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공산 산행 단풍 맞이 산행 **
-.일자 : 2024년 10월 20일
-.코스 : 한티재-파계봉-서봉(삼성봉)-비로봉-동봉(미타봉)-염불봉-노적봉-갓바위(관봉)-갓바위시설지구주차장(17.1km / 7시간 37분)
 
대둔산이 취소되어 팔공산으로 갈아 탔고 A와 B코스의 선택 장애는 친구들 따라 한티제에 내려 버려 자동 해결된다.
그래도 버스로 고도를 올려 놓았기에 거리와 맞바꿈이 되어 다행스럽긴 하다.
집을 나설 때는 치장도 하지 않고 있는 순정의 가을이를 믿고 산정의 단풍 구경에 나섰는데 하룻만에 겨울이 문턱까지 쳐들어 온 듯 하여 집사람의 말을 무시했던 게 후회가 된다.

 

한티재는 나뭇잎이 채색이 되기도 전에 나목이 되어 가고 있고 도로에 쌓여 있는 낙엽으로 늦가을 풍경이다.
일행들이 휴게소로 몰려 가고 있는데 넘 춥다. 곧바로 들머리의 계단을 올라 선다.

 

소원길 안내판은 광범위한 공원의 지역을 모조리 집약시켜 놓아서 나에겐 그림에 지나지 않지만 신상 국립공원의 손길이 느껴 진다.

 

등로는 부드러운 흙길이고 정원수 같은 소나무가 울창한 도시공원과 같은 분위기 속에서 나름 선택은 잘했다고 만족하는데 트레킹 수준의 산행속도는 따라 가기 버겁다.
싸늘한 바람은 나뭇잎을 떨구어 등로가 알록달록한 꽃무늬로 장식 되었다.
그러면 뭐하나, 경주를 하는듯한 속도전을 따라잡기가 버거워진 마음은 조급증에 풀무질을 가하여 발걸음이 불안스럽다.

 

숲 속에 삼갈래봉은 이정표만으로도 분간이 가는 곳이다.
흐린 날씨가 사물을 회색으로 퇴색시켰어도 헬기장의 억새는 꼿꼿하게 서서 가을을 수호하고 있다.

 

 

오름짓에 파계봉에 올라선다.
이름은 불교의 색체가 강하나 그닥 특이점이 없고 처음 대하는 정상석은 안내문을 물리고 사람들의 관심을 독차지 한다.

 

팔공산이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더니 이 짧은 거리에도 과하다 싶을 정도의 탐방로 정비와 이정표들에서 새내기의 어설픔이 느껴진다.
오르 내림에서 속도조절이 되어 팀들이 형성되었고 우리 셋은 자연스레 뭉쳐서 옛 예기들로 썰을 풀어가며 낄낄댄다.
같은 나이라서 산행길과 여행에서 우린 허물없는 친구가 되어 있었고 만나면 행복하다.

 

듬성듬성 바위가 나타나고 헬기장에서 정상이 조망 되면서 톱날능선에 포토존을 노란 단풍으로 장식해 놓았다.

 

 

팔공산의 하이라이트인 톱날바위는 얼마 전 60대 사망사고가 있었고 또 지금은 비가 온 뒤라서 등로에 쌓인 낙엽과 나무들로 미끄러워서 최대한 천천히를 대뇌 이는데 의뢰로 데크가 놓여 톱날을 무디게 만들어 놓았다.
국립공원 승격이 채 1년도 되지 않아서 인지 테크는 공사 중으로 끊기였고 우린 가지 말라는 곳은 가지 않기에 비탈로 근육질의 바위들을 우회 한다.
굳이 한번의 모험으로 산행을 접는 우는 범하지 말자며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는 우릴 물들어 가고 있는 단풍이 위로해 주는 길이다.

 

 

 

 

 

긴 오르막이 이어지고 서봉에 올라 선다.
봉황의 날개라고 하더니 꽤나 많은 산객들이 그 품 안에서 자유롭다.
서봉은 정상석에다 또 세 명의 성인이 수행했다 하여 삼성봉이란 표지석이 있는데 현자인 우린 배가 고프다.
널찍한 바위에다가 자릴 폈다가 바람에 쫓겨나 헬기장에 옹기종기 자릴 잡는다.
예전에 점심은 소풍 나오듯 음식들이 푸짐 했었는데 지금은 빵이나 행동식으로 바뀌어 있고 산행도 속전속결로 마치는 전투 산행이 되고 있다.
이러하니 산수풍월을 벗삼는 두 친구가 요주의 인물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추워서라도 일행에 맞춰 일어나 산행을 잇는다.

 

 

마래역사여래좌상을 포기하고 군사시설을 우회하여 하늘길 이정표가 있는 몬당에 올라 선다.
차 로도 올라 온다는 하늘길에 당연한 이끌림을 떨쳐내고서 올라선 비로봉은 송신탑을 지키는 초소만 같다.
가을 햇볕은 보약이라는데 구름만이 잔뜩 끼어 있고 거센 바람이 장난질한 모자를 참수리 친구가 숲을 헤쳐 가면서 잦아와 황당함만은 면하여 모처럼 친구들과 사진을 남긴다.

 

 

참수리는 퇴직의 후유증을 겪고 있음에도 사람들을 일일이 불러 세우고 사진을 남겨주고 있는데 그 정성을 다하는 삶이 재출발을 순탄하게 할거라 믿는다.

하늘길 들머리를 되돌아 나와 석조약사여래입상에서 모처럼 온기를 느끼고 동봉에 올라선다.
미타봉이라고도 한 동봉은 분명 동화사지구에서 올랐을 때 보았을 터이지만 모든 게 리셋이 되어 새롭기만 하고 지금도 새로운 팀들과 산행을 이어 가고 있지만 그나마도 나를 알아봐 주는 이들이 많고 친구들이 있어 어색함은 없다.

 

 

 

바람이 잦아 든 산하는 가을의 색체로 물들어 가고 있고 고즈넉한 자연 풍경이 추남들의 감성을 이끈다.

 
 

 

데크와 야생로가 공존하는 길을 따라 정자에 올라 서는데 태풍급의 바람과는 맞설 수가 없어 그대로 리턴 하여 산길을 이어 간다.
먹구름이 한바탕 빗물을 쏟아내고 갔는지 젖은 등로에 낙엽은 색체가 뚜렷해져서 꽃 길이 되어 준다.




 

 

 

국립공원이 되어서 무명봉들도 이름을 얻었고 이정표가 수시로 나타나지만 리본보다 더 많은 표지봉은 너무 과잉 된 느낌이다.
아마도 저 표지봉의 숫자가 한티재부터 쭉 이어져 왔지 싶은데 1까지 줄어 들어야 만이 산행이 끝날 것 같다.

 

 

비로봉의 방송탑이 멀어져 가면서 등로는 큰 굴곡 없이 편안하게 이어지고 있어 속도를 높여서 갓바위까지의 거리를 좁혀 나간다.
그 만큼 볼거리는 없다.
삿갓봉과 운부봉을 지나며 팔공 CC가 조망되고 갓바위는 느패재에 올라서자 더욱 뚜렷해졌다.

 

 

 
 
은해봉을 순삭으로 지나쳐 노적봉을 앞에다 둔다.
계단 오름길에 햇살 한줌이 단풍을 붉게 물들어 있어 쉼이 되었고 누적된 피로감이 전망데크에 주저 않게 만든다.
이젠 하산 시간만 조율하면 되는데 미련스레 간식을 여기까지 짊어지고 왔고 물은 비상용이었다.
진작에 나눠 먹었으면 에너지 배분도 되고 배낭이라도 가벼웠을 것을……

 

 

우람한 바위가 위협적이다.
봉우리가 곡식을 쌓은 것처럼 보인다는 노적봉을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 갔는데 생뚱맞은 곳에 노적봉정상표지석이 재 각인을 시켜 준다.
모처럼 장거리 산행이라 그런지 왼쪽 무릎의 안쪽이 접혀 내림길이 영 불안스럽다.

 
팔공산의 하이라이트인 관봉을 애써 올라 선다.
겨울 같은 찬바람 속에서도 갓바위에는 정성을 드리는 사람과 인증 만을 위한 나 같은 다양한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입시철이 다가오니 지금이 성수기다.
지금 나는 함께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고 우려했던 산행이 잘 마무리 되어 가고 있으니 소원은 이뤄진 셈이여서 석조여래좌상과 아이콘텍 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 간다.

 
 

 

끝이 없어 보이는 돌계단이다.
누군가의 돌계단을 빗질을 해놓아 발 디딤은 수월하지만 어쩌지 못한 계단에 무릎이 아작 날것만 같다.
쉼터와 정자 등이 있지만 훈련되지 않은 우린 미련스럽게 내려간다.

 

관암사에서야 돌계단이 끝맺음을 하는데 자그마치 1365개란다.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도 숫자를 헤아린 이도 참 할일 없어 보인다.
아직은 고난이 끝난 게 아니다.
가을 단풍 산행을 즐기자고 했는데 여간 고역이 아니다.
급경사의 시멘트 도로 또한 만만치가 않아서 웬만하면 하산만은 갓바위시설지구만을 회피하고 싶다.

 

점심 먹는 시간 말고는 쉼 없이 걸었는데도 산악회에서 제시한 시간에 도착을 했으니 요즘 산악회는 얼마만큼의 산행 체력을 갖춰야만 동참할 수 있는지 의구심에 나를 뒤돌아 보게 된다.
이런 상황을 겪으면서도 매번 참여하고 있는 친구들이 요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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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횡성 한우축제 / 원주 간헌관광지 **
-. 일자 : 2024년 10월 6일
-. 루트 : 횡성호수길- 횡성 한우축제장 - 원주 간헌관광지
 
짐승은 자기 새끼가 클 때까지 키우고 보호하여 야생으로 돌려 보낸다고 하여도 난 키우던 개가 젖도 때기도 전에 시장에 내다 팔았을 때에도 헤어짐의 절절함이 있었다.

자식은 양육기간 만도 20년이라는데 딸을 독립시키는 것이 어찌 인륜지 대사가 아니겠는가?

부부란 결혼식이란 절차를 통해서 모두에게 알리는 행사이니만큼 독립체로써 분리를 시키는게 당연하지만 훈련이 안되어 있는 우리의 마음은 복잡미묘하다.
정작 당사자인 딸이 문제가 아니라 부모인 우리네 문제인지라 예식 후에 마음을 정리할 여백의 공간을 찾아 기차여행을 예약해 놓았었다.

결혼식 다음 날 딸은 스위스로 우리는 횡성의 한우축제장과 원주 소금산관광지를 향해 KTX에 오른다.
마음의 평상심을 찾아야 하는 우리에게 신경 쓸게 하나 없는 기차여행이 아주 적합하다.
평생 처음인 횡성역에서 내려서 관광버스로 갈아 타고 횡성댐으로 이동 한다.

 

 

2000년 10월에 완공 된 인공호수로 둘레가 31.5km 라는데 우리에겐 5코스중 A코스의 4.5km가 할당 되었고 주어진 시간은 1시간 50분이다.

 

 

폭우를 똘마니로 대리고 다니며 망나니처럼 날뛰던 더위가 계절에 제압되자 한기까지 느껴지지만 걷기에는 최상이고 머리도 맑아 진다.

 

잔잔한 호수에 비친 물그림자로 거대한 댐은 수채화가 되었다.

 

단풍이 곱게 물들 가을날에 찾았으면 더 없이 좋았을 것 같은 풍경에 몰입되고 동화 되어서 그 동안의 번뇌를 씻어내고 영혼을 정화 시켜 나간다.

 

호숫가를 거닐며 안정을 찾아 어제 결혼식에 참석하였던 지인들에게 진심의 감사 인사를 전하고 몰려 온 허기를 달래기 위해 횡성한우축제장으로 향한다.

 
 
 
 

국내 최대규모 한우축제장은 섬강 둔치에 있어 어째 횡 한 느낌이었는데 막상 축제장에는 횡성군민들을 다 동원 되었을 정도로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다.
난장만 같은 구이터에서 긴 대기줄을 서서야 겨우 자리를 잡고 소고기를 구워 먹는데 횡성 한우로써의 차이점이 뭔지는 모르겠다.
이곳 횡성은 우아한 휴식이란 테마에 구이터가 있어서 모두가 한우를 즐길 수 있고 울 광양의 숯불구이축제는 특정 업체만이 소고기 장사를 점유한다는게 다를까?
난 소고기보단 돼야지파고 식당보단 이런 어수선해 보이는 야전에서 술 맛이 더 땡기니 뭐 쎔쎔이다.

 
 

겨울비처럼 차가운 가을비가 쏟아져 내려 버스의 차창이 뿌옇게 흐려졌고 암막 상태에서 원주로 이동한다.
횡성과 원주는 강원도의 산을 찾아 갈 때의 경유지였었지 특별한 인연이 없다가 이렇게 출렁다리가 생겨나서 찾게 되니 원주를 관광지로 승격 시키는데 일조한 일등공신이 맞다.
을씨년스런 날씨 대문에 아직 햇살이 남아 있을 시간임에도 간현관광지의 상가지역은 폐장 분위기다.

 

 

원주 소금산그랜드벨리 입장료가 9천원으로 가이드가 건네는 티켓을 제시하고 500여 계단을 오른다.

 

군 시절 막타호를 탈 때의 혹독한 훈련처럼 이렇게나마 워밍업을 해줘야만이 마음의 준비나마 될 터인데 케이블카 공사까지 진행 중이다.

 

지자체마다 케이블카와 출렁다리가 필수품처럼 생겨나고 있어 이런 곳에다 왜란 의문점이 들기도 하지만 막상 올라 보니 썩 괜찮다.

 

산비탈에 스머프집처럼 비춰지는 글림핑장과 계곡에 걸쳐진 잔도 또 하나의 울렁다리로 인해 중국의 어느 풍경구에 들어선 느낌이다.
 

 

다리의 끝자락에 하늘정원이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듯 하다.
베트남 샤파를 등반할 때 케이블카 정류장의 공원 과도 같은 느낌인데 여유가 있다면 숲 속에서 머물며 살림욕이라도 하고 싶다.

 

의외로 집사람은 담력이 있는 것인지 경험의 축척 대문인지 평지를 걷듯이 잔도를 건너 우주정류장처럼 웅장하게 솟아 있는 스카이타워전망대에 오른다.
불어 오는 바람은 없지만 차가운 기온에 모골이 송송 하나 이것 또한 쫄아 주질 않아서 돈 가치가 있기는 하나 싶다.

 

 

 

울렁다리가 활주로처럼 길게 뻗어 있다.
출렁다리의 두 배인 이 울렁다리가 국내최장이라는데 흔들리지 않아 속은 울렁거리지 않는다.
잔뜩 흐린 산속이라서 짙어 오는 어둠이 산하를 지우고 있고 사람들도 없는데 하산을 알리는 방송에 마음은 조급해진다.

 

우리에게 높이100m, 길이 200m의 에스컬레이터가 기다리고 있다.
이런 건 중국의 천문산에서나 봤는데 이게 9월 6일에 준공해서 딱 한달 된 신상품으로 그냥 내려와 버리니 완전 호강에 겨워 요강에 똥을 싼다.
우리나라 산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탄다는 건 참 신선한 경험이다.

 

음악분수는 지 혼자의 쇼이고 호객에 표고버섯 한 봉지 시들고 전등이 켜진 상가지역으로 내려선다.

 

그래도 이곳에 왔으니 막걸리 한잔이라도 마셔 줘야 될 것만 같아서 피곤함에 쩔어든 심신에 응급 처방을 하지만 소생될 기미가 없다.

 

깜깜한 밤이 되었고 원주 양평역에서 기차에 올라 깜빡 졸았던 것 같은데 청량리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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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 조계산 산행 ***
-.일자 ; 2024년 10월 1일
-.코스 : 선암사주차장-선암사-장군봉-연산봉-보리밥집-작은굴목재-선암사주차장(13.7km / 5시간 24분)
 
한낮에 푹푹 찌는 더위와 조석의 싱그러운 가을 바람으로 아직까지도 여름이 더부살이를 하고 있는 공존의 계절이다.
연일 티끌 하나가 없이 청명한 하늘에 나의 마음도 세탁이 되어 기분은 마냥 상쾌 하기만 한데 가을이가 슬며시 산행이란 강박증을 데려다 놓았다는 건 눈치 채지 못했다.
더위의 기록 갱신과 폭우로 올라 버린 배추 값이야 수입을 해서라도 가격대를 낮추면 되겠지만 한번 늘려나 버린 몸무게로 인해 제대로 된 사람의 형태를 유지 시킬 수 있는 방법은 움직임뿐이다.
10월이 시작되자 새벽에는 창문을 닫아야만 하는 시원한 바람에 더위는 나 몰라라 내빼 버려서 산행에 대한 핑계거리가 사라졌고 나태함 과의 결별을 선언하기엔 적기다 싶어 조계산을 찾는다.
나 홀로 지방도를 달려서 선암사주차장에 들어 선다.
갑작스런 공휴일 지정으로 혼란도 있지만 이런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 많은지 주차장은 만차이고 햇살은 따갑다.
이상한 군상이 별별 요상한 짓들로 세력을 과시하려고 하는 게 우습지만 어쨌든 나는 휴일로 공돈을 챙겼고 누구 덕분에 입장료 없이 선암사의 들머리로 들어 선다.
푸른 숲이 햇살을 은은한 간접 조명으로 바꾸어 놓았고 물소리만이 청량한 산사의 진입로는 언제나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 준다.

 


승선교를 지나 태고종 총본산인 조계사로 들어 간다.

 


매스컴의 2024년 세계유산축전 홍보에 혹시나 했는데 49기 합동득도 수계산림에 예비 스님들의 불경 소리만 울려 퍼지고 있어 인간사 어딜 가나 경쟁과 시험의 연속이다. 

 


무거워진 나의 몸과 올라야만 한다는 의지와의 사투에 열불이 난다.
조금만 참자, 저 위 벤치에 가면 몸을 쉬어 줄께 달래면서 겨우 겨우 발걸음을 때고 있다.
어제의 숙취 때문이라 핑계를 대보려고 해도 몸의 게김성이 하도 괴씸 하여 그냥 내쳐 올라 버리기로 마음을 다잡는다.
몸이 가벼워야만 머리도 명석해지고 몸의 순발력도 생기지만 둔탁함은 우직성이 있어 날파리의 방해 공작도 육탄으로 돌파해 버리고 몇 사람을 추월까지 하는 성과를 보여 준다.
흔들리는 나뭇잎에 바람이 걸렸고 무한한 숲의 생명력 속에서 몸도 활력을 찾아 가고 있다.
이제야 길을 안내하는 눈도 거저 먹고 있다는 발걸음의 원망에서 벗어나 평온함이 깃들고 서로 유기적인 협력이 있어 향로암터에서 약수로 목을 축여 너불어진 돌무더기에 앉아 쉼을 하는데 산밑에서 올라 온 그 넘의 형님 형님 이란 추임새가 상념을 깬다.

 


샘터가 있다는 것은 그 만큼의 고도가 남아 있다는 증표이고 겨울이면 이곳에서부터 상고대를 피우기 시작하는 급경사의 시작이다.
토사가 빗물에 휩쓸려 버리고 돌만이 들어나 너덜지대와도 같은 오름길에 설치 되었던 계단의 침목들도 나뒹굴어 그 구실을 잃어서 몸은 지구 밖의 행성을 걷고 있는 듯 부자연 스럽다.
뒤로 자꾸만 밀리는 몸을 올라야만이 산다는 의식이 이끌어 정상에 올려 놓는다.
젊은 처자들의 경쾌한 대화에서 나는 세월을 느낀다.
민망스러워서 못할 포즈를 취해가며 자신을 표현하는 자유 분망함이 전 세계에 한류열풍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었겠지만 너무 획일화된 느낌도 지울 수 없어 살그머니 비켜나 산 풍경을 본다.

 


올라 올 땐 티없이 파란 가을 하늘이 비 예보를 증면할 셈인지 연산봉 너머로 구름이 피어 있고 등급을 가릴 수 없는 무등산은 아예 지워 놓았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시원한 산정이고 산비탈은 요즘 아침 저녁의 일교차로 곧 단풍으로 물들일 것만 같이 색이 바래어 퇴색되어 가고 있다.

 


이 가을은 감성을 말랑하게 만들었고 힘에 겨워 곧장 보리밥집으로 내려가고자 한 애초의 마음이 변덕이 죽 끓듯 하여 연산봉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한여름처럼 땀에 옷이 젖고 비를 맞은 듯이 흘려 내리질 않아 산행하기에는 적기이니 마음을 따를 수 밖에는 없다.
꽃 향기는 없지만 숲의 상쾌함이 퍼져 있는 산길이 기분을 좋게 한다.
산죽은 정원수를 관리하듯 말끔하게 정리를 하여 놓았고 계단은 빗질을 한 듯하여 발 디딤이 좋아 도심지의 산책길과 다름이 없다.
이 산하가 다 내 것이 되었고 나 혼자 만의 호사다.
나뭇가지 끝에 잎새가 말라가고는 있지만 나무들은 가지런하게 하늘로 치솟아서 그늘을 만들어 놓았고 등로는 스펀지처럼 푹신한 흙길이라 쉼 없이 걷고 있는데도 무리가 없다.

 


연산봉에 올라 조계산을 조망한다.
그새 장군봉은 구름 속에 자취를 감췄고 긴 골짜기의 물줄기를 승주호가 머금고 있다.

 


사색이 무념이 되어야 될 터인데 자꾸만 밀려 드는 상념들 때문에 무차별로 달려 드는 날파리를 떨쳐내 듯 연산봉을 떨쳐내고 송광굴목재에 내려 선다.
그러고 보면 입장료가 없어진 후 접치재를 기피하게 되어 송광사를 자연 회피할 수 밖에 없었는데 다음엔 꼭 연계하기로 맘 먹고는 밥 먹으로 보리밥집으로 내려 간다.
연신 밥솥에 뿜어져 나오는 듯한 구름이 계곡을 덮었고 습한 비 기운에는 밥 냄새가 묻어 나는 듯 하여 흘리듯이 보리밥집에 스며 든다.
늦은 시간임에도 손님들로 북적여 겨우 한 켠에 자릴 잡는데 활달한 목소리에 산우가 잡힌다.
참 영원이 자유로운 후배는 처렁처렁한 목소리로 옛 추억들을 영웅담으로 만들어 소개 시켜 주는데 내가 민망스러워 말문이 막힌다.
부인을 동행했으면서도 고추며 숭늉을 챙겨주는 세심한 챙김에는 더 없는 정이 담겨 있어 몸둘 봐를 모르겠다.
한참이나 이어진 수다는 스스럼없는 야유회 느낌이고 나 홀로 남겨 짐은 빈자리의 허전함 이다.
톡톡 떨어지는 비가 외로움을 부추긴다.

 


예전에 비해 빈약하기 그지 없는 보리밥도 넣어 놓은 양은 있기에 더부룩해진 배는 못 올라간다고 투쟁에 나섰지만 살려면 몸이 시키는 반대로 움직여야만 하기에 타협점이 없다.
살려고 먹고 또 움직여야만이 산다.
항상 선암굴목재 이 곳이 최대 고비다.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의 뒷모습을 빠니 보면서도 경쟁 의식도 생기지 않고 앞서 본들 피곤함은 온리 나의 몫이다.

 


우거진 숲이 우산이 되어 주었지만 몸은 젖어 들어 작은굴목재에 올라섰고 시원한 바람의 마중을 받아 선암사를 향해 내려간다.
그 많았던 사람들이 싹 사라지고 물소리만이 청아한 내림길이다.
동네 뒷산 오르듯 부담이 없었던 이곳도 점점 원정산행지가 되고 있어 일상으로의 복귀가 절실해지고 있다.
딸 결혼식이 있는 시월이 지나면 좀 나아 지려나......
그럼 또 환갑이고 정년퇴직인디
오늘이 시월의 첫날이고 국군의날로써 임시휴무일로 지정되다 보니 선암사 진입로에는 행락객이 많다.
저 평범함 속에 행복이 있음을 그 땐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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