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해랑길 64코스, 서해랑길 63코스) ***
-.일자 : 2025년 3월 15일
-.서해랑길 64코스 : 태안관광안내소-궁리항(13.2km)

 

빨리 잤으니 빨리 일어났고 밥 대신 상비약들을 먹고는 모텔을 나와 어둠 속에서 서해랑길을 헤쳐 나갑니다.

 

 
이젠 태안을 완전하게 벗어나 서산이고 김하사의 조력 없이 자력으로만 서해랑길을 이어가야 하지만 내적 갈등이 없어 마음만은 편안합니다.

 


장리교차로에서 가게의 불빛을 쫓을 틈도 없이 천수만로를 따라서 서산방조제에 올라 버리고 버드랜드교차로를 지납니다.
어스름 속에서 새들의 울음소리가 하늘을 긋고 산자락에는 커다란 서산버드랜드의 건물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서해랑길은 도로와 완벽하게 분리되어 이어지고 있고 닭섬에 이마트24는 불만 켜고 우리를 호객합니다.

 

 

새 밖에는 보이지 않는 저 너른 들판에 곡식을 재배하는 것이 경이로울 뿐입니다.

 


무릎이 염려된 몰빵은 테이핑을 하고 스틱을 집었고 주군은 몰빵과의 스피드를 맞추기 위해 도로의 금을 기준으로 삼았는데 단순한 걷기에서 우리들의 소소한 즐길거리입니다.

 

 


간월도가 조망되고 도로의 끝자락까지 왔는데 필수 경유지가 찍혀있지 않아 되돌아가서 기어코 빨간불을 켜고는 교차로에서 간월도선착장으로 방향을 틉니다.
걷기를 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필수 경유지에 대한 집착은 집요합니다.

 

 

배가 밥을 달라며 꼬르륵거립니다.
카페와 펜션 그리고 상가들이 형성되면서 위장은 소화액을 분출하며 먹을 준비태세가 되어 있으나 모두들 물 빠진 갯벌에 굴을 따러 나갔는지 식당들은 문이 닫혀 조식을 할 곳이 없어 조급증이 납니다.
노란 신호등처럼 불을 밝힌 간판에 희망을 걸어 봅니다.

 


울엄마영양국밥이 문을 열었고 참이슬부터 세팅시켜 놓고 굴국밥을 먹었는데 가격대는 있습니다.
주군이 주인에게 택시와 버스의 대중교통 상황을 묻습니다.
방조제의 단순하고 지겨움을 경험해 온 우리들은 서산방조제B지구를 순간이동을 하려 했으나 행정구역이 달라서 버스 운행은 없고 택시도 어중간해서 그냥 걷기로 합의를 봅니다.

 

 

바닷바람이 차갑습니다.
몇 차례 이곳의 여행 경험이 있는 몰빵이 가이드가 되어 간월암으로 들어갑니다.
기대치가 컸지만 나에겐 그냥 암자입니다. 이 하나의 암자가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이곳 사람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것이 의외입니다.
몰빵도 스틱을 꽃아 꽃을 피워낸 전설 하나쯤은 만들어서 후대들에게 먹거리를  남겨 놓았어야 했지만 곧게 뻗은 서산방조제만을 조망하고 갯벌을 통해 빠져나옵니다.

 

 


광활한 갯벌은 어촌의 생계를, 푸른 바다는 상인들을 먹여 살리는 삶의 터전입니다.

 

 

 

 

캠핑장과 카페와 영양국밥 등의 상가들이 같이하고 가로수가 인도를 차지해 버린 조금은 벌쭉한 해변길을 따라서 간월교차로로 갑니다.
갑자기 두 사람이 시야에서 사라져버렸습니다.
생리현상으로 화장실에 들어간 듯한데 나만 벌쭉해져서 오도 가도 못하다가 천천히 걷는데 예상했던 대로 친구들 버리고 혼자 가버린 매정한 넘으로 낙인이 찍힙니다.
에고, 인생사 참 힘듭니다.

 

 

방조제가 바다를 양분하여 배가 떠 있는 곳은 바다에 안면도에 걸리고 내면 깊숙이 들어간 간월호에는 새들이 노닐고 있습니다.

 

 

 

정주영공법의 안내판에서 홍성군으로 행정구역이 바뀌고 덕산도립공원의 덕숭산과 가야산이 하늘금을 그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 두 산을 오르면서 이곳을 걷고 있을 우리를 상상했는데 지금은 몹시도 추웠던 가야산을 추억합니다.

 

 

궁리교가 바다를 잇고 배수관문이 바다를 격리시킵니다.

 


왼편에 홍성조류탐사과학관은 조금은 생뚱맞은 외곽지에 있어 운영되고 있는지 조차 의문시될 정도이고 바다에 돔이 설치되어 있는 놀궁리 해상파크와 배들은 갯벌에 박혀 있습니다.

 

 

 

궁리항에 접하면서 쉼터와 조형물들이 설치되어 있으나 상가들은 휴업인 곳이 대부분입니다.
궁리파출소 앞에서 64코스를 마무리하고 어판장을 둘러보나 어촌의 공동화만 느낄 뿐입니다.

 

-.서해랑길 63코스 : 궁리항 - 남당항
우리들의 주유소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63코스로 흘러 들어갑니다.
신축 건물인 주민 시설이 있어도 사용 흔적이 안 보이고 쉼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이 슈퍼에 다녀올 것을 제안합니다.
우린 말없이 통하는게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휴식과 에너지 보충이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에 찾아 든 슈퍼는 군시설에 유통기간이 넘겼던 구멍가계의 딱 그 수준이라서 술만 구입하고 식당에서 회를 주문했는데 물고기를 잡아서 올 시간에서야 나옵니다.
카드의 알림 시간을 확인했던 두 사람의 기다림도 만만치 않았겠지만 괜히 내가 미안합니다.

 


이미 한계치를 벗어났겠지만 회를 즐겨하지 않는 두 사람은 김하사가 주고 간 과자만을 안주로 삼고 있고 주변 분위기를 주입시키며 강제해도 요지부동이라 나도 회 맛이 없습니다.
길을 나설 때가 된 것입니다.

 


길은 물이 빠져나간 갯벌을 향해 마을길처럼 깊숙이 뻗어 있고 앞에 보령타워가 등대마냥 길을 인도하고 있습니다.

 


서해랑길의 해안가를 따르고 있지만 간만의 차이가 많은 보름때라서 아직까지 파도가 찰랑거리는 바다는 보지 못했고 해변으로 내려서서 사그락거리는 자갈을 즈려 밟으면서 간월암의 짝퉁 같은 속동으로 들어갑니다.

 


명풍낙조 전망대는 오르지 않고 곧바로 홍성 스카이 타워를 향해 올랐는데 관광객들로 대기줄이 길게 이어져 있어서 서해랑길 휴게소에 들어갑니다.

 



쾌적한 환경에서 휴대폰을 충전하고 물을 보충할 수 있어 걷는 이에게는 호텔급의 휴식처입니다.
두 사람은 폭신한 쿠션의자를 침대 삼아서 주특기인 오침에 들어가고 나 홀로 3천 원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홍성타워에 오릅니다.
뭐 지금까자 봐 온 광활한 서해의 갯벌과 뚝방처럼 길게 뻗은 안면도가 조망되는 그저 그런 풍경 속에서 가야 할 옥동 해양공원이 해안로를 따라 이어지고 있습니다.

 

 

 

타워 입장료 중 지역 화폐로 2천 원을 돌려주기에 편의점에서 라면과 도시락으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합니다.
파라솔로 그늘을 만들어 피크닉 분위기라서 소주도 한잔하여 기분을 업 시켜 놓았습니다.

 

 

도로 난간을 무지개빛으로 색칠해 놓은 공원 안에는 캠핑카들이 있고 도로를 따라서 곳곳에 바다를 조망하는 펜션들을 벗어나자 공원이 이어집니다.

 

 


지붕이 있는 쉼터는 모텔급이고 벤치는 여관급으로 요령껏 햇살을 피해 휴식을 취한 후 어사교를 넘어 어사리 어사회타운으로 들어가나 문을 열고 있는 가게가 없습니다.
나라가 어수선하고 엉망이니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의 몫이 되어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늘고 있는 듯하고 이젠 모텔도 영업 유무를 확인해 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나마 관리가 되고 있는 어사리 공원이 있습니다.

 

 

 

모두 문을 열고 있는 회센터들이 즐비하지만 손님은 없는 듯 호객이 있고 텅 빈 품바 공원장은 자기네들끼리의 놀이터입니다.
SNS의 영향인 듯 창고 같은 카페에 사람들이 엄청 많고 누가 누구를 구경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모처럼 물이 찰랑거리는 해변을 따라서 무지개색의 데크가 이어지고 바다를 향해 남당노늘 전망대가 있습니다.

 

 

나 지금 홍성이여~~~

 

 


바닷물이 백사장의 존재를 살려 비로소 바다 풍경이 완성되고 있는데 도심지 같은 남당항으로 들어갑니다.

 

 

찬바람이 불고 추워도 봄은 오고 있고 여기도 매년 열리는 새조개 축제 중인 듯 사람들 엄청 많아졌고 호객도 극성입니다.

 

 

 

걸을 수 있을 때 열심히 다니고 이빨이 성할 때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즐길 수 있을 때 마음껏 즐겨야 합니다.
그래도 이곳에 왔으니 우리도 관광객들에 합류되어 새조개를 구입하는데 조개 하나에 8천 원이 넘어 금값에 버금갑니다.
옆 테이블의 노인들은 그래도 상가보단 이곳이 저렴하다고 하는데 시장이 소주값도 5천 원이니 이래선 곧 다 망하게 생겼고 우리는 서해랑길에 파산 신청을 하여 모텔로 들어갑니다.

 

 


새조개 샤브샤브는 비싸기만 했지 안주 역할도 못해서 취기가 금방 올라왔고 허한 속을 치킨으로 달래 보지만 이미 한계치를 오버해 버렸습니다.

 

 

나 이러다가 지명에 못 죽겠다.. 잠 좀 자자..
두 사람의 고문에도 어떻게 잠이 들긴 들었는지 아침은 왔습니다.

*** 김하사와 함께 하는 서해랑길 ***

-.일자 : 2025년 3월 14일

-.서해랑길 도장찍기(68코스,67코스,66코스,65코스)

 

===== 서해랑길 68코스 ====

해가 바뀌었고 우리는 환갑을 지나 퇴직을 했지만, 아직은 현장의 연속성 속에서 서해랑길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날짜 조율이 힘듭니다.
어찌어찌해서 주군의 야근 퇴근 후 곧바로 출발하는 일정으로 잡았는데, 픽업을 담당하는 김하사님도 휴가를 내야 해서 부담이 여전합니다.
카톡으로만 의견 조율이 오갈 뿐 4명이 모여 결의를 다지지도 못한 채 시간은 속절없이 흘려 버렸고 급조된 모임에서 비워진 술병이 자폭이란 걸 모르고 의기투합하는 무모함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포식하고 내일을 걱정하지 않고 마셔 됩니다.

 


 
광양에서 태안까지는 차량 이동 시간만 해도 3시간 40분이고, 만약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면은 꼬박 하루를 잡아야만 하는데, 종봉씬 우리에게 참으로 은혜로운 후배입니다.

 


군산휴게소에서 쉬고 태안의 32번 서해로에 접어들었는데, 가수면 상태였던 주군이 도로변의 서해랑 안내도를 확인하고서는 얼마 후 중화요리집에 정차합니다.

 


시간 단축을 위해서 주군의 퇴근과 동시에 출발을 하여서 짬뽕으로 간단 점심을 먹고는 시발점인 만리포해수장을 패스하여 어은리 해변으로 들어갑니다.

 


예전에는 선행학습을 해가면서까지 코스 완주를 하는데 목적을 두었지만, 이제는 3개의 필수 코스를 찍는 인증 완료로 목표를 바꾸었습니다.
공부만 잘해서 검사가 된 사람들의 요즘 형태를 보니 굳이 백점을 맞을 필요가 없이 국가고시 합격점인 60점만을 통과하고 나머지는 삶의 여유로 채우는 것이 낫습니다.


어은돌 해변에서 망미산과 파도리 해변을 싹둑 잘라서 노선을 직선화했지만, 여기까지 와서 해식동굴을 보지 못한 서운함은 애써 감춰 놓았습니다.
썰물로 갯벌이 길게 드러난 어은돌 해변은 인적도 없고 야영장은 폐점 상태지만, 바다의 상쾌한 바람이 서해랑길에 발을 디뎌 놓은 우리를 들뜨게 합니다.
우리들은 코스를 미리 점검했어야 마땅했는데, 그냥 들이대는 무대포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어 이제서야 두루누비 앱을 켜고 코스를 설정하는 데만도 꽤나 시간을 소비하고 있어 참 손이 많이 갑니다.

 


따스한 온기 속에서 봄꽃 피어나기 시작한 도로를 따라서는 펜션들과 오토캠핑장들이 있고 파도리를 휘어 돌아오는 서해랑길의 도로와 접합니다.

 

 


직선화되어 있는 방파제는 갯벌과 농토와 양식장을 나누었고, 폐양식장은 태양열 발전소로 대체되어 있습니다.

 

 


이왕 막을 거면 건너편에 있는 신진도까지 막아버릴 것이지, 물이 빠져나간 바다에는 기름을 바른 것처럼 갯벌이 햇살에 반짝거립니다.

 

 


방파제가 1.43km라 적당한 시간에 마무리되며 끝자락에는 엔젤펜션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이런 곳에 자리한 이 펜션과 농토 한가운데 있는 펜션들이 이해할 수가 없는데, 속성으로 지나가고 있어 서해랑길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함입니다.

 


마을버스 정류소에서 김하사가 대기하고 있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송현마을이 너무 조용합니다.
아직 우리에게 찰랑 거리는 바다가 보이지 않고 있는데, 바다가 예쁜 집은 정말 그곳에서는 바다가 보일까요? 저 시골밥상의 식당에서는 밥을 먹을 수 있을까요?
별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가 마을을 벗어난 길이 제정신으로 돌려놓았고, 우리가 지났던 서해안로의 송현1리 교차로의 서해랑 안내도에서 필수 경유지를 찍고 68코스를 클리어합니다.

 

 

==== 서해랑길 67코스 ====

김하사와 함께하고 있는 서해랑길입니다.
필수 경유지 3개만을 통과하기 위하여 차량에 탑승하여 이동합니다.


차로는 이동하지만 서해랑길을 벗어나지 않고 트럭처럼 수풀이 우거진 방파제길을 질주하고 먼지가 폴폴 날리는 도로를 내달리면서 덤프와도 대치를 합니다.
유독 많은 염전들이 차창으로 휙휙 지나가고 있습니다.

 


펜션과 전원주택들이 있는 곳에서 찻길이 막혀 해안길로 내려 갑니다, 노을이 지는 해안길로 만조 시 우회 노선 안내판이 있는데 지금은 바다로 길이 뻗어 있습니다.
걱정이 앞선 김하사님은 도로를 확인하러 나섰고, 우리는 수조의 반영을 추억으로 남깁니다.

 

 

 


펜션과 전원주택들이 있는 곳에서 찻길이 막혀 해안길로 내려 갑니다, 노을이 지는 해안길로 만조 시 우회 노선 안내판이 있는데 지금은 바다로 길이 뻗어 있습니다.
걱정이 앞선 김하사님은 도로를 확인하러 나섰고, 우리는 수조의 반영을 추억으로 남깁니다.

 


 
양파와 마늘이 심어져 있는 농로를 택배 차량이 이끌고 있고, 방파제가 있는 민가 앞에서 경유지를 찍기 위해 차에서 내립니다.
수풀이 우거져 차는 더 이상 진행할 수도 없습니다.

 

 


방조제를 넘어서면서 근흥면으로 행정구역이 바뀐 듯한데, 민가의 마당을 통과 하여 종교적인 색채가 있는 신의 궁전 건물 앞을 지납니다.

 


갯벌이 펼쳐지고 자그마한 섬 하나가 눈길을 끌더니 소금마을 표지석에는 자염 생산 과정을 설명해 놓았는데 다 쓸데없는 행정력 낭비 입니다.

 


드러난 갯벌에는 시험용인지 영역 표시들을 해 놓았고, 방파제부터 대단위 염전이 펼쳐집니다.
염전은 규모 면에서는 부안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엄청나고, 갯가에서 쉼을 하고 있는 할머니들은 맛조개를 채취해 놓았는데 구매를 한다고 해도 들고 갈 수 없기에 아쉽습니다.

 


그물이 드리워진 저수지의 배수관을 지나 마을을 지나고 산자락에 풍차가 있는 아가페 유스호텔과 마주하는데, 여기서 서해랑길은 정문으로 언덕을 올라야만 하지만 여지없이 김하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동차에 승차하여 버려 작은 봉우리들을 오르지는 않았지만, 정상적인 서해길의 도로와 접하면서 이곳이 금북정맥이란 걸 알고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그대로 필수 경유지가 있는 67코스 종점인 연포해수욕장으로 이동해 버립니다.

 


송림이 우거진 해수욕장은 비수기라 인적이 없어 그대로 차를 타고 넓은 주차장이 있는 도황1리 다목적회관 옆의 안내도에서 QR코드를 찍습니다.
이로써 순식간에 2개의 코스를 마무리 짓지만, 우리에겐 개미지옥만 같은 이 태안을 빠져나오려면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안위합니다.
태안이 좀처럼 서해랑길을 놓아주지 않고 11개 코스로 뺑뺑이로 돌려 놓았기에 또다시 이곳을 찾기에는 여러모로 무리가 있습니다.

 

 

==== 서해랑길 66코스 ====

서해랑길을 휘어 돌고 있는 도로를 벗어났지만, 마을길과 농로에 막혀서 워낙 고역이 아니라서 차량 알바까지 합니다.
이런 길을 이어 간다는 것도 만만치 않음을 체감하는 서해랑길의 차량 투어입니다.
차로 도로를 따르다 보니 항구에 제법 흥청거리는 회타운이 형성되어 있어 김하사와는 헤어질 결심으로 회를 제의했더니 아직은 아니랍니다.

 

 

차량 투어 중....

 

 

차량 투어 중....

 

차량 투어 중....

 


 
그래도 코스 인정인 3개의 필수 경유지만은 두 발로 찍고자 하는 양심은 가지고 있어 몽산포까지 9.3km 지점인 진산리에서 내립니다.
갯벌 체험장 전 펜션 마을에서 필수 경유지를 찍고 무인카페를 지납니다.
해안가를 따라서 펜션들이 참 많고 앞에 도시가 형성된 것처럼 솟아 있는 커다란 건물들은 공사가 중단된 리조트의 건물입니다.
방치되어 흉물스럽지만 만만치 않은 대가를 치렀을 건물주와 관련된 업체를 생각하면 안쓰럽기도 합니다.

 


태양광 발전단지가 펼쳐지고 코에서는 바다 내음이 느껴집니다.
리조트들이 나오고 종점이라 착각했던 몽산포항입니다.

 

 

 


이미 필수 경유지를 3개를 다 통과 하였고 김하사의 귀가 길이 염려되어서 호출을 했더니 역시나 몽산포항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여간 우리의 심리와 동선을 기가 막히게 알고 있고 적절하게 대응하여 자꾸만 의지가 되지만 안전한 귀가를 위해서는 이제는 정말 헤어져야 할 시간입니다.

 

 

 


몽산포항은 수산물을 판매하는 가게와 식당이 분리되어 운영되고 있어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여기서 숙박을 하든 끝자락인 몽산포야영장까지 자력으로 이동을 하고자 했는데, 김하사님의 1구간을 더 단축시키자는 긴급 제의을 받아 들여 서두르다 보니 마음은 급해 음식은 주마간산입니다.
그나마 우리는 술이라도 한잔씩 하며 아쉬움을 달래는데, 김하사는 물잔만을 기울이다가 차에 올라 몽산포야영장까지 순간이동을 합니다.

 


해가 기울어 가며 하늘에 날던 새들도 보금자리를 찾아간 듯한데 해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좋은 집 나와서 아지트를 구축하는 사람들과 해변과 스카이워크을 거닐고 있는 사람들로 휴양의 분위기인데 해저물녘의 나그네들은 바쁩니다.
몰빵과 주군은 안내판에서 인증 QR을 찍자마자 소나무 숲으로 사라져버립니다

 

 


서해안의 해가 힘을 잃고 뉘엿해져 갑니다.
해수욕장은 태안 달산포, 청산포 해수욕장과 연결되어 13km에 달하는 동양 최대의 긴 해변이란 설명입니다.
태안해변길 4코스 솔모랫길 아치문으로 들어가 소나무 숲속을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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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산포해수욕장이 필수 경유지가 됩니다.
솔모랫길은 청포대해변을 지나 드르니항까지 13km 거리인데, 난 이미 이 길을 두 번이나 걸었었지만 이렇게 걸으니 새롭습니다.

 


뒷짐을 지고 걸어도 맨발로 걸어도 전혀 부담 없는 길이 계속됩니다.

 

 


소나무 사이로는 해가 걸리고 우리들의 발걸음은 빨라져서 염려했던 몰빵의 걸음걸이가 절룩 거려지는데 청포대해수욕장 진입로에 김하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65코스의 종점.시점까지를 더 한다면 필수 코스 3개는 인증한 셈이니 더 망설이지 않고 차에 올라 태안군관광안내소에서 태안의 마지막 인증을 합니다.
행정구역 때문인지 숙박시설도 없는 천수만로 방파제의 한가운데에 다가 만들어 놓아 생뚱맞는 곳입니다.
하여간 반나절 만에 4코스를 클리어하고 태안을 벗어났으니 우리에겐 북진을 해왔었던 대천해수욕장까지 이어야 하는 의무감이 생겨버렸습니다.

 

 


장리포구로 이동하여 궁무인텔에 첫날밤의 아지트를 잡습니다.

 


김하사는 저 먼 길을 홀로 어이 내려갈런지 염려하는 우리를 두고서 되레 캔맥주와 안주를 내어 놓은 챙김에서 헤어짐이 더 아쉽습니다.

 


호텔에 배낭을 내려놓고 술 한잔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지만 7시도 전인데도 가게와 식당은 문을 닫았고 주변의 시설들도 폐업 수준입니다.
몰빵의 기치로 문을 두드려서 겨우 소라무침을 테이크아웃했지만 소주를 5천 원씩이나 받은 건 너무했습니다.
어쨌든가 주변에 먹거리가 없는 덕분에 야근 후 강행군을 한 주군은 빠른 취침으로 피로를 회복하고 우리는 건강을 챙겼습니다.

 

** 광양 매화마을 - 쫓비산 산행 **

-.일자 : 2025년 3월 12일

-..코스 : 매화마을 - 좇비산 - 매화마을

 

시청앞 시민광장에 매화꽃이 피기 시작했다.

 

 

차량 정체를 피하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섰는데 진행요원들이 진입도로를 통제하고 섬진강둔치 주차장으로 유도한다.

 

 

셔틀버스는 06시부터 수시 운행이다.

참 부지런한 공무원에 축제 진행요원들이다.

 

 

차량이 통제 된 매화마을 주차장은 행사와 장사부스들이 차지 했다.

 

 

그래도 꽃은 있네....

 

 

전에 없었던 매표소가 생겼다.

성인 5천원에 전액을 상품권으로 환불해 주는데 65세 부터는 공짜다.

나도 몇년 안남았다.

 

 

꽃....

장장 멀었고 일주일은 더 있어야 볼만 하겠다.

 

 

나의 목적은 쫓비산이다.

 

 

음..

역시나 듬직 혀...

 

 

나의 작품이다.

 

 

사람들이 알록달록 꽃을 피운 꽃축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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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산 가야산**

 

-.일자 : 2025년 2월 23일
-.코스 : 원효암입구-원효봉-가야봉-석문봉-옥양봉-남연군묘-가야산주차장(10.3km / 5시간 25분)


아지랑이가 피어 오를 것이 포근해진 날씨에 친구들 따라서 봄 나들이나 다녀 오마 하고 신청을 해놓았던 산행이었는데 전국을 급랭 시켜버린 날씨로 고민을 거듭되지만 혼탁한 현시대에서 제정신이라도 추수릴려면 또 산행만 한 것이 없다.
뭔 나라가 월급 빼고는 다 올라서 산행비 마저도 6만원이고 딸랑 꼬마 김밥에 음료 하나를 제공 할 뿐인데도 버스는 만차이니 이게 작금의 경제 현실이다.


혹한기로 인한 서해랑길의 휴먼 기간을 틈새 산행으로 메우다 보니 충청도가 친숙해졌다.
얼마 전에도 덕숭산에 올라 통신탑이 있는 가야산을 조망하였었는데 이렇게 다시금 찾을 줄 그땐 몰랐다.


가야산이 덕숭산과 함께 도립공원으로 지정 되었는데 황망한 국도변에서 내린다.
확 달려 드는 차가운 바람은 아이스크림을 삼킨 것처럼 머리를 띵하게 만드는데 이정표 대신 상황산원효사란 표지석이 있다.
가야산의 옛 명칭이 상왕산 이였다는 걸 나중에야 안 나로써는 현 위치 파악도 안되고 있다.

 


완벽한 보온을 구축 하고 있는 두 친구를 기다리며 우물쭈물하였다가는 헐떡이면서 뒤를 쫓다 보니 무릎은 삐그덕 거리고 육신은 체온조절을 핑계로 태업을 할 태세라서 겉옷을 갈무리 한 것으로 달랜다.
원효사의 터가 명당인지 진입로를 따라서 펜션들이다.
원효사를 버리고 계곡을 건너 서면서 산길이 시작되고 겨우 단체의 꼬리를 잡았다.

 


동네 야산만 같은 분위기의 양지바른 등로가 길게 줄을 세웠고 산비탈에 희끔한 눈은 아이젠을 착용하게 만든다.
음지는 녹았던 눈이 결빙되어서 무척이나 위협적이고 양지바른 곳은 아이젠의 발톱에 낙엽이 찍혀 뒤뚱거리는 참 어중간한 계절의 산행이다.

 


조망이 조금씩 트이기 시작하며 누가 보아도 저곳이 원효봉이라 여길 곳에 원효봉이 있다.
서해안으로 스며드는 이곳의 산릉들은 야트막하여서 6백미터급도 관제탑처럼 막힘 없는 조망처가 되어 준다.
산세에 비해 꽤나 듬직한 정성석이 있고 방송탑이 있는 가야산이 건너편에 있다.
덕숭산을 조망하고 상가저수지는 미세먼지가 지워 버린 서해바다를 대신 하였다.

 


내림길이 얼음이다. 무섭다. 쫄린다.
육신은 신체기능의 저하와 회복력을 핑계로 내려 서길 주저 하는데 이럴 줄 알고 챙겨 온 아이젠으로 타협을 한다.
등로가 결빙되어서 무척이나 위협적인데도 안전 시설물이 하나도 없어 도대체가 이곳이 도립공원이 맞나 싶고 등로 마저도 눈에 묻혀 버렸다.

 


아무래도 이곳 원효봉은 산객들의 선호도가 없는 듯하고 어기적거리면서 길을 헤치며 도로에 내려선다.

 


옷에서는 아지랑이처럼 김이 폴폴 새어 나오고 따스해진 기온 속에서의 정적으로 하산을 다 해버린 듯한 기분이다.

 


방송탑으로 이어진 도로는 뱀처럼 갈지자로 휘어서 올라가고 있고 사면길은 산불방지 기간으로 통제를 시켜 놓았지만 눈에 찍힌 발자국을 따른다.
눈이 없는 따스한 남녘이 삶의 터전인 나로서는 TV속의 폭설 현장이 비현실적으로만 비춰 졌는데 적설량으로 보아선 축사도 비닐하우스도 주저 앉일만 하다.
아이젠을 신고 있음에도 미끌리고 엠보싱화 된 울퉁불퉁한 등로가 힘을 빼는 사면 길이 지속된다.

 


호흡이 거칠어 지고 출력이 저하된다.
난 참수리가 건네는 유통기간이 지난 떡 하나를 먹어 에너지를 보충했고 놀자는 패싱을 하여서 욕을 먹었다.

 


이쯤에서는 가야산 정상을 향해서 치고 올라야만 하는데 사면 만을 고집하더니 기어코 지나쳐 버리고 가야산주차장에서 올라 오는 등로와 합류되더니 아예 비켜나 버린다.
설마가 현실이 되었고 다져져 있는 발자국을 따라서 가야산정상 방향으로 올라 고양이가 어슬렁거리는 도로를 따라서 개가 지키는 방송시설과 마주 하지만 정작 가야산 정상은 철조망 속에 갇혀 있다.
이곳은 분명 올라 온 기억이 있는데 맞물리지 않는 기어처럼 헛돌기만 하여 재생이 불가하니 쌩 머리가 아프다.
함께 올라 온 동지들의 기억력을 보탬으로 하여 이곳이 금북정맥이란 걸 알았지만 어떻게 이곳을 헤쳐 나갔었는지는 되돌려 볼 수 있었던 블로그가 사라져 아쉽다.

 


생선을 노리는 고양이처럼 주변만을 탐색하다가 내려 설수 밖에 없고 주 등로와 합류하여서 가야산 정상석이 있는 가야산 전망대에 오른다.
실향민이 향수를 달래는 망향의 동산처럼 많은 사람들이 가야산 정상석을 담고는 유유히 사라져도 금북정맥의 표지석만은 앵커리지처럼 흩어진 기억들을 붙잡는다.

 


여지 것의 산행은 나의 운동 코스인 가야산과 별다름이 없었기에 투자한 시간과 경비의 효율성을 생각했었는데 산줄기가 참으로 멋찌다.
이 산줄기를 분수령으로 하여 북사면은 안성의 삽교천이 흐르고 남쪽 사면을 따라 흐르는 물은 금강으로 흘러 든다. 

 


서해바다를 휩쓸고 온 바람이 살풀이라도 하듯이 마구 휘젖고 다녀 눈을 뜰 수도 없고 피부가 따갑다.
만경창파를 거침없이 질주해 오던 바람이 나뭇가지에 걸려 귀신 같은 비명을 질려 대고 있다.
분명 봄이 오는 듯 했는데 어디론가 내 뼈 버렸고 노출된 피부를 괴사 시켜 버릴 만큼 위협적이라 고개를 팍 숙이고 내림길을 내달린다.
지금으로선 배낭에서 옷을 꺼내 입는 시간 마저도 사치다.
암반의 쉼터에 올랐지만 바람을 피해 갈수가 없어 이 또한 그냥 지나 칠 수 밖에 없다.

 


거북이바위 소원바위 등이 눈길을 잡아도 휴대폰을 꺼낼 만큼 멋찌 진 않다.
등로가 좋기도 하지만 이쪽 사람들은 눈길에 최적화 되어 있는 듯 아이젠도 없는 사람들이 많고 그렇다고 우리처럼 중무장을 하지도 않았다.
점심은 먹어야 하는데 바람을 피할 곳이 없다.
느낌상 이 능선을 올라 버리면 안될 것 같아서 사면에 눈을 다져서 점심 자릴 구축했는데 주변이 어둑해 지더니 눈발이 휘날린다.
흐리긴 하였어도 하늘에는 먹구름도 없는데 이게 축복인지 토끼몰이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난민처럼 덜덜 떨면서 밥을 우겨 넣으며 신경마취체처럼 소주를 들이킨다.
부작용 이야 나중에 생각할 일이다.

 

 


한차례 눈이 휩쓸고 간 후 폭풍 전야와 같은 고요 속에서 석문봉과 옥양봉이 자태를 나타낸다.
그리 까탈 스럽게 굴지 않아도 거리만큼은 정직하여 각개로 흩어졌고 석문봉 정상석에서 모여 든다.
바다를 지워버린 조망 속에서도 서해랑길의 해안선이 그려 지는 건 얼마 후에는 내가 그곳을 걸으며 이곳을 회상하게 될 것이라 서다.
우리가 산악회에 와서 이렇게 모여서 단체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게 순전이 눈과 바람의 조력 때문이지만 그 만큼 우리들만의 낭만은 사라져 버렸다.

 


그새가 언제라고 대기에는 온기가 도는 듯하고 수묵화처럼 산과 능선의 농담이 그려낸 수묵화가 파노라마가 되어 펼쳐져 있다.
항상 결정하고 실행하는 게 힘들지만 막상 이렇게 나오면 참 좋다.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림길이 수시로 나오고 옥양봉에 올라 서니 총무님이 성수를 하사 하신다.
점심 후 배낭을 정리 할 때야에 존재를 알았던 족발이 제물이 되었다.

 

 

 

 


내림길이 지루하게 느껴지고 가야산주차장까지 내려가는 도로가 상당히 멀어 의구심까지 든다.

 


주차장은 꽤나 넓고 덕산도립공원사무소의 양지바른 곳은 늙은 숯닭들의 아지트가 되어 물 한모금 마시고 하늘 한번 처다 보는 단순한 행위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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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유산 눈꽃 산행 ***
-.일자 : 2025년 1월 18일
-.코스 : 삼공리주차장-구천동계곡-백련사-향적봉-중봉-백암봉-동엽령-안성탐방지원센타
(17.4km / 5시간 43분)

요 며칠 금주를 했었고 근교로 눈 산행도 다녀 와 덕유 설경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높여 놓았는데 날씨가 너무 포근하다.
무주 참 오랜만이다. 선입견에 출발지가 안성탐방센터로만 알았는데 곤도라팀을 위함으로 버스는 삼공리로 들어서고 있다. 
가지 않으면 세월이 아니라지만 스쳐 지나간 산천은 변함이 없고 빼곡히 주차된 차량과 수많은 산객들로 여전히 북적인다.

 


어차피 팀 산행은 의미가 없어졌고 인파에 섞여서 평소대로 나 홀로 산행이 되었고 눈길을 조깅을 하듯이 성큼성큼 걷고 있는 두 사람이 길잡이가 된다. 
도로에도 계곡에도 하얀 눈에 덮여 있고 어사길이 사람들을 분산시켜 놓았다.

 


무릎보호를 위해 아이젠을 하지 않았고 엉거주춤 걸어 긴 구천동 계곡의 끝자락인 백련사에 도착한다. 
사찰은 봄을 맞이한 듯 따스한 햇살을 받아 처마에선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어 눈꽃은 포기해야 할 듯하다.

 


오르막이 줄을 세운다. 
설 녹은 눈과 계단을 덮은 어설픈 적설량은 점점 두께를 더해가고 있고 사람들의 고달픈 몸짓과 거친 호흡에서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동질감도 느껴진다.

 

 
정년퇴직도 하여 다리심이 빠질 나이대가 되었지만 나름 꾸준한 운동으로 오르막에 최적화시켜 놓았는데 페이스를 잃어버려 난 더 힘들다.
틈새를 공략하여 어찌어찌 추월하면 또 다른 무리들로 정체가 되고 또 길게 이어진 줄로 추월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적설량에 비례하여 사람들도 줄어들고 있고 조망이 트이며 산그리메가 펼쳐진다.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를 것만 같은 날씨에도 봉우리들이 선명하지만 난 불러줄 이름들을 잃어버렸고 그저 망연히 쳐다만 볼 뿐이다.

 


대피소 갈림길에서부터 나뭇가지는 눈을 한 움큼씩 담고 있어 무척 위태롭고 시원한 바람이 몸의 열기를 식혀 준다. 

 


사람들 엄청 많고 두 개의 정상석에다 길게 줄을 잇고 있는데 100대 명산이란 헛개비가 만들어 놓은 진풍경이기도 하다.
정상에 올라 주변을 조망한다. 저 무주 스키장은 한때 겨울철 여행지로 매년 찾았었는데 산과 함께 자연스럽게 잊혀 있었다. 

 


허리까지도 위협하는 수북한 적설량에 설 녹은 눈은 미끄럽고 아이젠의 발톱이 박히질 않아 미끄러운 길을 내려와 취사장에 들어선다. 
몹시도 추울 거라 예상을 하여 김밥과 핫바 등의 행동식을 준비를 했는데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라면과 속을 뒤집어 놓는 고기 굽는 냄새는 고문이다. 후회를 않으려고 해도 마누라 보온병을 가져가란 말이 자꾸만 되씹힌다.

 


산정의 차가운 냉기는 눈을 보관해 놓았고 주목의 나뭇가지는 먹다 남은 케이크처럼 하얀 눈을 한 가득씩 담아 축 늘어져 있다. 

 


어중간한 설경에 눈을 마주치기도 그렇다고 그냥 지나치기도 어중간한 덕유의 풍경이다. 그마저도 다져진 외길만을 통행해야 하여 마주 오는 사람을 피해 주마간산이고 정상석 없는 중봉에 오른다.

 


날씨가 온화함에도 가시거리가 무척이나 좋아서 중첩되는 능선을 따라서 남덕유가 조망된다. 

 


눈이 덧칠을 하고 골짜기의 음영에 골격이 그대로 드러낸 날것 그대로의 적막한 산상고원을 산군들이 개미가 기어오르듯 길게 줄을 잇고 있다. 

 

 

햇살이 쏟아져 들어 와 백색의 세상이고 반사 된 광량에 실명이 될 것 만 같다.

 


평원만 같았는데 다져진 눈길을 한 발자국도 벗어날 수 없는 함정을 숨기고 있다. 눈이 나무를 삼켜 버린 눈꽃 없는 한라산과 흡사하다.

 



등로는 외나무 다리가 되어 어쩔 수 없이 한쪽이 양보를 해주어야 하여 걷다 서다를 반복하다 보니 거리감이 없다. 
도대체가 백암봉이 이렇게 까지나 멀었었나 싶어 이정표를 확인한다. 

 

 


오징어게임을 하듯 사람이 오면 멈추고 안 보이면 내달려서 한잔들을 드셨는지 목소리가 쩌렁쩌렁한 산님들을 산지킴이가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는 동렵령에 내려선다.
저분들 저 눈길을 어이 헤쳐 나갈런지 내가 걱정되는 시간대이다. 

 


산속이라 그런지 으슥해지고 있고 이젠 안성에서 올라오고 있는 사람들은 없다. 

 


눈 쌓인 적막한 산길을 나 홀로 터벅터벅 내려간다. 
거친 세파에 시달리고 휩쓸려서 조금은 희로애락에서 의연한 나이가 되어 있다.
아무 생각 없는 단순한 내림길이다. 이건 눈꽃산행이 아닌 그냥 눈 산행이고 트레킹이다.

 


진행해 온 거리도 있고 어차피 버스는 무주리조트에서 출발도 하지 않았을 시간이라 땀을 식혀 가며 내려섰으나 안성탐방소 주차장은 승용차로 빼곡할 뿐 버스는 없다. 도로를 따라 마을까지 내려왔어도 버스가 주차할 공간은 없어 결국은 가게에 스며 들어서 자릿값으로 소주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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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산 산행 **

 

-.일자 : 2025년 1월 11일

-.코스 : 선암사주차장-선암ㅇ사-장군봉-장박골-보리밥집-작은굴목재-선암사주차장(13.3km / 5시간 10분)

요즘 욱 하는 것이 잦아 지는 게 어서 입산을 하여 자연치료를 받아야만 되겠다.
하필이면 오늘이 젤 춥다고는 하지만 또 망설여 지는 게 결단력도 없어져 증상이 깊어져 있음이 확실하다.
요즘 서해안이 폭설의 좌표가 되어 있어 이동의 걱정으로 제설이 되어 있을 것 같은 조계산을 선택했는데 의외로 눈은 없다.


상사호에는 솥에서 막 꺼낸 순두부마냥 몽글몽글 물안개가 피어 오르고 있어 추위를 잊게도 한다.

 


선암사 주차장에 옛 화장실이 철거 되었고 주변은 이발을 한 것처럼 말끔하여 상가지역이 더욱 부각 되고 있다.
선암사 진입로에서 하얀 눈에 덮여 있는 봉우리가 조망되고 오르는 기온에 눈꽃이 떡가루처럼 바닥에 떨어져 버릴까 봐 길게 드리운 그림자가 앞서 간다.
아서라. 현재의 온도가 영하 5도로 여기선 좀처럼 체감하기 힘든 기온이고 저 풍경을 한 시간 이상 쯤의 저장 능력은 충분할거라고 다독거려 본다.

 

 


삼인당 연못은 케이크처럼 하얀 떡가루를 뿌려 놓고 섬이 봉곳하다.



선암사는 동안거에 들어 간 듯 조용하기만 하고 발자국만을 남겨 놓고 대각암으로 향한다. 

 


단청이 없는 고찰의 대각암은 폐가만 같고 본격적인 등산의 시작이 된다.

 


두 발에 힘이 들어 간다.
몸이 가볍다.
일주일 남짓 금주를 했더만 술독이 빠져 나갔는 듯 기분도 상쾌하다.
그 동안 주독을 해독하느라 몸이 너무 고달파서 다른 장기를 챙길 여력이 없다가 여유가 생기니 돌보기 시작한 덕분이다.

 


고도를 높여 가면서 등산로의 눈이 더께를 더해가며 향로봉암터에 올라 선다.
옹달샘은 말라 있어 목 축임 대신 아이젠을 착용한다.

 


까마귀 날갯짓이 헬기의 소음처럼 들리는 진공의 상태다.
즐곳 오르막이 잡념들을 짓눌렸고 정상이 어디메쯤이나만 남았다.

 


정상은 나뭇가지에다 상고대을 피워 내 마중을 나왔고 마주한 정상은 그저 무덤덤하다.
우쒸, 그래도 내가 기를 쓰고 올라 왔는데 넘 내 몰라라 하니 서운하여서 인증도 쌩 까고 주변을 둘러 본다.

 


와우, 정상부분으로 한정이 되었지만 눈꽃이 환상적이다.
짖긋은 바람이 심술이 없었기에 나무에 솜처럼 살포시 쌓여 있는 눈이 이쁜 설경을 만들어 놓았다.

 


건너다 본 연산봉은 또 어떨까 욕심이 생긴다.
내림길에 쌓여 있는 눈에 발목이 빠져 들고 신발에 들어 온 눈에 찌릿한 냉기가 전신에 퍼진다.

 


토요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설경을 찾을 거라 예상 했지만 지금은 아무런 족적이 없는 순백으로 내가 등로를 그려 나간다. 
뒤돌아 갈까?
에이 국립공원도 아니고 크지도 않는 도립공원인데 했는데 어라 이게 아니다.
능선에서 치고 올라 온 눈까지 더해진 눈에 무릎까지 빠져 들고 허리까지도 위협한다.

 

 


칼바람도 없이 이러한 눈 산행이 참으로 오랜만이라서 맘껏 즐겨 보려고 해도 스패치 하나가 없어서 촉촉하게 젖은 양말 때문에 도저히 견뎌낼 재간이 없다.

 


장박골삼거리에서 연산봉을 포기하고 산비탈을 내려 간다.

 


하얀 바탕에 하늘로 솟은 나무와 드리워진 그림자가 무척이나 서정적이다.

 


얼마 전 보았던 하얼빈 영화에서 현빈이 얼음 위를 걷는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던 장면과 중첩되면서 내가 주인공이 된듯하다.

 


백설 위에 거침없이 내 발자국을 남기며 눈에 소복이 덮여 있는 장박골계곡에 합류한다.

 


설 녹은 눈이 아이젠에 달라 붙어 뒤뚱거리는 더 어중간한 걸음걸이다.

 


정상을 올라 왔던 시간 보다도 더 걸려서 보리밥집에 안착한다.

 


예전에 비해 가성비는 쫌 그렇지만 허기를 달래는 보리밥이 있고 몸을 녹일 수 있는 난로와 더불어 부엌의 불멍은 덤이다.
그래도 주막처럼 산객들이 하나 둘씩 들어 오고 있어 나그네의 머쓱함만은 면했다.

 


수행을 하듯 작은굴목재 오름길을 꾸역꾸역 오른다.

 


보리밥집으로 내려갈게 걱정인 사람들은 아이젠이 필요하냐 물어 오는데 내가 되묻고 싶은 말이다.
듬성듬성 들어난 돌들을 밟으며 내려간다.

 


나뭇잎을 떨구어낸 나목의 간결함이 덮인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계곡에 흐르는 물이 먹물만 같다.
행략객들로 선암사는 생기를 얻었고 난 폭설을 헤치며 범상치 못한 자연에게 겸손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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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양 백운산 설경 ***

 

-.일자 : 2025년 1월 7일

-.루트 : 진틀-상봉-진틀

 

이 혹한에 왜 이렇게도 가슴 시리고 먹먹하기만 할까?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애도기간이 선포 되었고 국가 수장의 게김으로 바닥인 주가와 치솟는 환율이 국가신용도를 지표화 하였다.
대설주의보 속에서의 밤샘투쟁은 웅장하고 화면에 보이는 인간 카세스의 숭고하고도 순수함에는 눈물 난다.
나의 일상도 나라의 경제처럼 쇠락해 버렸지만 잘못된 역사와 과거의 잘못을 망각하고 반복하며 살지 않도록 오늘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아는 만큼 느끼며 느낀 만큼 보인다.


산악회의 시산제를 찾아 안전산행과 무탈함을 기원하며 산우들과의 만남으로 새해를 출발한다. 

 

 

 


마지막 날 정직으로서 마지막 퇴근길을 나섰고 해가 바뀐 첫날에 재채용으로 첫 출근의 통용문을 통과를 하여 자연스럽게 년도가 바뀐 것처럼 신분전환이 되었고 2015년도 해 새해가 밝아 온지 칠일째가 되는 날이다.
매번 연초에는 순백의 한라산을 먼저 소환해 냈지만 상실된 자존감에 은둔 된 집콕 생활로만 이어지다가 물고기는 물속에 있을 때 어디든 갈수 있는 자유로움이 행복이었음을 자각한다.
아직은 재채용이 되어 직장도 동료들도 그대로다.
그래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렸는데 했던 대로 생활하자.
눈을 볼 수가 없는 따스한 햇살이 쏟아지는 광양에서는 백운산만이 유일하게 눈 구경을 할 수가 있고 오늘 비가 비쳤으니 또 이 시간은 적기다. 
그래 결심했어,,,,
행복이 사라진 후에야 빛을 발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백운산을 찾기로 결심은 했지만 한파가 온다고 난리 법석이라서 또 망설여 진다.
나의 카톡 프로필이 편안함과 타협하지 말자인데 현실에 안주를 하고 편안함에 길들여져 가고는 있지만 아직 정신만은 짱짱하여 기어코 몸을 일으킨다.


역쉬나 백운산은 이름값을 하였고 진입로에 선명하게 찍힌 바퀴자국이 설국으로 인도한다.

 


설피 쌓인 눈길과 어설픈 스킨십으로 밀착되어 가는 등로는 왜 이리도 적막한지 어색하기만 하다.
나목에 까치밥처럼 매달려 있는 단풍잎이 나처럼 위태롭기만 하고 졸졸거리는 계류는 대지에 혈류를 공급하는 생명들에 젖줄이고 나의 거친 호흡에 휘날린 입김은 살아 있다는 생명의 증표다.
거친 돌길은 인생의 미로와 같고 오로지 나에게만 몰입되는 공간이다.  

 


진틀 삼거리에서 계곡을 떨쳐내고 비탈을 오른다.
진공만 같았던 날씨가 급변하여 몹시도 바람이 불어 댄다.
운동을 과신하여서 연속된 음주로 불어난 몸은 골절 인형처럼 삐그덕 거리고 허리가 아파 오며 쪼그라든 몸은 굼벵이처럼 둔하다.
알콜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했음을 체험 한다.
골격만 남은 거친 오름길에서 육신은 비대해 졌는데 나뭇잎처럼 흔들 거린다.
거리는 좀처럼 줄어 들지 않고 걷고 있는 것인지 기어가고 있는지도 모를 만큼 제자리 걸음이지만 나는 산에 대한 나에 믿음이 있고 또 이런 고독함 속에서 쌓여 있었던 쓰레기 생각들을 버리기에는 몰입을 하는 이런 산행만 한게 없다.

 


정상부가 설산처럼 하얗게 빛나고 있고 길게 이어진 계단이 천상으로 연결한다.

 


설경을 그리며 나섯것만 따스함에 적응된 생활은 손이 꽁꽁 발이 꽁꽁 얼어 버렸던 산정의 혹독함을 잊고 복장이 초 간단이다.
무방비이니 바람이 마구 유린하여 피부가 아려 오고 능선에 도착하니 강풍에 몸이 날아갈 듯 하고 볼탁지는 얼어 터질 것 같다.
눈꽃이 피고 파란 하늘에 상고대가 흔들거린다.
카스의 지난 스토리를 보면서 무척이나 그리워했던 풍경이었는데 산정은 천상의 꽃으로 화려하게 피어 났다. 
움직이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변화지 않았을 것이고 이런 깜짝 행복감을 느낄 수가 없었을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이렇게 내가 할 수 있다는 건 가슴 벅차도록 신나는 일이다.

 

 


동장군이 정상을 지키고 있어 접근이 쉽지 않아 강릉에서 왔다는 산님과 결합하여 속전속결로 어설픈 증명을 남겨 놓는다.

 


각자의 목적과 방향은 달라 나 홀로 하얀 눈에 발자국을 찍어 간다.
눈 내린 들판을 갈 때에 그 길을 어지럽히지 마라. 오늘 걷는 이 길이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라. -서산대사의 답설가. -

 

 


능선이 바람귀신을 막아 주어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여 발걸음은 더욱 조심스럽고 경건해진다.

 


신선대의 바위와 비탈은 바람 한 점 없이 따뜻하여 미지에 대한 걱정이 사라지고 멍 때림 하기에 좋다.

 

눈꽃이 피어난 주 능선에 발을 내딛 다가 바람에 놀라 되돌린다.
바람에 휘날리는 눈이 허공에 그리다가 사라진다.
이 나이게 되고 보니 그 많았던 산친구들이 눈발 처럼 날리어 흩어졌고 한때의 열정은 지면에 내려 앉자 마자 사라지는 눈발만 같다.
휘몰아치는 바람이 나뭇가지에 눈을 모조리 날리어 버렸고 점차로 일상 생활의 터전에 흡수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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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년 서울 여행 **

 

-.일자 : 2024년 12월 23일~24일

-장소 : HOTEL ATRIUM-대학로 JTN아트홀-광장시장-청계천 -청계천빛초롱축제-광화문광장
           국립현대미술관-인사동-익선동-상봉동먹자골목

 

60년대의 베이비세대인 우리는 퇴직자가 200여 명에 달하여 연회장의 원탁이 아니라 체육관에 야외공연장의 플라스틱 의자와 같은 난장이다. 출발이 늦어 35년을 꽉 채우진 못했지만, 직장이란 트랙을 쉼 없이 달려와 종지부를 찍는 휘날레인 만큼 자식들에게 꽃다발 하나쯤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서울에 정착하고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이 흔들릴까 봐 우리가 상경을 결정한다.
내 마음에 풍랑이 몰아치고 있어 난파하지 않으려면 중심을 잡아야만겠는데 이래저래 가족이 앵커리지가 된다. 


작은딸이 독립에 앞서 프리랜서를 겸업하고 있기에 우리의 스케줄을 위탁하였어도 시간 할애까지는 미안함이 있는데 터미널에 마중까지 나왔다. 덕분에 순조롭게 예약된 호텔에 캐리어를 보관시켜 놓고 식당을 찾지만 주말이라 문을 연 식당이 없다. 이화사거리에 국밥전문집은 서울여행에 소주를 밑밥을 깔아 둔 결정이었는데, 지옥국밥은 미각을 마비시켰고 흐르는 땀을 닦느라 술은 맹물인데 여긴 국밥도 1만1천 원이고 소주도 5천5백 원이나 받고 있다.
이러니 식당이 망하지, 괜히 경기만 탓할 게 아니다. 또 대학로인데도 커피값은 왜 이리도 비싼가? 
연극 티켓의 행운권 당첨으로 경비를 만회해 보자. ㅎ

 

 


우리 가족에게있어 연극을 관람하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은 참 참신한 발상이다. 커피를 마셔 이뇨작용이 염려되는데 공연장은 맥을 끊지 않기 위해 재입장이 불가함을 재공지하며 불안감을 가중시켰고, 소극장에서 배우와 이렇게 민망하게 밀착된 적은 없었는데 몰입도에 금방 시간이 흐른다.

 


숙소 근처가 서울 최대 규모의 재래시장이고 대한민국 최초의 전통 거래시장인 광장시장이다. 
입구부터 혼잡하고 세계관광코스로 지정되어 외국여행객들의 경유지라는데, 외국인이 정말 많다. 요즘은 인스타그램의 시대라서 우리도 순희네 빈대떡집에 줄을 서서 빈대떡과 모듬완자와 소주와 막걸리로 체험을 하고 빈대떡과 꽈배기를 테이크아웃하여 청계천 밤나들이에 나선다.

 

 


예전엔 가족 완전체인 4명이서 걸었었는데 딸이 결혼을 하여 1명이 더 더해졌음에도 3명만이 반딧불처럼 반짝거리고 있는 축제장으로 흘러 들어간다. 불을 밝힌 연등은 진주는 남강에다 쫙 깔아놓았는데 좁은 청계천에은 인파에 휩쓸려서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는 청계광장에 나와 버렸다

 

 

서울이여서 그런가? 몹시도 춥다, 우린 따스한 남쪽 나라에 최적화되어 있어 곧바로 버스에 올랐는데 차창 밖으로 광화문광장이 보인다. 요즘 광장은 민주시민의 성지와 같으니 당근 참여해야지요. 마눌과 딸을 버리고 홀로 내린다. 사람들 무지 많다. 내가 TV로 봐왔던 집회가 아니라 다 관광객들이다. 연말과 크리스마스를 맞아 서울 라이트 광화문 행사로 크리스마스마켓과 불을 밝힌 조형물들로 평화롭기만 하다.

 


헛물만 켜고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내리니 썰렁하기만 하여 호텔로 복귀한다. 뭐 남산타워도 보이고 빌딩들도 조망되는 위치지만 시설은 서울의 역사를 증명한다. 
모녀가 마련해 놓은 주안상이 참 소박하다. 홀로 생활하고 있는 딸이야 그렇다 쳐도 식성을 알고 있는 마눌까지 동조했으니 쓴 소주를 마시고 잠을 청한다.

 

 

 

 



호텔 앞의 종묘 성곽을 돌아서 아침 운동을 마치고 호텔의 조식을 한다.
전부 외국인이라서 우리가 외국인이다. 내국인을 단 한 명도 볼 수 없는 이 광경은 나트랑 여행 시 동명의 호텔을 잘못 들어가 우리나라 사람이 한 명도 없었던 것과 겹쳐진다. 국밥이 최애 음식인 나는 먹을 게 없다. 

 

 

퇴실 시까지 룸에 있는 건 적성에 맞지도 않아 종묘 관람에 나섰는데 사적지라서 가이드 동행이라 포기를 하고 세운상가를 한 바퀴 돌아 광장시장에 들어간다. 아침 잠이 많은 딸을 방해하지 않기 위함이다.
이곳의 아침은 관광객들이 열고 있고 나 또한 여행객이기에 좌판에 앉아 순대와 막걸리로 자리값을 하고서 행인들을 관찰한다. 현지인들은 버스정류장과 지하철로 몰렸고 모두가 외국인들이라서 호텔의 식당과 같은 분위기다. 옆에 앉은 일본 아가씨들에게 1천 원을 계산해주고 몇 번이나 인사를 받고 내가 머쓱하여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종묘의 성벽이 인증장소로 인기라는데 상가들이 문을 열고 있고 술집만 찾았던 우리는 패러다임이 바꾸어 인사동과 대법원을 지나 현대미술관에 들어간다. 따스한 실내 온기와 아늑한 분위기만으로도 정신적인 안정이 찾아 든다. 
술집만을 찾았던 생리적인 욕구 실현에서 자기실현으로 삶의 질이 극 상승했다. 전시관은 관점의 차이라서 말을 줄인다.

 

 

 


쌀쌀해진 도심에는 많은 사람들로 온기가 있어 보인다. 익선동에서 점심을 먹는다. 가지 않으면 세월이 아니지만 전통을 내걸고 있는 노포의 칼국수는 맛도 있고 양도 많은데 딸은 국물만 쪽 빨아 먹고 난 기어코 소주를 곁들여서 한 그릇을 다 비운다. 딸이야 여기가 직장 영역이지만 난 여행 모드이니만큼 먹을 수 있을 때 먹어 주고 열정적으로 즐겨야 한다.

 


세상에는 그 어떤 것들도 무한하지 않다고 고택들도 리모델링으로 변모를 하고 있어 우리도 통장으로 기와 지붕이 조망되는 2층의 카페에 자리를 잡고 멍 때림을 한다. 따스한 온기 속에서 숙취에 졸립다. 젊음도 그저 세월 속의 한 장면이었을 뿐이고 이렇게 정적인 공간에서 마음을 비우며 살아야 하는 나이가 되어 있다.

 


딸은 직장으로 복귀하고 호텔에서 짐을 찾아 딸의 집에 짐을 풀었지만 인간 청소기가 되어 버린 마눌 때문에 가만 있을 수가 없어 산자락을 찾아 나선다. 
큰딸은 결혼을 하더니 퇴근 후 피트니스 PT를 한다 하고 사위는 야근이라며 상경해 있는 부모도 내 몰라라 한다. 애써 출가 외인이라며 성질을 꽉 눌러 놓고 만났지만 한잔 술에 제어력은 그냥 풀려 버렸고 퇴근한 작은 딸과 합류하여 신혼집으로 자리를 옮긴다.
신혼답게 신접살림에는 깔끔한 딸내미의 성격이 드러나 있지만 좁아 보이는 주거 공간만은 우리 시골과는 어쩔 수 없는 차이점이다. 뭐 알콩달콩 살아가면서 조금씩 넓히고 하나씩 채워 가는 게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인생의 재미다. 
과한 음주는 아집에 절제력을 잃게 만든다. 딸들은 아직 술에 대한 저항력이 있어 정화력이 있지만 난 체력 외엔 버틸 재간이 없다.

 

 

 


새벽에 국수 한 그릇 먹고 마실 삼아 나선 길이 눈길을 더듬어서 용마산과 아차산까지 잇다 보니 발바닥에 핏물이 맺힌다. 오늘은 또 친구들 모임이 있어 버스에 고단한 몸을 눕힌다.
재취업을 하더라도 회사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보단 일정한 거리를 두고 앞날을 어떻게 재미있게 살 것인가를 생각해 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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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의 회상 **

 

하얀 눈이 내리고 가마솥 같은 여름이 지나고 단풍 고운 가을이 몇 번이나 바뀌어 가도 무덤덤 했었는데 육십이란 숫자가 나를 자각하게 하고 가족들의 환갑잔치 챙김에 부랴부랴 정신을 가다듬지만 정년이란 행사가 덜컥 발목을 붙잡는다.
가는 세월이 갑자기 아까워져서 동병상련인 주위 사람들과 모책을 세워 보아도 부질없는 짓이고 여행만이 진정제가 되어 준다.
나는 이들 모두를 나의 환갑여행이라 통쳐 버린다.

 


오페라하우스에서 찬바람을 피해 테라스로 스며들어 캭테일을 기우리며 낭만을 즐겼고 뒷풀이로 밤이면 밤마다 소고기를 굽고 양고기를 질리도록 씹으며 비워지던 술병들......
귀염둥이 돌고래의 자유로운 유영에 우리들은 환호 하였고 사막의 모래썰매를 타며 낄낄 거리고 캥거루를 보면서 자식들의 독립에 안도했었다.

호주 여행

 

 

 

 


메케한 음식연기에 거리로 쏟아져 나와 술집을 찾아 헤메이고 케이블카로 올랐어도 동남아의 최고 산을 등정을 한 것마냥 환호하며 호연지기를 키웠다.
가이드를 나이로 눌러서 룸을 점령하고 술 폭탄을 쏟아 부어 우리 편으로 만들어 놓았지만 무리수였던지 하롱베이 전세 배에서의 사랑고백이란 이벤트 기습공격에는 어쩔 줄 몰라 했었다.
이 나이가 먹도록 쑥스러움에 사랑한다 말 한마디 못 건네는 순수남이다.

베트남 여행

 

 

 

술과 여행은 누구랑 함께 마시고 가느냐가 중요하다는데 술을 마시다 장거리 비행이란 두려움을 떨쳐 내고 미국&캐나다 여행에 나섰다.
첫날부터 햄버거의 비싼 가격에 놀랐지만 그저 그런 환상 속의 나라였음을 체감하고 나이아가라 폭포의 웅장함에는 심장 떨림을 경험했다.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보라와 거대한 물줄기를 뚫고 나이아 가라를 목청 것 외쳤지만 나이는 켜켜이 쌓여만 가고 월가 황소의 붕알을 안 만져서 그런지 주식은 똥 값이다.

미국 & 캐나다 여행

 

 

 

 

용 다섯 마리가 작당모의를 하고 이쁜 개를 꼬드겨서 회갑여행에 나선다.
지들이 진짜 용으로 착각을 하여 불을 뿜어 내려는지 첫 끼니부터 54도의 센넘이다.
평소 군기반장이던 올챙이도 포기를 해버렸고 매 끼니마다 곁들인 독주로 황산에 올라 주안상 펼쳐 놓고 신선놀음 하려는 것은 무산 되었지만 덕분에 승천도 안 했다.
산도 뱃놀이도 몽환적인 상해의 야경도 좋았지만 마냥 웃고 떠들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 우리들의 노년은 외롭지가 않겠다.

중국 황산 여행

 

 

혁동씨 부부와 중국 안에서 하와이 란 하이난으로 피한 여행을 떠나는데 퇴직을 한달 남겨둔 나는 이를 퇴직 여행이라 정의한다.
잘 마시고 잘 노는 우릴 보고 패키지 팀들은 부러워하고 부인들은 창피함에 몸을 피하지만 우린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말고 지금 여기서 행복해야만 한다.
여행은 무조건 즐거워야하는 게 우리의 모토다.
인생을 축제하듯 살아야 하는데 점점 저하되고 있는 체력이 문제가 된다.
오늘이 가면 내일이고 시간을 물릴 수도 없고 되돌릴 수도 없는데 놀고 즐기는 시간은 너무 짧다.

중국 하이난 여행

 

 

 

음,
말 보다는 돈이 좋지.....

 

 


나의 꼬라지로 처음으로 나섰던 태국의 가족 여행에서 처절함을 맛보았던 아이들 이였는데도 회갑 여행으로 나트랑 가족여행을 떠난다.
참 기특하다.
자유여행이긴 하나 딸들에게만 의지해야 하여 나에겐 여전히 패키지나 다름없지만 뜨거운 나라 속에서 느끼는 시원하고도 상큼한 가족여행이다.
분위기에 취했나 술에 취했나.
눈물이 찔끔 난다.
늙어가면서 난 감정선이 몰캉몰캉해져 있어 건들면 터지는 봉숭아처럼 눈물이 벌컥 솟는다.
아내가 위로를 해준다.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 난다는데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감동도 잠시이고 내일로 착각했던 비행기가 오늘이라서 한바탕 소동으로 정리되고 리조트엔 우리 가족이 잊지 못할 추억만을 남겨 두었다.

나트랑 여행

 

 

조석의 기온 차에 풀잎에는 이슬방울이 맺히고 산허리가 곱게 물들어 가는 가을날에 가족여행이 정해졌고, 조카들의 주도하에 나의 회갑 축하연이 이루어진다. 
잔치에 곁들인 한잔 술이 참 멋쩍고도 쑥스러움을 달래 주었고, 한바탕 놀이에 놀란 고양이들만이 우리를 멀뚱히 지켜보고 있는 밤입니다. 어머니라는 절대적인 나의 편이 있고, 누구 눈치 안 보고 서로 마음을 공유하며 같이 울거나 웃을 수 있는 다정다감한 가족들이다.

가족 회갑 여행

 

 

 

세상에 낯선 남녀가 만나 서로를 사랑하는 것은 기적이다.

이토록 넓은 세상에서 이토톡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나는 당신을 만났다. 그리고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 또한 나를 사랑한다. -최인호-

 

 

 


일과 생활의 터전을 연결하는 길호대교에 정년퇴직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렸다.
4조 2교대 이후 주간 때에는 눈, 비를 가리지 않고 빠짐없이 걸어 다녔던 곳인데, 퇴직이라는 현실에 무언가를 상실한 듯한 허전함이 밀려든다. 찬바람이 온몸을 헤집고 다녀 마음까지 허전한 상실의 계절이다. 

 

 

 

그 동안에 세상 모르고 우후죽순처럼 웃자란 나의 일상에 퇴직이란 행사가 현실에 매듭이 된다.
아~ 이렇게 퇴직이란 행사를 통해 사회에서 걸려 내는 것이 구나......
선 순환만이 식생의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자연의 이치지만 이것이 나란 현실성에는 작은 떨림이 있다.
나에게는 지극히 형식적인 부 퇴직행사가 끝나자 마자 퇴직자 17명은 순식간에 흩어지고 홀로 남은 쓸쓸함을 이기지 못해 기어코 낮술로써 마음을 추스른다.

 

 

 

 

요즘 아파트는 사람 한 명을 찾아 볼 수가 없다.
모두가 일터로 나간 아파트의 정원에서 퇴직자를 자각하며 그래도 건강만은 유지했다며 나 홀로 자축을 한다.

 

 

설비를 감시해 가면서 도시락을 먹고 회식이란 명목으로 취향에 맞는 음식들을 찾는 우리들은 한 식구였고 술잔을 부딪히며 하루의 고단함을 달래면서 새로운 내일을 열어 갈수가 있었다.
그래서 가족과 같은 희로애락 속에서 우리는 늘 함께였고 웃고 행복했다.

 

 

느낌만으로 눈길만으로도 통한 가족과도 같은 동료들이다.
때론 언쟁도 몰라 주는 서운함도 있었지만 나는 나의 작은 실수 하나에도 동료들이 힘들어 할까 봐 무던히도 노력도 했었다.

 

 

 

입사를 하고 선발대로 라인으로 배속되었지만 미 적응에 못내 힘겨워 할 때에 내가 벌면 된다며 여리디 여렸던 새색시가 건네었던 작은 위로의 말 한마디가 지금의 퇴직까지 왔다.

 

 

새처럼 자유로움을 갈망했지만 날갯짓의 처절함을 몰랐고 망망대해에 떠 있는 배의 풍경에 매료 되었을 뿐 그들 삶에 대한 사투는 보질 못했다.
회사는 푹풍우을 막아 주는 잔잔한 호수가 되고 외부의 울타리가 되어 주어 그저 그 안에서 유영하고 자유로이 노닐기만 하였음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그 안에서 국토종주를 마무리 지었고 해외 원정트레킹에 베이스캠프가 되어 주었다.

 

사회적 구성원으로 존재했음에 감사한다.
이 또한 미지의 길이지만 이미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선답자들이 있고 선행학습을 하고 있기에 잘 적응해 나가리라 나 자신을 다독거려 본다.

 

 

피규어를 꺼내 놓고 나름 행복한 척 카톡질로 자랑질을 해보지만 외로운 건 외로운 거다.
참 무게감도 없이 전화 한 통에 산악 동료들과 잽싸게 합류하여 쓸쓸함을 달래지만 군중 속에서의 외로움만을 한움쿰 쓸어 담고 들어와서는 잠을 청한다.

 

 

 

의무적이든 자의적인 행사든 매번 퇴직행사를 챙겨야 할 조직원들은 명절날 귀향을 하는 자손을 보는 듯 반가움과 안타까움이 있지만 마주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온정과 건네는 환한 웃음에서 가슴 울렁거림을 삼켜야만 했다.

 



공장 퇴직행사의 약력 소개에서 단 몇 줄로 요약된 35년의 직장생활은 내세울 것 하나 없는 나의 직장생활에 말문이 막히고 동료들이 내건 나의 케리컬쳐에 볼은 발그레하여 수줍음을 대신하고 있다.

 


조직 속에서 일정한 보호를 받고 최소한의 사회로부터의 안전장치가 있었지만 산에 나무처럼 나 홀로의 고독감도 끝도 없을 것 같은 아득함도 공존하였다.

 

 

정년이란 무엇일까?
제2의 인생에서도 꽃길만 펼쳐지길 기원하고 새로운 여정을 축하하며 항상 행복과 건강이 가득하길 기원한다는 통념적인 말에도 감정이입이 되는 게 정년이다..
인생의 전환기라고 하지만 난 아직도 미숙아 여서 여전히 현실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전국의 산하를 누볐던 독수리 오형제가 깃털이 빠지고 부리와 발톱이 뭉개져서 뿔뿔이 흩어지고 참수리 모임으로 재편되어서 소소한 정년축하 자리가 마련되었다.

 

 

서울의 거리는 평온하고 화려한데 정치는 개판이다.

서울 여행
대법원 앞

 

전국의 산과 해안길을 완주하고 코리아 둘레길을 이어 가고 있는 우리들이다.
걷고 술 마시고 또 걷고 마시는 테마도 이젠 신체적인 저항에 부닫쳐서 원정 횟수는 자꾸만 줄어 간다. 

 

 

시나브로 속절없이 그냥 그냥 살아온 날들이었는데 퇴직이란 행사가 장마철에 쓰레기가 밀려들 듯 뭉텅이로 밀려 들어 와 일상을 헤집어 놓더니 정기적으로 행해지던 조가 재편성 되면서 헤어짐의 시간이 되었다.
헤어짐은 항상 아쉬움을 남긴다.
내가 조직융화에 좀 더 적극적일 걸......이런 잡념까지도 잠 못 이루게 하는 게 정년인갑다.


이런 건 생각지도 못했다.
석별의 아쉬움만이 가득했는데 단톡방에서 논의 된 봐도 없었던 퇴직기념패와 꽃다발을 받고 보니 가슴이 찡하다.
왜 이런 서프라이즈로 눈물 찔끔거리게 만드는 겨?
나 이제 진짜루 만년 과장이 아닌 김씨 아저씨가 되는 겨? 
함께 나눈 시간과 추억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석별의 회식이다.

 

 

꽃잎이 떨어져 바람인가 했더니 세월 이더라..
올해 환갑을 맞이 한 푸른 용띠의 친구들이 뭉쳐서 내 청춘을 돌려 달라고 악악대어도 봤지만 목만 아프고 어차피 떠나는 년은 떠 날 테이고 새로운 해가 올 것이다.
우리는 추억이란 산해진미의 안주가 있어 술이 술술 넘어가고 언제나 모임의 자리에서의 이야깃 거리는 풍성하다.
서로 안부를 전하고 애경사를 챙기고 카톡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들은 인생에서 가장 큰 선물이고 참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 할수 있어서 환갑이 서운치 않는 푸르른 청춘의 시기로 기억될 것 같다.
숨가쁘게 쉬지 않고 달려온 갑진년이었지만 이젠 좀 느긋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 다 보자.

 

 

노란 사복을 입고 교육을 받았던 동기들이 제철소에 밀알처럼 뿌려져서 뿌리를 내리고 성장을 하여 모두들 단란한 가정들을 이루 었는데 이젠 퇴직으로 세상에 흩어져 간다.
동기회가 매개체가 되어 여행도 다니고 정기적인 모임도 가졌지만 항상 짧은 만남은 아쉬움을 남겼었는데 이젠 나의 퇴직으로 그 마저도 지속 가능 할지는 미지수다.
세월에 머리도 빠지고 지병에 술 대신 약을 복용하는 나이가 되어서 2차는 찻집으로 스며 들여 수다를 떠는 나이가 되고야 말았다.
함께 입사를 하였지만 연령대가 다르다 보니 다가 올 미래를 담담하게 받아 들이고 있는 듯 하지만 나 역시도 그랬었다.
그러나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시간은 D-1일로 나를 옥죄이고 있다.

 

새해에는 희망을 논하여야 하는데......
정년은 맞이 했으되 기초 연금을 받지 않은 아직은 짱짱한 장년기로 사회에서 아직 쓸모가 있는지 재채용이 결정되어도 학교에 가기 싫은 학생같이 거부감도 있다.
신분증도 작업복도 그대로인데 이년과 저년은 왜 이리도 낯설고 거리감이 있는지......
요즘 나라가 하수상한데 일상이 편안하고 이렇게 무탈하게 퇴직 하는 것에 감사하자.

 

*** 중국 하이난 싼야 여행(3박 5일) ***

-.일자 : 12월4일 ~12월 9일
-.이동 : 하이난 - 김해공항 - 광양 
-.관광 : 샨야베이 해변 - 원숭이섬 - 푸싱제거리 - 녹회두 - 마사지

벌써 여행의 마지막 날이고 새벽 비행기라서 죙일 밖에서만 활동을 하여야 하니 출발 시간이 늦다.
조식을 하고 산책을 다녀와서도 한참의 시간이 남아 있지만 재충전과 휴식의 공간이 되어야 할 룸이 갑갑하게만 느껴져서 밖에서 서성거리다가 차에 오른다.

 

 


그 동안에 청소도 안하고 쓰레기도 안버리면서 먹고 놀고 운동하기가 좋았었던 호텔이었는데도 어쩔 수 없이 경유 해야만 하는 넘의 호텔은 훨씬 럭셔리하게 보인다.

 


버스 이동의 시간에 수금이 이뤄지고 환전해 왔던 돈을 탈탈 털리고서도 계좌이체까지 하여서 선택 옵션의 경비를 치른다.
이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다.


원숭이섬을 가기 위해 1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곳이 쌴야베이 해변가이고 무제한 삼겹살로 점심을 한다.
조식을 늦게 먹었고 곧바로 점심을 먹기에 기본으로 셋팅된 삼겹살도 버겁지만 아삭한 상추와 술이 느끼함을 잡아 준다.

 


애주가인 우린 별반 먹은 것이 없어도 다른 팀들보다는 늦은 편이라서 괜시리 미안스러웠는데 이번엔 해변가 산책 시간이 주어 졌다.

 

 


푸른 바다와 백사장이 펼쳐져 있고 맑은 하늘과 따스한 기온에 스치는 바람은 포근한 이곳이 바로 중국의 휴양지다.

 


해변은 수수하지만 야자수 늘어진 열대로 겨울에 떠나기 좋은 따뜻한 여행지의 하이난 여행이여서 여유와 힐링의 시간이 되지만 코발트빛 바다 늘어진 야자수 아래에서 위스키 한잔 마실 시간은 없다.

 

 


버스에 올라 자연생활보호구역으로 1500마리 원숭이들의 생활터전이라는 원숭이섬으로 향한다.
강력추천 옵션이고 $50로 이곳은 물가가 비싸서 중국이 아닌 듯도 하다.

 


케이블카의 대기줄이 길어서 차선책으로 작은 해변에서 5분쯤 배를 타고 원숭이섬에 들어가서는 전동차에 올라 이동을 하는데 도로 주변에도 원숭이들은 많다.

 

 


원숭이 섬에서 원숭이들이 참 많기는 하다.
덩치가 컸으면 경계를 하겠지만 자그마한게 무척이나 귀엽고 새끼를 껴안고 있는 원숭이는 인형만 같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갛고 먹이 쟁탈전에는 소란스러운데 프라이빗 수영장이 있는 대빵은 한가하고 여유로워 보인다.

 


이곳에서는 비좁은 원형통에 들어가서 간식을 먹어야 하는 사람들은 원숭이들의 표적이 되고 커다란 감옥에 갇힌 원숭이는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고 있다.

 


주마간산으로 구경하고 케이블카 탑승장에 긴 줄을 서는데 학생들의 재잘거림이 원숭이들 보다 시끄러워서 여간 고역이 아니다. 

 


머리카락이 휘날리는 개방된 케이블카는 오픈카를 타는 것 마냥 바람을 가르면서 바다와 길게 펼쳐진 해안선의 자연경관을 감상한다.
바다에 양식장과 수상가옥들의 색다른 풍경에 눈을 마주칠 시간도 없이 정류장에 도착하여 버렸고 자리 바꿈하고 웃느라 사진도 제대로 못 남겨 놓았다.

 


CDF몰 면세점이 대체 된 하이난의 명동으로 불리는 푸싱제다.
쇼핑은 피곤하고 관여하면 싸움만 나기에 프리 하게 혼자 논다.
지역특산물을 이용한 다양한 기념품가계들이 있는데 좌판에서는 진주와 옥 등이 대부분이고 올라가 본 실내는 거진 의류인데 규모에 비해 사람들은 별로 없다.

 


부인들은 평소에도 사소하게 느껴졌던 것들임에도 팔찌 하나씩을 구입하고는 행복해 한다.
행복은 그리 멀리에 있지 않다.

 

 


도시가 어둠에 묻혀져 가고 불빛으로 화려하게 부활을 할 때에 녹회두로 들어간다.

 


걸어도 될 거리를 전동차를 한참이나 기다려서 걸어 올랐을 시간에 전망대에서 내리는데 꼭 남산만 같고 도시의 전망대역할도 비슷하다.
가이드는 여전히 가교 역할에만 충실하고 있어 삼아만, 대동해,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명소 란 녹회두는 선행학습이 있어야만 하겠다.

 

 


사람들의 흐름에 따라서 녹회두공원 동상을 향해 오른다.
바다를 조망하는 카페전망대와 가계들이 즐비하지만 우리에게는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어 도시전망대에서 계단을 올라 사슴상과 마주한다.
패키지팀들은 모두가 잔류를 하여 버린 듯 한데 이게 뭐라고 우린 기를 쓰며 올랐는지 모르겠다.

 


사람과 선녀가 사랑에 빠지고 선녀가 사슴으로 변하고 다시 사람으로 변해 행복하게 살았다는 설화가 있는 동상은 조명에 형체 구분 조차 애매하다.

 


되돌아 나와서 불빛으로 반짝이는 도심지와 레인빛에 휘감긴 봉황도의 피닉스 호텔을 조망하고 식당으로 이동한다.

 


하이난에서의 마지막 식사가 한국식의 냉면과 비빔밥이고 의뢰로 깔끔한 상차림이다.   
석별의 아쉬움을 달래는 데는 반주만한 것이 없지만 혁동씨가 쎈술에 넉다운이되어 버린 지금은 술친구가 없으니 밥맛도 없다.

 


비행기가 02시 20분이고 대합실이 좁아서 들어 갈수도 없다며 만든 상품인 듯한 전신마사지를 하려 간다.
마사지가 포함된 가격이지만 인당 $50로 룸에 4명이 들어가니 29만원 가까이의 금액이라서 웬만한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는게 더 편안하고 낫겠다.
난 마사지는 극혐 인데도 어쩔수가 없이 그저 그런 마사지를 1시간을 받고는 여태껏 먹을 시간이 없어 못 먹고 있었던 망고를 먹고 잠깐의 휴식을 하다가 공항으로 이동한다.

 


이 시스템으로 봐선 가이드는 우리와는 헤어지고 또 다른 팀들을 인수 받아 같은 루트로 여행을 진행할 것 같다.
한국사람들이 잘 모른다는 동양의 하와이 하이난을 이렇게 완벽하게 마스터 하고서는 출국 수속에 들어간다.
공항 좁다. 출국 수속은 의외로 빨리 이뤄졌고 대합실에 구멍 가계는 술과 라면 등을 팔고 있지만 우린 그저 시간만 때운다.

 

 

 

 

우와...
울 나라 왜 이케 추운 겨?
국밥에 소주한잔 하면서 헤어지면 뒤끝이 없어 좋으련만 광양까지의 이동시간이 넘 길어서 진영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하이난의 여행을 마친다.


매번 여행의 후유증 때문에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지만 여행에서의 행복했던 경험들은 삶에 새로운 에너지원이 된다.


다음 여행시까지는 집 주변에서 여유와 행복을 찾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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