의 증거를 수집하 듯 철저하게 산죽을 제거 하고 있는 인부들의 손길에서 철쭉나무가 존재를 들어 내고 있다.
조릿대가 한라산을 뒤덮으면서 토종 식물과 희귀식물이 멸종위기에 처하고 있어 문제란 소리는 들었지만 등로를 따라 벌초를 하듯 베어내고 있어 그 효과가 의문시 된다.
어차피 이 산죽이 말의 방목 금지로 퍼진 것이라면 이 또한 침식과 홍수 등을 막아주는 순기능도 있는 자연의 생태계에 간섭한다는 생각도 든다.
청명하던 날씨가 구름에 뒤덮여 가면서 제주 시내를 가렸고 숲으로 들어 간다.
어설픈 단풍은 햇살의 조력이 없어 더 색감이 초라하다.
숲 속이라 조망도 없어 오직 내리막만 걷는 단순성에서 회원들은 지쳐가고 무릎의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듯 말수가 줄어 들었고 대열도 길게 늘어 진다.
그래도 벵기 타고 왔는데 이렇게 완전한 윗세오름 코스는 경험해 봐야만이 후에 할말도 있다.
한라산의 화강암은 좀처럼 사정을 봐 주질 않고 무릎을 공략하고 있으니 이를 경험했던 대부분은 설경과 함께 푹신한 겨울에 찾게 된다.
알았죠 회원님들.....
단풍이 눈에 들어 올리 없지만 추억들은 남을 것이니 잘 견디어들 내시요.
더디어 어리목주차장에 도착을 했다.
예상시간 보다는 늦었지만 차량 회수를 하는 데는 문제가 없어 선발대를 선발하는데 역시나 만년 총무인 김하사가 자원한다.
도로를 따라 버스정류장까지 내려가다 시간상 차를 히치하이킹하여 겨우 시내버스에 올라 영실입구에 내린다.
뭐야 이거...
택시는 있을 거라 확신을 했는데 4시부터 차량 출입을 통제 시키고 있어 2.5km을 걸어서 올라 가야만 한다.
북풍한설처럼 몰아치고 있는 을씨년스런 도로를 뛰다 시피 올라가고 있자니 김하사의 눈치를 슬슬 살피게 된다.
결국 배낭을 배수로에 처박아 놓고 차량을 회수하니 하루가 붉게 물든 석양 속을 녹아 들어가고 있다.
어리목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회수 팀인 우리도 서로간 힘든 시간이었지만 모두가 함께 견디고 이겨낸 한라산 산행이 이렇게 마무리 된다.
숙소를 낼 일정을 위해서 저 멀리 성산에다가 잡아 놓았기에 짙은 어둠속을 뚫고 가는 길이 참 지루하다.
입실과 동시에 제주도 입도를 자축하기 위한 화합의 시간을 가진다.
난 제주도를 한 바퀴 돌면서 축사다운 축사를 본 적이 없는데 제주 돼지는 다 제주 흑돼지 알까?
간판은 사람들을 현혹하고 SNS는 정보를 독점하여 웬만한 곳은 웨이팅이 필수인데 이게 또 사람들을 끌어 들이고 있다.
우리도 별수 있나?
함께 즐기고 함께 먹고 한 숙소에 자면서 식구화가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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