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해랑길 2차(서해랑길 역코스 95코스, 94코스) **

-.일자 : 2023년 2월 19일

-.서해랑 95 코스 : 인천역 - 숭의역-남향그린공원-문학산-선학역 3반출입구(17 km)
-.서해랑 94 코스 : 선학역-승기천-공원-다리를 통과하여-남동공단길-논현포대근린공원-육교건너-듬배산-오봉산-제2경인고속도로위-갈대밭을 지나 건너편에 아파트촌-도림수문옆길-남동체육공원(12.5km)

 

 

== 서해랑 95 코스 : 인천역 - 숭의역-남향그린공원-문학산-선학역 3반출입구(17 km) ==


겨울로 접어 들어 동면기에 들어가면서 느슨해진 몸과 마음은 서행길에서의 팽팽하게 긴장했던 기억들을 지워내고 각자의 영역 속에서 안주하며 누구 하나가 입에 올리지도 않고 있었다.
술자리 조차도 허락 치 않았던 밋밋한 일상들은 입춘이 지나면서부터 봄은 시작이란 말에 걸맞게 서해랑길은 급조되었고 일정들을 조율하여 출발을 하게 된다.
서해랑이 아직은 수도권인지라 이동은 열차를 이용 하고 우리의 수호천사인 김하사님은 종결장소에서 접속하기로 하니 우리들의 몸만 잘 따라 준다면 이번의 모든 일정들도 순조롭게 마무리 될 것 같다.
퇴근 후 주군이 퇴직선배님의 택시를 호출하여 나를 태우고 순천역까지 이동한다.
이동 중에 나눈 많은 조언들은 퇴직 후 인생설계에 기초가 될 것인데 택시비까지 극구 사양하여 관계의 빛을 남겨 놓은 채로 반겨 하는 몰빵과 기차에 올라 5박6일간의 긴 여정들을 검은 차창에 조용히 그려 간다.


밤의 용산은 멧돼지가 도심지에 들어 와 좌충우돌로 들이 박듯이 우리들을 혼란에 몰아 넣는다.
빨간 불빛을 찾아 도시를 방황하다가 겨우 숙소를 잡아 놓고 선술집에서 술잔을 부딪치면서 서해랑의 의기투합을 하지만 취기가 오르기도 전에 마무리가 되어 서울에서의 첫날 밤이 너무 짧다.


숙소 근처에 아침식사를 할 곳이 없어 인천으로 곧바로 이동을 하여 김밥나라에서 간단 조식을 해결하며 서울 유학파인 미모의 J와 합류한다.
SNS상으로만 참여가 논의 되였었기에 첫만남의 몰빵이 영 어색해 한다.

 

 

 


 
쌀쌀해진 날씨만큼이나 서로간에 거리감이 있지만 J의 지원군이 팀웍에 시너지 효과가 될지는 미지수인 상태로 첫발을 내딛는다.
서해랑표지기가 사라진 도로는 방향 조차가 헷갈린다.
일전 인천역을 건너편에 두고 차이나타운입구인 이곳 선린문에서 마쳤기에 송월동 동화마을을 빼 먹었던 탓도 있고 일단은 도로를 따라서 접속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빗물에 젖어 더 붉어진 인도가 어설퍼 보이는 우리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고 삼국지거리의 한중원을 지나고부터 두루누비의 경로 이탈 경고음이 사라진다.


도로를 건너 옛 건물들이 그대로인 인천역사공원을 앞에다 둔다.
신포역에서 해파랑길과 인천둘레길의 트랙을 일체화 시켰고 우리들도 안정을 찾았다.

 


이마트와 신광초등학교를 지난다.
아~인하대병원이 이곳에 있구나.
금방 지워져 버릴 건물명 이지만 어쨌든 우리들에겐 이정표가 되어 준다.
미로와 같은 도심지에서 두루누비는 우리를 서해랑길에 길들이는 조련사가 되었고 우리들은 순종하여 잘 따르고 있다.
아파트단지들이 이어지고 공원화된 건천과 벚나무의 가로수가 방풍림이 되어 주어 아늑한 산책길이 되었고 산란 되었던 정신을 안정시켜 준다.

 


몸에 배인 습관은 어느 순간 자연스레 들어 나기 마련이다.
지게차학원을 지나며 서로간 기능도 자랑에서 산업의 역군인 우리들의 직업군을 자연스레 들어낸다. 


호수를 따라 길이 곧게 뻗어 있고 쭉쭉 솟은 가로수가 아름다운 길이다.
도심지를 벗어나고 서해랑길의 트랙에도 걱정할 것이 없으니 스스럼 없이 희석되고 있는 J와도 밀착도가 높아져 간다.


중구문화회관을 지나며 드넓은 남항근린공원이 도시를 지워 놓아 물 위에 떠있는 오리때처럼 사람들은 공원 속에서 운동과 산책들을 하고 있다.


댐이 용현갯골유수지를 만들었고 용암교차로에서 갯벌로 교체된다.

 

송도갈비의 규모가 대단한데 뚜벅이 들에게는 사치인 지라 눈길만 주고 인천대교 아래를 지난다.
미세먼지 속에 송도 신도시는 중국의 어느 회색도시처럼 희끔하게 들어 나고 아직도 미 개발지는 앞에 펼쳐진 갯벌만큼이나 드넓어 보여 웬만큼 가져서는 어디 가서 땅 있다고 말도 못 꺼내겠다.


앞에 모텔에 자유의 여신상은 무슨 상징일지 또 왜 이렇게나 모든 것들이 대규모 들이여 만 하는지 떠오르는 오만 가지 상상들을 떨쳐내고 능허대공원에 들어선다.
전시된 배와 섬 등이 무슨 사설 하나쯤 엮어 낼 것 같은 능허대공원의 유래는 우리에게 중요치 않고 화장실과 쉼터만으로 공원의 역할은 충분하다.
주변에 가계가 있어 먹거리가 천지인데 J씨는 담근주와 안주류 등을 꺼내 놓아 초짜 도보꾼의 티를 팍팍 내고 있고 배낭에 챙긴 건 옷가지뿐인 우리들을 머쓱하게 만든다.
덕분에 추운 날씨 속에서 속을 따뜻하게 덮여 시내를 헤쳐 나간다.


선작을 했기에 우리들의 오아시스와 같은 옥련시장도 그냥 스쳐 지나고 신호등도 착실하게 잘 따르는 착한 도보꾼이 되었다.


백제사신단길이 이어지고 중국으로 향하던 사신을 배웅하던 여인이 이별의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바다로 뛰어 들었다는 기암 전설 등을 TV 자막 보듯이 흩으면서 종종 거리며 일행을 따른다.


중국과 교류한 한반도와 외국간의 최초의 바닷길과 백제우물터가 남아 있는 이곳은 인천의 미추홀구다.


앞에 산을 두고 터널이 통과하고 있어 저곳이 문학산 쯤인 것은 감으로도 안다.
인도가 공사 중이라 도로를 따라 접근하는데 몰빵이 불러 세운다.
섣부른 판단은 주식에서만 조심해야 할게 아니다.

 


개발제한지역인지 공원개발구역 인지 폐 집기들로 어수선한 길이 터널 위로 이어지고 사신을 떠나며 가족들에게 이별 인사를 했던 곳이란 삼호연에 올라 선다.
갑자기 사람들이 많아졌고 고산을 오르는 것 마냥 복장들이 중무장이라 긴장이 된다.


군사시설 때문인지 도로와 엉킨 등로 그리고 산성 때문에 우회 시킨 데크가 우리들 간 거리를 만들어 놓았고 불안감을 키운다.
배낭을 벗어두고 문학산에 오른다.


군사시설이 있지만 공원화된 문학산이고 조망이 좋다.
봄날에 첫 날갯짓을 하는 나비 마냥 넓은 광장을 살랑살랑 거닐면서 문학산의 문학을 알아간다.


한 그루의 소나무가 바위산을 제압했고 갈마산에서 나무 사이로 문학경기장을 보며 내려서는데 휘도는 뽄새가 맘에 안 들지만 등로 상태만은 워낙 에 좋다.


등산로가 진흙처럼 찰 져 맨발로 걸어도 충분한 산길을 내려 와 도심지에 스며든다.


상점들이 산객들이 유혹하고 있는 선학동먹자골목이고 음식거리의 아치가 있지만 그 만큼의 먹거리는 보이질 않아 일단은 선학역에서 96코스의 스탬프를 찍어 두루누비를 종료 시킨다.


우리들은 공백기를 깨고 다시금 서해랑길에 완벽하게 안착을 하여 계획된 시간에 마쳤으니 민생고해결도 수월하다.
점심이 술안주에도 제격인 부대찌개이고 부대찌개에는 이곳에서 무한 리필이 되는 라면은 필수인데 어째 기피 식품이 되어 푸대접이다.
이 친구들에게는 빌미를 제공하지 않아야 되는데 연합공세에 속이 꼬인다.
점심을 먹으며 한 식구가 된 J는 서해랑길에 대한 이해도와 학습력도 좋아 잘 적응하고 있다.

 

 

== 서해랑 94 코스 : 선학역-승기천-공원-다리를 통과하여-남동공단길-논현포대근린공원-육교건너-듬배산-오봉산-제2경인고속도로위-갈대밭을 지나 건너편에 아파트촌-도림수문옆길-남동체육공원(12.5km) ==

 

선악역에서 94코스 역방향을 이어 간다.
경원대로를 건너 선학경기장의 외곽을 따라 승가천의 산책로를 따른다.


생명체가 없어 보이는 한겨울의 앙상한 풍경들 속에서 마른 억새가 더 앙상해 보이는 천변에는 따스한 햇살과 운동 나온 사람들로 아지랑이처럼 온기가 올라 곧 봄의 전령인 새싹들이 올라 것만 같다.
맨발황톳길에 쭉 이어진 가로수길이 편안함을 안겨 준다. 
두루누비앱도 정상화 되었고 직선화 된 천변 길에서 우리들도 걷는 것에만 몰두해 단순해져 간다.


다리를 건너 남동공단을 관통한다.
두루누비는 도로의 인도마저도 관리 범위에 두고 이탈을 감시하고 있고 펄럭이는 서해랑표지기는 한치도 한눈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이런 공단지역을 통과하며 왜란 의문점을 품지 않은 이가 있을까?
남동인더스파크역의 탈출구는 공사 가림막으로 격리되어 있다.


일요일이라 공장 소음이 없음이 다행이고 우리들은 점점 말수가 줄어들어가면서 생리현상 조차도 참아 내야만 하는 서해랑길의 볼모가 되어 간다.


논현포대근린공원이 공단의 허파가 되었다.
야외공연장에서 어설픈 뮤직인 들의 연주를 들으면서 따스한 봄 햇살에 몸을 맡겨 버짐처럼 스멀스멀 침투하고 있는 나른함을 멸균한다.
우리들도 서편제의 한 장면처럼 질펀지게 진도아리랑 한가락 뽑을 만 하지만 기기의존 증이 자제를 시킨다. 


유아숲체험원을 휘어 돌아 논현 2동의 도로로 내려서고 육교를 건너 오봉산을 향해 오른다.
왜 서해랑길이 도시와 공단과 산길의 연속이 되고 있는지의 의문을 해소시키는 것은 여지 것 우리들의 진행 경험상 무의미하다.
서해랑의 조감도가 없는 우린 조립품처럼 한 조각씩을 완성시켜 가고 있을 뿐이고 언젠가 땅끝의 끝자락에 이르면 자연스레 서해랑길의 실체가 완성되어 질것이니 그냥 묵묵히 따르자.


오봉산은 이름 그대로 5개의 봉우리가 연결된 산이고 이런저런 테마로 엮여 있어 서해랑길을 잡아 나가기가 난해하다.
이러하니 우리들을 간파한 J는 통박으로 앞서 가지도 뒤쳐 지지도 않은 채 중립을 지켜가면서 발걸음을 최소화 시키고 있어 그 완벽적응력이 놀랍다.


오봉산을 휘돌아 내려 온 서해랑길이 늪지로 들어간 듯 난잡 해진다.
아침까지 내렸던 비 탓도 있지만 재개발지처럼 이어져 육교를 통해 국도와 중앙고속도를 건넌다.


장수천의 뚝방을 따라 거슬러 올라간다.
건너편은 천변이 공원화 되어 있는 듯하고 사람들의 왕래가 포착되는데 해는 힘을 잃어가고 있고 강바람이 차가워 뚝방 걷기에만 바쁘다.
저곳을 통해 소래포구까지 다시금 내려가야만 되는 것쯤은 조금만 지형을 살펴봤으면 알 수가 있었겠지만 목적지를 앞에 둔 조급증에 볼모가 되어 자기생각을 지워 버린 탓이다.
남동경기장을 앞에 두고 서창 JC밑에 서해랑길 안내판이 있어 서해랑길 94코스를 종료 시킨다.


앞에는 아파트숲이 있지만 저곳까지 걸어서 간다는 건 용납이 안되고 냇물과 천변 그리고 교각뿐인 이곳에서 택시를 호출을 하기도 마땅치가 않아 난감하기만 하다.
무엇보다도 남쪽나라에서 올라 온 우리는 너무나 춥다.


새로운 시도와 J의 기질로 소래포구역에 모텔을 잡아 놓고 음식점에서 회포를 풀면서 오늘을 되새김질 하여 본다.
우리들의 테마에 첫 동참을 한 J는 우려와는 달리 밋밋했던 서해랑길에 맛소금이 되었고 완주한 체력이 실로 놀라 운데 카메오 출연은 소라포구 역이 있는 여기까지 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총무를 수행하고 있는 몰빵의 관심사다.
일단은 낼 일어나 상태를 보고 결정한다고 하니 우리들도 오늘은 에너지나 충분하게 보충해 놓자.

열차 132000
노블호텔 65000
청기와참숮불구이 101000
김밥천국 25000
국제쭈꾸미 51500
호텔월 100000
갤럭시아 130000
GS 소래포구역 25600

**순천 조계산 산행**

-.일자 : 2023년 2월 12일

-.코스 : 선암사주차장-선암사-장군봉-연산봉-송광굴목재-보리밥집-굴목재-편백림-선암사주차장(14.1km / 5시간 11분)


낮의 길이가 점점 길어져 가면서 희끔하게 밝아오는 아침은 불면증에 뒤척이는 밤을 몰아 내고 활기를 안긴다.
환절기에 산행지도 마땅치가 않아서 혹여나 사찰에 넌지시 와 있을 봄이나 엿보고자 조계산을 찾는다.
관람료가 없는 접치재를 회피한 것은 발걸음의 중첩됨을 없애고자 함이 컸었는데 이곳은 문화재관람료 감면 지원예산이 확보되었다는 보도를 접했는데도 여전히 봉이 김선달식 통행세 3천원을 받고 있다. 


어디든 산사의 진입로는 정갈함이 있어 마음을 참 편안하게 한다.
졸졸거리는 계류는 얼어 있는 대지를 적셔 나가고 있고 흙 내음에는 새싹이 올라 올 듯 봄기운이 묻어 난다.


선암사는 요즘 불사로 화려해져 가고 있는 타사찰들 과는 달리 세월에 물기가 마르고 주름들이 져서 조라해도 보이지만 전년고찰로써의 품격에 발걸음이 조심스럽고 겸손해 진다.
공원에 피어난 매화에서 행여 산사의 꽃 향기라도 맡을 수 있을까 했었는데 역시나 마음이 앞섰다.


대각암길로 들어선다.
한때 투박하게 만 보여 폐 암자인 듯 했던 대선루의 2충 누각이 여느 구조물보다도 고풍스럽게 다가 온다.
오름길은 자가진단이 시작이고 내면의 대화와 자문자답 속에서 문뜩 문뜩 무아지경을 경험해 간다.
경쟁의 습성이 주변 산객들을 살피게 되고 쉼 없이 올라야 하는 산행스타일 때문에 나는 여전히 힘에 겹다.


옛 향로암절터의 약수터에서 목이라도 축이려 했지만 쉼을 하고 있는 산객들이 이 마저 밀어 낸다.


급경사에 눈길이 밧줄을 부여 잡게 만든다.


이 길이 이리도 힘에 겨웠고 이렇게나 길었었는지를 새삼 느껴 가면서 나의 저질 체력을 자책하며 힘겹게 정상에 올랐다.
첩첩 산중의 골짜기 마다를 흰구름이 메우어 놓아 도화지 같이 펼쳐진 산하의 산너울 속에 모후산과 무등산 등의 봉우리들이 솟아 눈길을 붙고 있다.
그 동안에 아지랑이 피어 오르는 봄날만 같았던 날씨로 흐믈흐믈해져 있는 몸은 산정에 진을 치고 있는 한겨울의 냉기에 석고상처럼 딱딱해져서 행동이 부자연스럽다.
그제 내린 비가 봄날을 불러 올 줄만 알았지 이렇게 한겨울처럼 새하얗게 눈을 쌓아 놓았을 줄은 몰랐다.


산에서의 머묾을 오래 가지고자 보리밥집을 향해 곧바로 내려서지 않고 연산봉으로 향한 등로는 완연한 겨울 풍경이지만 눈꽃이 없음이 조금은 아쉽다.
선답자의 발자국에 발맞춤을 하면서 어기적 거리던 걸음걸이가 급경사를 벗어나면서 몸의 자유를 얻었다.


전혀 예상치 않았던 눈 산행에 눈이 호강을 하고 있고 심장의 박동에 따라서 휘날리는 하얀 입김은 살아 있다는 증명이 되어 준다.
점차로 산행에 익숙해져 가면서 긴장이 풀려 가고 있고 흑백처럼 선명힌 풍경들은 동화속인 것 마냥 살포시 다가 와 있다.


빼곡한 나목들이 길을 내어 주어 평소에도 걷기가 좋았던 순탄한 길인데 얼룩 젖소마냥 듬성듬성 들어나고 있는 흙 길이 색다름을 준다.
가끔씩 햇살이 나의 상태를 살피 듯 서치라이트처럼 전신을 비추다가 지나 갈 뿐인 걸거침이 없는 고느적한 산길에는 바람의 미미한 저항만이 나와의 교감을 이어가고 있다.


나뭇잎새의 흔들림 마저도 없이 모든 것들이 정지된듯한 산속에서 생명체는 오로지 나 뿐인 듯하다.
방향을 휘돌아 가면서 눈은 설 녹아 엠보싱화되고 얼음이 되어서 발걸음을 삐걱거리게 만들고 바짓가랑이에는 흙이 튕겨 오른다.
자율주행모드가 해제 되면서 주변 상황의 정보 취합에 머리가 과열되어 땀이 흐른다.
점점 얼룩 문이가 갈색의 부드러움으로 바뀌어 가고 날씨도 봄날처럼 포근해 졌다.
앞이 훤해지면서 커다란 피자 위에 토핑처럼 새하얀 눈이 뿌려진 연산봉에 올라 선다.
뿌옇게 흐려 있는 날씨 속에서도 장군봉 뒤로는 백운산자락이 하늘금을 긋고 있고 보리밥집의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를 것만 같다.


이젠 산길도 카펫의 부드러운 양모 같이 갈색으로 변모했고 산행의 미션을 끝내 버린 것 마냥 오르막도 없어 마음이 한결 가볍다.
옛 선연들이 홀연히 자취를 감추어 갔듯이 등산객 하나 넘나들고 있지 않은 송광굴목재에서 보리밥집을 향해 내리막을 내려 간다.
흙이 붙어 있는 길은 질척이고 빗물에 휩쓸려 나간 돌길은 발길을 더듬게 만들지만 두발로 지탱을 하니 팔은 자유로움을 얻었다.
오직 나만이 존재하는 듯한 이 공간도 썩 아늑하게 느껴진다.
배도사대피소에 졸졸거리는 물이 댐으로 흘러 가뭄을 해소 시키고 나는 이 고단한 움직임에 혈류가 온몸에 힘차게 흘러 자가 치유제가 되어 주었으면 싶다.


산행에 무병장수의 희망을 심어 보리밥집에 스며 든다.
보리밥집이 장터와 같이 북적이고 화끈한 열기가 있다.
산에 든 모든 이의 쉼터가 되어 주고 약속의 장소이자 산행의 목적이 되어 주기도 하기에 아는 이 하나 쯤 있을 법도 한데도 히잡을 쓴 것마냥 모습들을 감추고들 있으니 나 홀로 보리밥을 먹고 난로가로 옮겨 앉아 커피로 노곤함을 달랜다.


아랫집에는 오프로드 차들이 제법 주차되어 있어 우리들 또한 사전 정보도 없어 무모하게 차 바닥을 글어가면서 올라 왔을 때가 중첩된다.
괜히 사면 길을 택해서 눈길보다 미끄러운 길을 나무를 부여 잡고서야 겨우 탈출을 하여 신발에 모래주머니처럼 잔뜩 엉겨 있는 흙을 털어 낸다.
먹어야 살지만 또 먹었던 게 이렇게나 부담이 되어 선암굴목재의 오름이 고되다.
채움과 버림을 그리고 오름과 내림의 연속인게 등산이지만 또 매번 반복하고 있는 게 인생사다.


돌길의 급경사가 기력을 내려 놓자 계곡에는 폭포수가 흐른다.
계곡에 물이 이렇게도 많이 흐르고 있는데도 대체 어디로 증발되어 버리고 댐 안에 섬들이 들어나고 있다.
신발을 씻고 있는데 의자에서 쉬고 있는 사람의 눈초리가 레이더 광선처럼 박혀 들고 있어 눈을 마주하니 회사 동료의 부부다.
나도 한때는 집사람과 전국의 산을 찾아 다녔고 테마들을 했었는데 세월은 집사람을 집안에 가두었고 이젠 나 마저도 산행을 찔끔찔끔 이어 가고 있다.


곧게 솟은 편백림아래의 쉼터들과 야외학습장의 오두막들이 공원처럼 안락함을 준다.
두 손을 맞잡고 거니는 연인들은 꽃피고 향기 나는 화창한 봄날이다.


가족인 듯 여인과 친구들인 듯 마냥 즐거워만 보이는 사람들이 진입로를 꽉 메우고 있어 차 체험관에 올라 본다.
한옥 건물의 툇마루에서 차 시음을 하고 있는 모습들이 옛 선연들의 재현처럼 멋스러워 보여도 홀로 인 나에겐 머묾을 허락하지 않는다.

 

출발 시에 차의 방전과 산행에 뜻하지 않았던 눈이 복병이 되었지만 어쨌든 나섬이 여행은 되었고 집착에서 조금은 벗어나 있는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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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욕지도 **

-.일자 : 2023년 2월 5일

-.코스 : 욕지항-출렁다리 1.2.3 새천년기념공원-대기봉(모노레일상부)-천왕봉-태고암-욕지중학교-욕지항(10.4km / 3시간 22분)


입춘이 어제 지났고 불깡통을 돌리던 대보름날이 왔것만 날은 여전히 춥고 생명체가 없는 것처럼 감성은 메말라 가고 있어 딱 여행이 필요할 때다.
마침 봄맞이 산행에 나선 산악회동참에 동참을 하지만 오랜만이라서 어색하기만 하다.
식습관으로 조식을 챙겨 먹었지만 대보름인 만큼 사천휴게소에서 찰밥을 먹으며 한식구가 되어 통영의 삼덕항에 도착한다.
항은 변함없이 그 모습인데 배가 제주도를 운항해도 될 만큼 엄청 커졌다.


선내에서 산우들과의 회포는 제주도 행의 재현 판이 되어가고 있고 새우깡을 향해 돌진하는 갈매기들은 여행의 낭만을 연출한다.
하얀 포말을 밀어 내며 항해하고 있는 선내에서 지역사회의 정감이 오가면서 한배를 탄 가족화가 되었다. 
만지도와 점 점의 섬들이 물결에 흘러 가고 있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이다.


이미 배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로 코로나는 종식되었고 항구는 대보름맞이 행사로 시끌벅쩍하다.


욕지도는 몇 번의 입도로 익히 알고 있는 섬이지만 주체측 만을 따르다 보니 순환버스를 타지 못하고 나 홀로 도로를 따라 등산로 입구인 야포로 향한다.


어라 이 출렁다리는 뭐지......
도로와 근접하여 굳이 없어도 될 흔들다리가 설치되어 있고 그나마 푸른 바다가 밑그림이 되어 그럴싸한 풍경이 되어 시선을 붙잡는다.


욕지도의 지형이야 머릿속에는 조감도처럼 그려져 있지만 야포까지 걸어서 가기에는 너무 멀고 3시까의 시간을 맞출 수 없다는 경고등이 켜져 일출봉과 망대봉을 싹둑 잘라 먹고 1출렁다리로 선회 한다.


봄날이 온 듯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고 걸 거침 하나 없는 망망대해는 아득 하기만 하다.
출렁다리를 건너 갯바위에 올라 본다.
숭어 송송 썰어서 초장에 푹 찍어 쏘주 한잔이 생각 나는 분위기이고 저 멀리 천왕봉이 발랑 오란 듯 빠니 내려다 보고 있다.


단체 산행을 와서 나 홀로 섬 길을 이어간다.
요즘은 단체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나 홀로 자유로움을 찾게 되니 나이가 들어 감에 따라 사회성이 부족함을 체감한다.


둘레길의 숲이 잠시 바다를 격리시키고 그늘이 되어 들뜬 심신의 안정을 가져다 준다.


남도의 여느 섬들처럼 해안가를 따라 펼쳐진 아늑한 숲길을 따라서 제 2의 흔들다리를 건넌다.
이런 구조물들이 관광객들을 불러 들이고는 있겠지만 나의 견해로는 확실한 과잉 투자다.


낚싯배는 세월을 낚고 나는 시간에 쫒기여 종종걸음이다.


길게 이어진 데크가 예전의 길을 외돌려 서 갯바위에 걸쳐진 흔들다리로 인도 하고 있다.
요즘은 산에도 강에도 바다의 협곡에도 모조리 흔들 다리다.


산길은 욕지일주도로에 올라 운행이 중지 중인 통영욕지섬 모노레일로 이어진다.
일터든 생활이든 어디서든 자나깨나 안전을 상기 시키는 구조물이다.


꽃송이가 말라 버린 동백의 가로수 길을 따라 새천년기념공원을 향해 올라 간다.
쉼터에서 우리 팀들이 반가이 맞아주고 컵라면에 반주까지 곁들이게 되어 기분이 알 딸딸 한 상태에서 새천년기념공원에 올라 바다를 조망한다.
호수와 같은 잔잔한 바다다.
한없는 평화로움이다.


여지 것의 트레킹에서 비로서 등산을 시작한다.
거친 듯 또 잘 정리 되어 있는 등로 상에 바다를 조망하는 뷰 포인트 들이 있어 가슴 뻥 뚤린 섬 산행의 진수가 시작된다.
단순한 섬이기에 관광객을 모우기 위해 흔들다리가 만들어 지고 풍광을 감상하기 용이 하게끔 모노레일과 전망대 등을 만들어 놓았지만 건강을 지키는 기본은 등산이다.


모노레일 덕분에 대기봉에는 널따란 전망대가 생겼고 화장실까지 갖춰져 있다.


평탄화된 등로와 푸른 숲은 섬이란 걸 잊게 만들고 테크를 따라 군 시설이 있는 천왕봉에 오른다. 


정작 정상은 철조망에 갇혀 있어 전망보다는 정상인증이다.


되돌아 나와 태고암을 곁눈질하고 급경사의 시멘트로를 뒤뚱거리며 내려 온다.


가믐에 메말라 가고 있는 저수지에는 준설작업으로 미례를 대비 하고 있고 댐에는 물고기를 노리는 까마귀 때가 콱콱 거린다.


중학교를 비켜나 욕지항에 도착하니 풍물패가 가계를 돌면서 액운을 물리고 번창함을 기원하더니 항구로 행진해 오면서 관광객과 어울려 흥겨운 놀이패가 되어 준다.
얼 쑤 좋다.
잊어져 가는 정월대보름 행사의 맛보기로 모두의 평온과 행복을 기원해 보는 뜻 깊은 통영 욕지도 나들이다.


이 여행이 또 얼마나 깊은 추억으로 자리매김 될지는 몰라도 떠나는 길을 갈매기가 길게 환송하여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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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양 백운산 산행 **

-.일자 : 2023년 2월 1일

-.코스 : 논실-한재-신선봉-상봉-억불봉헬기장-노랭이봉-동동마을(13.7km / 5시간 10분)

 


결단력의 부족으로 입암산의 안내산행을 곁눈질 하다가는 결국에 나 홀로 산행 길이다.
요즘에는 나와의 타협에서 익숙해져 가면서 자기합리화에는 마음의 안정까지 찾고 있다.
동동 마을에서 백운산행 시내버스와의 시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출발시간을 늦추었는데 옥룡면에 접어들자 앞에 빨간 버스가 가고 있어서 겨우 추월을 하여 올라 탄다.
버스에 오르자 엉덩이에 불붙은 것 마냥 내달리는 낌새를 눈치 챘던지 기사님이 산행을 하느냐고 아는 채를 한다.
손님이 없으니 종점인 논실까지 논스톱이다.


정적인 마을은 그림 속의 풍경화가 되어 있고 눈이라도 내릴 듯이 잔뜩 흐린 흑백 화면 속에서 내가 살포시 끼어들면서 활동사진의 주역을 자처한다.
시멘트 임도가 나뭇잎 하나 매달려 있지 않는 나무숲을 가르며 신작로처럼 길게 뻗어 있을 뿐 움직이고 있는 나와 졸졸거리는 물소리만이 현실감이다.
다람쥐가 내달리는 소리 마저도 감지 될 만큼의 적막한 공간 속에서 무거워진 몸 덩어리로 중력을 거슬러 올라 가면서 오직 나에게만 집중을 해 나간다.


숲이 바스락거린다.
몸은 순간적인 위험 감지에 긴장 모드로 전환 되고 사주경계를 하는데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는 사람들이 근래 최강한파에 얼어 버린 호스 흔들어 대면서 재정비를 하고 있다.
아~ 쪽 팔리고 다리에 힘만 풀린다.


한재는 바람길이 되어서 넘어 오는 찬바람이 화끈거림을 식혀주고 상봉으로 향한 된비알은 다시금 산행에 집중도를 높여 놓는다.
그 동안 산행 자체가 없었다 보니 이 길이 이렇게나 길었었나 싶게 지루한 오름 길이다.
이토록 이나 산길을 모조리 지워 버린 몸의 적응력이 실로 놀랍다.


세차게 불고 있는 바람이 등로를 마당 쓸 듯 쓸어 놓고 산길을 내어 놓았다.
나뭇가지에 걸린 바람의 날카로운 소리에도 칼날 같은 냉기가 실려 있지 않음은 그나마도 다행스러우나 그 위력에는 육중한 몸이 휘청거린다.


바람은 확연하게 체감온도를 떨어 뜰이고 있어 환절기와 같은 2월 첫날이다.


제트기가 이륙하는 듯한 굉음이 길동무가 되어 주었고 그 흔적들이 떡가루처럼 하얗게 엉겨 있는 신선봉에 올라 선다.
이곳까지 쉴 자리도 없어 물한모금 마시지 않고 마냥 왔지만 지리산은 구름이 지워 놓았고 도솔봉조차도 보여주질 않는다.


잔설이 걸음의 제어권을 빼앗아 버려서 울퉁불퉁한 바위 길의 사면을 어설프게 지나 상봉에 올라 선다.
태백산의 바람은 샛바람에 지나지 않을 만큼 거세기 물아 치고 있는 태풍급의 바람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정상석은 진공상태 속에 있는 것만 같다.
정상에 올라 거풍을 하듯 두 팔을 벌리고 온 몸으로 바람과 맞짱을 뜨면서 나약함을 털어내고 건재함을 과시하려 해보지만 자연에게는 미약한 존재만을 확인 한다.
에구 추워라.


바람이 미치지 못한 비탈은 온실 속인 듯 온화하다.
주변의 상황들을 살피며 복장을 재정비하여 산행을 이어간다.
기계음 방향으로 계단 보수공사 현장이 목격되면서 이들로 인해 순삭으로 베짱이가 되어 버렸고 또 자재를 운반하고 있는 사람들이 나를 한량으로 만들어 놓는다.


그저 이렇게 걷기만 하고 있는 것도 사치처럼 느껴지고 있는 산길이다.
낙엽을 털어낸 나뭇가지는 거센 바람에도 흔들림이 없이 바람만을 걸려 내고 있고 상처 입은 바람의 절규에 몸은 절로 반응하여 움츠려 들고 있다.
차가운 겨울의 정갈함이 느껴지는 등로다.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발걸음만 떼면 되는 단순한 산길이다.
쉼 없이 무심히 걷는 산길에서도 벼린 칼날이 무디어 가듯 산행 자체를 망각한 채 점점 힘에 겨워 가고 있다.
등로가 마실길처럼 아늑하게 이어지고 있어도 쉴 곳이 마땅치 않아 전망대역할을 하고 있는 바위를 바람막이 삼아서 점심 자릴 잡는다.
뭇 생명체들도 이처럼 둥지를 틀고서 이 한 겨울을 보낼 터이다.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가 된 듯 산하를 굽어 보면서 한껏 여유를 부린다.
주 능선상에 마땅한 쉼터가 없기에 산림과에서 올해 내로는 쉼터를 마련해주기로 했는데 실행이 될련지는 기다려 봐야겠다.


고도를 점차로 낮추어 가면서 수분이 얼어서 땅이 부풀어 오르는 배부름 현상에 눈을 밟은 듯 푹푹 빠져 들어 수렁에 빠진듯한 기분이다.
봄날이 다가 오듯 해빙기의 날씨는 옷을 어쩌지 못하게 하여 땀이 베어 나고 식곤증 마냥 몰려 오는 노곤함에 기가 다 빠져 나간 듯 힘이 없다.
이 작은 몸짓에서 떨어진 땀방울들이 초목에 성장눈을 깨워 봄의 희망을 보았으면 하지만 그럴 기미는 애초에 없다.


억불봉헬기장에 한때는 함께 활동을 했었던 산우분이 올라 온다.
이곳을 오르는 것에도 영 힘이 딸려 애를 먹었다는 것으로 세월의 무상함 만을 공감하고 질퍽거리는 길을 내러 선다.


노랭이봉에는 상봉에서의 바람의 잔병들이 방어선을 치고 있지만 그리 위협적이지 않아 따스한 커피를 마시면서 지니 온 산행 길을 더듬어 본다.
아직은 언제든 산행에 나설 수 있는 체력이 있어 감사하다.


바람이 사면의 낙엽들을 모조리 휩쓸고 와 등로를 솜처럼 푹신하게 만들어 놓았다.
블랙아이스가 된 듯 복병이 되어 발길로 더듬어 가는 것도 한계가 있어 새로운 길을 내어 가지만 나뭇가지의 저항 또한 만만치가 않는 하산길이다.


어머님으로부터 전화다.
광양 장날이라 사온 굴이 하도 싱싱하여 다녀 가라는 전갈이니 오늘은 굴 안주에 술이 술술 잘도 넘어 가게 생겼다.


동동 마을의 고로쇠 공동작업장에는 남자들이 모여 있어 이것도 이 시기만의 볼거리가 된다.
기압 차로 멍멍 해진 귀가 뚫려 가며 광양읍에 도착하여 어머님의 정성을 한아름 안고 귀가하여 보람찬 하루를 마무리 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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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 조계산 산행**

-.일자 : 2023년 1월 20일

-.코스 : 접치재-접치재정상-장군봉-선암골목재-보리밥집-송광굴목재-연산봉-접치재(13.8km / 4시간 34분)

 

이 겨울에 동면에 들어 간 듯이 움직임이 없었다 보니 산행의 모든 게 처음을 대한 듯이 생소하기만 하고 두렵다.
학교 가기 싫은 아이처럼..
장기간 휴가 후에 회사 출근하기 싫은 회사원 마냥 한동안의 산행 휴식기는 산에 대한 거부감을 갖게 만들어 기피 대상이 된다.
산에 대한 갈망으로 잠 못 들었었던 숱한 세월들은 산행 부담에 대한 불면의 밤으로 이어져서 뒤척거리던 잠자리를 억지로 털어내고 일어나 배낭을 주섬주섬 챙겨 조계산으로 향한다.
갓길에 주차를 해야만 했던 접치재에 새로운 주차장이 생겨나 비로소 이곳이 공인 등산로 인증을 받은 것 같다.

 


쌩쌩 불어 오는 겨울바람이 산행 들머리로 밀어 넣는다.
둔해진 육체와 함께 무거워진 발걸음 속에서 거친 호흡은 커피포트에서 수증기를 내뿜는 것처럼 바람에 휘날리고 있어도 정신 만은 맑아져 가고 있다.
항상 느낀 것이지만 괜한 걱정들이 그 동안에 몸을 붙들고 있었고 우려했던 눈 마저도 없어서 지구를 내딛고 있는 발걸음에 힘이 실린다.
나무를 흔들어 대는 광풍도 산행의 일부로 편입 되어 무감각해져 가고 있고 오름길을 거침없이 올라 접치재 정상에 선다.
뭐 아직은 쓸만 하구만...
썩어도 준치라고 그 동안의 산행에서 다져진 튼실한 육체를 아직은 유지하고 있는 듯 하다.


사면은 울부짓던 바람길을 돌려 놓아 적막감이 있고 산정을 잊게 하는 나무데크와 흙 유실 방지포가 신작로처럼 쫙 깔린 등로다.
겨울의 냉랭함이 산길을 정화 시켜 놓아서 가지런하고 차분하게 만들어 놓았다.
주저 않으려고 하는 둔중한 육체를 어르고 달래는 내면 대화에 몰입해 가면서 산행의 집중도가 높아져 나 홀로 산행을 잊게 만든다.


정상에 올랐지만 눈이라도 휘날릴 것 같은 희끔한 분위기에 인증 만을 남긴다.
쉼터에서 땀이 배여 든 겉옷을 벗으려 다가 장갑을 벗는 잠깐의 노출에도 곱는 손가락 때문에 그대로 내림길로 향한다.


그새가 언제라고 잠깐의 쉼 동안에 경직된 근육이 발걸음의 제어권을 장악하고 수시로 브레이크를 걸고 있으니 걸음걸이에는 엇박자가 발생하여 발 밑만을 더듬고 가는 길이다.
등로가 정비되어 있어 난이도는 줄어 들었어도 산행 경험들은 안전을 볼모로 삼아 산행 속도는 확연하게 줄어 들어서 표지기만이 펄럭이는 작은굴목재에 내려서고 푸른 산죽 군락지의 도열을 사열 하듯이 지나 선암사재인 골목재에 접속한다.
사람 대신 바람만이 넘나 들고 있는 재다.


내림의 돌길을 징검다리 건너듯이 조심조심 즈려 밟아 가면서 장박골의 다리를 넘어 인적 없는 보리밥집에 들어 선다.
오늘도 시간 조정에는 실패다.
점심을 하기에는 많이도 이른 시간대 이지만 조심스레 식사 여부를 물어 보니 10분만 기다리면 된다고 하는데도 그 머쓱한 기다림의 시간이 부담스러워 그냥 길을 나선다.


나뭇가지를 톡 건들기만 해도 부려 질 듯한 엄동설한의 날씨가 육신 마저도 경직되게 하여 시야를 발 밑으로만 한정시켜 놓으니 걸음걸이는 여전히 더디다.
그래서 일까?
송광굴목재까지 완만하게 느껴 졌던 그 동안의 체감 경사도와 짧았던 거리가 꽤나 길고도 멀다.


수분을 보충할 겸하여 오이를 꺼내 씹으니 얼음알갱이가 서걱거리고 이가 시렵다.
아무도 없다.
윙윙거리고 있는 바람마저 없었다면 이 고독함을 어쩌야 했을까 싶은 산중에는 낙엽이 수북하게 깔려 가을의 여운이 남아 있고 모든 것을 다 까발려 보자는 나목 속을 나 홀로 걷고 있다.
오름길에 대비는 했지만 꽤나 용을 써가면서 연산봉에 올라선다.
정상에서 조망하였던 연산봉에서 지척인 듯 다가와 있는 장군봉을 건너다 본다.
몸은 피로도가 있는데 눈은 에게 겨우 이것 왔어 다.


상록수 하나가 보이지 않은 갈색의 정갈한 나뭇가지들과 그 아래 단정하게 놓여 있는 산길을 즈려 밟아가며 오늘에 산행 의미를 찾아 보지만 내가 여기 와 있다는 자체만이 현실이다.
눈 산행에 대한 걱정이 앞서서 주춤거렸음에도 그 쓸쓸한 풍경에서 눈꽃이 활짝 핀 설경을 그려 본다.
등로에는 낙엽이 눈처럼 수북하게 쌓여 있고 스펀지처럼 부풀어 올라 버석거리며 바람이 마당을 쓸듯 깔끔하게 만들어 놓은 반복 된 산길에서 산죽 밭이 매서운 바람을 막아 준다.

장박골정상에서 조계산 원형 종주를 완성 짓고 올라 왔던 길을 되짚어 내려간다.
왜 이렇게나 길지...
새로운 시간이 계속되어 가고 있듯이 새롭게만 느껴지는 길이다.
나 홀로 주차였는데 이웃이 생겨 났음에도 눈인사도 못하고 산행을 마무리 짓고 쌍암기사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김치찌개가 일품인 1만원의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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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년 제주도 여행 **

-.일자 : 2023년 1월 7 ~ 8일

-.장소 : 절물휴양림-도두봉-마라도-새별오름

 


제주도 숲 속을 조용히 만끽할 수 있는 절물휴양림이다.
삼나무 숲의 상쾌한 공기 속에서의 산책길은 숲치료가 되고 한라산 눈 산행에서의 경직되어 있었던 몸 풀기에는 제격이다.
함께 천천히 데크를 걷는다.
느림의 미학을 실천해야 되는데 내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많은 게 문제다.


참새처럼 많은 까마귀들의 날갯짓과 울음소리가 숲을 깨우고 있고 난 거친오름에 볼모가 되어 좀비처럼 숲길을 올라 간다.


흐려진 날씨에 숲은 어스름이 스며들고 있고 어디 미지로 흘러 들어 간듯한 질퍽한 길은 곳곳으로 흩어지고 합쳐 지면서 한라산둘레길의 이정표를 보이지만 거친오름의 안내문은 없다.
불안하다.
아서라, 이러다가 관심대상자가 되어선 안 된다.


내림길에서 절물오름의 통제를 재확인하고 연못을 지나 전나무숲을 빠져 나온다.
자연스러운 건 있지만 왠지 고흥 팔영산의 편백림이 더 정감이 간다.
버스에는 이미 모든 사람들이 승차해 있었고 호출 택시에 올라타 듯 미끄러져 오는 버스에 올라 도두봉으로 향한다.

 


 
완전한 관광 모드로 전환 시킨다.
올레길이기도 한 도두봉무지개해안로에는 많은 사람들이 추억 쌓기에 행복한 모습들이고 해안로에서 시작한 61.8봉의 도두봉 오름 계단을 헉헉거리며 올라선다.
제주공항에서 이착륙을 하는 비행기들은 또 다른 비상 이자 희망이고 도두추억애거리는 옛추억을 되새김질하게 해준다.
밀물과 썰물처럼 사람들이 바뀌어 가지만 정작 해넘이를 같이 지켜 봐야 할 회원들은 보이질 않는다.
에고 이러다 또 나만 늦을 라......
백세까지 살면은 36500번의 해가 뜨고 지는 것이니 만큼 미련을 버리고 둘레길을 따라서 내려선다.
역시나 이번에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노형동의 늘봄흑돼지 식장에서 저녁식사는 상견례가 되고 스스럼없는 회포의 자리가 되어 준다.
일단 이곳은 너무 대형화 된 규모가 맘에 안 들고 공장의 제품생산처럼 획일화된 시스템이 거부감을 느끼게 만들지만 먹고 마시는 건 언제나 즐겁다.


가족화가 되어서 숙소에 들어간다.
나 또한 이러한 주관을 많이 해왔었지만 산악회에서 제공하는 스카이파크호텔은 단연코 고품격이다.
잠자리에 들기에는 너무나 이른 시간이다.
술집이 없지 술꾼들은 어디에든 있게 마련이라 긴급 결성이 되어 제주에서의 첫날밤을 맞이한다.

 

 

 

 
간단 조식을 하고 마라도를 관광하기 위해 모슬포의 운진항으로 향한다.
이젠 더욱 친숙 해져버린 무리들이 생겨나 용감해 졌다.
남 눈치 보지 말고 맘껏 즐기되 민폐만은 끼치지 말자......



배 시간이 남아 있어 간이 휴게소에서 간단 분위기주로 여행의 기분을 충전 시켜서 파도에 흔들리는 제주도를 망연히 바라 보면서 마라도에 입도 한다.


봄날만 같은 날씨다.
우리나라 최남단의 유인도인 이 조그마한 섬 안에서 그 많았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들 갔을까?
섬에는 미니어처처럼 학교가 있고 절과 성당 등이 있어 이곳도 우리네 땅이지만 이곳에서의 관광객들은 회전율 높은 관광상품일 뿐이다.
우리도 어쩌지 못하고 상가에 스며들어 해산물 안주에다 소주로 화합을 다지는데 시간이 너무 짧다.

 

 


배에 올라 순삭하여 송악산이 우뚝한 사계리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옥돔과 전복 그리고 여러 해산물들이 조합인 건강식의 해물탕은 주당인 우리들에겐 안주 거리다.
마음을 비우니 모든 게 즐겁다.
모두의 친밀도에서 여행은 어디를 가는가 보다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증명이 되고 있다.
마라도와 엇비슷한 송악산트레킹이 샛별오름과 대체 되었고 버스에 올라 제주의 풍광을 감상하면서 이동한다.

 

 

 


가을의 흔적이 남아 있는 억새의 명소이다.
정월 대보름에 들불축제가 열러 활활 타오르는 불꽃에 액운을 날려 버리고 비워야만 채워지는 자연의 순환을 배워 봄이지만 스쳐가는 관광객일 뿐인 나는 이곳을 다시 찾아 올 날이 있을까?
억새가 햇살에 반짝이고 우리는 햇볕에 얼굴이 익어 하얀 이를 들어 낸다.
갯바위 작가님의 노력으로 모처럼 증명도 남기는 여유로운 시간이다. 

 

 


시간이 후딱 흘러 제주항이다.
우와..
대합실을 꽉 매운 이게 다 녹동배를 타는 사람들이란 말이지...
마라도를 다녀오고 새별오름을 올랐음에도 워낙에 도보 이동거리가 짧아 아직 1만보를 찍지 못했다.
매년 목표와 새로운 계획을 세우지만 실행으로 옮기고 지속화하기란 좀처럼 어려운데 여태껏 빠짐없이 만보를 이어 오고 있는 만큼 여객선터미널을 돌고 또 돌아서 만보를 채우고 서야 배에 오른다.


선내는 난민촌은 저리 가라고 어디 엉덩이 붙일 장소도 없이 시끌벅쩍하다.
유랑민이 되어 정착지를 찾아 여기 저길 떠돌아 다녀 봐야 이미 비집고 들어 갈 자리는 없고 맞바람을 맞고 메케한 연기를 견뎌 내면서 우리들만의 유희를 이어 간다.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고 했으니 당연히 우리가 승자다.


우려했던 제주도 산행과 여행은 홍시와 같은 해가 푸른 바다에 잠겨 들듯이 어둠 속에서도 흥겹게 마무리 되고 있다.

** 23년 한라산의 설경 **

-.일자 : 2023년 1월 7일

-.이동 : 광양-순천-완도항-제주항

-.코스 : 어리목-만세동산-윗세오름-영실휴게소-영실주차장

 

한라산의 설경을 빼면 별반 볼 것도 없는 제주도 지만 밀당으로 쉽게 받아 주질 않고 있으니 더 애를 닳게 된다.
휴가를 내어 놓고 출발일 만을 기다리고 있던 제주도 행이 일주일 앞두고서 불가피하게 취소가 되고 보니 더듬이를 잃은 곤충처럼 방향을 잃어 버렸다.
휴가를 취소하고 내길 반복하면서 겨우 타 산악회에 편승하여 한라산탐방은 가능해졌지만 이번 겨울에 산행을 한번도 하지 못했었던 우려와 타인과의 잠자리 걱정이 대신하고 있다.
애초 모임에서 계획되었던 생파는 방어로 재물을 삼았고 함께 마신 술이 취침주가 되어 완도배에 올랐는데 이건 완전 난민촌은 저리 가라다.


여수의 배가 수리에 들어가 한꺼번에 몰려든 승객들 중에는 산악회 활동을 함께 하였던 동호인도 섞여 있는데 이젠 타인처럼 인사만 건네고 빈틈을 찾아 쪽잠을 청한다.


밤새 배가 퉁퉁거리더니 결국 연착이 되었고 강풍으로 한라산정상등반이 통제되었다는 문자다.
눈이 내리면 눈 때문에 비가 오면은 폭우로 또 바람이 불면 강풍으로 통제가 되는 한라산은 참으로 쉽게 허락하는 산이 아니다
세상은 요지경인지라 정상 통제에 안도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나마도 윗세오름이 열려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국밥으로 조식을 먹고 희뿌연 어둠 속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어리목 주차장에는 제설 된 눈이 설벽이 되어 성을 이뤘고 표지석을 파고 들어 인증을 남기고 다져진 눈길을 밟아 나간다.


시리도록 신선한 공기는 시들어 가는 육체에 생기를 찾아 주었고 산동무가 있어서 조급증도 버렸다.


따뜻한 남쪽 나라인 제주도는 섬 전체가 식물원이라 할 만큼 다양한 식물이 생존한다고 하는데 식생이 달라지면서 눈꽃도 피어 나기 시작한다.
기대치 않았기에 더 기쁘고 행복감은 커져서 풍경을 담고 있는 휴대폰이 열 일을 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곰탕이라도 좋다.


거센 바람에 실려 온 얼음알갱이가 총알처럼 피부를 파고들고 광야에서 걸 거침이 없이 몰아 치고 있는 칼바람이 손을 곱게 만들어도 건강함이 허락하여 볼 수가 있는 풍경들이다.


회색의 겨울 풍경이 우릴 압도 한다.


혹독한 자연환경이 이국적인 풍광을 만들어 놓아 그 동안에 고단했던 여정들을 잊게 만든다.
다져진 눈길 만을 허락하여 조금이라도 이탈할라 치면 눈은 늪이 되어 점점 몸이 빠져 드니 트레바스를 걷듯 조심스러운 길이다.


윗세오름의 대피소가 공사를 마치고 산뜻하게 변모 했다.
몰아치는 눈바람에 사위가 지위져버린 설맹 속에서 헤어졌던 동료들은 또 다시 이중화된 대피소에서 이산가족이 되었고 한참을 헤매다 이른 점심을 먹는다.
참 우리나라 살기 좋은 나라는 맞다.
하얀 설국에서도 따스한 온기가 퍼지는 대피소 안은 봄볕에 병아리 졸 듯 식곤증마저 오는데 연신 밀려 들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릴 양보한다.


밖은 몹시도 춥다.
급변해 버린 환경에 몸은 번데기처럼 쪼그라들었고 살려는 자구책에 머리에서는 빨리 움직이라고 지령 내리고 있는데도 신경세포까지의 전달은 영 더디다.


구름에 따라서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가 사라지길 반복하는 신기루현상이 이어진다.


해외 고산 지대에 줄을 지어가고 있는 전문산악인이 된 듯한 착시에 의기 탱천하여 맞바람을 뚫으면서 하산 길을 이어간다.


환상의 설경과 풍부한 눈꽃 그리고 상고대가 고드름이 될 때까지의 반복된 악천후가 만들어낸 이곳 한라산 만의 매력덩어리에 푹 빠져 든다.
스스럼 없는 산 친구가 있어 더 아름다운 길이고 유쾌한 산행이다.


적설량이 얼마나 많은지 한 사람의 선답자가 내어준 길만이 줄을 세운다.


정상 통제로 인해 한꺼번에 몰려든 사람들로 등로가 정체되어 풍광조차도 담을 틈이 없지만 모두의 얼굴에서는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으니 이것 또한 진풍경이다.


영실의 오백나한휴게소에 쏟아져 들어 온 햇살에서 또 다른 풍경을 끼워 넣어 보지만 아서라 이만하면 됐다.


양성평등을 넘어 여성우월 세상이 되어 산행내내 함께한 여성분의 당찬 모습이 참 좋았었지만 기꺼이 하산주까지 계산을 하여 머슴아인 내가 영 벌쯤 해진다.
뭐 사람 사는 일 다 거기서 거기니 맘 편하게 받아 들이자, 스며드는 알콜은 몸을 덮이고 마음의 문을 열어 놓게 한다.


도로는 눈이 말끔하게 치워져 있고 눈벽이 가이드레일이 되었다.
강풍은 어델 가고 봄날만 같은 오후다.


이른 시간에 출발을 하기도 했었지만 2중화 되어서 볼 것도 없는 삼각봉대피소까지의 산행 마저도 너무 빨리 끝내 버려서 절물휴양림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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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해랑길 1차(서해랑길 96코스) **

-.일자 : 2022년 11월 28일
-.서해랑길 96코스 : 대우하나아파트-원적산-가재울사거리-배다리헌책방-자유공원-차이나타운-인천역-14.4km (실거리 : 13.27km/3시간 37분)


실력 차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우리나라 축구의 패배에 허탈해진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는 듯 하염없이 내리고 있던 비는 밤사이에 그쳤고 불을 밝힌 해장국집에 들어가니 유쾌하게 맞이해 주는 주인이 기분전환을 시켜 준다.
5박 6일의 막날 이라서 생리현상에 대한 부담을 덜은 주군까지 합세하여 해장주를 곁들이는 여유가 있고 경우의 수에 희망을 거는 단체손님들에서 일상의 활기가 느껴진다.


택시를 타고 가정역으로 향한다.
가로등과 차량전조등 등으로 천지분간이 안되고 있는 도시의 한가운데서 택시는 멈추었고 우리들의 헤맴은 날이 밝아 올 때까지 이어진다.


결국 심곡천을 한참이나 올라가서야 반대방향 이였음을 인지하고 빽을 하는데 그 나마도 인천바다까지 가지 않았음에 안도를 하고 택시에 올라 96코스 출발지점인 대우하나아파트버스정류장을 건너 띄고  원적산 등산로 입구까지 이동한다.
역시나 자만은 반드시 실수로 연결되게 되어 있음을 자각하면서 두루누비앱의 의존도는 더 커진다.


공원화된 등산로가 길 잃은 어린 양들을 인도하듯이 우리를 서해랑길도 이끌고 있다.
반질한 등로는 찾는 이가 많음을 대변하고 있고 커다란 돌탑과 정자는 안락함을 안겨 주어 이미 헛힘에 지쳐 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쉼을 제공한다.


아차, 먼가가 허전하다.
몰빵은 모자를 찾으러 되돌아가고 거칠어진 등로를 올라 원적산과 마주한다.
부평과 인천의 조망이 참 좋지만 앞에 있는 철마산은 부담이다.


추위에 바짝 움츠려 있다가 몰빵과 합류하여 계단을 따라서 도로까지 내려가 버린다.
기껏 올려 놓았던 고도를 리셋 시켜 놓았고 횡단보도를 건너서 철마산을 향해 다시금 오른다.


인천 둘레길과 함께 하는 길인데 어째 두루누비가 경고음을 내고 있어 일단 멈추고 재 탐색을 시작한다.
매달려 있는 표지기가 정상을 향하지 않고 사면을 따라가면서 철마산을 휘어 도는 듯 하더니 군부대 담벼락에 막혀 넓은 임도에 내려선다.


서해랑길은 보각사를 경유 하겠금 길을 틀어 놓아 이 뭐꼬 란 말이 절로 흘러 나오게 되고 결국은 철마산 정상부 직전부 까지를 다 올라 버린다.
차라리 곧장 올라가서 한남정맥의 추억이나마 되새김하게 해주었더라면 주군이 말하는 샛길 유혹에도 현혹되지 않았을 것이다.


조망이 트이는 능선을 따라서 내려간다.
서해랑 표지기들은 길을 잘 안내하고 있고 등산로 상태가 좋다..
쉼터에서 인천역으로 마중 나오기로 한 종봉씨와의 시간을 조율해 놓고는 두루누비앱을 살피면서 어떻게든 직선화를 시켜서 출발시의 로스 시간을 만회 해 보려고 한다.
장고개공원을 앞에 두고 잠깐 우회를 하여 서구가좌노인문화센타로 내려선 것에 대해 무슨 대단한 미션을 성공한 것 마냥 자랑스러워 하는 우리들인데 나중 방귀가 잦으면 똥이 되는 원인이 되었다.


도로다.
인천역까지 이 미로와 같은 도심지속의 도로 만을 따라야 한다.
울 나라 도시계획 참 멋대가리 없이도 한다.
아파트와 또 아파트들뿐인 거리다.
가정, 가좌 초등학교 등이 생활공간에서의 쉼터가 되는데 내가 여기 어디쯤에서 잠깐 기거를 했었던 적이 있긴 있었다.
단편적인 기억들을 조합해 본들 쓰레기일 뿐이고 그냥 걷자.


이름도 생소한 가재울역이 지하로 흘러가고 가좌근공원인 가좌이음숲이 도시의 허파가 된다.


가좌 IC가 길을 돌려 놓았고 우린 도로의 샛길을 용케도 잡아서 도로를 넘어서고는 KG스틸의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을 따라 간다.
KG스틸의 전신이 동부제철인 것은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화물운송노조의 파업으로 공장 안에는 추레라만 즐비하게 주차되어 있다.


인천가구단지가 이어 받는다.
정신이 없는 길이다.


창고형 이마트트레이더스의 매장에 들어가 몰빵은 예비용 돈을 인출하고 우린 실내의 따스한 온기 속에서 팔딱거리고 있는 심장박동을 늦춘다.


마냥 걷는 길에서 수시로 멈추게 하는 신호등이 쉼을 제공 해주고 있을 뿐이고 술도 배도 고프지 않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매력이 하나도 없는 도시 속을 들고양이처럼 마냥 걷는다.


번잡함이 있는 송림오거리에서 로또를 구입하여 각자에게 행운이란 희망을 주입시켜 놓고서는 필수 코스를 인증하는데 어째 휘돌아가는 그림이 영 달갑지가 않다.
동구청과 인천세무서의 경유지를 싹둑 잘라 먹고는 도로 만을 따라 배다리헌책방거리까지 이동한다.
인천의 여행코스이자 책방 축제가 열리고 있다는 헌책방거리는 우리들에게 관심거리가 아니다.


한번 도둑질이 어렵다고 인천-김포간 제2순환도로 밑을 통과하며 단축 길을 염탐하다가 자유공원도로표지판에 이끌러 또 다시 경동웨딩거리를 잘라 먹는다.
이미 경로는 이탈을 했고 중앙로 지하상가 앞에서 갈 길을 두고서 큰소리가 나와 버렸나 보다.
반사적인 몰빵과 쌩 까버리는 주군으로 인하여 나는 표정관리가 되지 않아 침묵 속에서 묵묵히 뒤를 따라 자유공원에 들어 선다.
어차피 우리의 행적은 트랙에 고스란히 기록되고 있음이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두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터인데 마지막에서 불화음이 돌출되고 말았다.


인천의 유형문화재인 홍인문은 눈에 들어 올 리가 없고 자연스럽게 자유공원으로 흘러 들어간다.
그 동안에 단체사진 한 장 없이 진행되었고 변변한 사진도 없었는데 남아 있는 단풍이 우리들을 끌어 모은다.


인천항이 조망 되면서 산 넘고 도시를 헤치고 나와 더디어 서해바다와 함께 걷는다는 서해랑길에 취지에 걸맞게 접속한 것 같다.


벽화마을의 한 켠의 조그마한 인증소에서 97코스를 마무리 짓고 모두 손 모아 다음을 기약한다.


온통 붉은 차이나타운 거리를 빠져 나와 인천역 앞에서 쉼 없이 내리 달려 온 종봉씨와 접선을 하여 우리의 걷기는 최종 마무리 한다.


멀리서 벗이 달려 와 주니 어찌 반갑지 아니한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센 폭우를 뚫고 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왔으니 더운 밥 한끼를 차려 내놓는 것이 당연한 예절인 지라 중국요리로 함께 점심을 먹는다.




따습고 배부르니 졸립다.
선탑을 하여 풀린 눈꺼풀을 치켜 뜨고 가는 귀가 시간은 걷는 것 보다도 지겨운 데 순간 이동을 하여 버린 듯 해가 지지도 않는 시간에 광양의 중마동에 도착을 하여 술시가 이르다.
우리의 첫 서해랑길 무사 완주를 위하여,,,,
종봉씨의 무한한 우정에 대한 감사를 위하여....
모두가 모처럼만에 숙취 걱정 없이 맘껏 정을 나누는 흥겨운 자리다.
객지 생활 며칠이나 했더니 역시나 고향이 참 좋다.

제이에이치(조식) 44000
택시 4500
택시 3500
깜상 점심찬조

유류비 100000
꽃보다닭 158000

** 서해랑길 1차(서해랑길 97코스) **

-.일자 : 2022년 11월 27일

-.서해랑 97 코스 : 검암역-피고개산-계양산산림욕장-중구봉-천마산-대우하나아파트정류장(14.3km)

오늘 전국적인 비 예보가 있고 점심때 만나기로 한 몰빵 동창과의 재회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배낭을 출발지인 검안역 짐보관소에 보관을 시키려고 했지만 정작 역에는 보관소가 없어 몰빵의 지인 찬스를 한번 더 사용하기로 하고 모텔에다 배낭을 맡겨 놓고는 모텔을 나선다.
여지없이 겨울비가 우산을 토닥 이지만 그나마 찬바람이 불지 않아서 다행이다.


택시를 타고 검안역에 내려서 인증을 시도하나 두루누비 시스템 오류로 접속이 안되고 있고 어둠 속에서 방향감각까지 상실한 우리는 방황한다.
여기도 대명항처럼 되돌아 나와서 도로를 건너야 되게끔 되어 있어 처음부터 엇박지를 내고 있다.


미지의 도심 속이란 불확실성에서는 서로간 의견을 교환해 가면 좋을 텐데 자기 확신에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고 편의점에서 조차도 각자의 식성 차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이런 우릴 부러워하는 이는 편의점 주인 뿐이다.


쏟아지고 있는 비와 짙은 어둠을 뚫고서 은지초등학교를 지나 숲 속으로 들어간다.
감정 소모 없이 걷는 길은 우리들은 다시금 도보꾼으로 되돌려 놓았고 집념과 집중 속에서 일체화가 되었다


나목 사이로 비친 도심의 화려한 불빛을 보며 지금 이 길을 걷기 위해 간절히 담아 왔던 마음과 그 동안에 함께 해 왔었던 경험 속에서의 좋은 감정들을 침묵 속에서 일깨워 간다.
오락가락 하는 비를 따라 우산도 자동화가 되어 접고 펼쳐지길 반복하고 불쑥 불쑥 나타나고 있는 운동시설과 쉼터 들은 자동 패스다.


고도를 높여가면서 여명속에 조망은 조금씩 트여가고 있고 도로를 가득 메운 출근길의 차량정체가 휴가 쓰고 제돈 들여 지들만의 열정으로 변화를 즐기고 있는 우리들 에게는 안위를 안긴다.


헬기장에 올라 서자 우산도 펴지 못할 만큼 몹시도 몸을 흔들어 대고 있는 비바람을 두발로 버텨내면서 실눈으로 계양산 정상부를 째려보며 한북정맥시를 떠올려 본다.
도대체가 여길 왔었지 조차도 기억에서 휘발되어 있어 어떤 정보도 얻지 못하고 밀려 난다.


우측에 사격장이 있어 사격 시에는 통제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어도 이런 시간 또 이런 날씨에서 우리 군인들이 사격을 하는 경우의수는 없어 보인다.
전망대에서 길은 사면으로 이어지고 있고 능선길은 철조망을 따라가다 가 다시금 합쳐지면서 거친 오름길이 이어진다.
손에는 우산을 들고 있고 바지가 젖어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우니 여간 버거운 것이 아니다.

 

피고개산에 올라 계양산을 올려다 보니 산 하나는 더 올라야 될 듯싶다.
여지 것 산만 타고 있는 서해랑길은 그나마 양심은 있었던지 등산로가 모여드는 피고개에서 정상으로 향하지 않고 슬며시 사면으로 틀어서 안내를 한다.
비도 그쳤고 산보 길을 이어 간다.
뭐지 이 밋밋한 느낌은?
갑자기 찾아 든 평화로움에 적응을 못하고 있는 몸이 자꾸만 계양산 정상을 기웃거리게 만들어 두 친구에게 슬며시 의양을 꺼내니 흔쾌히 허락해 주어 그 의아함에 재차 물어 보게 된다.


계양산은 인천을 대표하는 진산이라 여러 갈래의 실타래의 중 한 가닥을 잡아서 올라선다.
내가 매일 운동을 하고 있는 가야산인 497m보다 낮은 395m가 무척이나 빡 세다.
습기 머금은 찬바람에 손이 꼽아서 셀카가 부자연스러웠는데 올라 온 산님은 갖가지 포즈까지 요구하면서 사진을 남겨 주는 센스쟁이다.
북한산과 롯데타워가 그리고 인천 앞바다와 영종도가 조망되는 멋진 전망대다.


앞서가고 있을 두 사람을 생각하니 마음이 조급 하여 긴 계단을 뛰다시피 하여 서해랑길에 접속했지만 그 많았던 표지기들이 보이지 않아 또 다시 축지법을 쓰듯이 발길은 허공에 떠 있는 시간이 많다.


임학정의 정자에서 팀이 완전체가 되고 모든 게 원위치 되었다.


휘어져 올라오고 있는 무장애데크를 떨쳐내고 화장실 앞의 쉼터에서 두루누비 장애 접수를 하는데 업무의 분담이 다르니 쉽게 해결 기미는 없고 일단은 인증을 위해 사진를 남겨 놓아 란 답이다.


월요일이라 쉼이 있는 계양산성박물관앞에서 모처럼 사진을 남긴다.


서해랑길은 도로로 내려와 버렸고 경인여자대학교앞의 해장국집은 필연적인 우리들의 필수코스가 된다.


역시나 뼈다귀해장국은 우리의 컨디션을 정상궤도에 올려 놓았고 두루누비앱도 복구되어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계양문화회관을 찾아 간다.
계양산으로 향한 등산로가 있고 임도를 따라 계양산산림욕장에 들어서는데 화장실이 있는 문학공원으로는 공사용가림막이 쳐서 있어서 각자의 생리현상은 자율에 맡겨야 된다.


차량통행량이 무척이나 많은 징명이고개의 생태공원을 지나 오르막이 고되다. 


커다란 돌탑이 있는 중구봉에서 정상석과 마주하면서 지금에만 해도 3개의 산을 오른 셈이다.


천마산을 오르며 뒤들 돌아 보게 되는데 어째 계양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느낌이고 정자가 있는 정상에는 자그마한 바위에 이름만을 새겨 놓았다.

 


군부대 울타리를 따라서 오늘의 최종목적지를 그려 보고는 트래킹이 아닌 산행을 이어간다.
철조망을 따라서 숲이 살아 있다.
헬기장을 지나고 사격 시 깃발계양대가 군과의 경계를 상기 시키고 있다.


나무는 뿌리가 먼저 늙고 사람은 다리가 먼저 늙는다 더니 정자가 빠니 보이는 철마산을 오르는 것도 이젠 버겁다.


아따 조망 겁나 좋아 부네
이젠 더 오를 것도 없고 서구와 영종도가 그리고 인천아시아드경기장 방향으로는 지나왔던 강화도도 보인다.


도시 속에서 하나아파트가 숲을 이뤘고 공사로 어수선한 진입로를 따라서 대우아파트 앞 버스정류장에서 오늘의 97코스를 마친다.

 
그저 두루누비의 지령대로 움직여 주변 식별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미션을 종료했는데 몰빵의 지인과는 특수임무를 마치고 접속을 하는 것 마냥 정확하게 도킹을 하여 오찬의 장소로 순간 이동을 한다.
그 치만 오늘의 작전 중 여성을 홀로 모텔로 침투 시켰던 것은 우리의 임무 분담에 있어서 오류가 꽤나 있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결과가 되었다.
내일 귀가는 종봉씨가 픽업을 와 주기로 하여 우리들의 귀가가 갑자기 순조롭게 변했는데도 장거리 운행 부담에 극구 사양하며 확답을 미루게 된다.
결국 세상에는 정답이 없다는 게 정답인 만큼 그 맘을 받아 들이기로 한다.

 


 
레스토랑에서 스파게티로 점심을 한다.
왠 호강인지 모르겠다.
창 밖에 주룩주룩 내리고 있는 비는 생명수가 되고 사막과 같이 밋밋한 빌딩숲의 한가운데서도 파릇한 새싹이 돋아 나는 듯한 정감이 흐른다.
우리야 떠나면 그만이지만 몰빵은 이 베풂을 어이 다 갚아 나갈지는 모르겠다.


 
신 도시라 마땅한 숙소가 없어 어제 유숙하였던 서구청이 다시금 아지트가 된다.
여전히 내리고 있는 비는 우리의 오늘 결정이 탁월했음을 증명하고 있어도 대낮에 딱히 갈 곳이 없어 당구장에서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다.
적당하게 술을 마시고 우리나라 월드컵축구를 관람하는데 내가 보지 않았으면 결과가 좀 달라 졌을까?
아쉬운 밤이다.


택시 5500
씨유 검암 13100
어진네감자탕 40000

점심 몰빵동창 찬조
비욘드호텔 75000
족발신선생 64000
세븐일레븐 24000

** 서해랑길 1차(서해랑길 역코스 99코스, 98코스) **

-.일자 : 2022년 11월 26일

-.서해랑 99 코스 : 대명포구-약암온천-승마산-수안산성-학운산-가연산입구(스므네미고개)(13.1km)
-.서해랑 98 코스 : 가연산입구(스므네미고개)-가현산-세자봉-서낭당고개-현무체육공원-마천역-할메산-시천교-감암역11.7km)

 

밤사이 호텔의 창을 흔들어 대던 바람의 기세가 대단하더니 몰빵이 창문 밖에 말리려고 내어 놓은 양말이 동태처럼 꽁꽁 얼어 있다.

침실과 욕실이 함께 있는 희한한 구조의 호텔에서 컵라면으로 간단 조식을 하고 나선 거리는 눈이 온 것 마냥 서리가 하얗게 내려 앉아 강력 한파를 실감한다.
서해랑길에 접속해 배낭을 가계 앞에 벗어 놓고는 다시금 대명포구의 시작점까지 뛰어 가서 재인증을 하고 되돌아 와 99코스의 역방향을 이어 간다.


개천을 따라 물안개를 피워내듯 입김을 폴폴 휘날리면서 몸을 덮이며 워밍업을 하여 간다.


농로에서 약암관광호텔을 바라보며 약암로에 들어 섰는데 도로가 비좁아서 통행에 신경이 쓰이는 곳이다.
이른 시간이라 문을 열지 않은 가계들이지만 어젯밤에 여기서 유했으면 가계를 찾아 오가는 로스시간을 단축시키고 오늘의 진행이 좀 더 수월 했을 것 같다.


산길로 들어 간다.
낙엽들이 발길에 튀어 오르며 하얀색을 뒤집어서 갈색의 길로 만들어 놓는다.


이정표에 그려진 말 모양만을 보아도 지금 우리가 승마산으로 향하고 있다는 걸 알 수가 있고 서해랑표지기가 이를 인증하고 있다.


반공호와 침호들이 분단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고 헉헉거리면서 올라 선 정상부는 참호를 위장하듯이 만들어 놓은 참호의 상부다.


신작로처럼 넓은 길을 따라서 간다.
앞에 보이는 승마산은 오르지 않아 다행이지만 마음가짐 때문 인지 오름길이 무척이나 고되었고 이제사 김이 폴폴 새어 나오는 겉옷을 벗어 중무장을 해제 한다.
어김 없이 해는 떠 올라 햇살에 몸이 녹아 드는 듯하다.


군 작전도로인 듯한 임도를 따라 쭉쭉 내려가서는 공장지대 안으로 들어가며 그 동안에 올려 놓았던 고도를 원위치 시켜버린다.


일요일이라 가동하고 있는 공장은 없다고 해도 공장의 벽 마다에 붙여 있는 공장 매매 광고가 경제침체가 현실화되어 가고 있음을 말해 주고 있는 듯하여 산업의 역군인 우리들의 마음도 편치가 않다.
강화도는 묘지 투어였고 김포로 접어든 지금은 공장지대의 연속이라서 이 길들은 단지 서해랑길을 연결 짓기 위한 수단으로 밖에는 안 보인다.


상마리로 들어서면서 중화요리집에서 풍겨 나온 냄새가 뱃속을 헤집어 놓지만 아직은 시간이 일러서 주차된 오토바이 수로 배달의 규모만을 확인하고는 도로를 건너 다시금 공장과 축사를 지난다.


게이트볼장과 소공원이 나오고 수인산을 향해 올라 가며 상공에 비행하는 비행기로 인천공항이 지척에 있음을 시각화 하였다.


양말 선택을 잘못 해서 경사와 수북한 낙엽 때문에 신발 속에서 발이 미끌려 고역인 것을 쉼터에 올라 몰빵의 양말로 갈아 신었는데 양말 하나가 지구를 지탱하게 해 주는 힘이 된다.

 


한남정맥의 안내문구에서 이곳 과 기억의 접점을 찾으려고 해도 생소할 뿐이다.


수안산의 정자에 올라 선다.
운동을 나오신 아주머니가 건네는 생강차의 향기가 몸 속에서 오래도록 남을 것만 같다.
날씨가 흐리긴 해도 가야 할 계양산과 함께 도심지 속에서는 영종도가 조망 되면서 이젠 바다도 보았다.


자랑질 실컷 하고 돌탑에 내려서서 인증을 남긴다.


환기창이 있는 묘지를 지나고 국궁장이 아래에 있어 조금 위협 스럽지만 등로는 좋다.
고속도로를 내달리는 차 소리가 들려 오면서 두루누비가 경고음을 내는데 민감도가 너무 지나치다.


제2 수도권 고속도로의 수안터널을 빠져 나온 차 들은 비행기가 이륙하는 것 마냥 쌩쌩 내달리고 공장지대를 지나 함배마을회관에서 이 고속도로를 굴다리로 넘어선다.


도로다.
이런 곳에서 의미를 찾는다는 건 무의미 하기에 그냥 묵묵히 걷는다.
중소기업들이 나라를 지탱하고 있음을 체감해 기는 길이다.


그럼 그렇지, 그냥 이렇게 밋밋하게 흘러가게 내버려 두지는 않을 줄 알았다.
오름길이 힘을 빼 놓고 있고 정상부에는 어김없이 참호가 있다.
발이 성치 않는 몰빵은 땀을 흠뻑 흘리면서 올라 와 모처럼만에 자동 쉼이 되고 물한모금씩 나누며 수분을 보충 시킨다.


낙엽이 수북하게 깔리 임도다.
좌측으로 한강신도시가 가끔씩 조망 될 뿐 적막하기만 한 산중에서 디디는 발걸음 마다에 사그락 거리는 낙엽의 소리 마저도 귀에 거슬리는 낭만 없는 머슴아들이다.


학운산은 오르지 않지만 임도를 따라서 고도만큼은 그대로 다 올라 버린 것 같고 도시가 있어 사람들이 오간다.


임도에서 갈래 친 길을 두루누비가 잘 찾아내서 고속도로와 같아 보이는 김포한강로를 동물이동로로 넘어 99구간을 크리어 시킨다.


이대로 곧장 진행을 하면은 산 뿐이라서 지금 에너지충전을 시켜 줘야만 하는데 신도시가 근처에 있어도 우리가 찾는 식당이 없다.
식자재마트로 내려가 보려 시도하다가 그냥 98구간을 이어가기로 합의를 본다.

 

 

 


 
어수선한 산길이 불편해진 마음을 붙잡고 늘어 진다.
동해안의 해파랑길을 완보한 우리들로서는 산만 고집하고 있는 지금까지의 진행방식에 적응을 할 수가 없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다 큰 뜻이 있겠지 여기면서 순순히 두루누비의 안내에 따른다.


수평을 이룬 길은 근린공원 화 되었고 사람들도 많아 졌다.
김포한강로를 경계로 등산로는 도시 속의 세련미가 있고 배낭을 메고 있는 우리들을 초라하게 도 만든다.
곳곳에 갈림길도 많고 사람들이 많아 졌지만 골격처럼 들어 난 능선을 따르면 되고 표지기가 길을 잘 인도하고 있다.


산은 도심의 허파가 되어 찾아 든 모든 이들을 품었고 잠시 흐름 속에서 빠져 나와 온통 아파트단지뿐인 도심지를 조망한다.


전원주택지의 정원수와 같은 소나무들과 철쭉군락지가 구색을 갖춘 가현산이다.


정작 정상은 군부대로 올라 가지 못하고 계단과 안전난간들을 따라 내려간다.
등로 정비가 진행중인 곳들이 있지만 통행에는 전혀 지장이 없고 정체 없이 흐름도 좋다.


긴 계단의 끝자락에 약수터가 있어 물 한 바가지씩 들이키는데 점심때 술병인줄 알았던 것이 이게 탈을 일으켰지 싶다.
약수터는 양지라 아직 가을의 흔적이 남아 있다.
지금 것 밥집도 주막도 없어 오로지 서해랑길에만 몰입을 해 와 진행도 순조롭고 속도도 빨랐기에 몸은 쉼을 필요로 하지만 조급증은 때를 놓치지 않고 채찍질을 한다.


길이 신작로가 되었고 묘적사입구를 지난 임도에는 화장실까지 있다.


이 임도를 따라서 도심지로 내려 가 버렸음 하지만 어림없다는 듯 오름길이 되어 정자가 있는 세자봉에 올라 선다.
그 많은 사람들은 다들 어디로 갔을까?
이젠 따스한 햇살이 좋아 잠시 쉼을 가지며 주변을 재 탐색하는데 두루누비엡이 통신 장애로 먹통이 되어 버려 갑자기 나만이 오지에 남겨진 기분이다.
재 부팅을 해 봐도 마찬가지고 버벅거리는 휴대폰을 붙잡고 있는 동안에 앞서 간 두 사람과의 간격을 줄이기 위해 계단을 뛰다시피 하여 서낭당고개에 내려선다.


안부 좌우로는 시설물들이 보이고 앞에는 공원묘지라서 혹시나 상가를 찾아 새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착실하게 잘 따르고 있다.
이젠 어쩔 수 없이 검단까지 이동 하여 편의시설을 찾아 봐야만 해서 차라리 이 마음 비음이 편하다.


서울둘레길을 걷는 듯한 산해랑길은 이렇게 우리들을 순화시켜 놓았고 묵언 속에서 묵묵하게 걸어 신도시를 앞에다 둔 국궁장으로 내려선다.


이 동네 참 이상한 동네다.
빼곡한 아파트단지를 지나는데도 음식점 하나가 보이질 않아 우리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먹어야 한다는 생존 법칙이 명태어장으로 이끈다.
어제의 점심시간과도 유사한 시간대이고 메뉴도 명태탕에서 명태찜이다.
두루누비앱을 인공호흡을 시켜 살려보려고 해도 여전히 불통이고 계속 붙잡고 있자니 정신만 산란되어 소주 한잔을 마시는데 어째 속이 좋지가 않다.
겨우 참이슬 2병이 반주가 되었고 그 나마도 주군은 생리현상을 핑계로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따스한 실내에서 나왔고 날씨가 겨울의 한복판으로 가고 있어 거리는 을씨년스럽다.
미로와도 같은 도심지를 잘 헤쳐나가고 있고 펄럭이는 서파랑길 표지기로 안심하는 길이 지속된다.


마천역을 지나 도심지를 떨쳐내고 할매산을 향해 오른다.


도시는 몹시도 춥고 산의 오름길은 몸의 버거움에 지쳐 간다.
겨울만 아니라면 정자는 오침의 장소가 될 터인데 지금은 구조물에 지나지 않고 있다.


낙엽이 수북하게 깔린 등로는 정갈함이 있어 우리들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준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숲은 안식처가 되고 지친 삶에게는 회복제가 되어 준다.


골프연습장을 지나고 차량을 피해가면서 자동차운전학원을 지나자 심란했던 길은 검단힐스테이트 아파트로 인하여 산책로가 되었다.


이젠 산해랑길은 막을 내린 것 같고 독정역을 지나면서 일자로 쭉 뻗은 인도 만을 따라 간다.
방음벽이 먼저 설치되고 있는 특이한 공사 현장은 백석고등학교로 인함이지 싶다.


이젠 아라뱃길의 다리만 건너면 오늘의 할당량은 끝을 맺는데 몰빵의 동창이 마중을 나온다는 희소식이다.
길에 유천가든의 모임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는데 이곳이 만남의 장소라 한다.


다리 아래로는 경인 아라뱃길의 시퍼런 물길이 흐르고 있고 강줄기를 따라 내달리는 열차와 자동차 들에서 물류의 역동성이 느껴지는 것 과는 달리 배의 운항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운하는 걷기와 자전거 길로만 이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검안역에서 공장과 산 만으로 이어진 산해랑길의 종지부를 찍고 몰빵 지인의 픽업 차에 올라 유천가든으로 이동한다.

 


아무리 동창생이라고는 하지만 타인인 우리까지 끼어 있어 쉽지 않았을 결정 이였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인연의 소중함을 절감하는 자리가 된다.
한참 후에야 기억을 해 냈지만 우리들도 해파랑길에서 커피를 사주었던 인연으로도 연결이 된다.
검안역 주변에는 숙소가 없어 기꺼이 서구보건소 지역까지 안내를 해 주는데 그 매너에는 세련된 분위기만 있을 뿐 도시녀의 도도함은 없었다.

 


우린 참 단순하다.
할 일은 없고 시간은 많으니 술이나 한잔 하러 나가자...
역시나 축구는 함께 봐야 재미 지다.
일본의 패배에는 옆테이블과 거리낌없이 하이 파이브를 하여도 어색함이 없다.
내일의 비 예보로 편의점에서 우산과 비옷을 구입하고 숙취해소재는 이제 필수가 되어 간다.

명태랑진땡이 56000
유천가든 몰빵지인 찬스
포시즌관광호텔 60000
원할머니보쌈 49000
깜상 잡비 약간
숙취해소 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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