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남알프스 가을 마중**
-.일자 : 2023년 9월 13일
-.코스 : 석남고개-가지산-아랫재-운문산-상운암-석골사-석골마을(13.6km / 5시간 55분)
안내산행에 따라 나선지가 언젯적 이였는지 기억에서 휘발 되었지만 이맘때쯤엔 찾아 줘야 할 필수 산들은 몸이 기억하고 있기에 선뜻 영남알프산행을 신청해 놓았다.
근디 몸이 자꾸만 거부 반응을 일으켜 가기가 싫타.
회사 교육에 참석해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돈이 되고 회식까지 잡혀 있는디 새벽밥 먹고 나와서 내 돈 내 몸 써가면서 하는 이유야 당연하게 성취감이 있어서가 아닐까?
역쉬나 나오길 잘했다.
한동안 뜸했던 지라 뻘쯤 할거라 생각했었는데 산에 다녔던 세월이 있어서 인지 지인들이 제법 있다.
애써 눈을 감고 있다가 버스가 석남고개를 향한 오름길에서 신발끈을 맨다.
석남고개 이거 분명 오긴 왔는데 낯설다.
나무계단을 오르는데 무척이나 길고 지루하여 천국으로 올라 가는 길이 있다면 분명 이런 계단은 아닐 거란 확신만 든다.
원래 산행 꼬라지도 그렇지만 이렇게 진행을 한다면 주어진 시간 안에 산행을 못 맞출 것 같아일행과 결별하여 쉼 없이 능선에 올라선다.
등로가 비행 고도에 오른 듯 수평을 찾았고 그만큼 에너지 소비도 적고 속도는 난다.
능선이라 흙 유실 우려는 없을 것 같은데도 인공적으로 깔아 놓은 듯 자갈이 깔린 등로는 산장까지 이어진다.
어쩐다.
모처럼 만난 산우와 막걸리 일잔 나누기 위해 살펴 봤지만 문이 닫혀 있고 또 일행들이 너무 많다는 핑계로 나무계단을 올라 간다.
누가 나무계단의 숫자를 적어 놓았다.
몰입이나 지겨움을 이겨 내기 위한 자구책일거라 여겨지나 이런 건 그냥 무념무상으로 오르는 거다.
거친 오름길이 시작되고 중봉에 올라 선다.
바람에 안개가 휘날리고 사위는 당연스레 막혀 정상석으로 한정 된다.
바람은 나뭇가지만 흔들어 댈 뿐 도무지 나와는 상관이 없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바위투성이의 가지산에 올라선다.
격한 바람의 환영에 땀에 젖어 있는 몸에 한기가 들 정도다.
정상석과 함께 낙동정맥의 표지석이 분명 내가 여길 왔었다는 증표가 되지만 도무지 기억에는 현실과 일치되는 게 없어 그냥 내가 영알의 최고봉에 올랐다는 것에만 의미를 둔다.
물병을 들이키며 목울대가 꿀럭 거리고 있는데 불쑥 부부가 올라와 인사를 건네고 산장의 탁자에서 이른 식사를 하고 있는 부부의 대화가 닭살을 돋게 한다.
산장을 기웃거려 본다.
지게로 짐을 옮겨야 해 무인 일 때가 많다는 안내에 컵라면과 막걸리가 6천원씩인데 라면은 새벽에 도시락 싸준 마눌님의 정성 때문에 또 막걸리는 혼자서는 부담이라서 패스한다.
바람에 꼬랑지가 짤린 구름 사이로 진행해야 할 방향을 브리핑을 하듯 헬기장을 보여 주더니 암막 커턴 을 치듯 닫아 버린다.
백운산 이정표가 방향을 제시하고 누군가의 정성이 담긴 야광 표시가 길잡이가 되어 준다.
단풍은 아직은 이르고 구절초 곱게 피어 가을을 재촉하고 있다.
풍경은 안개로 가려졌고 어차피 숲 속이라 볼 것도 없어 마냥 걷기에 최적화 되어 있어 있다.
물론 혼자라서 가능하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무서움증도 없고 오히려 사색의 시간이 되어 준다.
멋찐 바위에 앉아 초록의 대평원을 바라다 보면서 혼밥을 먹고 아래재로 내려선다.
경사가 급하고 긴 것이 운문산을 향한 오름짓이 고될 것 같다.
여기가 B코스와 만나고 탈줄 지점인데 사람들의 흔적조차 없고 마음이 조급 해져 시간을 계산해 보니 여유 있는 시간도 아니다.
산행 거리는 얼마 안 되는데 피로감에 근육 경직 증상이 있는 것은 그 동안에 산행의 단절에서인지 이 몸이 늙고 노쇠해서 인지 모르겠다.
어차피 볼 것도 없어 땅만 쳐다 보면서 엉금엉금 올라가는데 산행대장팀이 점심을 먹고 있다가 닭다리 하나를 권해서 먹고는 올라 가는데 트랙으로 보아선 저렇게 여유 부릴 때가 아닌데도 대장이 있으니 보험은 들어 놓았다.
구름은 산허리로 내려가고 까마귀만 노닐고 있는 운문산이다.
내려다 본 마을은 고원지대에 온 듯하여 무척이나 이색적으로 보인다.
증명은 필수 하산은 의무다.
요즘은 선답자들의 트랙이 길라잡이가 되어 헤맴을 방지하고 해외에서 로밍을 한 것처럼 든든하다.
오지인 듯한 산길에 촘촘한 계단이 있어 정상 등산로임을 말해주고 상운암에 내려선다.
사당이 있어 사찰임을 알지 그냥 봐서는 자연인이 거주하는 곳인 것만 같다.
계곡이 길고 거칠고 험하여 도무지 속도를 낼 수가 없다.
계곡의 큼직한 바위들이 지리산골짜기를 닮아 가고 있고 날것 그대로의 등산로는 발걸음을 붙잡고 늘어져 속도는 점점 줄어 든다.
더구나 기억도 가물가물한 이곳은 날카로운 바위에 칼로 벤 것처럼 팔이 찢어졌던 경험이 겹쳐져 저절로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와~ 가지산도립공원이 높기는 높구나.
다리에 힘이 풀리고 빗줄기가 토닥거릴 때 눈에 익은 석골사와 석골폭포를 보여준다.
아직은 아니다.
버스가 올라 올 수가 없어 사과가 주렁 주렁 매달린 마을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 서서야 겨우 시간을 맞추는데 후미는 언제쯤이나 올지 기약도 없다.
냇가에서 땀을 씻어내고 소맥을 마시며 하루의 고달픔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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