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여행의 대부분이 막상 부딪친 현실과의 괴리감에 실망으로 끝을 맺듯이 설렘 가득하였던 서울 나들이의 4박 5일의 일정이 어영부영 시간만이 흘러 귀향 날이다. 동반자와 오붓하게 서울 구경을 하잔 계획은 장마와 무더위가 핑계가 되었고 수도권의 주변 산들이나 하나씩 올라 보고자 했던 것은 산악회정회원이란 소정의 목적달성으로 대체되어 쏜살같이 지나가 버려 마음에 바람구멍이 생겨난 것처럼 허전하다. 쉼표도 없었는데 마침표 마저도 못 찍으면 훗날 되새김질 할 추억이 없을 것 같은 예감에 마음을 정리할 장소를 찾다가 이이들과 거닐었던 석천호수가 떠 오른다. 서울 어디에서나 보여 랜드마크가 되어 있는 롯데타워가 있어 나름 구심점도 된다. 롯데월드의 매직아일랜드 놀이 시설들은 점검 테스트로 기기가 하늘로 치솟으며 위협적이고 모터보트가 물결을 가르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호수를 따라 녹음이 가득하고 초록의 싱그러움에 물들은 사람들 활어와 같은 생기와 야생마 같은 건강미가 느껴진다. 소식적에는 왜 도시사람들이 산야를 헤집고 다니던 우리들보다 체력이 약할 거라 생각했을까? 이들과 경쟁하지 않고 여유롭게 산책로를 걸으며 잡다했었던 기억들 속에서 알토랑 만을 챙기고 무의식의 공간을 마련해간다.
석촌호수는 잠실 도심의 휴양지다. 동호안과 서호안으로 나누어진 호수의 둘레가 2.5km다. 지겨움의 동반 없어 2바퀴만 거닌다면 하루 할당량인 1만보는 거든하게 채우겠다. 물은 자연스럽게 흐르고 호수는 차고 넘침이 있어야만 한다. 수많은 건물들 속에서 허파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한강으로부터 하루에 물을 5만톤이나 공급받고 있는 인공호수라서 녹조는 피해 갈수가 없기에 요트 같은 배는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약품을 투입하여 수질개선을 위한 용도였다.
잠시 비켜나 커피를 마시면서 바삐 움직이고 있는 직장인들을 대입시켜 열정적으로 잘 살아 내고 있는 나를 위로 한다. 물고기때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직장인들이 뜸해지고 산책로에 관광객들이 하나 둘 모습을 보일 때 석촌호수를 빠져 나온다. 롯데월드 지하는 광역버스터미널과 잠실 역으로 연결되고 지하 광장이 있어 계절에 상관없이 워킹운동하기에 제격이겠다.
한가해진 지하철에서 듣는 가요가 참 감미롭다. 홀로 있던 아내가 실력 발휘를 했는지 딸들의 직장 때문에 외식으로만 일괄하여 술병으로만 채워 졌던 집에 음식내음으로 가득 차 모처럼 사람냄새가 난다. 아그들아...... 당번을 정해 서라도 꼭 집 밥을 먹고 건강들 챙겨라...... 그러면서 우린 낚지 볶음으로 서울에서 마지막 점심을 먹고 귀향 길에 오른다. 이번 나들이는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무기력증을 이겨 내게 하는 에너지원이 되지 않을까?
전국에 호우 특보의 긴급 문자가 수시로 전송되고 있는 장마기간임에도 수도권의 산악인들은 실행력이 있다. 내가 유사시에 다녀올 히든 코스를 산악회에 편승하여 그대로 답사하게 된다. 이 또한 서울둘레길로 너무 편식 만을 하고 있는 듯 하나 편안함에 편승하여 정회원의 등업에 목적이 크다.
양원역에 사람들이 모여서 그늘이 드리워진 중량켐핑장의 쉼터에서 간단 자기소개를 한다. 나야 처음 참여 지만 이들은 동호회원들 느낌에 친목도가 있다. 우리도 아열대성 기후를 닮아 가는지 그늘은 시원하고 햇볕에서는 바늘로 찌르는 듯 따가워 오늘 같은 날씨에 걷기는 최적의 코스 같다. 자두가 익어가고 뱀이 지나가는 살아 있는 생태계에 사람들은 맨발로들 걷고 있다. 요즘의 트렌드가 된 듯 하다.
망우역사문호공원은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고 공원화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오간다. 산악회에서 고민은 사치가 되어 뒤만 따르면 된다.
살랑살랑 바람이 불고 초록의 녹음이 짙게 드리워진 언덕에서 간단 점심을 하고 깔딱고개를 오른다. 그 사이에 솔찬하게 기온이 올라 버렸고 불린 배가 전력을 흩으려 놓아 나의 처지도 애매 해져 간다. 한강과 남양주의 조망터에서 홀로서기로 결정을 하여 대장님께 양해를 구한다.
돌과 바위들이 들어난 굴곡진 길과 혈관처럼 뿌리를 내린 소나무의 생명들이 이 산을 지키고 있다. 노란 금계국이 포인트가 되어 준 이삔 산길이다.
도심에 솟은 롯데타워가 한번쯤 보자고 하니 내일쯤은 찾아 줘야겠다.
하산을 하여 아차산에서 유명하다는 할아버니순두부집에서 순두부와 막걸리로 오늘의 산행에 종지부를 찍는다. 붙임성 없는 내가 이만 했으면 적응 잘 했다. 오늘도 참 잘했어 라고 마음에 도장하나 꾹 찍는다.
아무래도 지나쳤던 용마산에 마음이 쓰인다. 또 이곳은 야간산행의 명소이고 랜턴까지 챙겨 왔기에 가족과 저녁을 먹고는 양해를 구해 야간 산행에 나선다.
용마산역에서 내려 용마폭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이곳의 야등은 처음이나 GPS를 장착한 것마냥 막힘이 없다. 랜턴에 세상이 블랙홀처럼 빨려 들고 있다. 구름 사이로 햇살이 삐쳐 나온 듯한 불빛들이 어느 순간에 이벤트를 펼치듯 거대한 불빛으로 변해 황홀감 안긴다.
바람도 시원하여 야등의 묘미를 더하고 집중력에 잡생각도 없어 좋다. 정상을 찍고 턴한다.
이만 했으면 됐는데도 지상에서는 오직 나만을 위한 이벤트가 계속 펼쳐지고 있다. 아서라 너들도 이쯤 했으면 되었고 이젠 쫌 쉬어야지...... 짧은 하루 긴 여운을 남기는 시간들이었다.
서울은 집만 있으면 참 살기 좋은 도시다. 지방과 수도권을 왕래하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주변 산들을 탐색해 가고 있지만 한계가 있어 정보를 얻고자 산악회에 가입을 해놓았는데 정회원의 조건이 까다롭다. 내가 퇴직 후에 정착할지 세상일 또 누가 알겠는가? 새벽형 인간이라 오후의 정점에서 시작하는 산행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고 낫선사람들과의 만남에 두려움도 있지만 이 또한 극복해내야 할 일이다. 세상은 넓기만 하고 인연 이야 만들면 되고 어디든 만남은 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는 습도 높은 날 도봉산역에 내려 짬시간에 창포원을 거닐면서 잠시 서울둘레길을 회상하여 본다.
신발도 새롭게 장착을 했다.
이게 어떤 인연으로 발전 될지는 신발이 다 닳기 전에 알수 있겠지....
만남의 장소는 도봉산입구 시계탑이다. 어설픈 만남, 어색한 자기소개가 끝나고 산행대장님은 우중으로 코스를 수정하여 서울둘레길을 따라 수락산자락까지 간다고 한다. 어라 그럼 다시금 창포원까지 빽이 잖어... 서울둘레길을 완성하였기에 아직까지는 어슴푸레 남은 기억에서 이럴거면 왜 이곳에서 집결을 했는지란 의문은 퍼득 들지만 불만은 없다.
병아리처럼 뒤를 졸졸 따르며 추억을 되살려 가는 길이다. 하여간에 주님을 지극정성으로 섬기는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접근하고 부티가 팍팍 나는 이런 산책로가 참 좋다. 소수라서 그런가? 같은 공간에서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 친밀도가 높아진 것 같다.
백운마을이다. 집사람과는 상경해서 곧바로 둘레길에 투입되었기에 주린 배를 여기서 채웠던 기억이 생생한 곳이다. 이곳 아파트에서 거주 하신다는 분이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굳이 산행에 참여를 한다는 것은 사람들 과의 어울림이 아닐까?
서울둘레길을 이탈하여 수락산을 향해 올라 가고 있다. 그제 수락산을 다녀 왔음에도 루트가 다르니 이 그림들은 생소하고 참 신선하다. 산이 있으니 계곡이 형성되는 것이야 당연지사이나 서울은 모든 것을 다 가져 버린 것 같아 부럽다.
퍼런 소 앞에다 아지트를 잡고 간단 점심과 함께 간식 타임을 가진다. 이젠 어느 정도 산행스타일도 파악을 했고 점점 한 식구가 되어 가는데 소강상태를 유지하고 있던 비가 퍼붓기 시작한다. 하늘의 심술이 대단하지만 순식간에 타프가 쳐지고 오밀조밀한 공간이 밀착도를 더 높여 놓았다. 불어나고 있는 계류가 우리를 몰아 냈고 백운동마을에서 헤어진다.
아직은 술시가 이른 시간이다. 둘레길을 고스란히 되짚어서 도봉산역에서 빗물과 함께 긴장감을 털어 낸다.
호텔에서 시선만 돌리면 보이는 서울의 랜드마크인 남산은 도심지가 너울처럼 흘러가다 솟아 있어 그림 속 인양 현실성을 떨어 뜰이고 거리감도 없다. 여명 속에서 부활하고 있는 도시를 처다만 보고 있다가 완주했었던 한양도성길이 퍼뜩 생각나서 일단은 출발이나 하고 본다. 시간을 유추하지 못하니 가다가 못 가면 되돌아 오면 된다.
동국대학교 정문을 지나 장충당공원에 들어서고 국립극장을 외돌아 남산 둘레길에 접속한다. 생각과 우려와는 달리 금방이다. 피로와 스트레스에 지친 많은 사람들은 휴일을 재충전의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고 유독이나 마라톤 동우인 들이 많다. 산림욕에 제격인 남산둘레길의 숲길을 사브작 사브작 거닐고 있는 편안함과 유산소운동으로 땀에 흠뻑 젖은 모습들에서 활어의 팔덕거리는 생동감을 느껴진다.
긴 계단을 오른다. 격려 랍시고 칼로리 소모량과 수명연장을 적어 놓았는데 그 동안의 나의 운동량이라면 어린애가 되었어야 하고 체지방의 감소로 활력 최고 근육 빵빵의 몸짱이여야 함에도 만성피로감에 배 뽈록한 중년이다. 그래도 오르는 게 숙명인 것처럼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올라 간다. 호캉스를 왔으면 시원한 실내의 헬스장에서 럭셔리한 운동이나 할 것이지 생활습관이 아주 고약하게 박혔다.
남산타워를 마주하며 전망대에 선다. 호텔에서 바라 볼 때는 시계가 선명하였었는데 그새 미세먼지가 부유하였는지 도시는 흐릿하여 하룻밤 묵었던 호텔은 겨우 식별이 된다.
뭐든 시작이 어렵고 항상 눈은 게으른 법이다. 서울의 어디서든 지켜 봐야만 했을 남산을 올랐다는 자신감이 오늘의 하루를 시작하는데 있어 에너지원이 되어 줄 것만 같다.
땀으로 젖은 피부에 엉겨 붙는 러브버그 들을 떼어내고 팔을 허위허위 저어 가면서 케이블카정류장의 긴 계단을 내려 간다. 도시 뷰는 서울역으로 바뀌었고 한양도성길을 벗어나 다시금 둘레길과 접한다.
길을 잃을 우려가 있어 원점회귀만을 생각했는데 남산골한옥마을의 이정표가 발길을 돌린다. 그냥 내려가면 어떡하든 길이야 나오겠지...... 나의 순간 대처가 참 마음에 든다. 남산골공원의 산보 길을 따라 들어간 한옥마을은 공연무대설치로 어수선하고 외국인들만 듬성듬성 있어 별 감흥도 없이 충무로로 빠져 나온다.
퇴계로를 따라 예상시간보다 일찍 호텔로 복귀하였지만 일일 운동량은 다 채웠다.
수영으로 경직된 근육을 이완시켜주고 룸에서 남산타워를 바라다 보며 캔맥주 한잔 하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참 잘했어요. 쓰담 쓰담, 마구 자찬을 하면서 자신감으로 장착하고 서울 나들이에 나선다.
아이들이 직장을 서울로 옮긴 후 시간과 경제적 부담으로 왕래는 자연스레 명절로 한정이 되어 버렸고 멀어진 거리만큼 안부 전화 조차도 보험설계사 보다도 뜸하니 별수 없이 아쉬운 우리가 상경을 하게 된다. 고액 연봉자이나 사회적인 가치가 시한부인 나와 사회 새내기지만 미례 가치가 무한정인 아이들 간의 경제적인 효용성은 어떻게 될까? 하도 따질 게 없다 보니 부모자식 간의 이동에서 조차도 실익을 계산하게 되는 속물이 되어 가고 있음이다. 이번만 해도 그렇다. 경제적인 지원 이야 못해줘도 자립을 위해 기초만은 건드리지 않으려고 모든 자본을 내가 부담하기로 한 조건으로 제안한 호캉스다. 이 얼마나 애뜻한 자식 사랑인가?
야근 후 곧바로 한 상경으로 일일 운동량을 채우지 못했기에 관악산을 먼저 다녀 오기로 한다. 나에게 운동은 필수이고 1만보는 해외여행에서 조차도 지켜 낸 나만의 약속이자 루틴으로 4년여를 지켜 내고 있는 자존심이다.
흩어져 있던 가족이 상봉에서 상봉하여 식당에 모여 모처럼 한 식구가 된다. 잘 적응을 하고 있는 딸들이 예뻐 쓰담쓰담 해주고 싶지만 구 시대라 애정표현에는 서툴러 술잔 만을 기울이면서 두 딸들의 성장기에 흐뭇 해 한다.
어김없는 생체시계는 초저녁에 잠자리에 들게 하여 헛소리를 줄여 주었고 이른 기상으로 불암산과 수락산을 연계하여 다녀 온 후 호캉스를 위해 호텔로 출발한다.
내가 생각했던 엠배서드서울풀만호텔은 동대문 근처였었는데 을지로로 남산타워를 조망하고 있어 정보 에러가 있다.
먼저 도착해 있던 딸들이 체크인에 앞서 티타임인 애프터 눈 타임에 전망 좋은 자릴 선점하여 기다리고 있고 다과와 음료를 마시며 호텔 분위기 파악에 들어 간다.
엠배서드서울풀만호텔...... 커튼이 자동으로 열리면서 남산 뷰가 펼쳐지고 무선충전기에다가 블루투스 스피커 등이 갖춰져 있어 호캉스엔 최적의 장소다. 티브이에 체크인 한 딸 이름이 나오는 건 소소한 챙김이다. 탁자에 앉아서도 침대에 누워서도 통 창으로 남산타워가 바라다 보이는 힐링의 장소다.
실내 수영장이 좀 작지만 수영장 이랑 사우나가 무제한 이라서 대접 받는 느낌도 난다.
수영장에서 호캉스의 워밍업을 시켜서 이브닝의 하이라이트인 헤피아워를 즐기기 위해서 이그제큐티브라운지로 자릴 옮긴다. 딸들이 웨이팅을 하여서 도심의 야경이 펼쳐진 창가에 자릴 잡아 가족 디너 파티인 해피아워다. 삼겹살에 소주를 마셔도 1시간 40은 짧은 시간인데 산해진미가 있고 와인을 곁들인 저녁식사는 너무나 빨리 흐른다. 다행인 것은 나를 혼절 시켰던 양주가 없고 셋팅된 위스키와 보드카 맥주 등이 폭음을 절제 시켜 놓아 룸으로 자리를 옮겨 남산타워의 야경을 보면서 가족간의 정감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서울 하늘에 달이 두둥실 떠 있고 남산타워가 화려한 조명으로 눈길을 끌어도 실내의 밝은 조명에 창에는 우리들의 자화상만이 활동사진처럼 아른거리고 있을 뿐이다. 자식 성장의 뿌듯함과 소소한 행복들을 침대로 끌어 들여서 달콤한 잠에 빠져 든다.
편안 했던지 과했던 취침주 덕인지 선잠 없이 숙면을 취했고 침대에서 조망되는 남산타워가 이곳이 호텔임을 자각하게 만든다.
일정상 이른 조식 타임을 선택하였지만 이젠 직장 생활로 규칙 적이게 된 딸들이 함께한다. 조식은 다양하고 깔끔한데 어제 해피어워와 중복된 음식들이 식욕을 끌어들이 진 못하고 있어도 삶이 업그레이드 된 듯하다.
12시의 늦은 퇴실이 남산으로 이끈다. 도시의 한복판이라서 거리감은 없지만 한양도성길에서 이미 답습을 했었고 늦었다 싶으면 되돌아 오면 그만이다. 남산둘레길에 올라서면서 흔근하게 젖어 든 옷으로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 속에 자연스레 석이면서 현지인이 되어 버렸고 남산에 올라 도성을 굽어 본다. 도시는 희뿌옇고 망막 운동을 시키고 있는 검은 물체의 날파리들이 잠식 해 버렸다. 사람 눈치 안보고 지들끼리 엉겨 붙은 러브버그 곤충의 징그러움에 손사래로 방어막을 치면서 호텔로 복귀한다.
수영장에서 경직되었던 몸을 풀고 남산 뷰의 룸에서 맥주 캔을 까며 새삼 편안함을 느끼고 있는 내 자신이 시크한 도시남이 되어 가고 있는 것만 같다.
두근 두군 큰딸의 남친 소개 시간이 다가 온다. 호텔을 나서자 날씨는 장마전선이 밀고 올라 온 더위가 몸을 끈적거리게 하고 숨을 탁 막히게 한다. 이런 더위에 정장 에다가 꽃다발을 한아름 안고 나타난 녀석...... 딸도 긴장을 하여 혓바늘이 돋아 밥을 못 넘기고 있는데 초년생이라 어쩔 수 없이 야근 당직까지 하였다 하니 그 긴장감 이야 오죽할까? 자식들이 잘되라고 밤낮으로 빌어 주는 게 부모인데 남의 자식을 품평해 하는 듯 하는 것도 내 직성에는 맞질 않고 첫 인상은 훗날의 인연이란 연줄에 맡겨 두고서 긴장감이나 풀어 주고자 리딩을 한다. 서로의 챙김이 돋보이는 자리였지만 편안하게 한답시고 오지랖을 떤 것만 같고 말수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은 곁들인 술에 제어권을 빼앗겨 버려 이미 격식 따위는 없다.
커피를 마신 후 딸의 남친은 몸과 정신의 억압에서 풀어 주고 익선동의 좁은 골목길을 배회하지만 마땅하게 쉴 곳이 없다. 결국 아지트로 잡은 곳이 선술집이다. 어스름에 포장마차들이 펼쳐지고 있고 깃발을 앞세운 관광객들이 몰려 들고 있어 여행 기분 제대로다. 직장이 이 동네인 작은 딸은 내일도 여기에서 회식 장소가 잡혀 있다며 근무의 연장인 듯한 지겨움이 묻어나고 있어 결국 오늘은 이래저래 눈치 없는 아빠가 되고 말았다.
주룩 주룩 내리고 있는 비가 장마의 시작을 알린다. 오늘은 서울산악회의 정회원이 되기 위한 첫 도전이라 그 긴장감이 큰딸의 남친 소갯날의 심정이다. 잔뜩 습하고 더운 날씨에 내린 비가 긴장감에 흐르는 땀을 감추어 준다.
비에 산행 루트가 수락산자락의 서울둘레길로 수정 되었는데 집사람과의 추억들을 되새김질 하는 길이다. 어제도 수락산을 올랐는데 백운동 마을에서 수락산을 오르다 중턱 계곡에 다 자릴 잡아 간식 타임을 가진다. 서로간 서먹함을 줄이는 브레이크 타임이다. 시간의 흐름에 친숙함이 커피 향처럼 퍼지고 있는데 빗줄기가 쏟아진다. 짧은 산행이었지만 어쨌든간 참 잘했어 라고 칭찬해주고만 싶다.
이왕에 상경한 김에 정년 후의 놀거리를 마련해 놓기 위해 산악회에 다시금 편승한다. 비는 그쳤고 따갑게 쏟아진 햇살에 짙푸른 나뭇잎이 살랑거리는 그늘은 시원하여 우리도 아열대성 기후로 변해가고 있는 듯 하다. 어제와 달리 많은 참석자들로 자기 소개 시간이 참으로 쑥스럽다.
자칭 산꾼인 내게는 서울 어느 산길이나 익숙하고 추억 묻은 길들이다. 더구나 망우공원에서 이어진 용마산 아차산자락은 가족의 공통 추억들이 있어 더 더 친숙한 곳이다. 길게 줄을 잇고 어느 단체들보다도 친목이 돈독해 보여 끼어들 틈새는 없다. 오로지 걷는 게 나의 스타일인데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고 있어 망우산에서 헤어질 결심을 하고 대장님께 양해를 구한다.
아차산 산행 후 필수 코스 란 할아버지순두부로 나름 하산주를 하고 귀가 하여 퇴근하는 딸들과 외식을 하는데 뭔가가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 그래 랜턴까지 챙겨 왔는데 야경의 명소인 용마산을 건너 뛰었으니 지금이라도 다녀 오자. 도시의 불빛은 화려했다. 나는 보람찬 하루를 보낸 성취감으로 눈빛이 반짝 반짝 거린다.
상봉역앞의 국수 집이 메뉴를 하나씩 거의 다 먹어 단골이 되어 간다.
이른 시간이지만 출근하는 사람과 뒤섞여서 잠실에서 내려 석촌호수를 산책하며 순삭으로 지나가 버린 서울에서의 일상들을 정리해 본다. 점광석화처럼 빠르게 지나갔다는 것은 그만큼 적응을 잘 했다는 반증으로 여기고 또 하나의 식구가 될지 모르는 만남은 운명이라 생각하자. 커피 한잔을 마시며 바삐 움직이고 있는 직장인을 바라 보면서 나도 일상 복귀를 준비한다.
아~~ 집에 가기 실 타...... 맨날 맨날 놀면서 한량처럼 살고 싶다. 정년이 내년인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 부모도 돈이 있을 때 대접 받는 시대인 만큼 얼마 안 남은 직장생활 보람차게 하자 이~~
오늘은 가족이 호캉스를 하는 날이다. 일전의 무대뽀로 들이대어 넉다운이 되어 버렸던 첫경험을 교훈 삼아 휴가를 내었고 건강한 육체와 정신으로 재무장 하기 위해서 불암산 산행을 다녀 오기로 한다. 서울 참 좋은 도시다. 언제 어딜 가도 민생고 해결이 쉽고 이른 아침에 고랑주병을 홀짝이면서 거리를 활보해도 자기 피해만 없으면 눈치를 주는 이 없는 자유로운 도시다 국수 한 그릇 챙겨 먹고 지하철을 탔는데 환승을 하지 않고 하계에서 내려 버렸다.
모든 길은 처음의 발길에 의해서 만들어 졌 듯이 뭐 어쩌겠어 산에만 가면 됐지 한 마음으로 도심을 헤쳐나간다. 휴일의 도시는 휴식에 들어가 적막하기만 하고 을지대학교를 지나 편의점에서 숙취해소용 생수2병을 구입하는데 2+1이다. 이것이 수락산까지 무모한 산행을 이끌은 원인이 되었다.
차 소리를 차단 시키는 근린공원으로 들어 간다. 휴식의 공간이 되어 준 충숙공원의 편안한 오솔길을 따라서 중계마을로 스며 드는데 폐가에 가까운 집들이 군집해 있다. 화려한 도시 속에 감춰진 이런 공간 속에서도 삶의 영속성이 이뤄 질까 우려 했었는데 재개발지역지다. 고물 차가 제일 먼저 최신 차로 바뀌지만 그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만 되고 사는 순간에 중고차가 되는데 요즘 같은 저성장과 고물가시대에서 이들의 이주는 요원해 보인다.
서울둘레길에 접속을 한다. 하늘높이 솟은 미루나무에 바람이 걸려 나뭇잎이 살랑거리고 있어도 주변은 정적이 장악하여 버려 고요하기만 하다.
노원고개에서 주 등산로가 된다. 아항 여기가 원자력병원으로 하산을 하여 화랑대역으로 이어지는 능선 이구나. 사람 마음 참 간사 하여 뭐 어찌 어찌 입산만 하면 됐겠지 했던 맘이 휘발 되고 생각보다 길어진 거리에서 경솔함을 자책한다.
거리가 길어진 대신 경사도가 완만한 산책길이다. 사람들은 많아 졌고 공원을 산책하듯이 줄을 이어서 불암산성터에 올라 선다.
헬기장의 하늘금에 북한산이 걸려 하얀 속살로 유혹 한다. 아니 그 매력에 스스로 빨려 들지만 이젠 망연하게 처다만 볼뿐이다. 의욕조차도 상실하여 그 언저리만을 돌고 있는 지금의 산행이 나를 대변하고 있어 언제쯤 찾아 갈지는 약속도 못하고 거북바위를 올라 불암산 정상에 선다.
막힘 없는 조망 때문에 언제 올라도 실망이 없는 곳이다. 정상은 자기관리에 충실한 사람들만이 오를 수 있기에 건강한 웃음꽃이 피어 난다.
나야 퇴역 산꾼에 지나지 않지만 남아 있는 습성에 발걸음은 자연스레 수락산으로 들어 서고 있다. 이이들과 약속했던 호캉스의 웰컴티타임을 못 맞출 수도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지만 이쯤이야 해낼 수 있다는 자존감이 앞선다. 계단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괜히 왔다는 후회가 들지만 차량이 통행하고 있는 덕룡고개까지 고도를 낮춰 어쩔 수 없이 또 하나의 산정을 올라야만 한다.
군철조망을 따라 지루하게 이어지고 능선 마저도 고도를 올릴 의양이 없는 듯 완만 하게만 이어진다. 어린애 달래듯 살방살방 어루만져 주던 바람도 사라지고 없는 외로운 길이다. 산행을 즐기자고 왔는데 점점 숙제가 되어 가고 있다.
도솔봉을 비켜나 수락산역기점의 백운동계곡과 합쳐 지면서 사람들도 많아지고 산세도 수려 해져 간다.
타인 이지만 함께 하고 있다는 공감대에 시너지가 생겨 치마바위를 가뿐하게 올라서자 노점상이 길목에 있다. 1잔에 3천원 병에 5천원으로 시원하기 까지 하고 달랑거리는 물이 갈증을 부추겨서 막걸리 한 병을 들이키고 나니 비로소 노랗기만 하던 시야에 푸르른 숲이 보인다.
정상에 사람들이 줄을 섰다. 노점상의 위트와 장사 수단이 돋보인다. 시간상 셀카만 남기고 하산을 서두른다.
깔딱고개의 거친 바위들은 방지턱이 되어 속도를 자연스럽게 줄여 주고 안전이 발길을 더듬게 하고 있다.
졸졸거리는 계류가 곳곳에 소를 이루고 사람들이 휴식을 하고 있는 한가롭기 그지 없는 풍경들이 계속된다. 한여름에 내가 지향하는 피서지의 모습이라 마냥 부럽기만 하다. 물에 땀을 씻어 내는 것으로 대리 만족을 하여 내려선 석림사에서 부터 도심에 합류되어 간다.
상가 지역을 벗어난 장암역에는 오뉴월의 햇볕이 쨍쨍하여 절로 눈살이 찌브려 지고 있다. 역에 피어난 개망초가 더위를 부추기고 있는 오후의 정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