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해랑길 64코스, 서해랑길 63코스) ***
-.일자 : 2025년 3월 15일
-.서해랑길 64코스 : 태안관광안내소-궁리항(13.2km)
빨리 잤으니 빨리 일어났고 밥 대신 상비약들을 먹고는 모텔을 나와 어둠 속에서 서해랑길을 헤쳐 나갑니다.
이젠 태안을 완전하게 벗어나 서산이고 김하사의 조력 없이 자력으로만 서해랑길을 이어가야 하지만 내적 갈등이 없어 마음만은 편안합니다.
장리교차로에서 가게의 불빛을 쫓을 틈도 없이 천수만로를 따라서 서산방조제에 올라 버리고 버드랜드교차로를 지납니다.
어스름 속에서 새들의 울음소리가 하늘을 긋고 산자락에는 커다란 서산버드랜드의 건물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서해랑길은 도로와 완벽하게 분리되어 이어지고 있고 닭섬에 이마트24는 불만 켜고 우리를 호객합니다.
새 밖에는 보이지 않는 저 너른 들판에 곡식을 재배하는 것이 경이로울 뿐입니다.
무릎이 염려된 몰빵은 테이핑을 하고 스틱을 집었고 주군은 몰빵과의 스피드를 맞추기 위해 도로의 금을 기준으로 삼았는데 단순한 걷기에서 우리들의 소소한 즐길거리입니다.
간월도가 조망되고 도로의 끝자락까지 왔는데 필수 경유지가 찍혀있지 않아 되돌아가서 기어코 빨간불을 켜고는 교차로에서 간월도선착장으로 방향을 틉니다.
걷기를 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필수 경유지에 대한 집착은 집요합니다.
배가 밥을 달라며 꼬르륵거립니다.
카페와 펜션 그리고 상가들이 형성되면서 위장은 소화액을 분출하며 먹을 준비태세가 되어 있으나 모두들 물 빠진 갯벌에 굴을 따러 나갔는지 식당들은 문이 닫혀 조식을 할 곳이 없어 조급증이 납니다.
노란 신호등처럼 불을 밝힌 간판에 희망을 걸어 봅니다.
울엄마영양국밥이 문을 열었고 참이슬부터 세팅시켜 놓고 굴국밥을 먹었는데 가격대는 있습니다.
주군이 주인에게 택시와 버스의 대중교통 상황을 묻습니다.
방조제의 단순하고 지겨움을 경험해 온 우리들은 서산방조제B지구를 순간이동을 하려 했으나 행정구역이 달라서 버스 운행은 없고 택시도 어중간해서 그냥 걷기로 합의를 봅니다.
바닷바람이 차갑습니다.
몇 차례 이곳의 여행 경험이 있는 몰빵이 가이드가 되어 간월암으로 들어갑니다.
기대치가 컸지만 나에겐 그냥 암자입니다. 이 하나의 암자가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이곳 사람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것이 의외입니다.
몰빵도 스틱을 꽃아 꽃을 피워낸 전설 하나쯤은 만들어서 후대들에게 먹거리를 남겨 놓았어야 했지만 곧게 뻗은 서산방조제만을 조망하고 갯벌을 통해 빠져나옵니다.
광활한 갯벌은 어촌의 생계를, 푸른 바다는 상인들을 먹여 살리는 삶의 터전입니다.
캠핑장과 카페와 영양국밥 등의 상가들이 같이하고 가로수가 인도를 차지해 버린 조금은 벌쭉한 해변길을 따라서 간월교차로로 갑니다.
갑자기 두 사람이 시야에서 사라져버렸습니다.
생리현상으로 화장실에 들어간 듯한데 나만 벌쭉해져서 오도 가도 못하다가 천천히 걷는데 예상했던 대로 친구들 버리고 혼자 가버린 매정한 넘으로 낙인이 찍힙니다.
에고, 인생사 참 힘듭니다.
방조제가 바다를 양분하여 배가 떠 있는 곳은 바다에 안면도에 걸리고 내면 깊숙이 들어간 간월호에는 새들이 노닐고 있습니다.
정주영공법의 안내판에서 홍성군으로 행정구역이 바뀌고 덕산도립공원의 덕숭산과 가야산이 하늘금을 그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 두 산을 오르면서 이곳을 걷고 있을 우리를 상상했는데 지금은 몹시도 추웠던 가야산을 추억합니다.
궁리교가 바다를 잇고 배수관문이 바다를 격리시킵니다.
왼편에 홍성조류탐사과학관은 조금은 생뚱맞은 외곽지에 있어 운영되고 있는지 조차 의문시될 정도이고 바다에 돔이 설치되어 있는 놀궁리 해상파크와 배들은 갯벌에 박혀 있습니다.
궁리항에 접하면서 쉼터와 조형물들이 설치되어 있으나 상가들은 휴업인 곳이 대부분입니다.
궁리파출소 앞에서 64코스를 마무리하고 어판장을 둘러보나 어촌의 공동화만 느낄 뿐입니다.
-.서해랑길 63코스 : 궁리항 - 남당항
우리들의 주유소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63코스로 흘러 들어갑니다.
신축 건물인 주민 시설이 있어도 사용 흔적이 안 보이고 쉼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이 슈퍼에 다녀올 것을 제안합니다.
우린 말없이 통하는게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휴식과 에너지 보충이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에 찾아 든 슈퍼는 군시설에 유통기간이 넘겼던 구멍가계의 딱 그 수준이라서 술만 구입하고 식당에서 회를 주문했는데 물고기를 잡아서 올 시간에서야 나옵니다.
카드의 알림 시간을 확인했던 두 사람의 기다림도 만만치 않았겠지만 괜히 내가 미안합니다.
이미 한계치를 벗어났겠지만 회를 즐겨하지 않는 두 사람은 김하사가 주고 간 과자만을 안주로 삼고 있고 주변 분위기를 주입시키며 강제해도 요지부동이라 나도 회 맛이 없습니다.
길을 나설 때가 된 것입니다.
길은 물이 빠져나간 갯벌을 향해 마을길처럼 깊숙이 뻗어 있고 앞에 보령타워가 등대마냥 길을 인도하고 있습니다.
서해랑길의 해안가를 따르고 있지만 간만의 차이가 많은 보름때라서 아직까지 파도가 찰랑거리는 바다는 보지 못했고 해변으로 내려서서 사그락거리는 자갈을 즈려 밟으면서 간월암의 짝퉁 같은 속동으로 들어갑니다.
명풍낙조 전망대는 오르지 않고 곧바로 홍성 스카이 타워를 향해 올랐는데 관광객들로 대기줄이 길게 이어져 있어서 서해랑길 휴게소에 들어갑니다.
쾌적한 환경에서 휴대폰을 충전하고 물을 보충할 수 있어 걷는 이에게는 호텔급의 휴식처입니다.
두 사람은 폭신한 쿠션의자를 침대 삼아서 주특기인 오침에 들어가고 나 홀로 3천 원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홍성타워에 오릅니다.
뭐 지금까자 봐 온 광활한 서해의 갯벌과 뚝방처럼 길게 뻗은 안면도가 조망되는 그저 그런 풍경 속에서 가야 할 옥동 해양공원이 해안로를 따라 이어지고 있습니다.
타워 입장료 중 지역 화폐로 2천 원을 돌려주기에 편의점에서 라면과 도시락으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합니다.
파라솔로 그늘을 만들어 피크닉 분위기라서 소주도 한잔하여 기분을 업 시켜 놓았습니다.
도로 난간을 무지개빛으로 색칠해 놓은 공원 안에는 캠핑카들이 있고 도로를 따라서 곳곳에 바다를 조망하는 펜션들을 벗어나자 공원이 이어집니다.
지붕이 있는 쉼터는 모텔급이고 벤치는 여관급으로 요령껏 햇살을 피해 휴식을 취한 후 어사교를 넘어 어사리 어사회타운으로 들어가나 문을 열고 있는 가게가 없습니다.
나라가 어수선하고 엉망이니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의 몫이 되어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늘고 있는 듯하고 이젠 모텔도 영업 유무를 확인해 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나마 관리가 되고 있는 어사리 공원이 있습니다.
모두 문을 열고 있는 회센터들이 즐비하지만 손님은 없는 듯 호객이 있고 텅 빈 품바 공원장은 자기네들끼리의 놀이터입니다.
SNS의 영향인 듯 창고 같은 카페에 사람들이 엄청 많고 누가 누구를 구경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모처럼 물이 찰랑거리는 해변을 따라서 무지개색의 데크가 이어지고 바다를 향해 남당노늘 전망대가 있습니다.
나 지금 홍성이여~~~
바닷물이 백사장의 존재를 살려 비로소 바다 풍경이 완성되고 있는데 도심지 같은 남당항으로 들어갑니다.
찬바람이 불고 추워도 봄은 오고 있고 여기도 매년 열리는 새조개 축제 중인 듯 사람들 엄청 많아졌고 호객도 극성입니다.
걸을 수 있을 때 열심히 다니고 이빨이 성할 때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즐길 수 있을 때 마음껏 즐겨야 합니다.
그래도 이곳에 왔으니 우리도 관광객들에 합류되어 새조개를 구입하는데 조개 하나에 8천 원이 넘어 금값에 버금갑니다.
옆 테이블의 노인들은 그래도 상가보단 이곳이 저렴하다고 하는데 시장이 소주값도 5천 원이니 이래선 곧 다 망하게 생겼고 우리는 서해랑길에 파산 신청을 하여 모텔로 들어갑니다.
새조개 샤브샤브는 비싸기만 했지 안주 역할도 못해서 취기가 금방 올라왔고 허한 속을 치킨으로 달래 보지만 이미 한계치를 오버해 버렸습니다.
나 이러다가 지명에 못 죽겠다.. 잠 좀 자자..
두 사람의 고문에도 어떻게 잠이 들긴 들었는지 아침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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