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자 : 2023년 10월 21일
-. 이동 : 중마동-여수공항-제주공항-성산포
-. 코스 : 오백장군과까마귀휴게소-윗세오름-어리목

야근 후 곧바로 여수공항으로 내달린다.
와우
여수 공항이 언제부터 이렇게 분비고 있었는지 주차장이 꽉 차 있어 주차공간이 없다.

 

모바일티켓으로 간단한 검색을 걸친 후 탑승한 비행기는 울 동네의 광양항과 우주항공의 메카인 나라도 그리고 거문도 등의 섬들을 지나면서 지리 공부를
하고는 금새 제주공항에 착륙을 한다.
이렇게 술기운 없이도 간편하게 제주도 땅을 밟을 수도 있다.

▲ 광양컨테이너부두

▲ 나로도

▲ 거문도

▲ 이건 훗날 물가 비교로 남겨 놓는다.

렌터카의 출고도 키오스크로 간단하게 렌트 하여 모든 게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데 한라산 영실을 찾아 가는 길목에서 발목이 잡혀 다시금 시내로 내려가고 있어 시간을 잡아 먹어 버렸다.
우리에겐 절대적으로 시간이 필요한데 영실입구에서 부터는 차량이 정체다.
산행하기에 최적인 지금의 단풍철에 교대근무자까지 주말을 택했으니 정체의 주범으로써 감내해야만 한다.
영실휴게소에서 차가 빠져 나와야만 그 댓수만큼 출입을 시켜 줘 근 30여분을 허비하고서야 들머리인 오백장군휴게소에 도착한다.
그나마 2.5km의 거리를 차로 올라 왔고 영실 통제 시간이 14시라 다행이다.

 

뭣들 해....
빨랑 빨랑 가야만 오늘 할당량을 소화시키고 저녁에 만찬을 여유롭게 즐길 수가 있다.

 

제주도의 푸른숲이 아니더라도 어찌 되었건 올해의 단풍은 기대치를 낮춰야만 될 것 같다.
조용한 숲 속에서 노루가 먹이활동을 하고 있고 우린 각자의 페이스대로 워밍업을 해 간다.

 

제주도답게 몹시도 바람이 불고 있어도 햇살만은 따갑다.
낭만은 바닷가에 통창이 있는 따뜻한 곳에서 차를 마실 때나 생기는 것이지 이렇게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는 난장 속에서는 내 몸 건사하기 바쁘다.

우리들은 공수부대가 투입돼 듯 한라산에 급파가 되었지만 처음부터의 전력 손실로 각개전투로 올라 간다.
점차로 몰입도가 높아져 가면서 팝콘처럼 요동치던 격한 감정이 사라지고 풍경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펼쳐진 평원을 따라서 서귀포시가 아지트를 틀고 있고 끝자락에 해안선이 바다를 경계 짓는다.

 

오색의 단풍을 기대했는데 색이 바랜 자주색이 한라산을 채색하여 흑백 화면만 같지만 원근감이 시선을 붙잡는다.
그래도 이렇게 영실기암과 병풍바위의 완벽한 모습을 보는 것은 차가운 기운이 안개와 구름을 밀어 내 준 덕이다.

 

고사목지대를 지나고 오름길의 기세가 꺾이는 숲 속을 빠져 나오자 한라산이 수평선에서 떠오른 해님처럼 백록담이 쑥 나타 나는데 장관이다.
한라산에 흰사슴이 노니는 것 마냥 하얀 상고대까지 듬성듬성 뒤집어 쓰고 있어 신비롭기까지 하다.
이 모습을 보려고 물 건너 온 것이나 다름이 없다.
아무것도 마음에 꺼리낌 없이 마주 하는 이순간이 행복감이다.
흩어져 있었던 회원들도 모여 원팀이 되었고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공감대를 형성해 간다.

 

 

고원지대의 평원에 하얀 눈이 덧씌워진 장관은 아니더라도 파란하늘 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평지에 카펫처럼 깔려 있는 테크를 따라 간다. 

 

윗세족은오름이 노루샘을 젖줄을 만들어 놓아 사슴처럼 목 축임을 하고 윗세오름으로 들어간다.
야외는 춥기도 하지만 대피소가 잘 되어 있어 따스한 온기 속에서 김밥과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는다.
아주 오래 전에는 이 대피소에서도 컵라면을 팔았지만 지금은 이곳에서 컵라면을 먹는 것은 한라산 산행에서의 미션 수행과 다름없다.
산장에서는 고기와 라면은 신의 한 수라 챙겨 오지 않으면 죽지 않을 만큼의 고문에 시달려야만 한다.

 

여기서 차량 회수를 위한 선택을 하여야 한다.
어제 야근을 했음에도 운전을 하고 있는 종인씨에게 독박을 씌운다는 건 너무 가혹하고 우리에겐 아직 미 답지인 어리목이 남아 있다.
우린 매 순간 선택을 해야만 하고 이 선택이 잘 헸는지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가 없겠지만 지금은 공동운명체로 결론 짓는다.

 

산상고원이 눈 아래 펼쳐져 있고 파란 하늘 위에 윗세족오름은 한없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라산만이 보여 주는 풍광은 우리를 들뜨게 하고 평지 와도 같은 등로상에서 소풍 나온 듯 여유롭기만 하다.

 

구름이 단풍을 지워가지만 가을의 싱숭생숭 함을 탓하고 있는 듯 하얀 억새의 깃털이 하늘거린다.
범죄현장의 증거를 수집하 듯 철저하게 산죽을 제거 하고 있는 인부들의 손길에서 철쭉나무가 존재를 들어 내고 있다.
조릿대가 한라산을 뒤덮으면서 토종 식물과 희귀식물이 멸종위기에 처하고 있어 문제란 소리는 들었지만 등로를 따라 벌초를 하듯 베어내고 있어 그 효과가 의문시 된다.
어차피 이 산죽이 말의 방목 금지로 퍼진 것이라면 이 또한 침식과 홍수 등을 막아주는 순기능도 있는 자연의 생태계에 간섭한다는 생각도 든다.

 

청명하던 날씨가 구름에 뒤덮여 가면서 제주 시내를 가렸고 숲으로 들어 간다.
어설픈 단풍은 햇살의 조력이 없어 더 색감이 초라하다.
숲 속이라 조망도 없어 오직 내리막만 걷는 단순성에서 회원들은 지쳐가고 무릎의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듯 말수가 줄어 들었고 대열도 길게 늘어 진다.
그래도 벵기 타고 왔는데 이렇게 완전한 윗세오름 코스는 경험해 봐야만이 후에 할말도 있다.

 

한라산의 화강암은 좀처럼 사정을 봐 주질 않고 무릎을 공략하고 있으니 이를 경험했던 대부분은 설경과 함께 푹신한 겨울에 찾게 된다.
알았죠 회원님들.....
단풍이 눈에 들어 올리 없지만 추억들은 남을 것이니 잘 견디어들 내시요.

 

더디어 어리목주차장에 도착을 했다.
예상시간 보다는 늦었지만 차량 회수를 하는 데는 문제가 없어 선발대를 선발하는데 역시나 만년 총무인 김하사가 자원한다.

 

도로를 따라 버스정류장까지 내려가다 시간상 차를 히치하이킹하여 겨우 시내버스에 올라 영실입구에 내린다.
뭐야 이거...
택시는 있을 거라 확신을 했는데 4시부터 차량 출입을 통제 시키고 있어 2.5km을 걸어서 올라 가야만 한다.

 

북풍한설처럼 몰아치고 있는 을씨년스런 도로를 뛰다 시피 올라가고 있자니 김하사의 눈치를 슬슬 살피게 된다.

 

결국 배낭을 배수로에 처박아 놓고 차량을 회수하니 하루가 붉게 물든 석양 속을 녹아 들어가고 있다.
어리목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회수 팀인 우리도 서로간 힘든 시간이었지만 모두가 함께 견디고 이겨낸 한라산 산행이 이렇게 마무리 된다.

 

 
숙소를 낼 일정을 위해서 저 멀리 성산에다가 잡아 놓았기에 짙은 어둠속을 뚫고 가는 길이 참 지루하다.
입실과 동시에 제주도 입도를 자축하기 위한 화합의 시간을 가진다.
난 제주도를 한 바퀴 돌면서 축사다운 축사를 본 적이 없는데 제주 돼지는 다 제주 흑돼지 알까?
간판은 사람들을 현혹하고 SNS는 정보를 독점하여 웬만한 곳은 웨이팅이 필수인데 이게 또 사람들을 끌어 들이고 있다.
우리도 별수 있나?
함께 즐기고 함께 먹고 한 숙소에 자면서 식구화가 되어 간다.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송 주왕산  (0) 2023.11.05
광양 백운산의 가을  (0) 2023.11.03
화왕산 억새 산행  (0) 2023.10.15
무등산 가을의 향연 속으로..  (1) 2023.10.11
백운산 가을의 길목  (0) 2023.10.07

**화왕산 억새산행**

-.일자 : 2023년 10월 07일

-.코스 : 지하곡주차장-1코스-배바위-화왕산-허준세트장-관룡산-구룡산-관룡사-용선대-옥천주차장(13.4km / 6시간 13분)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고 있어 너무나 상쾌한 나날들이다.
도로에는 바람에 떨어진 낙엽이 휩쓸리고 들녘은 풍요로운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면서 가을이 무르 익어 가고 있다.
오색의 단풍에 앞서 화왕산성 대평원의 은빛 억새 물결이 아른거려서 마중을 나간다.
이 때쯤의 창녕 화왕산은 찾아 든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룰 것인데도 운영측 에서는 1코스로 안내를 하고 있어 그 고단함이 그대로 그려 지고 있다.
초입부터 사람들이 도로를 꽉 채웠다.
정체가 필연적이라 이를 회피하기로 다짐을 했는데 지인이 처음이라니 할 수 없이 따라 가고는 있지만 역시나 명절날에 도로가 정체되듯이 좀처럼 움직임이 없어 주말에 산행을 자체 해 왔었던 나를 자책하게 한다.


추월의 무의미 함에 앞사람만을 따라 능선에 올라서니 마라톤풀코스를 뛴 것 마냥 기운이 풀리지만 솔솔 불어 오는 바람이 재충전을 시켜 준다.
구름이 햇살을 감추어 놓아서 억새가 갈색으로 우중충하다.
배바위에 올라 가을바람을 가슴속에 가득 넣어 잠입을 하듯 억새군락지로 뛰어 들었고 금새 사람들을 삼켜 버린 억새의 물결 속을 매끄럽게 유영하여 간다.

 


솜 같은 하얀 깃털의 포근함에 감싸여서 청각으로는 사각거림을 고스란히 담아 가는 정상 길이다.  


정상 인증이 필수가 되어 줄을 길게 섰고 난 그 한 켠에서 흔적을 남기고 내려선다.


성벽이 억새군락지를 완벽하게 보호하고 있고 샛길조차도 허락 치 않아 햇살에 고스란히 익어가면서도 황새가 먹일 감을 쫓듯 멀건이 억새의 하얀 깃털 사이를 헤집어 가고 있다.
바람을 억새 숲을 흔들고 있는데도 몹시도 더워서 손차양이라도 해야만이 눈살을 찌부러지 않고 건너편을 관망할 수가 있다.


간단 점심을 해결하고 동문을 빠져 나온다.
숲이 그늘을 만들어 놓아 도로를 걷는 게 더 아늑하다.
바람이 땀을 말려 주고 체온도 내려가면서 완연한 가을 기운에 서늘함이 느껴 지는 길이다.
산행은 가을 산행이 최고인 이유가 되어 준다.


마냥 걷기만 해도 좋은 산길을 따라서 관룡산 정상석과 마주 한다.
쉼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추월을 하였던 산님이 올라 오며 암릉미가 있는 출입금구역으로 이끌어 흔쾌히 동행한다.


뭐야 이거......
출입금지가 되어 있어 무심코 지나쳤던 곳이 원래 계획하였던 구룡산을 경유하는 루트이고 능선을 따라 흘러 가던 곳이 부처상이 있는 용선대 길이였다.
숱한 날들을 찾았던 곳이었지만 무지를 들어낸 터라 침묵으로 화끈거림을 삭힌다.


제대로 등로를 찾아는 들었지만 동행자의 자잘한 설명들을 고스란히 듣고 발걸음을 맞춰야 하는 댓가를 지불하면서 암릉을 오르락 내리락 한다.
출입금지를 알리는 안내문들이 왜란 의문점을 품게 한다.



구룡산을 올랐다가 되돌아 나와 본격적인 내리막을 내려 간다.

이게 뭔가 잘못되어 간다는 경고 신호가 감지되고 있는데 선답을 하였다니 새로운 코스를 답사한다는 흥미가 누른다.
점점 거칠어지고 있는 등로가 의심을 품게 하여 지도를 살펴보니 부곡온천의 종주루트라 되돌아 나온다. 




정리되지 않는 등로가 위험스럽 긴 하다.
바위들이 방지턱이 되어 자동 속도조절이 되고 있고 행동의 어설픔에 내리막인데도 땀이 배어 난다.


송이채취 움막을 기점으로 숨 고르기에 들어가고 흙 길을 따라서 관룡사에 내려서면서 차를 태워 준다는 동행자와는 헤어져 용선대를 향해 오른다.
동행자와 보조를 맞추느라 시간이 지체가 되었고 계획에는 없던 곳인지라 시간이 부족하여 속보로 오른다.


쉽게 생각했는데 계속된 오르막의 500m 거리가 결코 만만치가 않다.
땀을 쏟은 정성이 있길 염원하고 관룡사로 되돌아 나오니 옥천리주차장까지 뛰지 않으면 시간을 못 맞추게 생겼다.
이럴 줄 알았다면 차를 태워 주겠다는 동행자를 홀딩 시켜 놓을 걸 하는 부질 없는 생각이 아지랑이처럼 머릿속을 헤집고 나간다.
그 많았던 사람들이 사라졌고 해거름의 서늘함이 감도는 길을 냅다 뛰어 청간재에서 내려 오는 길과 합류하고 공원화가 되어 가고 있는 천변을 따라서 겨우 시간을 맞춘다.
이게 뭐라고 난 사생결단을 하듯 시간을 맞췄는데 여유인지 배짱인지 느긋하게 도착하는 사람들을 멀건이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다. 


요즘 산에 대해 관심도가 낮아져 가면서 옛 기억들 조차도 들쳐 낼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모든 게 새로워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낼도 새로운 산을 찾아 이 가을을 만끽해 봐야겠다.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광양 백운산의 가을  (0) 2023.11.03
한라산 단풍산행(영실 코스)  (0) 2023.11.03
무등산 가을의 향연 속으로..  (1) 2023.10.11
백운산 가을의 길목  (0) 2023.10.07
23년 불갑산 상사화축제장  (0) 2023.09.25

*** 무등산 산행 ***

-.일자 : 2023년 10월 11일

-.코스: 큰재-만연산-나와나목장-장불재-인왕봉-중봉-중머리재-새인봉-서인봉-증심사주차장(14km / 5시간 50분)


새파란 하늘과 피부에 살랑대는 바람이 나들이를 부추김 한다.
낮의 길이가 점점 짧아져가고 있는 이 새침한 가을은 또 언제 토라져 버릴지 모르니 부지런을 떨어 가면서 교감을 쌓아 둬야 만이 아쉬움을 남기지 않을 것 같다.  
들녘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풍요로움이 있고 길가에는 코스모스가 바람에 살랑거리고 동산에는 억새가 빛나고 있는 더 없이 좋은 날에 무등산 단풍 마중에 나선다.
들머리가 만연산산림공원지역의 큰재다.
만연산은 다녀 온 봐가 있지만 이런 곳에 이렇게 삼빡한 시설이 있을 줄은 내 미처 몰랐다.


새로운 루트를 탐색하는 기쁨이 더해져 계단을 따라 올라 간다.
숲 속에서 꽃무릇의 꽃대는 사그라들고 메마른 땅을 뚫고 새싹이 마구 올라오고 있어 꼭 복잡하기만 한 축제장을 찾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계단이 능선까지 이어진다.
나에겐 다 계획이 있는데 진행속도가 너무 느려 동행하고 있는 일행과는 헤어질 결심을 한다.


잔돌과 바위들로 산길이 쫌 거칠지만 날것의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고 계단만을 따라 올라 와 단순해져 있는 근육과 자율신경들을 바짝 긴장 시켜 놓는다.
바람이 참 좋은 가을날이다.
어쩌다 모자를 빠뜨리고 왔는데 숲이 그늘을 만들었고 바람은 드라이어기가 되어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린다.
화순읍과 만연저수가 보이고 만연산산림욕장으로 내려가는 길이 만났으나 이미 기억에서 휘발되어 모든 게 새롭다.
쌩뚱맞은 만연산 표지석이 없던 기억을 더 헤집어 놓는데 전망테크가 있는 만연산에서부터 앱의 따라 가기 루트에 접속하듯이 중첩된다.


수만리 마을과 황금 들녘이 평화롭게만 내려다 보이고 무등산은 멀찍이서 가만 지켜 보고 있다.
저렇게 멀고도 높은 곳을 가야 할 지의 막막함에 눈이 게으름을 피운다.


한때 집사람을 어르고 달래며 올라 왔던 길을 쉬이 내려와 장불재이정표와 마주한다.
나무계단을 따라 내려와 둘레길처럼 넓은 길을 따라가면 결국 능선과 만나게 되는데 굳이 이렇게 안내해 놓은 이유를 모르겠다.


거미줄이 엉기는 걸로 보아 내가 선구자인 듯하고 바람만이 나뭇잎을 살랑거리는 숲속에서 지저귀는 새소리는 뮤직테라피가 되어 정서적 치료제가 되어 준다.
편의상 단체 산행을 왔지마는 눈치를 보지 않고 이렇게 나 홀로 풍광을 느껴가면서 여유자적 즐기는 산행의 참 맛이다.
요즘은 산악회들이 산행코스를 자율에 맡겨 놓아서 가능한 일이고 숱한 산행으로 체력이 따라 주고 산행스케줄을 나름 정할 수 있는 안목과 경험이 축적되어 있음을 자부하기에 난 산악회가 또다시 좋아지기 시작했다.


산비탈을 따라 수만리탐방센터에 내려선다.
너와나묵장이 항상 궁금했던 터였는데 목장은 보이질 않고 식당인 듯한 공사현장에다 주변에는 따로 주차장이 없고 자율이다.


아치를 통과하자 국립공원의 상징인 돌길이 시작된다.
장불재를 오르는 최단 코스라는데 그 만큼 경사도가 있음을 반증하고 있어 주구장창 올라야 한다는 뜻이다.
나야 선호하는 것이나 큰재에서 부터 쉼 없이 와서 인지 다리에 힘이 풀린다.


산객이 쉼터에서 얼마 안 남았다며 쉬어가라 권하지만 귀에 들어 올 리 없고 하얀 억새가 반기는 안양산능선에 올라 선다.
하얀 억새가 감성을 자극한다.


시퍼런 하늘에 뭉게구름을 바탕으로 가을 색으로 채색되어 가고 있는 무등산이 너른 품으로 끌어 들이면서 쉼을 좀처럼 허락하지 않고 있다.
탁 트인 공간에 억새가 가을 가을 한다.


나도 가을을 타는지 자꾸만 곁눈질을 해가면서 숲으로 들어가 입석대전망대에 오른다.
나뭇잎을 다 떨군 나뭇가지에 열린 빨간 열매가 켜켜이 숯덩어리를 쌓아 놓은듯한 시커먼 주상절리대를 동양화로 만들어 놓았다.


숲을 벗어나니 햇살이 따갑지만 억새가 눈처럼 하얗게 능선을 덮고 있고 안양산의 벡미능선에는 비림에 날리는 백마의 갈기처럼 억새가 하얗게 빛을 발하고 있다.


모자 대신 손수건을 머리에 둘러 햇살을 차단한다.
빠니 보이는 서석대정상이 고단하다.


역시나 산행은 평일에 해야만이 정체가 없이 내 의지대로 할 수가 있어 제 맛이다.

 

 


정상석이 오롯이 나의 것이 되었지만 또 경쟁이 없으니 흥미도 없어 금방 물러나서 앞에 보이는 인왕봉을 향해 간다.
57년만에 개방된 인왕봉의 상시 개방은 23년 9월이라 아직 신상이다,
되돌아 올 것 이라서 배낭을 벗어 놓고 초소를 넘는다.


긴강과 설렘에 두군 거리던 가슴이 억새밭을 지나면서 진정이 되었고 설치된 계단은 정식 등로를 인증하고 있어 자유로움을 찾았다.


뭐야 이거..
소문난 잔치에 먹을게 없다더니 전망데크만 덩그러니 있어 이게 정상이 맞는지 조차 의구심이 든다.
산비탈의 알록달록한 단풍 위에 구름의 프레임이 살포시 덧씌워지면서 색감과 채색을 달리한 다이내믹한 풍경화를 그려 내고 있다.
산객 한 분이 사진을 찍어주고 난 후 나 홀로 의 산정은 아무리 의미를 더해봐도 쓸쓸하다.


내림길에 구름이 그늘을 만들어 주고 서석대내림길의 숲이 싱그러움을 안겨 가뿐하게 서석대에 이른다.
단풍도 눈도 없이 햇살에 익어가고 있는 시커먼 서석대가 어째 초라해 보인다.
역시나 모든 것들은 조력자가 있어야만 빛을 발할 수가 있다.


목교를 내려와 억새평원에 들어선다.
영남알프스가 부럽지 않을 정도의 억새군락지다.


중봉에 올라 뒤돌아 본다.
역시나 무등산은 사시사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주는 매력덩어리다.


내림길이 지난하다.
오후 정점의 햇살에 억새는 익어 하얗게 탈색된 솜털을 매달고 있고 나는 새카맣게 그슬러 깜상이 되었다.
중머리재까지 돌길에 직하라 무릎에서 전해지는 통증이 천천히 내려 가라고 경고를 한다.


중머리재는 고속도로의 휴게소와 같아 북적거림에 증명 남기길 포기하고 곧바로 서인봉으로 향한다.


그 많은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나 홀로 길이다.
울울창창한 소나무숲길에 다람쥐가 간간히 노닐고 있고 새들이 지저귀는 유토피아 속을 유영하고는 있지만 나만이 치열한 삶에 굴레에서 벗어나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그나마 1년의 유해가간이 남아 있어 위안이다.
산수화 같은 풍경이 흘러 가고 서인봉을 내려 와 약사암 안부의 갈림길을 지나며 힘겹게 새인봉에 올라선다.
산너울의 끝자락에 건물이 걸리지만 푸르름은 마음을 편하게 하고 단애의 아찔함이 자연의 경이로움을 전한다.
홀로 산길은 쉼이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리 서두른 것도 없었는데도 산악회에서 제시한 시간이 한참이나 남아 있어 모처럼 느긋한 쉼을 가져 본다


요즘 가을 바람이 넘 좋은 날들이다.
하늘로 치솟은 아름드리 나무들이 흙을 붙잡아 놓아 요즘 유행하고 있는 어싱길에 적합한 흙 길을 밟고 상가로 들어 선다.
친구와 술 한잔 나누고 푼 음식점과 자꾸만 눈길이 가는 용품점의 유혹을 뿌리치고 주차장에 도착하니 나 뿐이다.


결국 헤맴이 있는 사람들 때문에 2시간을 기다려서야 출발을 하여 승주의 어느 음식점에서 저녁식사를 하는데 이것 또한 술을 부르는 메뉴라서 물잔 만을 꼴짝거리면서 그 유혹을 이겨 낸다.
쓰담 쓰담, 오늘 너 참 잘 했다......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라산 단풍산행(영실 코스)  (0) 2023.11.03
화왕산 억새 산행  (0) 2023.10.15
백운산 가을의 길목  (0) 2023.10.07
23년 불갑산 상사화축제장  (0) 2023.09.25
가지산 운문산 연계산행  (2) 2023.09.14

*** 백운산 가을의 길목 ***

 

-.일자 : 2023년 10월 7일
-.코스 : 진틀-진틀삼거리-신성봉-상봉-억불봉헬기장-노랭이봉-동동마을(12.3km / 4시간 48분)


치솟고 있는 혈압 관리의 주간 스케줄관리로 백운산 산행을 계획하여 놓았는데 자꾸만 가기가 싫타.
편안함과 타협하지 말자 란 나의 좌우명은 현재의 운동량으로도 충분하다 란 합리화에 기우제를 지내듯 흐린 창 밖만을 쳐다 보다가 집사람에게 내 볕은 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선다.
주 능선을 걷기 위해 동동마을애다 주차를 하고 진틀행 버스에 올랐는데 텅 빈 차내와 행락객이 없이 펜션만 즐비한 계곡 과도 닮아있어 왠지 씁쓸하다.
그럼 그렇지 그래도 백운산이 울 나라의 명산인데 사람들이 안찾아 들리가 없다.
진틀에 차가 주차되어 있고 몇 사람이 보여 요즘의 산행 트렌드를 보여 준다.
산객은 젊은이들로 대체되어 아직 여름의 푸르른 나뭇잎과도 닮아 있는데 난 능선마루에서 온 갓 삭풍을 맞고 쪼그라들고 있는 앙상한 나뭇잎처럼 세파에 찌들 린 늙다리라 홀로 들머리를 들어 선다.  
뭐지 이 느낌,
추석 이후 금주를 했더니 몸이 가뿐하다.
이렇게나 좋은데 왜 지 시간과 돈과 몸을 베려 가면서까지 술을 퍼 마셨는지 몹시도 후회가 되는 순간이다.


계곡에는 아직은 단풍을 기약할 수 있는 싱그러움의 숲도 좋고 녹음이 져 어두침침한 계곡에 흐르는 하얀 물줄기가 가슴속에다 냇물을 만들어 시원하다.
너덜은 일수 없는 미례와 우여곡절의 인생길 과도 같아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잔뜩 흐린 날씨에 기습한 찬바람은 흐르는 땀을 급냉 시켜 가면서 좀처럼 휴식을 허락 치 않아 쉼 없이 신선대에 올라 선다.
1시간 남짓의 발걸음에 신세계가 펼쳐진다.
공룡의 등뼈처럼 흘러가는 능선에는 연한 단풍이 물들어 산비탈로 퍼져가고 있고 지리산의 주 능선은 백두대간의 거대한 산맥이 되어 아득하게 흐르고 있다.
이 유토피아 같은 풍경과 마주 하자니 절로 술이 땡 긴다.
동녘이 불그스레한 여명 속에서 염원을 담고 일출을 기다리듯 추위와 맞짱을 뜨면서 가을의 채색에 감성을 희석시키면서 산행의 의미를 마구 부여하지만 몸은 새로운 자극을 원한다.


금주 며칠만으로도 확실히 몸이 달라졌다. 
산오이풀과 살찌기 눈맞춤을 하고 정상에 올라 서니 산악동우인이 반가이 맞이한다.
산에 다니고 있으니 산에서의 만남이야 당연하지만 어색함에 순삭으로 인증을 남기고 산정에서의 파노라마를 눈으로 촬영하고 내려선다.


화단에 가꾼 꽃처럼 보라의 꽃향유가 등로를 따라 피어 있다.
난 이 계절이 참 좋고 이 길이 무척이나 좋다.
아직 가는사초의 푸르름과 숲 그늘이 드리워져 있어 정원을 산책하듯이 사브작 사브작 걸어 간다.
당연하게 조망은 없고 쉴 곳도 마땅치 않아 마냥 걷게 되는 능선이다.
산지킴이가 어느 적당한 곳에 휴식의 공간을 설치하여 준다는 약속은 이번에도 공약이 되어 버렸다.
이런 저런 잡다한 생각들은 무념 속에서 휘발되어 버리고 나의 몸과 마음은 푸르름의 동색이 되어 자연과 일체화 되어 간 듯하다.
세상 아무런 근심걱정 없이 이렇게 단순하게만 살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소슬바람이 느슨해진 틈새로 슬금슬금 파고들어 가을의 계절을 느끼게 하고 나무가 자라면서 억새군락지를 삼켜버린 숲을 빠져 나와 억불봉삼거리에 닿는다.


자연은 복원이 되어 풍만하게 변신을 해 가고 있는데 익숙한 것에 대한 그리움으로 옛 기억들을 주억거려 가면서 노랭이봉에 올라선다. 
우와
상봉이 아득하고 억불봉은 왜 여기까지 와서 안보고 가느냐고 토라져 있는 듯 하여 다음엔 다녀 와야겠다.


그 동안에 새끼발가락을 볼모로 잡고 있던 신발을 볼치기로 넓혀 놓았더니 걷는 게 한결 자유로워져서 국사봉으로 흐르는 억불지맥의 능선이 또 아른거리지만 차는 동동마을에 주차 되어있다.
처음부터 시내버스를 이용했더라면 결행했었을 만용이 잡아 끄는데 어쩜 다행이다.
산행을 시작하고부터 변변한 쉼 없이 진행해 왔음에도 피로도가 덜해 내림길이 수월하다.
등로에는 바람이 마당을 쓸 듯 낙엽을 쓸어갔는지 쌓이고 밀어내며 밀당을 하던 낙엽들도 없어 발 디딤도 좋아 쉬이 수련관임도에 내려선다.
동동마을까지는 고사리와 밤나무로 스스로가 경직되고 경계 되는 지점이다.
밤 수확 철이 지났지만 밤알이 떨어져 있어 몇 알 챙겨 배낭에 감춘다.
개도 졸고 있는 조용한 동동마을의 담벼락에 주렁주렁 매달린 감이 노랗게 익어 풍요로움을 전한다.


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다.
어머니 집에서 땀을 씻고 환복을 하여 불고기축제장을 어스렁 거리니 하루가 너무 짧다.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왕산 억새 산행  (0) 2023.10.15
무등산 가을의 향연 속으로..  (1) 2023.10.11
23년 불갑산 상사화축제장  (0) 2023.09.25
가지산 운문산 연계산행  (2) 2023.09.14
오랫만에 조계산  (0) 2023.08.28

**영광 불갑산 산행 **

-.일자 : 2023년 9월 24일

-.코스 : 불갑사상사화축제장-관음봉-덧고개-장군봉-연실봉-구수재-불갑사-주차장(9.6km / 6시간 27분)


휴일마다 내리고 있는 비에 감금을 자처한 내 몸에서는 술에 촉촉하게 젖어 누룩 곰팡이가 슬게 생겼고 계절의 순리까지 싸그리 무시하면서 지 영역을 확보하고 있는 더위에도 짜증이다.
모처럼 신청을 해 놓았던 불갑산 산행을 대체 근무로 취소를 해야만 했었는데 종일토록 쏟아낸 폭우는 도로에 알록달록한 낙엽을 흩뿌려 놓아 계절을 더 쓸쓸하게 만들어 놓았다.


하동 송림의 상사화를 찾아 간다.
유아들이 밑 그림 위에 덧칠을 한 듯 울창한 송림 아래를 붉게 물들이고 있는 색감에서는 황홀함이 느껴지고 섬진강 강바람이 꽃을 붙잡아 놓고 있어 불갑산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산행후기들로 보아선 불갑사는 상사화 개화절정기를 이미 넘어 섰어도 계절에 맞는 음식을 섭취하듯 이 계절에 정취로 봐줘야 할 곳 중에 하나다.
뒤늦은 산행 신청 명단 속에는 친구들이 있어 첫 산행에 대한 어색함은 던 듯 하고 도시락과 성인 음료를 챙겨서 가을 소풍을 나서듯이 버스에 오른다.  
진입로에 사열을 하듯 꽃무릇이 피어 있고 벼들이 익어가고 있는 논둑의 경계가 꽃들로 붉게 물들어 있다. 
요즘 다이어트에는 탄수화물이 적이 되어 있어 벼 수매 가격이 똥값이 되어 버린 세상이니 논은 주자장이 되고 행사장으로 변해서 사람들이 몰려 들고 있다.
수많은 산악회의 버스들이 이미 주차를 하였고 참으로 배부른 세상이니 성인병예방에는 산행 만한 처방책이 없어 보인다.
작년에 없던 입장료는 고스란히 상품권으로 되돌려 주는데 지역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참신한 발상이다.


어째 친구들이 미적 꺼리면서 오질 않고 있다.
정말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나다.
이때 상황파악을 했어야 했지만 입장권을 끊어 놓은 터라 때를 놓쳐 버렸고 얼떨결에 혼잡한 진입로를 빠져 나와 관음봉을 향해 함께 오른다.
상사화의 꽃술은 퇴색되고 허리는 꺾이어서 볼품이 없어도 숲이 안겨주는 아늑하고 넉넉함이 휴먼 상태인 세포에게 응급처치를 하여 정신이 맑아진다.


아침에 선선하게 불어 오던 바람도 언제나 싶게 쌩 까버렸고 고작해야 200m 남짓인 오름 짓에서 땀이 베어 나고 숨이 가쁘다.
가을이 실종된 날씨에 산하는 푸르디 푸르기만 하다.
불갑사는 불갑산의 아늑한 품에 안겨 있고 산행 루트를 고스란히 그리고 있는 산금이 눈앞에 펼쳐져 있지만 지금 우리들 상황으로 보아선 완등을 한다는 것은 요원할 것 같다.
산에 들면 맹금류와 같이 저돌적이던 참수리는 이미 날개를 접었고 놀자놀자는 닉 대로 얼려 온 맥주가 관심사라서 이젠 어쩔 수 없이 놀며 즐기는 피크닉산행에 적응을 해야만 한다.


덧고개에 내려서면서 정체가 시작되고 몰려 든 사람구경이다.
온갖 인간 군상들이 다 모여든 탓에 호랭이굴까지 보조를 맞추다가 노적봉까지 그냥 오른다.
정상 같지 않은 봉우리지만은 그래도 인증을 남길 공간쯤은 남겨 두는 게 예의일진데 단체가 벌떼처럼 산정을 장악하고 있어 볼썽 사납다.
이 사람들 또 왜 그런 겨?
항상 느낀 것이지만 여자들은 공주병에 걸리고 남자들은 머슴을 자청하는데 다들 산에만 들면 왜 이런 증상들이 생기는지 모르겠다.


숲은 성장기의 푸르름을 그대로 담고 있어 녹음 속에 사람들이 무척이나 편안해 보인다.


불갑산은 부처님의 자비로 자그마한 봉우리도 법성봉과 투구봉의 이름을 얻었고 우회 길도 만들어져 있지만 머무를 곳이 마땅치 않다.
놀자놀자가 군산산악회원을 추월하며 멋들어지게 군산항 노래를 불러 재끼고 여성분이 흥을 맞추는데 이런 가사를 알고 있다는 게 난 더 신기하다.
한바탕 와짝시끌한 산악회의 일행들과 헤어지고 우리들만이 다시 합체되어 장군봉을 향한 긴 계단을 오른다.
장군의 위용보단 평평한 쉼터와 흙 길로 포용이 있어 이른 시긴 이긴 하지만 점심 자릴 잡는다.
여길 내려가면 영산기맥이 접속되는 노루목이고 정상은 그늘이 없기도 하지만 북적거림을 피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펼쳐진 브런치가 잔치뷔페다.
요즘은 편의점의 행동식이 대세인데 우리들의 소풍분위기에 심취하여 지나가고 있는 등산객들은 행인이고 그림자일 뿐이라서 우리들만의 심취에 목청이 커져가고 있다.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 들면서 점점 장터처럼 변해가고 있어 자리를 양보하고 노루목으로 내려 와 무디어진 칼바위에 오른다.


연한 황금빛으로 무르익어가고 있는 들녘이 계절의 변화를 시각화 할 뿐이다.


사람들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연실봉에 올라 선다.
상사화축제기간을 맞이한 불갑산이 오픈런을 하였으니 긴 줄이야 당연스런 현상이고 이 모든 사람들이 억지 산행이라면 투덜거림이 있을 것인데 감수하고 있는 것은 스스로가 선택해서 일 것이다.
어떠한 보상을 바라는 것은 흥미진진한 일들을 지루한 업무로 만들어 버리는 법이다.
그래서 일까? 아이스크림을 외치는 소리가 공허하다.


어영부영 걸은 것 같아도 정상을 밟았고 이젠 하산만 남아있다.
쉼터에 잘릴 잡아 산행에 경직된 근육을 이완시키며 허허실실 한 농담 속에 우정을 다지는데 싸늘해진 공기만큼이나 주변이 조용하여 파장 분위기다.
그 많았던 사람들이 한 순간에 증발해 버린 듯한 공허감이 발길을 재촉하게 한다.
구수재에 내려서고 동백골로 직행이다.
바위 사이에 듬성듬성 피어 있는 꽃무릇이 화병에 꽃아 놓은 꽃 마냥 자꾸만 눈길을 끌어 들인다.
우리들의 시답지도 않는 꼴부견을 보다 못한 시간은 나 몰라라 내빼 버렸고 참수리는 꽃에 눈맞추느라 시간 개념도 없으니 상품권을 써야만 하는 우리만이 바쁘다.


불갑저수지에 잔잔한 물결처럼 마음에 평정을 찾고 불갑사담장을 따라 붉게 피어난 상사화를 보면서 상춘객 모드로 전환 시킨다.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 붉게 물들어 있는 상사화군락지를 주마간산으로 빠져 나와 축제장으로 들어간다.


우연하게 친구를 만났고 초청 가수의 노래에 맞춰 어깨를 몇 번 들썩이다 보니 후딱 시간이 흘렀지만 지정한 시간은 딱 맞췄다.
그래도 우린 산꾼들이니깐……
아~ 이 가을이란 매력 덩어리가 또 얼마나 사나이 가슴을 후벼 팔까 미리 걱정된다.
부지런이 산에 다녀 가을앓이에 대한 예방 처방이라도 해 놓아야겠다.


창평의 국밥거리로 이동하여 큼큼한 냄새를 풍기는 곱창 전골로 석식을 겸한 하산주를 하는데 우리들의 술심은 주인장의 자부심을 앞선다.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등산 가을의 향연 속으로..  (1) 2023.10.11
백운산 가을의 길목  (0) 2023.10.07
가지산 운문산 연계산행  (2) 2023.09.14
오랫만에 조계산  (0) 2023.08.28
백운산 노랭이봉  (0) 2023.08.03

**순천만정원 스케치**

-.일자 : 2023년 9월 17일

 

오늘을 전국적인 비 예보로 판을 쫙 깔더니 시범 조교를 자처한 어제의 폭우와 관종 인듯이 무심하게 날린 재난문자에 누죽이 들어 집콕을 하며 마음 편하게 쉼을 하고자 했는데 날씨만 멀쩡하다.
기분 좋게 마신 술 자리에 대근 취소가 부추김을 하여 더해진 술은 고스란히 심신의 고달픔으로 되돌려 놓았는데 집에만 있기엔 너무나 소중한 오늘 이기에 미뤄만 두었던 순천만정원 나들이에 나선다.
매스컴에서는 순천만정원에 억만송이 국화로 가을맞이 새 단장에 한창이라니 기대감 또한 크다.
웬만하면 주말에는 움직이지 않는 편이지만 혼잡함을 피하고 여차하면 친구와도 회포를 나누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동천에 조성된 무궁화 꽃이 예쁘다.
줄기와 잎이 진딧물로 새까맣게 뒤덮이기 일쑤인데 애지중지 관리한 애완동물처럼 나무가 매끄럽고 꽃들이 복스럽다.


꽃이 피고 지는 것이 끝이 없다고 하여 무궁화라고 하는데 여름부터 내내 꽃을 피워냈을 무궁화꽃 단지를 따라 출렁다리를 건너 풍덕뜰 경관정원으로 들어 간다.
비 온 뒤의 어수선함......
겨울을 막 지난 보리밭처럼 듬성듬성 푸른빛만이 드넓게 펼쳐져 있어 화려하고 아름다운 가을꽃들을 피워 내기엔 아직 시간이 더 필요 하다.


오천그린광장의 푸른 잔디가 마음을 참 편안하게 한다.
요즘 병원에서도 포기했던 암환자도 완치가 되었다 하여 온 나라가 맨발의 열풍인데 정원에도 어싱길이 만들어져 있어 맨발로 걷는 사람이 많다.
남문을 통해 입장하여 미니어처의 동물원을 나와 호수 길을 걷지만 가을은 실종되고 한여름의 열기만 느껴 진다.


점심 메뉴의 키오스크 에러로 숙제만 남겨 놓는 정원 나들이는 무덥고 습한 날씨로 도무지 흥이 나질 않고 있어 다음을 기약하고 아랫장에서 소맥으로 갈증을 풀어 낸다.


이 계절도 탈피와 같은 새로운 변화가 있어야만이 코스모스 살랑살랑대는 가을정취와 향기가 퍼질 것인데 아직 정원에는 알록달록하고 형형색색의 화려한 외래 꽃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다.


여기가 이렇게나 유명한 집이 였어?
뭐 방송에 나오면 다 맛 집인가? 그냥 그런 전집이고 친절도는 밑바닥이라 서 갠적으론 광양의 매일 시장이 훨~씬 낫다.

'소소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섬진강변 벚꽃 나들이  (0) 2024.03.29
2001년 백운산의 추억..  (0) 2024.02.15
백운산 수려관 1박 2일 즐기기  (4) 2023.08.18
석촌호수 트레킹  (0) 2023.06.29
23년 가족 호캉스 하던 날  (0) 2023.06.2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