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여행의 질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한번도 빠짐이 없었던 생활 패턴을 유지 시키기 위해서 운동에 나선다. 레이저 광선만 같은 찬란한 햇살은 불나방처럼 선술집에 스며들었던 늦은 밤의 기억들을 지워 버려 낯설기만 한 거리의 풍경이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고 지하철에는 우리들 같은 노땅 들을 밀쳐낸 젊은 직장인들의 선순환으로 분주한데 이곳에서는 특이하게 공항처럼 짐 검사를 하고 있다.
조식은 각자도생으로 해결한다.
오늘은 상해에서 올라 왔던 길을 그대로 복귀하여야 한다. 강의 원류까지 헤엄쳐 간 연어가 산란을 한 후 죽음을 맞이하듯 황산의 목적을 달성한 우리들도 활력은 급속도로 떨어져 있어 기사가 준비해둔 맥주까지도 본체 만체다. 어색한 침묵은 차창 밖의 경치와 눈 마주치게 하는데 놀라웁게 발전 해버린 광활한 남의 나라 땅을 바라 보는 눈은 피곤하다 서울과 맞먹는 거리에서 자둬야만 된다는 강박감으로 졸다 깨다 가를 반복 하다 보니 같은 휴게소에 다른 느낌의 휴게소이고 화장실은 2층이다.
가이드와는 얼마나 남았냐 가 유일한 대화이고 상해에 도착을 하여 점심 식사를 한다. 쾌적한 원룸의 회전 식탁에 가득 차려진 음식인데 장염을 떼어 내지 못한 올챙이는 현지식 한번 제대로 맛 보지 못했고 술꾼들은 알콜 도수가 50도가 넘는 빠이주를 꼴짝꼴짝 넘기면서 계란국만을 동내고 있다.
상하이는 내가 솜털이 포동포동 했을 때 첫 해외여행 지였고 이곳에는 빌딩들이 막 키 자랑을 하는 신생아였는데 도시가 세련미를 풍긴다. 마천루들의 틈새에서 승천하는 듯 비틀면서 솟아 오른 상하이 타워가 유독 눈에 들어 오는데 울 나라의 롯데 타워와 같은 상하이의 상징건물이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분명 나보단 약한 사람이 나와야만 되는디.. 생리적인 고문에 땀이 베이고 눈이 흐려 지면서 도시가 허물어져 간다. 이젠 아무것도 필요 없이 화장실만 제때에 내리면 된다. 집약된 도시의 교통은 몹시도 혼잡하여 더 이상 버텨 낼 재간이 없을 때에서야 정차를 하지만 공원 안의 화장실은 미로 찾기다 맥주도 아닌 소주만 꼴짝거렸던 나는 쬠 억울하다.
세상이 달라져서 예원의 거리에 들어 섰는데 예전의 잡상인 대선 지독한 폭염이 달라 붙는다.
국내의 열대야는 대륙과는 견줄 봐가 아니라서 평생 겪지 못했던 무더위에 예원의 별장인 들 그 구실을 할 수는 없다. 의무방어전을 치르듯 가이드를 따르다가 자유시간이 주어 진다.
아무리 고풍스럽고 멋찐 풍경도 마음이 다른데 있으면 눈에 들어 오지 않는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 치랴, 우리들 눈에 선술집은 그저 포착이 되었고 말은 안 통해도 꼬치 안주에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헤헤거리며 나온다.
중국의 명청 시대의 건축 양식을 간직한 상해의 옛 거리에는 사람들이 꽉 차 있어 가이드가 깃발을 들었고 가끔씩 전통의상을 입은 이쁜 여성들이 한눈을 팔게 하지만 노란 병아리들이 되어 뒤를 졸졸 따른다.
차가 제일 시원한 피서지다.
차에 올라 이태원과 다름없는 상하이의 남경로 이동한다. 제일백화점을 재 집결 장소로 정하여 놓고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명품 매장과 상점들은 냉기를 뿜어내며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고 타임스퀘어의 전광판처럼 건물들이 반짝거리고 있는 젊음의 거리다.
코끼리열차와 인지도 하지도 못했던 신호등으로 썩 자유롭진 못하고 정신만 사나운데 몰빵이 사라졌다. 백화점 이거 생각 보다 규모가 크다. 쇼핑센터의 푹신한 소파에서 곤히 주무셨다는데 가이드의 긴박함을 몰랐으니 우리들도 그저 따라서 웃지요. 세상 뭐 별거 있나요, 이렇게 웃고 떠들고 지내는 게 그게 행복이지요. 김치찌개와 소고기전골은 자연스레 소맥을 합류 시켰고 술은 제 역할을 톡톡히 하여 다시금 하나로 똘똘 뭉쳐서 황푸강 유람선 선착장으로 이동한다.
진짜 사람 많다. 유람선에 구겨지다 시피 올라 타서 루프탑을 선점하려 했지만 추가 요금을 받고 있고 어쩔 수 없이 조망처를 찾아 뿔뿔이 흩어진다.
왜 배만 타면 몽룡해 지는 것일까? 외탄의 빌딩들과 상하이 타워에 점등이 시작되고 주변이 휘황찬란하게 반짝거리면서 졸음의 주문을 거는 것 같다. 오로지 현실에만 충실해 매번 뭉쳤었는데 이젠 이렇게 불 명을 하면서 그 동안의 여정들을 차분하게 정리하고 갈무리할 시간도 되었다.
정부의 지원 속에서 건물들은 불을 밝힌다는데 변검을 하듯 다양한 색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야경은 홍콩의 침사추이 야경보다 더 화려하다.
황푸강 유람선은 물위에 떠있는 빌딩들의 불빛을 모조리 다 쓸어 담았다가는 흩트려 버리고 동방명주탑으로 유턴을 한다.
표정 없이 흐르던 강에는 옛 기억들이 투사 된다. 최고라고 올랐던 세계금융센터, 상하이의 상징인 동방명주탑의 야경 속에서 기억의 저편을 떠올리게 한다.
투어의 일정들을 소화하다 보니 호텔 입실이 언제나 늦다.
환갑의 나이에 먹고 또 마시는 날들의 연속이 되다 보니 체력들이 바닥이라서 오늘은 그냥 지나치려고 해도 그 넘의 마지막 밤이란 이별이 또 감성을 건든다. 언제 또 이런 자유로운 영혼들이 뭉치겠는가? 늦은 밤 호기롭게 호텔에 모여 마시자 한잔의 추억 마시자, 한잔의 술 마시자 마셔버리자, 술잔을 부딪히는 친구들을 바라보면서 이장희를 소환해 보는 밤이다. 갖가지 재료가 어울려 서야 맛난 비빔밥이 되듯 우리는 각자의 음색을 가지고 있고 함께 모여서 황산 여행의 합주곡을 만들어 놓았다. 간혹 고음을 내는 삐걱거림이 있었을 지언정 정호씨의 훌륭한 조율사가 있으니 세상의 명곡으로 완성되지 않을까 싶다.
비행기 탑승 전에 운동량을 채워 놓기 위해서 호텔 주변을 산책한다. 어젯밤은 이곳이 고향이란 가이드와 호텔 주변의 맛집 투어를 하기로 한 약속을 자연스레 패스 했었는데 어째 주변은 논 뿐이고 이른 아침부터 호텔 로비에는 가족단위가 많다. 역쉬 세상 믿을 넘 하나 없다.
태풍을 우려 했던 날씨는 말짱해 졌고 간단 조식을 먹고는 곧바로 공항으로 이동한다. 근처에 상하이 디즈니랜드가 있어 이런 한적한 곳에 호텔이 있는 이유를 알았고 무심히 받았던 차가 홍보용 이였다는 것도 눈치 챘는데 인심 좋은 몰빵 총무가 구매를 하여 알사탕 나눠 주 듯 10개씩 배분해 준다. 고맙다 친구야 덕분에 선물 하나는 챙겼다. 가이드는 출국 절차와 함께 출국장까지 마중 나와 아쉬움을 표하고 있어 헤어짐의 가슴 찡함을 남겨 놓는다.
푸동 공항이 대륙의 스케일이고 우리의 탑승구가 좀 헷갈리지만 잘 탑승을 하였다. 참수리와 놀자는 그 많은 캔맥주를 다 마셨으면서도 화장실 한번 가지 않는 짧은 시간에 김해공항에 내린다.
언제나처럼 우리들에게 있어서 숙소는 잠자는 장소일 뿐이다. 조직생활에 길들여진 우리들 인지라 시간 개념만은 확실하여 모두가 잘 일어 났고 조식은 식중독의 후유증이 남아 있는 올챙이님을 제외하면 잘 먹어 에너지를 재충전 시켜 놓았다.
오늘의 일정이 이 여행의 주목적인 황산 트레킹이고 산위 숙박으로 이 호텔에다가 캐리어를 드랍해 놓고는 간단 배낭만 챙기는데 소주는 기본이 된다.
호텔 앞에 지하철이 있고 공항이 있어 옛 중국의 모습을 완전하게 탈바꿈 했는데 이곳 항주가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치르면서 놀랍게 발전을 했다고 한다. 빌딩숲과 사통팔달로 뚫린 도로를 빠져 나와 고속도로를 달린다.
가이드의 간단 설명이 끝나고 침묵의 시간은 사춘기의 청소년마냥 불안과 답답함을 참아 내지 못하였고 소주가 한 순배씩 돌면서 약 처방이 되자 비로서 머시마들의 갱년기 증상이 극복된다.
우리네 삶 베풀고 또 줘도 남는 인생인 지라 합류한 부산 사나이와 정호씨가 수퍼쳇을 쏴주어서 우리의 자본도 풍성해졌고 휴게소에서는 고량주가 추가 보급된다. 옥수수를 팔고 간이화장실이 주였던 휴게소는 현대식으로 탈바꿈했으나 여전히 술을 팔고 있어 우리들에게는 오아시스다.
조식을 먹고는 내내 달려서 황산시내에서 점심을 먹는다. 인생 놀며 먹고 즐기고 살아도 너무 짧지만 이러다가는 황산트레킹이 가능할 지가 의문시 되고 있고 아직도 황산의 언저리에 있을 뿐인데도 우린 산을 단숨에 올라 버릴 것처럼 의기탱천이다. 회갑잔치처럼 푸짐하게 차려진 상차림에는 축하주가 빠질 순 없어 고랑주를 추가 시키니 완벽한 축하연이다.
술은 참 위대하여 좋은 것을 더 좋게 만드는 마력이 있어 완벽한 한 팀이 되어서 황산으로 이동한다. 따가운 햇살이 차단되고 냉방이 빵빵 한 차 안에서 바라 본 푸른 산하가 넘 아름답다. 산악지역이라서 터널로 직선화를 시켜 놓았지만 1시간여들 달려서야 환승주차장에 도착하는데 기다림 없이 셔틀버스에 곧바로 올라 케이블카정류장으로 이동한다 우리 국립공원처럼 관리가 잘된 산악로에는 판다 곰이 자생할 정도로 대나무가 우거져 있고 야생원숭이들이 노닐고 있어 자연공원의 기대감에 부풀어서 셔틀버스에서 내린다.
관광을 현지인들과는 역방향으로 진행을 해서 인지 VIP보다 더 끗발 좋게 승차장으로 직행을 하여서 정류장의 갈지자 대기로가 무색하다.
100명까지 탑승이 가능 하다는 대형카이블카에는 구색을 맞추기 위한 현지인 몇 명뿐이고 우리들만의 전용카가 되어 황산의 품으로 스며든다. 여길 탐방한 경험이 있는 참수리와 놀자님은 연신 산행 어플의 흔적 떠라 하기라도 하듯 기억을 일치시켜 보려 하지만 경로 이탈음만 들리니 아무래도 여긴 아닌 것 같다.
케이블카 창에는 기암괴석의 연봉들이 흘러 가고 있지만 교감이 없어서인지 TV 다큐와 같이 그닥 현실성이 없이 많은 사람들이 하산을 대기하고 있는 상부 케이블카정류장에서 내린다. 하루 죙일 땀을 쏟아야만 올라 설 곳을 몇 분만에 올라 서 버렸고 살깃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과 호흡 된 상쾌한 자연은 세속을 격리 시켜 놓고 황산과 친밀도롤 높여 놓는다.
와우 이곳이 웅덩이를 저수지로 만들고 야산을 태산으로 변신 시켜 버리는 오만 호사가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는 황산이로구나. 시야가 좋아 황산의 비경이 펼쳐진다. 1년에 200여일이 비가 오거나 구름에 걷혀 있는 날씨라는데 오늘만큼은 색조화장을 하지 않는 총천연색으로 우리와 마주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이라는 세 개의 타이틀에 중국에서 제일이고 황산만 오르면 천하에 볼만한 산이 없다라고 찬탄한 산이다.
지금부터 보고 느끼고 즐기는 것은 오롯이 각자의 몫이다. 황산 풍경구의 트레킹은 진도로부터 시작된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이 없이 살라고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선답자들과 하나투어에 소개된 글로써 감상을 대신 한다.
황산서해대협곡(황산 여행의 꽃 황산 여행의 하이라이트, 서쪽의 구름바다라는 의미)
황산의 3대기(기승, 기암, 운해)
기암을 깎아서 계단을 만들고 바위를 뚫어 벼락에 길을 내어 놓은 잔도가 아찔하기만 한데 올챙이님은 우리들 추억 남겨 주기에 주저함이 없다.
흙 한줌 없는 바위 틈에 자리잡고 빗물과 이슬 만을 먹고 바위 틈에서 자라는 소나무가 황산의 명물이다.
시신봉, 몽필생화, 비래봉, 배운정, 광명정 등 큰 봉우리 만도72개에 달한다.
거칠게 나있는 기암괴석과 가파른 경사로, 서해대협곡을 보지 않고는 황산을 다녀왔다는 말을 하면 안 된다.
도끼로 깎아 내린 듯한 절벽과 절벽 틈 사이에서 자라 나는 기송
이 사람들 왜 이럴까? 스핑크스가 인류의 정의를 질문한 답을 얻은 듯 남녀노소가 없이 나무 지팡이에 의지해 세발이 되고 네발이 되어서 바닥을 기다 시피 올라 오고 있는데 서해대협곡으로 내려가고 있는 우린 이해 불가이고 이들과 교행으로 일행과는 긴 줄이 형성된다.
서해대협곡은 위험하여 12월부터 3월까지는 개방 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 날들이 어떠 했건 내 인생에서 가장 절정인 날은 바로 지금이니 맘껏 즐겨 보자 했건만 육신의 현실성이 붙잡는다.
나 시방 떨고 있니? 긴장됨에 근육이 경직되고 땀이 배어 난다.
계류가 흐르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지만 우린 숨 돌릴 틈도 없이 곡저정류장에서 모노레일에 탑승하여 천해정류장에서 내린다. 협곡에 이런 시설을 설치한 발상 자체가 대단하지만 쉽게 올라 온 대신 감동도 느낌도 없이 무덤덤하다.
수려한 수나무가 나열한 길이 이어진다. 산정에는 드론이 파리처럼 윙윙거리면서 짐을 운반하고 있고 관광지처럼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는 광장에서 백운호텔로 들어 간다. 놀자님의 로망 이였다던 호텔로비에서의 맥주는 낭만이고 유럽 여행시에는 느껴 보지 못했었던 자유로움과 여유가 덤이 된 휴식의 시간이다.
가이드가 오어봉으로 이끈다.
능선의 바위로 조망이 트이고 황산의 오밀조밀한 암릉들이 미니어처처럼 펼쳐지는데 모두가 소장하고 푼 작품들이다. 황산의 최고봉인 연화봉의 하얀 암릉에 사람들이 꽃을 피워냈고 연신 하얀 구름이 덧 칠을 하며 방어막을 치고 있다. 조망처를 찾아 다람쥐처럼 폴딱거리는 모습이 유치원생들 소풍 나온 것 같고 이 어울림에서 회춘을 하고 있으니 찐 친구들하고의 격의 없는 시간이 좋다.
한바탕 웃음으로 연화봉을 놓아주고는 다시금 백운호텔로 빽을 하여 광명정을 향해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자기가 짊어지고 있는 삶의 짐을 내려 놓지 못함이니 짐꾼들은 삶의 무게만큼이나 크고 무거운 짐을 나르고 있어 마음까지 무거워진 오름길의 상단에 황산기상대가 우뚝하다.
광명정은 황산을 대표하는 봉우리인 연화봉과 천도봉을 볼 수 있다 하낟. 제 2봉인 광명정은 조망이 좋으니 사람들에게 점령이 되어서 증명 만을 남겨 놓는다.
뭐야 이거 천하제일의 절경이라고 하더니 고작 이 풍경만을 보여 주고는 하늘을 가린 숲길로 들어 선다. 황산을 보지 않고서는 산을 논하지 말라고 했는데 숲 해설가인 올챙이님이 활약을 할 정도로 우거진 숲 속으로 정갈한 돌길이 이어 지고 있어 선답이 있었던 참수리와 놀자는 연신 의문을 가지나 아직까지는 매칭된 장소가 없으니 딱히 꼬집어 낼 수도 없다. 나 또한 의문시 되긴 마찬가지지만 고작 이 정도 가지고 뻥을 칠 정도는 아닐 것이라서 내일에 기대를 걸어 볼 수 밖에는 없다.
숲의 짙음이 어둠을 불러 들이고 있다. 하긴 점심까지 먹고도 한 시간 여를 달려 와 황산에 입산을 하였으니 황산의 구석구석을 탐험한다는 건 애초에 불가 했으니 일정표에 충실해 주마간산식이 될 수 밖에는 없는 일정이다.
뿌리 하나에 56개의 가지가 중국의 56개 소수 민족을 상징한다는 단결송은 두 사람을 단기 기억상실증에서 깨워 주었고 우리도 단합됨을 과시하는데 어째 몰빵의 다리가 하수상하다. 태어 나서 성장하는 것이 당연하듯 노화도 자연스런 삶의 과정이니 팔도강산을 휘젓고 다녔었던 예전만은 못하다. 다행스럽게 산위 숙소는 서해호텔이 금방이다.
서해호텔 1990년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황산 산위에 위치하고 있는 호텔, 해발 1600m 지점에 자리잡고 있어 일출과 일몰이 아주 아름답기로 유명하며 황산의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기에 적격합니다.
흐린 날씨로 일몰은 일찍이 포기를 했었지만 이런 곳에서 일출을 볼 수 있다는 게 의심이 갈 정도로 계곡 안에 있고 우리 숙소는 계곡 건너의 별실이다. 스멀스멀 어둠이 사위를 지우고 있고 땀이 식어가면서 몸이 으슬으슬하여 룸에서 샤워를 한 후 식당에서 거사를 치르기로 한다. 지리산의 장터목대피소가 해발 고도가 1650m 이고 이곳이 우리에겐 산상에서 즐길수 잇는 최고의 시설 에다가 뷔페 식이 준비된 만찬 이지만 분위기가 싹 가라 앉았다. 허긴 술로써 의기투합 하다는 치기 어린 행동에서는 그 댓가를 치를 수 밖에 없는 나잇대가 되었다. 팔팔하던 부산 싸나이도 몰빵도 음식을 깨작거리고 있으니 화합주로 준비한 소주는 현실과 부딪혀 저항감을 가져 와 취기는 없고 마음만 혼곤히 젖는다.
친구와 일출의 루트를 확인할 겸하여 산책을 나선다. 별빛이 초롱초롱해야 할 첩첩 산중에 유흥가처럼 화려한 레온싸인이 반짝이고 야외에서는 영화가 상영되는데 심연과 같은 검은 하늘에서 빗줄기가 사선을 그으며 사람들을 몰아 넣는다.
숲의 향내와 상큼한 공기에 정신에 정신이 또렷해 져서 룸에 복귀하지만 이 밤은 너무 길고 또 내일은 오지 않는 오늘 이기에 몰빵을 일으켜 세워서 기어코 거사를 치르기로 한다. 소주는 취기 대신 우리들에게 쌓여 있던 허무와 무력감의 배설구가 되어 주었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깊은 수면으로 회복의 시간이 되어 주었다.
어젯밤 비로 인해 일출은 생각하지도 않았었지만 깨끗한 산하가 기분을 좋게 한다. 계곡의 물소리와 재잘거리는 새소리만이 있는 청정 자연 속의 아침이다. 내 인생에서 얼마나 더 이런 호사스런 산중의 호텔에서 뷔페 식 조식을 먹을 수 있을까 만 계란 후라이가 최애 식품이 되고 해장으로 국수가 곁들여 진다. 요즘 중국인들도 많은 변화가 느껴지는데 어제와 오늘에 있어 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한국인들은 한 명도 못 봐 일행이 자동 체크 된다.
하룻밤의 휴식으로 다들 몸은 컨디션은 좋아 보이지만 나이가 들어 가면서 회복탄력성이 없어 포기해야 될 것도 많다.
이른 시간임에도 많은 사람들과 짐꾼들에게 뒤섞여서 가이드를 졸졸 따라서 어제 내림 길에서 보았던 단결송을 거슬러 올라 간다.
버젓한 북해호텔이 있음에도 증축을 하고 있고 짐꾼들은 이곳으로 연결되는데 중국이 달나라도 가고 산중에 이런 시설을 갖추고 있음에도 인력을 이용하는 것은 상생이 아닐까 싶다. 산정에 이런 호텔이 많다는 건 그 만큼의 수요가 있다는 반증이라 사람들은 연신 모여 들고 있고 붓꽃에서 꽃이 피는 꿈을 꾸었다는 몽필생화는 황산의 꽃이다.
기암 위에 생존하는 소나무 한 그루가 이렇게 감흥을 주는데 초지일관 한 분야에서 정년에 이른 우리들의 삶 또한 찬사를 받아도 되지 않을까?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참수리에게 응원을 보낸다.
선답을 하였던 두 친구도 기억과 현실을 일치 시켜 추억 밟기에 들어간다.
근디 이거 왜이럴까? 첩첩 산중에 펼쳐진 선경을 외면하고 운곡케이블카로 직행을 하고 있는데 발맛사지를 위한 시간단축이란 의문만 있을 뿐이다.
휘돌아 서면서 시신봉을 주봉으로 한 산그리메가 펼쳐진다. 황산의 면적이 설악산의 3배에 달한다고 하고 지금도 산비탈로 유리 잔도를 만들고 있는데 화장빨의 억지스럼 보단 자연스런 울 나라 설악산이 훨씬 아름답다.
백아신역에서 산수화 같은 풍경을 놓아 주고 1박 2일의 짧았던 황산을 하산 한다 주마간산의 치룬 황산의 거사 였지만 이 아름다운 청산의 발자취가 삶에 어려움이 닥쳤을 때나 회복탄력의 치유제가 되어 주었으면 한다.. 어제부터 동선이 관광객들과 반대로 움직이고 있어 케이블카의 하산이 수월하다. 우러나라 같으면 이런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있을까? 아니 산을 깎아서 길을 낼 수 있을까? 환경단체들에게 먹잇감이 되겠지만 수요가 없어서라도 못할 것 같다. 앤딩곡이 흐르듯 황산의 풍경이 흘러 간다. 하얀 기암에 푸른 소나무가 화폭 속의 동양화가 되어 준다.
하부 운곡사정류장에서 셔틀버스는 성삼재의 휘어진 도로를 달리 듯 한참이나 내달린 후에 방목이 되자 모기떼처럼 달라 든 따가운 햇살이 피부를 찌른다. 확산대문을 나와 탄 우리의 승합차는 아지트처럼 아늑하고 음료 인줄 만 알았던 캔맥주가 시들어 가던 우리들에게 활기를 찾게 한다. 술은 참 위대하다, 좋은 것을 더 좋게 생각하게 되고 서로를 포용하는 마력이 있어 금방 황산시내에 진입을 하였고 발맛사지를 한다.
나와 놀자님은 맛사지를 호러몰처럼 싫어하지만 밥상머리의 한 식구처럼 모여서 받은 맛사지는 신음소리에다가 랜턴 빛에 각질이 눈처럼 휘날려서 속이 거북하다. 점심이 무제한 삼겹살인데......
우려는 우려 일 뿐이고 위대한 우리들은 삽겹살의 절친인 소주를 물리치고 과감하게 55도 고량주를 동석 시켜서 오찬을 즐긴다. 괜스레 선 계산을 자청하여서 이 친구들의 도전 정신만 건드려 놓았지만 복선이 있는 것보단 깔끔해서 좋다.
차에 올라 항저우의 서호로 이동한다. 긴 이동 거리는 쉼과 재충전의 시간이 되어야 하지만 침묵의 시간을 견뎌 내지 못한 우린 낭만을 충전하기 위한 공간으로 세팅해 놓고 김용임을 소환한다. 나이야 가라 나이야 가라 나이가 대수나 오늘이 가장 젊은 날, 잊지는 말아요 오늘 이순간이 내 인생에 가장 젊은 날~ 덕분에 정호님이 희생양이 되어 물고문을 당했지만 덕분에 웃음 짓는 사람도 있어 서호에 도착한다. 비가 제법 쏟아져 내린다. 비는 다른 사람들과 우리를 격리 시켜 놓고 화끈해진 얼굴을 식혀 주어 다행스럽다.
하늘에는 천국이 있고 지상에는 항주의 서호가 있다는 말처럼 인공호수는 관광지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있다. 미인 서시의 이름을 따서 서호라 했다는데 뱃노래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하롱베이의 잔해진미와 유흥을 떠올렸다가 많은 사람들 때문에 얌전히 후미에 앉아 있어야만 했지만 1시간은 멍 때림의 시간이 되어 준다. 남이섬만 같아 보이는 중간에 떠 있는 소영주섬에서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참 여유로워 보이고 흥이 나야 할 뱃놀이가 수면에 퉁퉁거리는 진동음에 정신은 몽룡 해져 간다. 유람선에 앉아 호수와 산을 즐기며 긴장을 풀고 호수 위의 아름다운 푸른 물결을 즐긴다는 것은 우리에게 해당한 말이 아니다.
공원은 산책하기에 적합하고 길거리음식과 먹거리들이 있는데 가이드는 기회를 안 준다.
차로 곧바로 이동하여 석식을 먹는다. 혀는 한번 맛본 것을 그대로 만들어 내고 업그레이드 시켜서 이젠 소주는 끼여 들 틈도 없고 고랑주도 자꾸만 고급화 되고 있으나 노는 것도 젊어서 놀아야지 푸짐하게 차려진 음식이지만 놀고 먹고 마시는 것도 점점 부담스러워 지고 있다.
송성가무소 관람을 한다. 공연장의 스케일 면에서도 압도 당한다. 60세부터는 티기 어린 것들이 다듬어지고 숙련된 경지에 이르는 시기 라는 데 우리에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닌 듯 마냥 들떠서 공연장에 입장을 하는데 또 많은 관중에 놀란다.
공연이 항주의 역사, 문화, 인물, 전설을 배경으로 총 4개의 막으로 구성된 환상적인 쇼 라는 데 화려한 조명과 수많은 출연진들의 군무 중에서 아리랑과 민속춤이 감동적이긴 한데 아직도 한국인은 보질 못했다. 발발이 같은 참수리님을 아이스크림으로 달래어 공연장을 빠져 나왔지만 뭉클한 잔상이 남아 있지 않는 쇼였다.
다시금 첫날밤에 묵었던 호텔에 재 입실을 한다. 여행은 여기서 행복해야 하는데 피곤함은 우리의 감성을 볼모로 잡아 룸으로 몰아 넣었고 참수리팀 만이 가이드를 앞세워 현장 체험에 나선다. 거리는 현대화 되어 깔끔하고 음식점도 청결자체인데 그 넘의 담배는 어찌할 수가 없다. 갑각류 에게는 공포의 대상인 몰빵이 몰빵을 하였지만 안주는 깨작거리고 맥주는 고작 8천 리터 밖에는 못 마시고 나와 버렸다.
옥룡 설산 트레킹 시에 인연이 도원결의처럼 맺어져서 참수리팀이 결성 되었고 모처럼 의기투합하여서 중국 황산을 찾는다. 한참 여행에 대한 정보가 오가고 들떠 갈 때에 대한민국의 국가비상사태에 대비한 을지훈련으로 운봉님이 잔류 되었고 놀자님과 백두산 여행을 함께 하였었던 정호님이 합류를 하여 연합팀이 재 꾸려졌다. 순천과 광양에서 각각 출발하여 사천휴게소에서 커피 타임을 가지고 공항주차장의 포화로 사설주차장을 이용하는데 되러 절차가 간단하다.
연휴의 끝물이어서 인지 한산해 보이는 공항의 식당에서 간단 점심과 함께 화합주로 여행분위기를 고조 시키고 여행사와의 미팅을 하는데 1명이 추가 되었고 홍일점인 올챙이님의 개띠를 제외하면 늙은 용들의 환갑여행 길이다.
2시간의 짧은 비행시간이긴 하지만 대한항공의 국적기에서의 기내식과 캔맥주로 여행분위기를 최대한 끌어 올려 놓았고 비행기는 상해공항에 착륙을 한 후에도 공항을 연결하는 브릿지까지는 한참을 이동을 하고 있어 공항의 규모를 실감한다. 단체비자의 입국 수속이 의뢰로 깔끔하고 가이드와의 미팅도 순조롭게 이뤄진다.
외기가 차단된 실내의 이동과 차분 해져 있는 분위기 속에서 탑승한 승합차는 우리들을 놀이시설에 라도 데려다 주는 듯 기분을 달뜨게 하는데 이른 저녁식사가 순간이동을 자각하게 만든다. 음식은 먹을 만하다. 소주를 대신한 고량주는 중국 본토의 맛이라서 좋은데 그 넘의 담배 연기는 도저히 못 참겠다. 식구가 그러하듯 함께 먹는 음식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친밀감을 갖게 하여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휴게소에서 쉼을 가지고 곧바로 항주로 이동하였지만 심야의 시각 에서야 호텔에 도착을 한다.
3시간을 즐곳 달려 왔는데 숙소가 항주공항이 지척에 있는 항저우 에어포트 존 호텔이다. 직항로가 없는 지방 공항의 리스크로 오늘 하루를 오롯이 이동에만 할애를 해야 했지만 집 나왔으니 여행 기분은 제대로다.
룸을 배정 받아 각자의 룸으로 흩어졌다가 몰빵 총무가 있는 우리 룸이 자동 아지트가 되어서 첫날밤의 행사를 치른다. 언제나 처럼 여행 첫날은 설렘과 들뜸이 피곤함에 대한 방어막을 쳤고 스멀스멀 침투하려던 피곤함이 물러 나니 의기탱천해진 우리들은 밤을 지새운다.
*** 서해랑길 5차(서해랑길 69코스 ) *** -.일자 : 6월 24일 - 서해랑길 69 코스 : 의향파출소-태배전망대-의향해수욕장-망산고개-만리포해변 (13.4 km)
뭐야 이거.. 뻘에 박혀 기울어 있던 배가 부양해 있고 바로 앞에까지 바닷물이 찰랑거리는 오션뷰의 펜션 이였네. 라면으로 간단 조식을 챙겨 먹고 주인장의 출타에 상값 1만원과 키와 함께 놓아 두고서 마지막날의 여정을 시작한다.
오늘의 69코스는 13.4km로 짧기도 하지만 웬만하면 직선화를 시킬 것 이라서 여유가 많다. 근데 너들 어디 가니? 막 서해랑길안내도를 넘었는데 슈퍼에서 캔맥주를 구입하고 방파제의 정자에다 아지트를 구축하여 마을 분들의 접근을 차단 시킨다. 안 걷고 노는 게 참 재미지고 좋다. 마을 청년 어르신에게 혼쭐이 나고 서야 물러 나는데 마을분들과는 그새 정분이 쌓여서 헤어지는 인사가 정겹다. 지역을 알고 주민들과의 이런 교류가 서해랑길이 추구한 진정한 의미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미 주태백이가 되어 버렸기에 이태백켐핑장으로 휘돌아 가는 구름포해수욕장을 싹둑 잘라서 의항해수장으로 간다. 우린 그 동안에 서해랑길의 만점을 받기 위해 경로 이탈을 극도로 경계를 했고 필수경유지들을 모조리 찍어 왔지만 이번 출정으로 인해 인식이 달라져서 국가 공인 60점만을 넘기기로 한다. 고지 곳대로 했다가는 몇 년이 더 걸릴지도 모르게 생겼다. 짙은 해무가 사위를 감추어 버렸다. 십리포 의항해수욕장은 모래사장에 폐장 된 해수욕장의 흔적들과 패들보트의 장비들이 을씨년스럽기만 하고 십리란 허풍을 감추어 놓았다.
서해랑길이 산길로 유도되고 있지만 도로를 따라 올라간다.
안개가 드리워져 미지의 세계로 빨려 들어간 이 기분은 아무래도 취기 때문인 것 같은데 쉬었다가 가자. 3박 4일을 집나 온 우린 점점 초래해져 가고 있고 몹시도 피곤하다. 정자가 숙소보다 편안하게 느껴지고 있고 금방 깊은 수면에 빠져든다.
이정표는 도로를 벗어나 아득한 숲길로 인도를 하고 백리포의 입간판이 만나는데 딱히 내려갈 방법도 마음에도 없어 그냥 내려간다. 우리나라 땅덩어리가 얼마라고 이곳의 해수욕장들은 십리포 백리포 천리포 만리포 등의 과대 홍보로 호객을 하고 있으니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태안군수를 구속해야 한다.
산골마을 분위기가 천리포해수욕장으로 바뀌고 밀물에 들어난 백사장은 진짜루 넓다. 만리포가 지척에 다가와 있고 시간도 이르지만 더 이상을 진행 한다면 맞을 것 같고 팀도 와해될 것 같은 분위기라서 편의점이 있는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우리에게 소주만 있으면 하루가 즐겁다. 더구나 이곳은 피크닉의 최적지인만큼 누구 눈치 볼 것도 없다. 아예 돗자리를 구입하고 급조된 삼겹살까지 공급하여 제대로 피서 분위기를 즐긴 후 긴 오침에 들어간다. 이런 모습을 김하사가 봤다면 과연 와 줄까 도 싶지만 이건 중년들의 일탈이 아니라 3박 4일을 걸어 왔던 것에 대한 보상이다. 그래야만이 축적된 힘과 추억으로 다음을 기약할 수가 있다.
근디 몰빵 너 도깨비처럼 어딜 그렇게 싸돌아 댕긴 겨? 몽유병 걸린 건 아니지?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돗자리를 목에 건 몰빵이 해맑아 졌다.
산으로 올라 가는 것은 강화도의 평화전망대에서부터 서해랑길을 쭉 이어온 우리들에게 해당하는 건 아니다. 만리포까지 다이렉트로 연결하기로 한다.
해변이 도시녀 처럼 세련미를 풍기고 천리포수목원 매표소앞을 지나 만리포해수욕장으로 들어 선다. 한낮의 열기에 해수욕하기가 딱 인데 밀러 난 썰물을 따라서 사람들이 해안선을 그리고 있고 사람도 많고 넓기도 넓다.
노래비앞에 서해랑길안내도에서 QR코드를 찍어 오늘의 어설펐던 일정이 마무리 된다. 7.6km을 걸었으니 절반에 가까운 5.8km를 잘라 먹었고 6시간 20분이 걸렸다.
귀향하여 김하님과 함꾸네 즐건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술을 절제하고 그늘을 찾아 든다. 누우면 잔다. 혹시 우리 하루 종일 잠만 자는 기면증에 걸린 것은 아니겠지?
김하사님이 오전 근무를 마치고 그 긴 거리를 달려 픽업을 왔는데 그 덕분에 우린 서해랑길을 럭셔리하게 이어가고 있다. 먼저의 챙김이 있고 배려를 하는 이런 사람이 있다는 건 우리에게 행운이고 복이다. 순천에서 이쁜 친구들과의 회포로 우리들의 인생은 풍부해 졌으니 모두가 소중한 인연들이다.
*** 서해랑길 5차(서해랑길 70 코스 ) *** -.일자 : 6월 23일 - 서해랑길 70 코스 : 학암포해변-구례포해수욕장-신두리해수욕장-웅도-의향파출소 (19.2 km)
순간 순간의 결정과 순발력으로 하루의 일과가 결정되고 있고 잘 먹고 걷고 마시고 자는 참 단순한 날들의 연속이다.
태안서시장
국토종주를 이어가면서 먹어야 산다는 걸 학습하게 되었고 터미널을 찾아 가다가 막 문을 열고 있는 국밥집에서 조식을 하며 지역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일단 학암포까지 가는 버스는 많고 지나 왔던 구 터미널버스정류장에서 타면 된다는데 막상 버스의 배차시간은 이곳 주민들의 기준일 뿐이다. 어제 이원면에서 택시 하나를 보지 못했다가 줄지어 서 있는 택시를 빠니 보면서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건 기다림에 익숙치 않은 우리들에겐 고문에 가깝다. 3만원과 시간을 맞바꾸어 택시에 올라 학암포로 간다.
뭐야 이거 완전 유원지 잖아... 모텔과 음식점들이 즐비하여 어제 펜션 사장님이 이곳까지 태워 주겠다는 걸 굳이 태얀읍까지 이동 했었던게 후회스럽다.
서해랑길안내도와 해안의 학암포표지석에서 70코스 인증을 하고 신발끈을 조인다.
야영장의 분주함이 하루를 열고 있고 몰빵의 화장실 이용시간에 주군과 편의점의 쉼터에 자릴 잡는다. 통닭대신 쏘세지가 안주가 되었는데 한잔술도 넘기기 전에 시내버스가 미끄러져 들어 와 있어 안주거리를 자처한다. 우리 대체 뭐 한 거지,,, 돈 자랑질 한 겨...... 하여간 이 동네는 친절도가 넘쳐 주변 부동산정보를 모조리 수합하였지만 전 국토를 소유한 우리들로써는 흥미가 없다.
학암포해수욕장이 섬 하나를 거느리고 있다. 시원한 해풍이 세파에 쌓여 있었던 번뇌의 찌꺼기들을 청소기의 먼지비움 기능처럼 말끔하게 비워 놓아서 마음의 여유공간을 확보해 놓았다.
이 곳은 서해랑길의 중소 도시쯤은 될까? 깔끔한 등로가 구례포해수욕장을 이어 준다.
썰물에 모습을 들어 낸 거대한 백사장의 하얀 속살이 유혹한다.
신발을 벗어 들고 나와 몰빵은 지구와의 직접 교류에 나섰고 주군은 캠핑장이 있는 석갱이로 타박타박 걸어 가고 있다. 모래사장에 살랑거리는 하얀 파도와 갯내음을 오감으로 느끼면서 여행자 모드가 되어 감성에 젖어 들었고 캠핑장에 박혀 있는 필수코스가 제자리로 돌려 놓는다.
작은 언덕빼기를 넘어서자 노란 금계국이 활짝 피어 환영하고 확 달려든 망망대해가 낯설다.
언동해변은 숲길로 유도하나 우린 모래 사장을 거닐기로 한다.
조개가 있고 조약돌을 야무지게 붙들고 있는 해삼도 있어 자꾸만 물욕이 생긴다. 허리를 굽히고 있는 사람들을 따라서 맵싸리고동을 하나 둘 줍다 보니 봉지가 빵빵해졌고 돌만 뒤집으면 붙어 있어 갯바위를 떠나지 못했는데 경로이탈로 한참이나 되돌아서 나온다.
제자리도 되돌아 왔을 땐 몰빵의 부상자가 생겨 버려 전력에 손실이 생긴다.
숲 속의 산길이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있고 우측은 짐작도 가지 않을 만큼 넓은 백사장이 이어지는 이런 천혜의 장소에도 가계 하나가 없는 게 의문이다.
인적이 느껴지고 산길을 빠져 나오자 신두리해변은 까마득하게 물러 나 있어 결국 채취한 해산물은 선순환을 위해서 나그네에게 넘길 수 밖에 없다. 식당만 있었어도 쏘주 일잔 하면서 원기 보충을 했을 텐데 아깝다.
바라길 아치를 넘어 신두리제방을 이어간다.
썰물에 들어 난 백옥같은 모래사장은 너무 매혹적이라서 조강지처 와도 같은 신두리사구를 과감하게 버린다.
한 없이 부드러워 보이던 모래사장은 막상 발목이 뼈져 들고 파도가 만들어낸 모래톱의 엠보싱화에 발걸음이 뒤퉁거려져서 파도가 찰랑이는 해안으로 붙는다.
쉼 없이 밀려 오는 파도가 만들어낸 무늬가 해변의 낭만을 불러 들이지만 이 또한 조개껍질이 밟혀 만만히 않으니 괜스레 저 신두리사구를 기웃거려 본다. 푸르름에 덮여 있는 사구에 낙타 마냥 사람들이 하늘금을 그리고 있어 보기엔 참 좋다.
사람 보기 힘든 이곳에서 펜션 단지가 해변을 경계 짓고 있다. 필수경유지가 있어 모래사장을 빠져 나와 하늘과바다사이의 리조트로 들어간다. 오아시스만 같았던 리조트는 규모는 큰데 슈퍼 하나 달랑 있고 리조트의 끝자락에서야 식당가가 형성 되어 있다.
요리사인 실장에게는 큰소리를 쳐야 만이 소통이 가능 하지만 창 너머로 해변을 바라 보면서 우럭탕에 소주 한잔씩을 나누고 있으니 우리가 여행객만 같다. 코스 조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뚜벅이들에겐 이런 곳이 시. 종점이 되어야만 한다.
한낮의 햇살이 피부를 찌르고 숨이 탁 막혀 온다. 확실한 목적이 있으니 진행만은 순조롭다. 인적 없는 거리에 우리들 만이 타박타박 걸으며 정적을 깨고 있고 처박혀 있는 4룬 오토바이를 보며 순간 이동도 꿈꾸어 본다.
방성제방을 따라서 간다. 건너편에 우리의 종점인 의항포구가 뻔이 보여도 바다가 육지가 아니니 갈수가 없다.
뭐 오늘 중으로는 가겠지, 일단은 쉬었다가 가자. 솔솔 불고 있는 바닷 바람이 살결을 어루만져주어 잠이 절로 들었고 차 소리 마저 도 듣지 못했다. 바다에는 요트를 손질하는 사람이 있을 뿐 고요하기만 하고 차 없는 도로다.
오디 나무에 매달려서 손에는 보랏빛 물이 들어간다. 마을 뒷산으로 소근성 이정표가 있다. 저 야트막한 곳에다 왜 성을 쌓았어야 했는지는 지금의 지형상으론 알 봐도 아니다.
차로 와 같이하는 방조제를 걷는다. 방조제가 논이 아닌 호수 만한 양식장과 웅덩이만 같은 저수지를 가르고 있는데 태안반도에는 양식장이 참 많다.
마을이 나오고 전원주택만 같은 이쁜 집에서 산길과 해안로로 갈라서나 그냥 간다.
만조만 아니라면 이 해안로가 산을 빙 둘렀을 것만 같은데 어쩔 수 없이 올라 간 산은 고되다. 산부엉이와 소쩍새는 왜 그리 울어 대고 있는지 사나이들을 더 초라하게 한다.
보수 공사중인 의암제방길이다. 한 구간만 진행하기로 약조를 했으니 더 진행도 못하지만 태안 구간에서는 숙소도 문제가 된다.
제방의 끝에인 의항마을의 입구에 펜션이 있다. 배낭부터 벗어 선점을 해 놓고는 파출소앞의 서해랑길안내도에서 70구간을 크리어 시킨다.
딱 봐도 이 동네에는 식당이 없어 보인다. 밭일을 하고 오는 주인을 붙들고 식당에 들어 갔지만 우럭매운탕을 속성으로 끊여 놓고는 다시금 밭일을 나갔는데 말끔한 양복을 입은 남편은 우릴 경계하고 회의가 있어 나가라고 하는 쪼잔한 모습이다. 허나 이 마을은 조식을 위해 라면과 안주용으로 꽁치를 구입하는데도 김치 한 포기를 내어 주고 주차 된 차량이 들이 받쳐도 상대방을 더 걱정 해주는 사람도 있다.
취침주 상차림에 상이 부러졌고 주군은 세상에 불만이 있는지 음식을 젖가락질로 쉼 없이 휘젖고 쇠통구리처럼 돌돌 말기만 하더니 지풀에 잠이 든다. 하여간에 먼저 꼬구라진 넘이 장사인 타향에서의 밤이다.
*** 서해랑길 5차(서해랑길 도장 찍기-2) *** -.일자 : 6월 22일 - 서해랑길 도장 찍기 : 74코스, 73코스, 72코스, 71코스,
모두들 잘 자고 잘 일어났으니 우리에게 룸의 컨디션을 그리 중요하지 않음이 증명된다. 아침에 지저귀는 새처럼 쫑알거리면서 찾아 든 식당이 사장 마음대로 메뉴라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먹긴 하는데 기본찬 마저 도 젓가락이 안 간다.
==== 서해랑길 74코스 ====
오늘도 가로림만을 떨쳐 내기 위한 코스 단축으로 74코스로 이동을 하는데 도로가 경로이다 보니 필수경유지가 찍히고 있고 차에서 내려 국사봉허리길의 필수경유지 하나를 찍어 놓는다. 여기서부터 노인봉을 이어야 만이 필수경유지 3개를 연달아 인증을 하여서 코스를 완료 할 수가 있는데 꾸불꾸불한 산길의 경로는 너무 부담스럽다.
이젠 이리저리로 날뛰는 홍길동식 서해랑길이다. 흩뿌리던 빗방울이 굵어져서 김하님의 우산을 하나씩 챙겨 들고 마을길과 논길을 이어 간다.
우산에 토닥거리는 빗소리가 우리들의 목소리를 삼키고 있고 들녘의 초록빛 자연이 철없음을 희석 시켜 준다. 빗속에서도 풀을 뽑고 있는 여인도 맥없이 논길을 걷고 있는 듯한 우리들도 추구하는 목적만은 같을지 않을까?
짖어 대는 개를 흉내 내고 있는 주군을 가만 지켜 보던 할머니의 해실한 웃음에서 포용의 외할머니가 겹쳐 진다.
왜 이렇게 서해랑길을 이었는지도 지금도 모르겠지만 산길에 피어난 엉겅퀴가 캠핑장 감성조명이 되어 서해랑길안내도까지 이끈다.
603 지방도와 접해 서해랑길안내도에서 73코스 QR 인증을 하는데 안내산악회 버스가 도착을 하며 한무리의 도보꾼들이 쏟아져 나온다. 서해랑길에서 버스를 보는 것은 처음인 듯 한데 괜스레 숫자에 제압되어 쫓기는 느낌이다.
==== 서해랑길 73코스 ====
이들과 섞이지 않으려고 재빨리 앞서 간다. 갓길이 없는 도로에 차량들이 빗물을 튕겨내며 위협하고 있어 자동으로 줄이 세워 진다. 그 나마 이곳은 우리들에게 주유소인 가계는 없어도 김하사의 이동 PX가 있고 듬성듬성 있는 펜션들이 마음의 안정을 주고 있다.
73코스와 72크스가 이 도로를 경계로 태안의 최북단인 만대항까지 활주로처럼 뻗어 있어 땅끝까지의 거리 단축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된 구간이다. 최남단에서 이동을 해야 하는 우리에게 이곳은 빨리 벗어 나는 것 만이 정답이다.
어디서 잘못 되었는지 트랙이 해안가로 향하고 있는 것을 빠니 바라 보고 있으면서도 접속할 방법이 없다. 도로의 굴다리가 정답이다.
우리가 길을 찾는 사이에 단체산객들과 혼합이 되어 해안선을 따른다. 북적거리는 이런 시장 분위기가 참 오랜만이라서 활기는 있는데 정신도 사납고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을 김하사님에게 비교를 당할까 봐 앞질러 버린다.
좌측은 거대한 양식장이고 우측은 해무가 삼켜버린 가로림만인데 방죽의 질퍽거림이 한눈을 못 팔게 한다.
비가 오는 데도 캠핑장에는 집 나온 사람들이 많아 이들을 은폐 삼아서 특수 작전수행을 하듯이 김하님의 차에 재빨리 올라 타 해안의 끝자락인 만대항까지 순간 이동을 해버린다.
만대항에는 고기가 몰려 들듯 차량들과 사람들로 흥청거림이 느껴진다.
==== 서해랑길 72코스 ====
72코스 서해랑길의 인증을 마치고 김하님과의 헤어짐을 준비한다. 두루누비에는 이곳을 태안의 최북단 항구로 저렴한 가격의 횟집이 모여있는 만대항이라고 소개해 놓았는데 우리네 정서상 뭐라도 먹고 헤어졌으면 좋으련만 이른 시간이라서 반응들이 쉬원찮다.
헤어짐의 시간을 좀 더 연장 시켰고 71코스를 비포장 임도를 따라 차로 이동을 한다. 반원을 그리고 있는 트랙을 필수코스 하나를 버리고 단축시켰고 이젠 진짜루 김하사님과는 헤어진다.
홀로 먼 길을 내려 가야 할 것이 걱정스럽지만 헤어짐은 또 만남을 의미하니 모처럼 배낭을 들쳐 메고 해안로로 내려선다.
섬 트레킹의 일반적인 모습이 펼쳐지고 소나무 숲 속의 해안로를 따라 가는 매우 바람직한 서해랑길이 이어진다.
전망대에서 서해바다가 보이지 않고 등로는 파도처럼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있다. 이런 풍광 때문인지 비가 오고 있음에도 단체 도보꾼들이 많다.
등로가 물꼬랑이 되어 흙탕물이 흘러 내린다.
주군은 바다에 물이 빠지지 않고 있는 것은 이 빗물이 채워져서 라는데 몽룡해져있어 꿈결에서 들려 온 듯 하다.
곳곳에 있는 안내판에 지명들은 외래어 인듯 영 입에 붙질 않고 있고 조망도 없지만 해무가 드리워진 풍경만큼은 수목화만 같다.
트랙은 지 맘대로 끊어졌다 붙었다를 반복하여 신경줄을 잡아 놓더니 꾸지나무골해수욕장에서 마무리가 된다. 해수욕장의 캠핑장은 북적 인다. 빗속에서라도 이런 캠핑을 해야만이 일주일 치를 보상 받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영 이해 불가다. 삶은 각자의 몫이니 우리나 남 눈치 보지 말고 부지런히나 걷기나 하자.
==== 서해랑길 71코스 ====
캠핑장매점에서 맥주로 허기짐을 마비시켜서 진입로를 빠져 나오며 71코스를 지동으로 이어간다.
도로에 흐르는 빗물이 파도를 이뤘고 차로 건너편으로는 우리가 지나 왔던 양식장이 있다.
지방도가 서해랑길이 되었고 갓길로 밀려서 72코스와 71코스가 중첩이 되는 내1리 마을로 내려선다. 적당히 해야지 이렇게 바느질 하듯이 진행을 하면은 우리 같은 직장인은 몇 년이 걸려도 땅끝마을을 못 밟게 생겼다.
캠핑장입구에 관계자출입금지라 되어 있다. 사목공원캠핑장 안에 필수코스가 있어서 본의 아니게 관계를 하여 버렸고 반성에 의미로써 해안길을 벗어나 살레시오피정센터로 방향을 잡는다.
웃자란 수풀에 바지 자락이 젖고 신발에서는 개구리 울음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물구덩이를 피해 엉금엉금 기어서 가고 푹푹 빠져드는 늪지대를 지나고 나니 노을이머무는해변이 나온다.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정자에서 두 사람이 소주잔을 나누고 있다. 저 운치를 아는 친구들 보소... 기웃거려 보니 개불을 조금 밖에 잡질 못했다고 오히려 미안해 한다.
평온을 되찾은 서해랑길은 해변을 따라서 음포해수욕장으로 들어가고 편션앞을 지나 간다.
아무래도 더 이상 진행을 한다고 해도 상가가 나올 것 같지도 않아 청소를 하고 있는 힐링비치펜션 주인에게 바비큐를 먹을 수 있냐 물어 보니 선선히 라면이라도 끓여 주겠 단다. 비에 젖고 굶주림에 떨고 있는 우리에게 구세주다.
뷰가 좋은 테라스로 초청을 하고 비빔국수를 내오며 분위기 있는 커피로 마무리까지 하는 완전 럭셔리한 레스토랑이다. 지나가는 객에게 이런 융숭한 대접도 황송한데 종점인 학암포까지도 태워 주겠 단다. 활달한 성격에 우리들 신상까지도 탈탈 털렸지만 유쾌상쾌한 이런 만남에서 생전에 내가 나라라도 구했었나 싶다. 쏟아 지는 비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비멍이 참 좋다. 더 진행을 해본들 논두렁이만 걷게 생겼고 편하고 안락함에 안겨 있는 모습이 들켜버려서 사장님의 차에 냉큼 올라 타 이원읍에서 내린다.
버스 정류장이 감옥 과도 같다. 언제 올지도 모를 버스를 1시간을 넘게 기다리면서 택시를 호시탐탐 노리지만 이곳은 택시 자체가 다니질 않는다. 버스에 올라 우리가 유했던 이원면을 지나고도 태안읍으로 이동하는 거리가 만만치 않음을 느끼며 이왕이면 태안읍까지를 부탁했었던 게 화끈거려 진다.
모든 걸 포기하고 나니 비도 그쳤고 서시장에서 내려 모텔 대신 컨디션이 좋은 무인텔을 아지트로 잡았다. 펜션 주인장이 추천한 먹거리골목의 장어구이는 5시부터이며 선예약 후 이용이라서 조급한 우리가 찾아 들어 간 가계는 의외로 맛집이고 말도 통한다.
해도 떨어지기 전에 시작해 아직은 초저녁이지만 까불 나이는 지났다. 2차를 순대로 안주삼아 취췸주를 한다.
*** 서해랑길 5차(서해랑길 도장 찍기-1) *** -.일자 : 6월 21일 - 서해랑길 도장 찍기 : 79코스, 78코스, 77코스, 76코스, 75코스
점점 서해랑길에 대한 피로도가 가중되고 일상의 분주함 속에서 후 순위로 밀려 나고 있어 의지와 추진력을 유지시키기 위해서 무더위 속에서도 일정을 잡는다 몰빵의 무릎 상태를 체크하고 쭈삣 거리는 주군의 휴가를 강제한 후 수호자인 김하사님의 일정조정으로 출발은 의외로 순조롭다. . 어둠을 물리치고 뻗치는 활력으로 삼길포항에 도착 하는데 어째 이동의 시간은 더 걸리고 있어 서해안길을 이어가기가 만만치가 않다.
항구라 우려 했었던 밥집은 많다.
===== 서해랑길 79 코스 =====
삼길포항에서 79구간 스탬프를 찍는데 김하사님이 눈길로 서해랑길을 쫓고 있어 좀 무안하다. 서산과 태안의 구간들이 이동과 숙소 등에서 매우 취약하여서 서해랑길을 계속 이어가야 할 우리들에게는 빠져 나오기 힘든 개미지옥과도 같기에 오늘은 최대한 김하사님의 차량을 이용하여 필수 구간만을 찍고 거리를 단축시켜 놓는데 의미를 둔 출정이다.
서둘러서 승차를 하여서 필수경유지를 향해 이동 한다. 김하사님의 해박한 지식과 이해도로 삼길산을 싹둑 짤라서 한치의 오차 없이 포인트지점에 내려 놓는다. 트랙에는 필수경유지가 찍혔고 배낭을 차에 실어 놓은 채로 가벼웁게 트랙을 이어 간다.
햇볕은 쨍쨍하고 들녘은 활착한 벼들로 잔디처럼 새파랗다. 길가에 돼지감자가 영역을 확보하였고 대산산업단지 때문인지 롯테케미칼아파트 사옥이 논 한가운데 우뚝하게 솟아 생경스럽다.
편의점이 있어 도보꾼들에게는 오아시스가 될 곳이지만 출발한지 이제 겨우 30분 남짓 되었고 김하사님이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길을 안내한다.
바둑판만 같은 들판에 이정표가 전봇대마냥 곳곳에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고 우리들은 썰매견과 같은 질주본능으로 쭉쭉 거리를 좁혀가며 대산읍 연결도로의 옆길을 따라간다.
정형외과가 제법 크고 편의점 등이 있는 한적한 읍내의 대산버스정류장에서 3개의 포인트를 찍고 81코스를 완료 시켜 버린다. 8.23km를 걸었고 1시간 10분이 걸렸다.
뭐야 이거...... 이렇게 융숭한 접대를 받아도 되는 겨? 김하사님은 아이스 박스에 캔맥주와 물까지 준비하고 우릴 기다리고 있다.
===== 서해랑길 78 코스 =====
곧바로 78코스의 필수 도장 찍기를 위해 황성 2리 마을회관을 찾아 이동하지만 우리는 아무런 거리낌을 느끼지 않고 있다. 만조 시 다시금 대산버스정류장까지 되돌아 와야 하는 위험구간이 존재하고 있음이다.
논길 산길이 계속 된다. 이런 단순한 풍경의 연속성이 서해랑길을 잇고 있고 이정표가 증표가 된다.
하얗게 피어난 개망초가 더위를 불러 들인다. 고기압이 장마전선을 누르고 있다는데 체감 온도가 40도는 육박해도 딱히 쉴 곳도 없다. 온열질환 예방수칙이 꺙그리 무시되고 있는 서해랑길의 현장이다. 우리들은 완주가 인증 되는 필수경유지 3개만을 찍어 코스를 마무리하기로 한 선택에 자화자찬들을 해간다.
마을의 갈림길에 진충사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헷갈림이 있지만 산길의 그늘진 숲에서 안정을 찾는다.
뭐야, 이정표에서 떨쳐 냈던 진충사가 있다. 사찰인듯 사당인듯 아리송한 진충사는 나중에 인터넷 검색을 하기로 하고 자그마한 언덕베기를 빠져 나오니 우측으로 태양열펜널과 갯벌을 붉은 색으로 물들인 칠면초가 눈길을 붙잡는다.
아직 종점은 거리가 남아 있는데 김하사가 마중을 나왔고 마라톤에서 물을 공급해주듯 건네는 시원한 맥주에 새콤한 보리수열매가 안주가 된다.
이젠 얼마 안 남았다.
뚝방이 더위를 가둬 놓아 땀이 흐르고 곧 마무리 될 것만 같았던 길은 마을을 휘어 돌아 도성 3리의 서해랑안내판에서 종지부를 찍는다. 이게 바로 서해랑길의 도장찍기다. 10km을 걸었고 1시간 45분이 소요 되었다.
이런 곳에 종점이 있으니 숙박시설이 있을 리가 없어 3박 4일을 연속 진행을 해야 할 우리들에겐 최악의 코스인 셈이다. 주변 상황으로 보아선 꼼짝없이 굶주리게 생겼고 해가 가장 긴 오뉴월에 감정은 바짝 타 들어 가 트레블이 아닌 트러블이 될 것만 같다.
김하사 차에 올라 식당으로 이동한다. 갈비탕에 소주 한잔이 재활의 에너지가 된다.
===== 서해랑길 77 코스 =====
자동 승차하여 3개의 점만을 남겨 놓고는 걍그리 무시해 버린다.
순간 이동을 하다 보니 적응이 쉽지가 않지만 흑석반월 길에 들어 서면서 트랙에 필수경유지가 찍히고 서해랑길 77코스가 자동 스타트 된다. 흑석리의 엠마뉴엘 교회가 조망될 뿐인 농로를 따라 간다.
움직임이 감지된다. 외국인들이고 농산물을 거둬 들이고 있고 양파의 사이즈가 엄청 크다. 논은 벼로 파랗고 밭에는 수확 후에 버려진 듯 한 감자들이 자갈처럼 널려 있어 감자조림이 최애 식품이란 몰빵은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도로는 마을을 잇고 골목은 집들을 연결하지만 인적 없음이 지방소멸을 말해주고 외국인 인부들의 부지런한 발걸음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언덕베기에 올라 선다.
양파를 가득 싫은 트럭의 위태로움을 빠니 쳐다보면서 염소처럼 오디나무에 매달려서 입술이 까매지도록 따먹는다. 햇볕이 쨍쨍한 한여름에 개미와 베짱이와 다름이 없어 보이지만 우리들 또한 우리들이 삶을 영위해 가고 있는 방식이다.
흑산소류지를 지나고 팔봉초등학교가 얼마 안 남았다. 표지기와 이정표가 수시로 길을 안내하고 있어 자원봉사자들의 정성이 갸륵하다.
팔봉산을 빠니 바라다 보면서 가로림만 방조제를 따른다. 서산팔봉산은 금북정맥시 올랐고 안내산행으로 몇 번 왔었던 곳인데도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가로림만에는 칠면초가 가득하고 새파란 하늘을 새하얀 구름이 붓칠을 하더니 무지개를 만들어 놓았다. 신비로운 자연현상에서 발걸음이 멈추어 진다.
팔봉수산을 지나자 김하사님이 나무 그늘에서 기다리고 있고 지나가던 주인장은 무심한 척 의자까지 내어 준다. 툭 던지는 충청도의 어감이 쉼을 편안하게 한다.
양길교를 건너 팔봉초등학교 버스정류장의 서해랑길안내도에서 또 하나의 코스를 크리어 시킨다. 10km애 1시간 45분이 걸렸다.
===== 서해랑길 76코스 =====
76코스 필수인증 찍기에 들어간다. 이 구간은 본격적으로 해안선을 따르면서 쌍도가 있는 해안 깊숙이까지 들어 갔다가 꼭지점에서 반원을 그리면서 돌아 오게 되어 있어 노을빛바다캠핑장을 목표로 이동한다. 이곳 태안구간에 편의시설들이 없어 캠핑장의 매점에서 커피를 마시고 캔맥주를 리필 하는데 친절도 만큼은 남다른 곳이다.
간척지 제방을 따라 간다.
해변에 찰랑거리는 바닷물이 생경스럽고 초록의 갈마리간석지뜰이 평화 롭다. 서해랑길은 산으로 올라 가는데 여인의 허벅지처럼 들어난 해안선이 유혹을 한다.
어쩔 수가 없이 해안선을 따르다가 자락길의 이정표에서 산길로 붙는데 몰빵이 다리 통증으로 절름거린다. 비록 널뛰기는 하고 있지만은 누적된 거리가 30km에 달하고 있으니 무리가 될 수 밖에 없다.
숲은 아늑함을 안기나 답답하다. 태안구간의 현지 상황이 파악 될수록 김하사님이 낼까지도 같이 해주길 은근 기대해보지만 어림 없을 것이다.
개활지의 언덕베기가 힘을 빼 놓고 평상의 쉼터에서 가로림만 해안가를 향해 내려선다. 코를 자극하는 역한 거름냄새에 호랑이와 떡 파는 소녀상을 곁눈질 하며 속보로 지난다.
길은 해안로에 붙어 데크길로 이어지고 가로림글램핑장은 햇살을 정면으로 받고 있어 낙조 보는 대가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해안가를 싹둑 잘라 먹고 구도항에 도착하여 76코스 인증을 한다.
여객선터미널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하사님의 순간 이동을 해버린 우릴 놀라워하면서도 시원한 음료를 건네는 챙김만은 잊지 않는다. 3.9km 1시간 5분이 소요 되었다.
===== 서해랑길 76코스 =====
계속 원거리 이동과 숙박을 해야 하는 우리들로써는 어쩔 수 없이 김하사님의 차량 도움을 받아서 이를 빠져 나오는 기회로 삼아야만 한다.
가로림만이란? 서해바다와 접해있어 충남서산시와 태안군의 내륙 깊숙이 호리병 모양의 만이 형성되어 있는데 전체해안둘레가 162km 이르는 반 폐쇄성 호수형 바다.
75코스를 잇는 트랙의 필수 코스간 거리가 만만치가 않아 편법에 또 유도리를 발휘하여 차로 필수코스를 인증하기로 한다.
이화산 자락의 비포장 임도에 웃자란 나뭇가지들이 차에 스치고 덜컹거려서 좌불안석이다.
트랙의 필수 경유지에 불이 들어 오자 마자 턴을 하여서 청산리 감태마을에서 내린다. 반계저수지에 다리가 놓여 있어 후답자 들은 저수지의 내륙 깊숙이를 들어갔다가 나와야 할 수고로움은 덜어 준 것 같다.
김하사님이 길잡이가 되어 먼저 지나가고 도로를 따라서 청산리나루터를 향해 간다. 바다의 건너편에는 지나왔던 구도항이 조망되고 있어 탁상 행정만을 탓해 가며 타박타박 걷는다.
해가 힘을 잃어 가고 우리들도 기운이 딸려서 연체동물처럼 되어간다. 청산1리 다목적회관이 목적지였으면 좋으련만 도로는 계속되고 낚시펜션을 지나 청산리나루터에서 오늘의 일정을 접는다. 건너편의 구도항이 지금 것 너들 뭐를 했냐며 빠니 처다 보고 있는 곳이다. 11.06km에 1시간 42분이 걸렸다.
필수경유지 인증만을 찍어 대면서 5구간을 끝마칠 수 있었지만 서해랑길은 여전히 땅끝마을로 가길 거부하며 주변만을 맴돌고 있다.
원북면으로 이동하여 숙소부터 찾는데 남원장이 유일하다.
주인장의 추천으로 낚지 전문인 원풍식당에 들어간다. 이곳이 은근 맛집인가 본데 우린 이를 알아 보지 못했고 한잔 술에 기분이 업 되는데 영업종료 란다. 이제 겨우 8시인데……
집 나온 아자씨들이 딱히 할 일이 없어 노래방을 기웃거려 보다가 룸에 들어와 아쉬운 회포를 푼다.
토닥거리는 빗소리에 선잠에서 깨어나 집을 나선다. 잔치 국수로 간단 요기를 하고 용마역에서 내리자 빗줄기는 더 거세어 졌지만 여기에서 포기 할 수는 없다. 빗속에서도 용마공원에는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제법 많고 용마폭포에서 산길로 접어 들자 빗물이나 흐르는 땀이나 다를 게 없다. 여긴 도심에서 접근성이 좋고 적당한 높이라서 짬 시간이나 아침운동 하기에는 딱 이다.
계단을 오르다 시내 한번 내려다 보고 또 오르고 하다 보니 용마선 정상이다. 빗물에 젖어 축 늘어진 태극기에도 국뽕이 자동 장착되어 정상 인증을 하고는 시내권을 조망하나 구름 아래의 회색 도시는 다가 오지 않는다.
포장로와 다름이 없어 보이는 반질거린 등로는 산책길이다. 비는 소강상태이고 습도 때문에 젖은 옷이 레깅스처럼 착 달라 붙어 걷는 게 조금 불편해도 손은 자유로워 졌다. 한강도 안 보이는 조망에 롯데타워도 사라져 버린 맹탕이나 도심속 공원을 걷는 데는 아무런 장애가 없다. 오늘도 아차산 방향을 잘못 잡았다. 신호등과도 같은 아차산이정표가 이곳에서는 보이질 않아 항상 헷갈린다. 많은 둘레길과 갈림길이 있어 아차산의 보류를 보고 방향을 잡아야지 이정표만 따르다 보니 매번 결과가 이렇다.
조망이 없는 아차산은 밋밋하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과 방식대로 산길을 오르내리고 있다.
생태공원을 내려간다. 예상했던 시간보다는 빨라서 둘레길의 테크를 따라서 조금 더 진행해 본다. 슬그머니 원조할아버지손두부 집이 떠오르고 결국 도로를 내려와 따끈한 순두부에 막걸리 한 병 마시니 오늘 하루가 오롯이 내 것으로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